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하는 수령동지 213화
곧 종이가 손에서 손으로 옮겨지고 두 당과 민간의 요인은 거대한 면접실에서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 장 한 장의 서류마다 연령과 경력을 불문하고 야망에 가득 찬 아이디어들이 국가와 당의 적극적인 투자를 바라며 한 자 한 자 정성껏 쓰여 있었다.
사업계획서는 물론이고 시제품이나 설계도를 동봉해서 보낸 것들도 상당수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이렇게 이곳 딥 레드 인베스트먼트 회의실에서 공화국 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불어넣어 주고 더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토종 기업을 발굴해 내기 위한 자리를 갖는 것이 최승일과 주성환의 업무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러한 지시를 내린 사람은 당연히, 피오니 홀딩스 이사회 의장이자 조선로동당 총서기인 정환이었다.
-최 사장 동무는 금융 일은 잘 알아도 정보통신기술 관련은 부족한 점이 있을 테니 두 사람이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가면서 민당 협력을 이루어내기를 바라네.
‘투자 대상 결정이라면 나 혼자에게 맡기셔도 되는 일을…… 총서기께서 요즘 민간 장마당 기업인들을 가까이하시고 당무와도 밀접히 연관된 여러 곳에 중히 쓰신다더니……. 정문영 회장이 죽기 전에 남긴 말에서 뭔가 느끼신 모양이군.’
방금 전, 서로 예의 바른 인사를 주고받을 때와는 대조적으로, 최승일은 속으로 이런 희미한 불만을 품으면서 함께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주성환을 슬쩍 곁눈질했다.
주성환, 97년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7년 만에 공화국의 가장 큰 포털 사이트로 올라서 시가 총액 2조 2,000억 원을 기록하고 있는 ‘유니온 주식회사’의 CEO이자 대표이사였다.
현재 공화국에서 ‘템즈 강 줄기’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불리우는 사람들 중, 영향력으로 따지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사람답게 주성환도 김대에서 수학하던 중 당의 배려를 입어 영국으로 유학 간 인재 중 한 사람이었다.
원래 가난한 어촌에서 태어난 그는 김대 영문과에 재학하던 사람답게 금방 영국의 자유주의 학풍에 적응, 귀국 후 조선중앙방송 국제부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1년도 안 되어 박차고 나와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현재의 유니온을 일구었다.
마침 공화국 전역에 콤퓨타와 인터네트 회선이 보급되는 시류를 잘 타서, 유니온은 당의 투자와 지원에 힘입어 금방 공화국은 물론, 같은 언어를 쓰는 남조선에서도 상당한 지분을 가진 메이저 포털 사이트로 떠올랐다.
언젠가 남조선 고려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왜 서비스명을 유니온으로 지었느냐?’라는 질문에도 그는 함경도 억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능숙한 서울 사투리로 하하 웃으며 대답했다.
-유니(Uni)라는 단어는 조선말의 ‘윤희’라는 이름으로도 읽히고 중국 보통화나 일본어로 읽기에도 편합니다. 또한 영어 인명인 유니스(Eunice), 유제니(Eugenie)의 애칭으로도 읽힐 수 있으니 그야말로 세계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사명이지요.
-……그럼 ‘온’은 뭔데요?
-그건 더 간단합니다. 저희 유니온은 이 21세기의 1등 인터넷 검색 엔진을 목표로 서비스하는 기업 아닙니까? 로그 온(Log On)일 수도 있고, 온라인(On Line)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순 조선말, 온 누리, 온겨레 할 때의 ‘온’이기도 하니 ‘유니온’ 아니겠습니까? 하하.
즉석에서 생각해 냈건,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건, 참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매끄러운 말재간이자 회사 대표로서의 언론 대응이라고 최승일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투자는 북한 조선로동당에서 받고 서비스는 북남 양쪽 모두에서 하는 기업의 대표로서 그야말로 어느 쪽에도 이름 가지고 시비 걸릴 일 없는 인터뷰였던 것이다.
인터뷰 후 당시 고려일보에서는 영어 유니온(Union)에 ‘연합,’ 광의적으로 ‘연방(聯邦)’이라는 뜻이 있다는 점을 트집 잡아 ‘북한은 아직도 고려연방제의 야망을 버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라는 둥의 기사를 썼지만, 최승일은 약간 생각이 달랐다.
