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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하는 수령동지-162화 (162/350)

경애하는 수령동지 162화

4달 전 어느 야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근처 모종의 위치에 소재한 비행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다지 큰 규모의 화재가 아니라 불은 금방 잡혔고 인명피해도 전무 했다.

진짜 문제는, 화재를 진화하느라 난리법석을 피우는 사이 보안 구역에서 엄중한 감시 아래에 관리되던 극비자료와 플로피 디스켓 상당수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것이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었지만, 그 비행장은 F16의 개발사 록히드 마틴과 그곳에 항공기 엔진을 납품하는 제너럴 일렉트릭 소속 엔지니어들의 시험비행장이었다.

또한, 화재 직후 처우에 불만이 많고 외부인과 자주 접촉한다는 소문이 돌던 유대계 엔진 기술자들 몇 명이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미 공군 수사국과 FBI는 퇴직한 기술자들을 심문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함께 사업을 하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두었을 뿐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만난 사람은 사업 투자를 받기 위해 만난 월스트리트의 은행원일 뿐이라고도.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변명이었지만, 상부에서 알 수 없는 압력이 내려온 FBI는 결국 단순 화재로 결론을 내리고 거기서 수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 * *

‘사실 나는 은행원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외교관이지.’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아사프 라몬은 임무를 완수한 대가로 포상금을 받고 싱글벙글해서 돌아가는 전직 록히드 마틴 엔지니어들을 배웅하며 그렇게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지금 자신이 조국의 명령으로 이 미국 땅에서 한 짓은 빼도 박도 못하는 산업 스파이 행위, 그것도 우방국을 대상으로 한 산업 스파이 행위였지만, 그는 스스로를 스파이가 아니라 외교관이라고 자부했다.

이스라엘 대사관에서의 그의 정식 직위는 국방무관, 한 마디로 공인된 스파이였다,

당연히 그 악명 높은 이스라엘의 첩보기관, 모사드(Mossad)와도 자주 접촉했으며, 이번 공작도 그들과의 공조 하에 벌인 것이다.

그리고 그 협력의 성과물인 미국, 아니 전 세계 항공기 기술의 최첨단이라고 해야 할 정보가 담긴 플로피 디스켓과 서류들은 지금 그의 가방 안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아무리 최우방국 이스라엘이라도 미국 군사기술 중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군용 항공기 제작기술에 손을 대는 건 벌집을 건드리는 것이었지만, 그는 태연했다.

아니 사실 워싱턴 정가에 유대계 자금이 얼마나 뿌려져 있는지, 그리고 미국에서 이스라엘의 로비가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가졌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것도 요즘 들어 좀 시들해지는 감이 있지만 말이지.’

부시가 재선에 성공한 이래로, 아니 정확히 말하면 PLO 수장 야세르 아라파트와의 협상이 파탄 난 이후로 이스라엘 정치인들은 외교력의 ‘분산투자’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내 온건파였던 PLO가 힘을 잃으면서 하마스로 대표되는 강경파들의 투쟁은 점점 더 격화되어가고, 날이 갈수록 이스라엘 군경들이 다치는(물론 팔레스타인인들의 사상자는 그 수의 열 배가 넘었지만)일이 늘어나서였다.

그중에서도 베냐민 네타냐후를 중심으로 한 우파 정치인들은 점점 중동에서 군사적으로 거리를 두는 데다, 이슬람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미국이 아닌 중국과의 관계에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보다 이스라엘과 지리적으로 훨씬 거리도 가깝고 이슬람 근본주의 그리고 소수민족의 독립 사례가 생기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니, 한 번 외교 관계를 개선해서 군사동맹까지 맺어 볼 만하다는 것이다.

원래 이스라엘은 인구 천만 이하의 소국이다.

주변 중동 국가들이 대부분 병사 수만 많고 전술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낙후된 나라라 총합 국방력에서 우위를 점하지만, 선진국 중에서도 아직까지 징병제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보병 숫자가 적다.

