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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하는 수령동지-255화 (255/350)

경애하는 수령동지 255화

자신이 이제까지 알고 있던 세계관을 너무나 초월해 버린 광경에, 백승철은 순간적으로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퍼뜩 정신이 들어 목소리를 낮추고 참모에게 중얼거렸다.

“……어이, 저 동무들 믿을 만한 거이 맞나? 어디 헷까닥 맛이 간 거이는 아니디?”

“믿, 믿어보시라요, 차수 동지! 저래 봬도 풍부한 작전 경험에 선진적인 장비 도입까지 솜씨가 좋은 동무들로 명성이 자자합네다!”

작전참모의 변명 같은 말에도 백승철은 영 못 미더운 표정으로 자칭 ‘윈터솔져 컨설팅’ 직원들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저들이 이미 여기까지 들어와 앉아 있다는 이야기는 선수금을 지불했다는 이야기고, 그럼 지금 와서 도로 물리는 것도 모양새가 영 안 좋을 터였다.

어차피 저들에게는 현지 정보 습득 및 길 안내만 받을 것이고 본격적인 작전 수행은 해상저격여단이 수행할 것이다.

저 윈터 뭐시기 하는 컨설팅 일꾼들이 현지에서 사고를 치면 그때 가서 그걸 이유로 계약을 취소해도 늦지는 않을 테고 말이다.

“뭐, 기래, ……끼어들고 싶은 부분이 많지만 지금은 시국이 시국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디.”

“감사합네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갔습네다! 차수 동지!”

“기럼 출정은 일주일 후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번 일은 실패가 있을 수 없다. 하전사들, 군관들, 그리고 거기 보조 병력 동무들까지, 정보 안 새게 입조심하고 몸과 마음의 준비들을 단단히 하고 있으라!”

“받들갔습네다!”

* * *

그로부터 1주일 후, 아부 사야프에 납치된 2만 톤급 상선과 30여 명의 북조선 국적 인질들을 구출하는 작전, 조선인민군 해상저격여단 산하 특수전술대대의 첫 해외 인질 구출 작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말라카의 등불’ 작전이 개시되었다.

주변국과의 지속적인 정보 협력, 그리고 일부러 외무성 측에서 교섭에 응하는 척 ‘지금 인질들의 몸값을 마련해서 가져오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시간을 끈 끝에 조선인민군 해군 전단은 꽤 여유롭게 출발하고도 일정에 맞추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상선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9일째 아침, 아부 사야프 조선인민군 원산급 구축함과 미국에서 들여온 신형 페리급 호위함, 개칭 ‘남포급’은, 해적들이 싱가포르 해협에 진입하기 직전의 그들을 해상에서 가로막는 데 성공했다.

사실 이번 작전에 기용된 호위함과 구축함에 장착된 무장이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해적들을 수중고혼으로 만들어버려도 전혀 문제가 없었겠지만…….

“동무들도 알다시피 이번 작전은 구출 작전이라우! 저 인간 찌꺼기, 해적 놈들에게 납치당한 우리 공화국 인민들을 털끝 하나 다치치 않게 구해내는 거이 이번 작전의 목표다!”

처음에 백승철은 참모들의 만류를 다 뿌리치고 직접 구축함에 탑승해서 현장 지휘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인민군 1인자가 직접 야전에 나갔다가 눈먼 총알에 죽기라도 하면 어쩌자고 그러나? 직위에 맞게 좀 처신하게’라는 정환의 핀잔에 바로 자기 뜻을 꺾었다.

백승철로서는 아마도 20여 년 전 자신의 세계를 뒤집어놓은 걸프전 참전 이후 수십 년간 절치부심, 각고를 들여 갈고닦은 국방력의 결과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싶었을 것이다.

게다가 묘하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외국 적성 세력에 납치당한 인민을 구하는 작전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괜히 대원들에게 부담이나 주지 말고 평양 총참모부에서 원격 지휘나 하라는 정환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곧 1차 작전이 시작되었다.