정말로 고려일보 추측대로 당에서 투자를 받아내기 위한 아부 차원으로 고려연방을 암시하는 유니온이라는 이름을 택했을 수도 있지만, 애초에 한반도와는 완전히 관계없는 국가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영국, 연합왕국(United Kingdom)을 상징하는 유니온 잭(Union Jack)일지도?‘
만약 최승일의 이런 추측이 사실이라면, 90일 혁명화 교육을 거친 후, 로동당 전원회의에서 공개 사과를 해도 모자랄, 말 그대로 당과 총서기에 대한 배은망덕한 능멸 행위였다.
어쩌면 총서기가 이 이름을 듣자마자 박장대소한 것도, 주성환의 이런 계산과 그 밑에 깔린 처세술을 눈치채고 가소롭다는 생각에 웃음을 터뜨린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걸 알고 있었다면 왜 투자공사를 움직여 주성환과 유니온에게 당 차원의 지원과 투자를 결정한 것일까?
최승일의 이런 상념은, 오늘 아침 조선투자공사 40층 회의실에서 열리는 투자 회의의 세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손님이 내방했음을 알리는 목소리에 깨어졌다.
“총서기께서 납십니다!”
“좋은 아침…… 이라고 말하기에는 내가 총서기 체면에 지각을 해버렸군. 어제 싱가포르 순방에서 돌아와서 늦게 잠든 게 이유일지도? 아니면 그냥 나도 마흔이 넘어가니 아침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어지는 걸지도 모르겠군. 쯧.”
바로 이 조선투자공사 이사회의 이사장이자 공화국의 최고 권력자, 김정환 총서기였다.
* * *
“오셨습네까, 총서기 동지.”
“최 사장 동무, 그리고 주 사장도 꽤 오랜만이군. 그래, 오늘도 공화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혁명적 발상을 한 청년 IT 일꾼들은 싹수가 좀 보이나?”
“하하, 다들 당에서 운영하는 딥 레드 인베스트먼트 캐피탈이 투자자로 나선다는 말에 눈이 벌게져 있지 않겠습네까. 제가 지금까지 검토한 사업계획서만 인터네트 쇼핑몰 13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9건, 인터네트 결제 서비스 사업 4건인데 이렇게 창업 열기가 활발하니 공화국의 미래가 밝지 않을 수 없습네다.”
“이거 격세지감이로군. 알겠지만 그중에서 진짜배기를 찾아 인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당의 재정을 투입하는 게 이 자리의 목적일세.”
공손하지만 총서기와 제법 자신 있게 긴 대화를 나누는 주성환과 대조적으로, 최승일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정환이 들어오자 짧은 인사와 함께 깊게 허리만 숙였다.
애초에 정환이 지적했던 것처럼 한평생 돈을 관리하고 굴리는 일만 대리했던 그로서는 최신 IT 기술이 가진 잠재력에 이제 슬슬 적응해 가는 와중이었다.
“그럼 시간이 되었으니 지체할 거 없이 시작하도록 하지. 들여보내라고 이르게.”
“알갔습네다. 그럼 첫 번째 동무부터,”
곧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정장을 차려입었지만 잔뜩 긴장한 얼굴의 지원자들이 한 무리씩 들어왔다.
주로 탑제거리에서 자신들의 작은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줄 투자자를 찾다가, 무려 국영펀드인 조선투자공사에서 스타트업 캐피탈을 열었다는 말을 듣고, 신청에만 한 달이 걸리는 절차를 거쳐 이 자리에 나온 것이었다.
게다가 무려 이 자리에는 공화국을 지금 이곳까지 이끌고 탈바꿈시켜 온 총서기께서 직접 자리하신다니, 긴장이 안 될 수 없었다.
“어깨에 힘 좀 빼고, 동무가 가진 혁명적 발상을 내놔보게. 이곳 조선 투자공사가 인민의 혈세를 동무의 기업소에 투자해야 할 이유를 천천히 설명해 보게나.”
“네, 넵! 알갔습네다! 저희 기업소는 탑제거리에서 인민들에게 보급할 쉽고 효과적인 인터네트 백신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기업입네다.”
“흠, 이미 백신이라면 외국에서 꽤 수입해서 쓰고 있는데…….”
“그렇지만, 대부분 설치과정이 복잡하고 쏘프트웨어가 영어로 되어 있어 일반 인민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네다. 최근 10년간 공화국에는 상전벽해라고 할 정도로 콤퓨타가 보급되었지만 콤퓨타만 알지 콤퓨타가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인민들이 태반인지라, 이러한 수요 예측에 기반하여 저희 회사는…….”