그런 면에서 남아도는 게 머릿수인 중국 인민해방군을 이용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적국들로 하여금 제2의 전선을 형성해 최종적으로 이스라엘에 가해지는 군사적 부담을 줄이자는 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논리였다.

그렇게 하면 당장 여자까지 군대에 끌어가야 하는 이놈의 징병제도, 젊은이들의 징병 기피 현상도 조금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면 이스라엘 여자들이 좀 덜 드세질지도 모르고 말이야! 가나안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자들은 집에서 애나 봐야지 웬 군대? 이러니 다들 현지처를 만드는 거야.’

당장 아사프 라몬 본인부터 이 미국 대사관 파견 근무 중 아내 몰래 애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빠르게 가까워지는 중국-이스라엘 관계를 반영하듯, 그 상대는 아름다운 20대 중국계 미국인 여의사였다.

몇 달간 공을 들이던 공작도 방금 무사히 해결되었으니, 오늘 밤은 그녀의 아파트에서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동양인 특유의 작지만 단단한 몸매 그리고 뛰어난 잠자리 기술을 생각하자 아사프 라몬은 벌써부터 아랫도리가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본토나 외국이나 중국 여자들은 백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니까. 그리고 우리 유대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백인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인종 아니겠어? 전 세계를 지배하는 건 미국이지만, 그 미국을 지배하는 건 바로 우리 유대인들이라고.’

가방에 들어있는 최신 항공기 기술 자료에 대해서는 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 대사관 내에서는 법적으로 이스라엘 영토고, 그는 어딜 가든 그 가방을 가지고 다니며 설령 미국 공권력이 가방을 열어볼 것을 요구해도 이스라엘 외교관 신분증이면 그는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유대인으로 태어난 건 야훼의 축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 그 조국을 위해 뭐든지 하는 건 당연한 거지, 라고 그는 생각했다.

* * *

‘사실 나는 미국 의사가 아니야. 미국 의사 면허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지.’

미국 이름 레이첼 렁, 본명 렁춘옌(梁春燕)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곤히 잠든 이스라엘 국방무관, 아사프 라몬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 전 침대에서 신나게 힘을 썼고, 그녀가 커피에 타서 먹인 미약한 신경안정제 성분도 있고 하니 아주 깊이 잠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일어날 때쯤이면, 그의 가방 속에 있던 서류와 플로피 디스켓의 자료는 고스란히 복사되어 그녀의 손에, 정확히는 그녀의 물주인 중국 첩보기관 국가안전부(國家安全部)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신에게 선택받은 나라니,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에 유대인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느냐니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그동안 진짜 고역이었어. 하지만 그 짓도 이제는 끝이야!’

자고 있는 아사프는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지만, 렁춘옌은 사실 미국과 중국 대학병원의 교환 인재 프로그램에 의해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말하자면 반쯤 유학생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에 퍼져있는 수많은 중국인 유학생들처럼 그녀 역시 국가안전부의 사주를 받은 스파이였고 그 목적은 당연히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의 첨단 기술탈취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적성 국가였던 탓에 비교적 쉽게 미국의 핵심기술을 탈취할 수 있는 이스라엘을 한 다리 끼었지만, 혹시라도 스파이 행위가 탄로 날 경우 책임을 이스라엘에 덮어씌우기 위한 것도 있었다.

중국 공산당에게는 분한 사실이지만 아직은 미국 수뇌부와 정책 결정권자들이 더 두려워하는 상대는 대국 중국이 아니라 소국 이스라엘이니까.

그리고 미국이 아닌 이스라엘의 분노는 중국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몇 가지 지정학적인 이유와 인구수로 인해서 이스라엘은 당분간 중국과 우호 관계를 맺어야 하고, 중국이 먼저 선을 심하게 넘지 않는 이상 웬만한 건 그냥 참고 넘기려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복잡한 국제역학관계는 지금 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아사프를 보면서 심란한 고민에 빠져있는 렁춘옌에게는 그다지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언제까지 당에서 가라는 곳으로 가고 자라는 남자와 자야 하는 걸까? 이 모든 걸 끝내고 고향에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릴 날이 오기는 할까?’

