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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하는 수령동지-211화 (211/350)

경애하는 수령동지 211화

하지만 중국 외교관들 중 한 명은 마지막 신중을 기하는 의미에서 정신을 집중해 머스크의 두서없는 설명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 그거 참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군요.”

“그렇죠! 이해하시는군요!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제 꿈은 스페이스 X를 통해 이루어지는 우주 개발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 친환경 에너지와 교통에도 닿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인류를 더 좋게 하는 모든 분야라고 할 수 있죠!”

“……또 있습니까, 머스크 씨?”

“물론입니다! 들어보십시오. 우선 첫 번째는 제가 로스앤젤레스에서 교통체증을 겪다 생각해낸 건데 아주 거대한 진공관을 만들어서 그 안을 사람을 실은 캡슐로 하여금 쏘아 보내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실현되면 나중에는 인간의 뇌에 전극을 심어서 신경 신호로 하여금 외부 장치를 통솔할 수 있게 만드는 아이디어도 있는데…….”

맞장구를 쳐주자 중국 측에서도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위대한 마스터플랜에 대해 설명을 줄줄 늘어놓는 머스크를 보면서 중국 대사와 외교관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한참 동안 주절주절 열의 어린 설명을 늘어놓던 머스크는 이내 자신의 이마를 탁 치며 정환을 바라보았다.

“……아차, 까먹을 뻔했군. 그리고 여기 김 총서기님이 제 스페이스 X에 투자를 결정하시고 여기 무수단리 발사장을 무료로 쓸 수 있게 허가해 주시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주신 덕에 마침내 올해 안으로 통신용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을 발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선견지명이 있으신 분을 미국도 아니고, 여기 극동아시아에서 뵙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어…… 총서기님. 이자, 아니, 이 사람의 말을 믿고 돈을 투자하신 겁니까? 그러니까, 조선 인민들의 세금으로요?”

“그렇소.”

정환이 태연자약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중국 대사와 외교관들의 얼굴이 또 한 번 변했다.

그 얼굴에 떠오른 표정에서 정환은 다시 하나의 문장을 읽을 수 있었다.

-이 미국인은 미친놈이 확실하다. 이번만큼은 김 총서기도 돈을 버리는 거야. 본국에는 걱정할 필요 없겠다고 전해야겠군.

“앞으로 4달 후 발사할 무수단에서 최종 점검을 마치고 발사할 예정인데 상호 간에 오해가 없도록 이 자리를 빌려 미리 통보하는 바요.”

‘양해를 구한다’거나 ‘이해 바란다’가 아니라 ‘통보’라는 말에 정환은 살짝 힘을 주었지만, 이미 중난하이에 ‘그 미꾸라지 같은 김정환이가 드디어 발을 헛디뎠습니다’라고 보고할 생각에 정신이 팔린 대사는 그저 정신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네, 대국의 우방 조선이 또 한발 나아감에 미리 축하드리는 바입니다. 그럼 오해도 해소되었고 저희는 이만…….”

“살펴 가시오.”

“아, 벌써 가시는 겁니까? 중국도 요즘 고속철도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제가 지금 구상하고 있는 차량 수송 고속 터널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머스크 씨, 당신은 정말로 꿈에 취해 꿈을 먹고 사는 사람이군요. 아무쪼록 그 꿈을 펼치는 데 우리 공화국과 조선로동당이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말할 때 좀 침착하게 말하는 법을 좀 배워야 할 거 같지만, 이라고 정환은 속으로 생각했지만 머스크는 여전히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미소를 활짝 지으며 대답했다.

“총서기님은 별말씀을 다하시는 군요, 솔직히 저도 십몇 년 전까지 공산국가였던 곳에서 우주 개발이라는 아이디어를 이렇게 쉽게 수용하실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게다가 제게 필요하신 모든 걸 제공해 주시다니…….”

“우리 공화국은 작은 국가라 중국이나 미국 같은 큰 국가들과 자본주의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아이디어를 우대하는 수밖에 없어서…… 빠른 시일 내에 평양 정보기술특화 단지에 상주한 스타트업 기업가들을 소개해 주지요. 그들도 머스크 씨와의 만남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겁니다.”

“미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들을 만나는 건 언제나 환영입니다. 게다가…….”

이 말을 하면서 머스크는 몸을 숙이고는 은근히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제가 혹시나 우려하던 로켓 기술의 군사적 전용(轉用)에 대해서도 확답을 주셨으니 저로서는 더 이상 기쁠 수가 없습니다. 남은 기간도 최선을 다해 북한의 우주 개발이 진척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우리 공화국은 군사적 목적의 궤도 진입 발사체를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연구할 계획이 없습니다. 이 점에 대해 의문을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도 지금 무수단에서 개발되는 로켓 역시 공격용 무기, 즉 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을 머스크 씨도 적극적으로 설명해 주기를 바라겠습니다.”