“이륙! 일단 경고 방송하러 가는 거이지만 해적 놈들이 뭔 짓을 할지 모르니 모두 언제든 쏠 준비 하고 있으라!”

남포급 호위함의 헬리포트에서 한 대의 헬기가 작전에 차출된 십여 명의 해상저격여단 대원들, 그리고 몇 명의 컨설팅 직원들을 싣고 굉음을 내며 이륙했다.

겉보기에는 단순히 흔한 군용 헬기가 이륙하는 장면이었지만, 그 시각 이 광경을 원격으로 보고받고 있는 평양의 총참모부에서는 짧은 감탄사와 안도의 한숨, 환호성이 작게 터져 나왔다.

한때 안토노프의 지휘 아래 연구되다가 일시적으로 한계에 부딪혔지만, 이번 작전에 처음으로 기용된 조선인민군 8대 과제 중 하나의 성과, 조선인민군 첫 다목적 중형 직승기, ‘쇠매’가 드디어 이 머나먼 말라카 해협에서 처음으로 실전투입 된 것이다.

민영화 후, 까다로운 총참모부 군수과를 어르고 달래서 일부 부품을 외산으로 가져오고 나머지는 독점 납품계약을 조건으로 기술이전을 받아오는 등 민간 기업 특유의 유연성을 발휘한 조선항공유한공사의 노력 끝에 이루어낸 쾌거였다.

전체적으로 외형은 기술적 모티브가 된 구소련의 Mi-8기와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묘하게 달라서, 군사항공 매니아들이라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모습이었고, 쇠매의 승객들 중 일부도 같은 생각인 듯했다.

“히야, 이거이 우리 기업소 본사에 있는 직승기보다 훨씬 넓고 좋습네다. 력시 뭐니 뭐니 해도 군관은 나랏밥을 먹어야…….”

“……이거이 만드느라고 저기 국방과학연구원 동무들이 얼마나 날밤을 새우며 고생을 했는지 알기는 하간? 기런데, 동무래 회사에도 직승기가 있나?”

헬기라면 꽤 많이 타봤을 ‘윈터 뭐시기’ (이제는 다들 의식적으로 앞의 이름을 생략하고 그냥 ‘컨설팅’이라고만 부르고 있었다) 컨설팅 일꾼도 반색을 하고 직승기 기준으로 매우 널찍한 쇠매의 기내를 두리번거리자 옆에 타고 있던 해상저격여단 상위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냥 방탄 짚차에 기관총이나 몇 대 용접해서 가지고 다니는 줄 알았더니 제법이네?’ 하는 뭔가 비꼬는 듯한 말투였지만, 정작 컨설팅 측 일꾼은 아직 어떤 대중에게도 공개되지 않은 쇠매 내부를 열심히 둘러보느라 이런 상위의 말투를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아이고, 우리래 코딱지만 해서 발도 못 펴는 미제 500MD 몇 대 굴리느라 만날 죽갔다 이 말 아닙네까. 기런 주제에 기름값에 총알값에 굴릴수록 나가는 거이 다 달러 돈이라고 본사에서는 어찌나 지랄 발광들을 해대는지 원…….”

“작전 중 정숙! 곧 경고방송을 시작한다! 거기 윈…… 윈터…… 하여튼 윈 뭐시기 컨설팅 동무! 와서 말레이 말 좀 읊어보라우!”

“쯧, 윈터솔져라니까…… 개혁개방 몇 년인데 군관들이라는 양반들이 국제감각이 이리 없어가지고서야…….”

이윽고 쇠매는 아직 아침의 정적에 휩싸인 고요한 말레이 해 위를 날아 문제의 상선 위에 도착했다.

이 더운 동남아에서 검은 두건을 칭칭 감고 있는 까무잡잡한 자바인 계열의 무장 집단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게 아래로 내려다보였다.