물론 렁춘옌도 맨입으로 당과 국안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당에서 미국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될 기회를 조건으로 제시할 때부터 이런 일을 수행해야 할 거라고 예감하기는 했다.

13억 중국 인민들 중 대부분은 아직 자기 거주 성(省) 밖으로는 나가지도 못하는데 해외 유학 허가를 받고 인민의 세금으로 공부할 기회를 잡은 것만 해도 일생에 두 번 다시 없을 행운이 아닌가.

중국에서 개인의 존재는 당과 국가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니까.

중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그녀 같은 사람은 국안부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으면서 사생활도 감시당해야 했다.

당장 연애나 결혼 상대도 역공작을 걸어올 위험성이 있는 외국인이거나 해외에 오래 체류한 사람이면 아웃이었다.

‘외국인이라면 이제는 내 쪽에서 사양이기는 하지만. 역시 짚신은 짚신끼리 만나야 해.’

(이제 중국 내에서는 불편한 이름이 되었지만) 덩샤오핑 동지의 개방 이후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온 외국, 특히 미국 문화의 영향으로 중국 여자들은 백인 남성에게 사족을 못 쓴다는 편견은 상당 부분 사실이었지만, 정작 렁춘옌은 이제 백인과의 연애가 지긋지긋했다.

미국에서 아시아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백인 남성들의 8할은 자신을 진지한 연애 대상이나 최소한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해 주는 것이 아닌, 순종적인 하룻밤 파트너 정도로 본다는 것을 수년에 걸쳐 직접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도 순수한 목적으로 접근한 게 아니니만큼 얻을 것을 얻어냈지만, 최소한 결혼 정도는 정말로 마음을 열 수 있는 모국 사람과 하고 싶다는 게 렁춘옌의 작은 소망이었다.

그리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얼마 전에 이 미국에서 그런 상대를 찾아냈다.

심지어 국안부에서도 뭐라고 하지 못할 만큼 중국에서 태어나, 철저하게 중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이 미국으로 온 연하의 중국인 남성이었다.

이런 날이라 더더욱 그가 보고 싶어진 렁춘옌은 곤히 자고 있는 유대인을 내버려 두고 타지에서 만난 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랑(娘), 나예요. 내일쯤 시간이 났는데 내 아파트에서 뭐라도 같이 먹는 게 어때요? 당신 고향인 길림성 칭쩡바이위(清蒸白鱼) 재료를 어렵게 구했어요. 보고 싶어요.”

* * *

‘사실 나는 중국인이 아니거든. 후커우(户口:호적)는 그렇게 되어 있지만 말이지.’

오밤중에 걸려온 렁춘옌의 전화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줌으로써 연인의 도리를 다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외정찰총국 갑1급 정보원 류명국은 그렇게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는 길림성 연변자치구에서 태어난 조선족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조선말과 중국 한어를 동시에 배우면서 자라났다.

사실 그 같은 경우가 별로 드물지도 않은 게, 연변 자치구의 조선족들은 자기 형편과 때에 맞게 중국과 조선 사이에서 살아갔으며 최근 들어 중국이 경제 제재를 당하면서 수많은 조선족이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경제성장을 이룬 북조선으로 일자리를 찾아 입국했다.

류명국의 부모도 그중 한 명이었으며 그렇게 조선에서 돈을 벌어 연변으로 돌아온 조선족들은 그 자본으로 지역에서 가게를 열어 나름 지역 유지 행세를 하면서 살아갔다.

그러다 보니 원래 중국 내에서도 유독 가난한 지역이던 길림성 일대 경제권은 조선족들의 입김이 강해지기 시작했고, 북조선 정부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명목상으로는 ‘조중 간 가교가 될 미래 대들보 육성’이라며 연변에 학교도 만들어주고 그중에 싹수가 보이는 놈은 김대 입학 자격도 주고 했지만, 개중 몇은 일부러 중국 국적을 유지시키면서 중국에서 뿌리를 내리는 것을 장려했는데, 그 목적이 바로 이것이었다.