머스크가 뭐라 대답을 하려 할 때 문밖으로 나간 중국 대사의 뒤를 잇듯 누군가가 다시 서기실로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을 보자 머스크는 반색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아, 콤래드(Comrade : 동무) 안토노프! 안 그래도 무수단 비즈니스에 관해 총서기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신가. 근데 그 동무인가 하는 건 좀 집어치우시지? 소련 망한 지 10년도 넘었는데 동무는 무슨 얼어 죽을.”

“어…… 미안합니다. 아! 그리고 이번에 무수단 로켓의 비행역학에 관련해서 주신 조언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제 직원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조언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콤래드 안토노…… 아니, 미스터 안토노프.”

“……그냥 안토노프로 하지. 로켓 아래 하나 되는 미국과 소련이라, 외계 침공 아니면 이뤄질 날이 안 올 줄 알았는데. 하여튼 물주가 같은 사람이니까 잘 지내야겠지.”

미묘하게 비아냥대는 말투의 안토노프가 물주를 입에 올리면서 정환을 슬쩍 바라보자, 정환은 그가 바라는 것을 깨닫고 머스크에게 말했다.

“머스크 씨. 발사 일정에 맞추려면 슬슬 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시겠지만 저와 우리 당 역시 이번 발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실수 없이 준비해 줬으면 하는군요.”

“아! 물론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도 바쁘다 보니 나중에 요청하신 전기자동차 브리핑을 드릴 때나 다시 뵙겠군요. 그럼 또 뵙겠습니다, 콤래드 안토노. 아니, 미스터…… 죄송합니다. 안토노프. 그럼 이만.”

서기실 문이 닫히고 머스크는 기쁜 표정으로 사라졌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시종일관 어딘가 불편한 표정이던 안토노프는 바로 정환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솔직히 말하지. 난 저 양키 맘에 안 들어. 토사구팽하고 버릴 생각이면 적극 찬성이야.”

“그럴 일은 없어. 당신과 다른 방향이기는 하지만 그 역시 세기의 천재거든. 그의 천재성은 앞으로 이 공화국의 미래 산업 선점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야.”

정환이 딱 잘라 말하자 희미하게 뭐라고 툴툴대던 안토노프는 이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다가 그제야 뭔가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렸다.

“그나저나 방금 그 말 정말인가? ‘군사적 목적의 궤도 발사체를 만들지 않겠다’라는 말?”

“물론이지. 머스크는 기본적으로 평화주의자니까. 자기 발명이 인류에게 파멸적인 방향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이 북조선에 결코 오지 않았을걸.”

“그럼 미사일을 안 만든다는 이야기인가? 지난번에 나한테 했던 말은 뭐였어?”

안토노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정환은 손가락으로 서기실의 두꺼운 책상을 톡톡 두드리면서 그의 말을 약간 수정해 주었다.

“표현은 정확하게 해야지. 우리가 머스크에게 만들지 않기로 약속한 건 ‘군사용 목적의 궤도진입 발사체’지 모든 ‘미사일’이 아냐. 미사일은 지구 궤도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아닌 쪽이 훨씬 많지 않나?”

정환의 미묘하게 다른 말에 안토노프의 눈썹이 살짝 위로 치켜 올라갔다.

이런 로켓 병기 체계에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말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한때 무기를 싣고 날아다니는 모든 것을 연구해 본 경험이 있는 안토노프는 그의 말을 금방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지구 궤도 밖으로 나가는…… 탄도 미사일(Ballistic Missile)만 연구하지 않겠다 그 말인가?”

“그렇지. 순항 미사일(Cruise Missile) 같은 건 전혀 언급을 안 했어.”

“그거 순 말장난이지 않나? 서기장 당신이야 그렇게 생각을 해도 머스크인가 머시기인가 하는 작자가 그걸 이해한 거 같지는 않은데…… 나중에 당신한테 이용당했다고 생각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

끝까지 감정이 남았는지 안토노프가 툴툴거리자 정환은 책상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봐, 안토노프 동무. 저 사람이 정말로 그걸 몰랐을까? 저렇게 로켓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최소한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로켓 개발’이라는 건 말장난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끝까지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 이야기는……?”

“그리고, 로켓을 연구하겠다고 정부 기관에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 저 사람이, 왜 몇 년 전부터 이 공화국과 미국을 수시로 들락날락했는데도 연방정부 차원의 제지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미국 정부에서 우리 공화국이 정말로 어떤 미사일이든 가지지 않기를 바랐다면, 그냥 머스크만 출국 금지를 시켜서 우리에게 경고만 날리면 되지 않았을까?”