외무성의 말을 믿고 몸값만 기다리고 있다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아서 극도로 당황한 게 누가 봐도 확실했다.

이윽고 헬기 외부에 달린 마이크를 통해서 투항과 인질 석방을 권유하는 경고방송이 방송되었다.

“본 기는 조선인민군 해군 특수 전술대대 소속이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인근에 해군 소속 함선들이 대기하고 있으니 저항은 무의미하다! 귀선은 즉시 정선하고 무장을 해제, 인질들을 석방한 후 투항하라! 순순히 지시에 따를 경우 국제법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최대한 배려 해주겠다!”

조선어, 영어, 말레이어(마지막은 컨설팅 측 일꾼이 말했다)로 각각 1번씩 나온 방송에 해적들이 어떻게 응답하는지, 작전 지역 공역과 평양 총참모부 모두 해적과 의사소통용으로 열어둔 선내 통신 채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정작 채널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고 작전 공역 헬기 조종사로부터 다급한 무전만이 전해졌다.

“저놈들, 항복할 생각은 안 하고 다들 메뚜기처럼 선내로 숨기만 합네다. 저격조가 기내에 대기하고 있으니 한 놈씩 골 뚜껑을 열어줄까요?”

“아직 인질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으니 기다리라. 하나, 곱게 말을 못 알아먹는 거 같으니 선체에 경고사격부터 개시하라우!”

평양에서 들려온 백승철의 불호령에 쇠매의 도어가 열리면서 몇 년 전부터 전군에 보급되기 시작해 이제 거의 자리를 잡은 대대기관총의 개선형, 03식 기관총의 총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광학공사제(製) 전용 광학조준경이 부착되어 상선의 선체와 갑판을 노리는 이 기관총이 직승기 안에 턱 하니 자리하고도 이십여 명의 작전 인력을 더 수용 가능한 건 그야말로 이 쇠매 직승기의 광활한(?) 수송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었다.

“발사!”

타타타타타타……!!!

콩 볶는 소리와 함께 살기 어린 강철의 소나기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부 사야프 해적들이 타고 있던 선체와 갑판 위로 쏟아졌다.

아직 모습을 감추지 못한 해적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급하게 갑판 아래로 모습을 감췄지만, 애초에 목표가 사살이 아니었기에 총알의 소나기는 그저 애꿎은 상선의 선체만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리고 이내 사격이 중지되자, 현장 지휘를 맡고 있던 원산급 구축함과 평양 총참모부 내에서는 기대감 어린 침묵이 흘렀다.

이쯤 했으면 화력의 차이를 깨닫고 항복할 때도 되었으려나?

“……효과가 있었지비?”

“잠깐! 한 놈이 나옵네다!”

과연 무전대로 평양의 총참모부 작전지휘실 스크린에는 우두머리쯤으로 보이는 검은 천을 칭칭 감은 놈이 갑판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게 보였다.

그런데 그놈 손에는 백승철이 내심 기대하던 백기가 아니라……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북조선인으로 보이는 인질 한 명이 붙잡혀있었다.

“저…… 저놈 지금 뭐이 하는 거이야?”

“빌어먹을! 저격조! 저놈 골통 조준하라!”

하지만 갑판 위로 올라온 해적 우두머리는 사색이 된 북조선 선원 한 명을 인간방패처럼 써서 자기 몸을 가리더니, 한 손에 들고 있던 총을 선원에게 조준했다.

그러고는 광신적인 함성과 함께 총성이 울려 퍼졌다.

“Allāho akbar(신은 위대하다)!!! Allāho akbar!!”

타아아앙!!!!

* * *

“기러게 경고사격 같은 거이를 할 거이 아니라 진작에 직승기로 로프 강습을 해서 선내에 벼락같이 타격을 해 들어갔어야 합네다!”

“아니, 동지! 선원 동무들이 어디 감금되어 있는지, 한데 몰아놓고 있는지 흩어놓고 있는지도 모르는 판에 무작정 진입이 말이 되오?”