“그 어느 곳보다 빠르고 정확한 자동 번역 쏘프트웨어입네다. 문화어와 남조선 사투리의 차이는 물론이고, 영어, 중국 보통화, 광동어, 민남어, 윁남(베트남)어, 로씨야어, 등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 80개 나라말을…….”
“공화국 인민들이 왜 남조선이나 미제 내비게이션을 차에 달고 다녀야 합네까? 라선부터 개성까지 조선 땅은 조선제 길잡이가 안내하는 거이 국방상 이유로도 맞지 않습네까? 현재는 전문 배음사(配音士: 성우)를 고용할 돈이 없지만, 당에서 선행투자를 결정해주시면 음성 안내 써비스까지…….”
“여기 화면 속의 이 철 상자는 0.001% 확률로 1급 아이템이 나오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네다. 2급은 0.01%, 3급은 0.1%입네다. 여기 현금 결제 버튼을 통해 은 상자, 금 상자를 구매하면 고급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철 상자보다 크게 올릴 수 있습죠. 그리고 이 컴퓨터 놀이에서는 오로지 돈을 써서 더 높은 상위 상자와 상위 상자에서만 나오는 아이템을 사야만 이길 수 있는 구조입네다.”
“……음, 혹시라도 상자를 구매하지 않은 방법으로, 그러니까 그냥 실력으로 이기는 동무가 나올 가능성은?”
“제 오마니를 걸고 장담 드리는데 다른 방법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습네다. 그러니 이 콤퓨타 직결놀이를 하는 동무들, 플레이어들은 저희에게 돈을 갖다 바칠 수밖에 없지요. 어떻습네까, 이 사업 모델이라면 당에서 투자금을 바로 회수하시는 것도 모자라 써비스 런칭 1년 만에 투자공사 금고로 배당금이 콰아아아 쏟아져 들어올…….”
“…….”
물론 국가원수인 총서기와 잠깐이나마 대담을 가지는 만큼, 중간에 서기실과 투자공사에서 한 번 신중하게 거르는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참으로 파격적인 행사가 아닐 수 없었다.
누구든 신선한 아이템과 진지한 사업 의지만 있다면 일반 인민들에게는 구름 위의 존재인 총서기를 직접 만나 뵙고 투자 요청까지 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현대판 비즈니스 신문고 아닌가.
정환이 이런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빠른 시간에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후발주자가 선점 기업을 따라잡는 게 거의 불가능한 IT 산업의 특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컴퓨터와 모뎀을 보조금까지 줘가며 저가에 보급하고, 얼마 전에는 공식 교육 과정에 코딩을 포함시키는 파격적인 정책 끝에 탑제거리를 중심으로 한 북조선의 IT 산업 잠재력은 이미 세계적이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는 했다.
이미 실리콘 밸리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는 김일성 대학교, 평성 리과 대학 같은 북조선 대학들과 자매결연 및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시아 지역 연구개발 거점을 평양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인구로 대표되는 국가적 체급이 달리며 제조업보다 일자리 창출이 적을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전하였다.
그렇기에 정환은 자신이 최종적으로 목표로 하는 북조선의 산업구조를 이루기 위하여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직접 새로운 비즈니스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이 IT 소프트웨어 산업도 중국의 추격이 시작됐고 말이야. 최대한 초기에 산업을 선점하거나 혁신적 기업을 키워내서 발 디딜 틈이 없게 만들어놓지 않으면 곤란해. 애초에 두뇌 풀이나 내수시장이 다르니까.’
중국이 아프간에서 저지르고 있는 피비린내 나는 삽질과는 무관하게, 이미 장쩌민의 영도 아래 14억의 인구 중 부의 신호에 민감하고 서방에서 정보통신 산업의 가능성을 접한 이들이 이미 속속 이 분야에 뛰어들어 한국, 일본, 미국, 그리고 북조선의 경쟁 상대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그 국가적 역량이 전쟁에 낭비되고 있다고 해도, 선점 효과라도 없는 상태에서 경쟁했다가는 순식간에 밀릴 게 뻔했다.
정환이 그렇게 공화국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다음 지원자가 서기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쭈뼛거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제까지의 지원자와 비교해 특이했던 두 가지 점은, 다른 여러 창업 동료들과 함께 온 다른 이들과 다르게 혼자였다는 점이 첫 번째고, 그의 손에 군용 직승기를 아주 작게 줄여놓은 듯한 기계가 하나 들려 있었다는 게 두 번째였다.