여기까지 말한 후, 정환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창문 밖을 바라봤다.

여름이 거의 지나간 평양은 마지막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궤도 진입 발사체만큼은 보유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한 게 과연 머스크만을 향한 것이라고 생각하나?”

“…….”

안토노프까지 입을 다물자 서기실에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안토노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 반 비웃음 반을 섞어 중얼거렸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거군.”

“모두가 다 그렇지.”

머스크도 나를, 나도 머스크를, 미국도 이 공화국을, 이 공화국도 미국을 말이야, 하고 정환은 속으로 생각했다.

“하여간에 곧 있을 발사가 성공하기만을 빌어야지. 순항 미사일이건 탄도 미사일이건, 민간용이건 군용이건 앞으로 우리 공화국에 꼭 필요한 물건이 실려 있으니 말이야.”

4개월 후, 함경북도 무수단리 로켓 발사장에서 길고 하얀 기둥 같은 물체의 뒤꽁무니에서 굉음과 함께 불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높이 35m, 무게 45,000㎏의 이 로켓의 이름은 차후 영어권 매체들에는 ’폴라리스(Polaris) - 1’이라는 이름으로 보도되었지만, 로켓의 외피에도 쓰여 있듯이, 정식명칭은 따로 있었다.

-총서기님, 이 무수단 로켓, 이름을 뭘로 하시겠습니까?

-북극성(Polaris), ‘북극성 1호’로 하지. 앞으로 우리 공화국의 로켓들은 이 북극성을 기초로 하게 될 걸세.

-북극성이라, 고대의 선원들도 북극성을 보고 항로를 잡았죠. 좋은 이름이군요.

-원래는 안 좋은 이름이었소. 그러니까 내가 좋게 만들어보려고.

-……?

정환이 살던 원 역사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대에 전혀 다른 용도로 존재했던 이름이었지만, 하여간에 북극성 1호 로켓은 성공적으로 지구 중력을 벗어나 정지궤도에 탑재물을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혹시라도(고확률로 발생할) 있을 실패를 대비해서 생중계는 물론, 발사 사실조차 몰랐던 북조선 대부분의 인민들은 그때서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첫 인공위성을 보유하게 되었음을 조선중앙방송의 뉴스특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인민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순수 우리 공화국 기술로 만든 인공위성 ‘백두산 1호’가 역시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 북극성 1호에 실려 현재 궤도 상에서 원활하게 관제소와의 교신에 성공하고 임무 수행을 시작했음을 방금 전에 확인했습네다!

-무게 300㎏, 솔라 원 제 태양열 전지판을 탑재한 백두산 1호는 앞으로 7년 동안 위성통신, 기상 관측, 공공목적 통신에 활용될 예정이며 발사를 성공시킨 당 서기실 직속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차후 재활용 로켓 기술을 더욱 힘 있게 연구, 2020년까지 300여 개의 인공위성을 더 발사하여 차후 우주 공간 탐사를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령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하였습네다.

이 뉴스를 들은 전 세계 국가들은 경악했는데, 첫 위성 발사는 93년으로 북조선보다 한참 이르지만 미국과 프랑스의 발사체 기술을 빌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대한민국의 경악은 훨씬 더 했다.

그리고 그중 군사적 식견이 있는 자들은 ‘공공목적 통신’이란 ‘순항 미사일 궤도 중계 및 오차 수정’을 돌려 표현할 걸 수도 있음을 깨닫고 이를 대중에 알렸지만,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글쎄요, 군사용 항법위성은 하나 가지고는 별 쓸모가 없고 최소 6대 이상이 있어야 위력을 발휘하는데 우주 개척에 있어서 최선진국인 미국도 냉전이 끝난 후로 NASA 예산을 조금씩 줄이는 요즘 시국에…… 아직 중진국인 북한이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 로켓 발사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탄도 미사일 개발을 위한 포석이라고 보기에는 미국, 특히 중국이 너무 조용한데……. 그 말인즉슨 이미 미중 양국에 군사 목적이 아니라는 이해를 구했다는 이야기고, 무엇보다 지금의 북한은 나라 경제 사정에도 안 맞는 탄도 미사일을 개발해서 막대한 외교 리스크를 초래하는 미치광이 국가가 결코 아니에요. 김정환 총서기가 매우 이성적인 국가지도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마 내부적인 체제선전과 자국 IT 기술 발전이라는 목적을 겸해서 이벤트성으로 쏘아 올렸을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겠습니까?

물론, 현재 스페이스 X라는 기업이 미래에 어떤 혁신을 가져올지 확신하고 있는 사람은, 한국은 물론이고 미중 양국 국민, 심지어 일론 머스크 본인도 아닌, 조선로동당 총서기 김정환 단 한 사람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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