“선내 구조도는 확보하고 있지 않소? 쇠매 두 대로 작전 인원도 충분히 실어나를 수 있으니 타격조를 나누어 들어갔으면 지금쯤 작전을 성공시키고 공화국으로 돌아가고 있을 거인데, 괜시리 저놈들 경계심만 올린 거이 아니오?”

“지금 우리는 동네 나룻배가 아니라 2만 톤짜리 상선에서 작전하고 있는 거이를 잊지 마시오! 선원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해적 놈들이 발악하다 인질들을 처형하기라도 했으면 어쩔 거이오? 아까는 저놈들이 몸값 욕심을 못 버려서 다리에 쐈으니 망정이디, 자칫했다가는…….”

“모두 아가리들 다물어보라!”

백승철의 노호성이 울려 퍼지자 원산급 구축함과 평양 총참모부 양쪽의 모든 군관들이 입을 다물었다.

따지고 보면 이 자리에서 낮에 있었던 1차 작전의 실패와 퇴각으로 가장 답답한 것은 바로 백승철 차수 본인일 것이다.

“해적 놈들에게서는 더 연락 없나?”

“있었습네다……. 몇 시간 전 이제까지 쓰던 채널로 욕을 한 바가지 퍼붓더니 몸값을 3배로 더 올려서 제시했습네다. 끝까지 가보자는 거 같습네다만…….”

“빌어먹을, 선내 내부 상황을 알 수 있어야 하는 거인데…… 상선 어디에 몇 명이나 감금되어 있는지를 모르고 들어가면 눈을 가리고 들어가는 거나 마찬가지니…….”

현재 시각은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경, 낮에 있었던 1차 작전으로부터 10시간 정도가 지난 후였다.

해적들은 쇠매 헬기로부터 날아온 기관총 경고사격에 인질 한 명을 끌어내어 다리에 총을 쏴 위협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다행히 죽지는 않은 듯했고, 충분히 저격이 가능한 거리였지만 그랬다가는 다리에서 피를 흘리는 갑판의 부상자는 물론이고 안에 있는 다른 선원들의 목숨까지 위험할 거라는 생각에 백승철이 일시적으로 퇴각을 명령했던 것이다.

아마 해적들도 그런 목적에서 부상만 입힌 것일 것이고, 그 점이 백승철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백승철을 가장 답답하게 한 것은 휘하 군관들을 윽박질러놓고도 정작 자신도 뾰족한 방책이 없다는 데 있었다.

그때 참모 하나가 조심스레 손을 들더니 그의 눈치를 살피면서 이런 말을 꺼냈다.

“차수 동지…… 저기…… 그냥 인질들이 소수 죽더라도 희생을 감수하고 선내 돌입을 강행하는 거이 어떻갔습네까?”

“뭐이야?”

“국제적으로 특수 작전군계에는 이러한 인질 구출 작전은 아무리 성공적으로 진행된다 한들 인질의 3할은 작전 중에 부상이든 사망이든 피해를 입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네다. 괜히 시간을 끌다가는 저놈들이 몸값을 더 올리거나 아니면…….”

“아니면……?”

“이판사판이라고 저놈들이 인질들을 죄 처형하고 자폭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네다. 저 무슬림쟁이들 보통 미친놈들이 아인 거 잘 아시지 않습네까.”

“으음…….”

“이렇게 대치 상태로 시간만 끌면 곧 자기들을 말려 죽이려 한다고 거칠게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네다. 영단을 내려주시라요, 차수 동지.”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 백승철의 입에서 신음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단이었다.