단지 직승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 한 쌍이 달려 있는 프로펠러가 그 기계에는 네 쌍이 달려 있다는 점이었다.
그 모습을 본 최승일이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잠깐, 저 동무는…… 내가 분명히 사전에 읽어보고 중간에 탈락시켰을 텐데…….”
“제가 다시 명단에 넣었습니다. 최 사장 동지는 몰라도 저는 꽤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
“뭐요? 주 사장 동지. 진심으로 저 애들 장난감을 공사가 다망하신 총서기 동지 앞에 보여드릴 생각이요? 저게 대체 정보통신 사업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나는 통 모르겠군. 주 사장 동지가 아무리 자문이라도 최종적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건 이 딥 레드 인베스트먼트 사장인 나와 총서기 동지라는 걸 명심…….”
“하하, 저 동무 경력도 그렇고, 충분히 주목할 만한 혁명적 발상이란 생각 안 드십니까? 일단 고정하시고 한번 들어나 보시지요.”
이 회의를 구성하는 3명 중 한 명인 주성환이 월권행위를 했다고 생각한 최승일은 평소 그답지 않게 발끈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주성환은 여유롭게 웃으며 그런 최승일의 분노를 슬쩍 받아넘겼다.
자신이 아까부터 주성환에게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생각에 아차한 최승일은 금방 정환을 의식해 목소리를 낮췄지만, 그래도 툴툴거리는 불만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혁명적은 무슨……! 고등학생들이나 아직 골이 덜 굳은 덜떨어진 성인들이나 가지고 노는 무선 조종 장난감 아니오? 저런 건 현재 공화국 어느 공업소를 가도 금세 비슷한 걸 만들 수 있소이다. 내가 공학은 잘 몰라도 그건 확실하지.”
“아닙니다! 제가 이…… 조선 말로는 뭐라 하는지 몰라도, 쿼드콥터(Quadcopter)의 프로펠러 동작제어 실험을 몇 번이나 해봤는지 아십네까? 물론 아직 통신 쏘프트웨어나 배터리 문제 등등이 있지만…… 그래도 이건 절대로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네다!”
“진정하고, 일단 동무의 자기소개와 경력을 한번 들어보지.”
수령 정환의 냉정한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리자, 최승일과 발끈한 지원자, 30대 초반 정도의 나이를 연구실에서 절반 정도를 보낸 듯한 안경을 쓰고 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젊은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 천생 책상물림처럼 보이는 젊은이의 입이 열리며 긴장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저는 평양 김책 공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해서…… 총서기께서 추진하신 일본 화낙(FANAC) 인재 교환 프로그램에 지원, 합격 후 일본 화낙 본사에서 7년간 연구원으로 일했습네다.”
“아, 기억나는군. 분명히 손정의, 손 마사요시 사장이 보내준 인재들이 그곳 연구소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네. 그곳에서 주로 뭘 연구했나? 아마 손에 들린 그게 그 연구의 성과겠지?”
그제서야 정환은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막 정환이 북조선 산업의 기초를 쌓기 시작한 10여 년 전, 후지쯔에서 화낙을 인수해 손정의의 소프트뱅크에 계열사로 합병하는 걸 도와줬던 것이다.
일본 기업답게 기술 보안에 극도로 폐쇄적이지만 공작기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 그곳에서 경력을 쌓았다면, 지금 저 지원자가 손에 들고 있는 물건도 기대해 볼 만했다.
“산업 컨트롤러와 동작제어용 서보모터(Servo motor)였습네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기술을 배우고 지금 사업에 대한 발상을 얻어 월급을 쪼개 회사를 열고 저기 탑제거리에서 2년간 죽어라 연구와 실험만 거친 끝에 완성한 게 이놈입네다.”
“좋아, 그럼 그 기계는 뭐라고 부르나? 여기 최승일 사장에게 소개해 주게.”
“그…… 사실 제가 발명한 거이 아니라 이미 미군을 비롯한 많은 곳에서 쓰이고 있습네다만……. 이놈은 날개가 4개 달려서 쿼드콥터라고 부르지만 멀티콥터라고도 부르고…… 아니, 이거이 아니라. 가장 넓은 분류를 따지면 영어로 이렇게 부릅네다.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 UAV)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