당장 류명국만해도 이제 겨우 20대 초반이었지만, 무려 고등학교 때부터 북조선 대외정찰총국의 잠재 공작원 육성프로그램의 대상이 되어 미국 유학까지 왔으니까.

빠른 두뇌 회전과 언어를 포함해 중국 사회에 잘 동화되었다는 점, 그리고 여자들이 껌벅 죽는 잘생긴 외모를 눈여겨본 덕분이었다.

‘나도 딱히 애국심이 있던 건 아니고…….’

일반적으로 조선족들은 중국에서 살아가면서도 조선 민족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딸내미가 한족 남자를 데려오면 거품을 무는 부류와 대국 중국과 소국 조선 중 대국 인민이 되는 게 더 낫다고 공언하는 부류가 있었지만, 류명국은 둘 중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가 중국이 아니라 조선 대외정찰총국을 위해 일하기로 결심한 것은 그냥 조선 쪽이 돈을 더 잘 주기 때문이었다.

‘떼놈들은 입만 열면 대국 타령하는 주제에, 돈 쓰는 건 더럽게 인색하단 말이지.’

중국과 조선의 공통점은, 높으신 분들이 겉으로는 이념이니, 애국이니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돈이 최고라는 점이었다.

돈만 있으면 조선족이든, 한족이든, 째포든 간에 어디서든 행세하고 다닐 수 있었다.

그에게 돈을 주는 북조선 정찰총국의 높으신 분은 돈보다 렁춘옌이 가지고 올 디스켓에 담긴 정보를 더 쳐주는 듯 하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건 그 사실은 류명국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는 그저 남의 돈으로 미국에서 유학할 수 있었고, ‘조국’이 자신의 ‘애국심‘에 제대로 값을 매겨준다는 점이 중요할 뿐이었다.

내일 렁춘옌의 아파트에 가게 되면, 그는 그녀를 잘 구슬려 잠자리를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완전히 방심한 채로 깊이 잠들면, 그녀가 이스라엘인에게 한 일과 똑같은 일을 해서 주미 북조선 대사관으로 우편 하나 보내면 그걸로 끝이었다.

류명국은 일한 만큼 보상받는 나라에 태어난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 *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런 거군. 이스라엘은 미국에서 훔치고, 중국은 이스라엘에서 훔치고, 이 북조선이 다시 중국에서 훔쳤다?”

“그렇지.”

긴 설명이 끝나자 듣는 내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안토노프의 요약에 정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안토노프는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뭐랄까…… 요지경 세상이로군.”

“원래 국제외교라는 게 그런 법이지, 안토노프 동지. 하여튼 이 자료면 그쪽이 제기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능하겠지?”

배경 설명을 끝내고 이게 정말로 중요하다는 듯 물어보는 정환에게 안토노프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이 정도로 상세한 데이터면 여기 기술 수준으로도 충분히 역설계가 가능할 거야. KGB 동무들이랑 미국 기술 해부 자주 해본 우리가 있으니 어쩌면 더욱 뛰어난 걸 만들 수 있겠군. 기대하라고, 총서기 동지.”

“다행이군. 앞으로도 장애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게. 안토노프 동무가 하는 일은 이 조선의 기술 자력갱생이 달린 과업이니만큼, 최대한 빠르게 치워주도록 하지.”

“말만 들어도 고맙군. 우리 소비에트 지도자들도이 당신 하는 거의 반만 기술자들을 챙겨줬어도 아직 거기 남아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당신 같은 지도자를 만난 이 북조선은 참 복 받은 나라야.”

몇 달 동안 머리를 썩히던 문제가 드디어 해결되자 좀처럼 입에 발린 소리를 하지 않는 안토노프도 기분이 나아졌는지 칭찬을 입에 담았다.

하지만 정작 그 대상인 정환은 내심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북조선인이 아니다. 내 성도 사실 김 씨가 아니라 이 씨지. 나는 20년쯤 후의 미래에서 시간을 거슬러 돌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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