이 말라카 해협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무역로인 만큼, 전 세계 모든 상선들이 지나가고, 그런 만큼 이런 요충지에서 벌이는 군사작전은 늦든 빠르든 그 성공과 실패 여부가 타국에 새어나가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타국 중에는 당연히, 아닌 척하면서 조선인민군의 이 구출 작전의 성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남조선, 한국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구출 작전에서 사상자가 나오면 얼마 전 노윤현 취임 즈음 시행한 미사일 발사로 가뜩이나 민감해져 있는 북남관계 상황에서 ‘역시 북괴 놈들이 그동안 국방에 제법 힘을 기울였다고는 하나 아직 대단한 것은 못 된다’라는 비웃음 섞인 뒷말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이 작전의 성공을 총서기께 호언장담한 백승철 본인이 개망신을 당하는 건 당연하고, 나아가 조선인민군 전체가 자존심을 구기게 되는 것이다.

아니, 그러한 군의 자존심이라는 건 부차적인 문제고, 결국은 본질적인 문제, 인민의 생명을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이 옳은 판단 아닐까?

자신도 한때 그깟 알량한 자존심에 목숨 걸다가 모든 것을 망쳐 버릴 뻔한 기억이 분명히 있지 않은가.

결국 백승철이 ‘인질의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선내 진입을 실시한다’라는 말을 꺼내기 직전, 회의석상에 어떤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저기, 차수 동지……?”

“뭐이야?”

“저희 컨설팅 일꾼들이 해적 놈들에게 들키지 않고 선내 상황 정보를 습득할 방안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시지 않갔습네까?”

* * *

“하아아아아암……!!!!”

갑판에 서 있던 아부 사야프 조직원들 중 하나가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했다.

새벽 4시 30분, 현 시간에는 광신도건 해적이건 인간인 이상 수면을 취하는 게 정상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우두머리로부터 선상 불침번 임무를 받은 그들은 안타깝게도 이 시간에는 깨어 있어야 했지만 말이다.

“Diao(X발), 저 노쓰코리아 이교도 놈들 더럽게 끈질기군.”

“시간과 신께서는 우리 편일세, 형제여. 내일도 몸값을 주지 않으면 대장이 한 놈씩 끌어내서 쏴죽일 거 같은데.”

낮에 있었던 일로 몸값이 날아가 버릴 위기에 처해 대장이 길길이 날뛰던 일을 떠올려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그들은 서로 농담 따먹기를 하며 수평선 인근에 보이는 노쓰코리아 해군에 시선을 고정했다.

인질들 하나를 끌어내 피를 보니 그제서야 상황 파악을 했는지, 위풍당당하게 경고사격을 할 때는 언제고 헬기를 몰아 자기들 함선으로 꽁지 빠지게 날아가 버린 이교도 놈들은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름 승리라는 걸 거뒀음에도, 아부 사야프 조직원들은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미국이나 러시아도 아니고, 중국의 부하 정도로 알려진 노쓰코리아가 그래도 만만해 보여서 돈 좀 뜯어내려고 했는데 의외로 강하게 나오니 짜증이 안 날 수 없지 않은가.

이렇게 졸음을 쫓기 위해 이런저런 시시덕거림을 나누던 아부 사야프 조직원들 중 하나의 눈에 뭔가 이상한 괴물체(怪物體)가 들어왔다.

“……저게 뭐야?”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해당 괴물체, 아니, 괴비행체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눈을 크게 떴다.

처음에는 밤잠을 잊고 갑판에서 노닐던 갈매기인가 했는데, 세상에 어떤 갈매기가 저런 궤적으로 날 수 있단 말인가?

결정적으로 선체 외벽의 한 열린 창문에서 조용히 빠져나와 밤바다 건너편으로 빠르고 조용하게 사라지는 그 비행체에는 날개가 아니라 작은 네 개의 프로펠러가 달려 있었다.

말라카 해에서 해적질을 하면서 돈 안 되는 인도네시아산 싸구려 장난감과 돈 되는 반도체나 전자제품을 구별해서 강탈해야 먹고사는 직업적 특성 탓에, 그는 아직 대중에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그 물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드론(Dr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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