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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하는 수령동지-149화 (149/350)

경애하는 수령동지 149화

그리고 빌 게이츠의 평양 방문과 김일성 대학교 강연이 성사된 건 그 간단한 웹메일이 보내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윈도우의 출시로 미국에서 가장 젊은 억만장자 중 한 명이자, 결혼식에 몰려드는 기자들을 막기 위해 호텔을 통째로 빌려야 했을 정도로 유명인인 빌 게이츠의 빡빡한 일정이 바뀐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우선 첫 번째는 북한의 국영투자회사인 피오니 홀딩스가 마이크로 소프트에 수억 달러의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빌 게이츠 본인의 흥미였다.

여태까지 ‘폐쇄적이고 배타적이었으나 동구권 붕괴 후 구공산권 나라 중 경제성장이 좀 빠른 나라’ 정도로만 알았던 북한 지도자의 요청에 빌이 태평양을 건널 정도로 흥미를 느낀 이유는, 바로 정환이 보낸 웹메일의 내용에 있었다.

파격적인 개혁개방과 아시아 최대 유전 채굴로 인하여 부국으로 발돋움할 기반을 만든 나라의 젊은 지도자가 미국 IT업계의 왕자에게 보낸 내용치고는 좀 짧았지만, 게이츠의 흥미를 자극하기는 충분했다.

[게이츠 사장님께,

귀사의 역사는 이 공화국에 도입된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역사만큼이나 짧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전례를 찾기 힘든 혁신을 보여주셨습니다.

현재 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평범한 가정의 차고에서 태어날 (혹은 이미 태어나고 있을) 제2의 마이크로소프트, 제2의 빌 게이츠를 위하여 게이츠 사장님을 김일성대학교에 모시고자 합니다.

또한 저희 나라의 가장 똑똑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당원들에게도 다가올 21세기에서 조선로동당이 살아남기 위하여 필요한 지혜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귀사의 발전과 번창을 기원하며.

조선로동당 총서기 김정환]

“차고라고요? 제가 아는 노쓰 코리아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을 생각해보면 차고는 고사하고 집에 수세식 화장실은 있을까 의문인데요.”

“…….”

“사장님?”

“전용기 조종사에게 비행일정 변경하라고 일러. 이 사람을 한번 만나봐야겠어.”

비서의 이런 비아냥에도 빌은 이 김정환이라는 사람의 초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 차고라는 표현이 진짜 차고라는 뜻이 아닌, 언제나 자신이 절감하던 IT 시장의 예측 불가능함을 정확히 빗댄 말임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당장 자신부터 그런 차고에서 시작해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를 일으킨 사람 아닌가.

‘항상 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던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정확히 짚어냈다. 이 김정환이라는 친구가 누군지는 몰라도 미래에 친구 아니면 경쟁자가 되겠군.’

거기다 강연이라, 자기들이 나서서 배우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빌이 이제까지 (냉전 시절 미국인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던) 서방세계에 대해 권위적이고 노회한 동구권 지도자에 대한 편견과는 달리 신선한 요청이었다.

그리하여 그로부터 약 1달 후, 빌 게이츠는 막 확장공사와 새 단장을 마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 * *

“평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빌 게이츠 사장 선생. 명성은 많이 들었습네다. 저는 정치국 상임위원장 김영남이라고 합네다.”

“저 역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 위원장님. 그런데 오늘 오시기로 한 분은…….”

공항에 내려 정중한 환대를 받으며 게이츠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강연 장소였던 평양 김일성대학교였다.

그가 대기실에 도착하자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통역원에게서 김영남이 사실상 북조선에서 부통령, 이인자에 가까운 지위라는 걸 전해 들은 게이츠는 예의를 차리면서도 자신이 여기 온 목적을 잊지 않았다.

“아, 총서기 동지는 잠시 학생들의 얼굴을 직접 보고 싶다고 하셔서 이미 강당에 나가 계십니다. 이곳은 그분 모교이기도 해서 말입네다. 게이츠 선생도 그곳으로 오라고 하셨으니 저와 함께 가시지요, 허허.”

“흐음.”

게이츠는 좀 의외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이제 옛날이야기이고 아무리 모교라고 해도 보통의 국가 원수, 그것도 공산국가 원수가 이렇게 학생들과 격의 없이 섞여 돌아다니던가?

게다가 그가 듣기로 김정환은 자기 아버지와 이복형을 몰아내고 자리를 차지했다고 들었는데, 그럼 그만큼 정적이나 암살시도도 많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경호원들의 벽에 둘러싸여 다가오는 모든 사람을 몸수색하는 편집증 걸린 인물일 수도 있겠다고 예상했는데, 확실히 게이츠가 일전 뉴욕 타임즈 국제란에서 본 것처럼 전대 지도자들과는 파격적으로 다른 인물인 듯했다.

“일정상 정식 접견은 당사에서 하기로 한 걸로 알지만, 저야 일찍 만날수록 좋지요. 가실까요?”

김영남이 승낙하자 빌 게이츠는 수행원들과 함께 대기실을 나와 김일성 대학교 교내 부지를 쭉 가로질러 강연 장소인 대강당 연단으로 향했다.

강연 시작까지 30분 전, 수행원들이 총서기에게 그의 도착을 알리러 간 사이 빌은 슬쩍 무대 구석에서 고개를 내밀고 자신이 강연할 무대와 주변 학생들을 휘휘 둘러보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사장으로서 세계 곳곳을 다녀본 그였고 근 몇 년간 강연이나 인터뷰, 그를 숭배하거나 두려워하는 대중들의 시선도 이골이 나게 겪은 빌 게이츠였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무시무시한 소비에트 연방보다도 더 폐쇄적이고 고루한 나라라고 알려졌던 북조선의 대학생들이 ‘미제 기업가’인 자신의 방문을 과연 어떻게 볼까 하는 순수한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그는 예상외의 현상 몇 가지를 발견하고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놀랍군…….”

우선 그를 놀라게 한 첫 번째는 빈자리 하나 없이 대강당 전체에 빼곡히 앉아 있는 김일성대 대학생들의 열의였다.

아직 시작시간은 좀 남았는데 김일성 대학교 학생들의 얼굴에서는 벌써부터 숨길 수 없는 호기심과 열기가 짙게 느껴졌던 것이다.

개중에 눈 좋은 몇몇은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입을 쩍 벌리는 경우도 있었다.

연단 주변을 둘러싼 특별경호국 요원들 때문인지 빌 본인을 알아보고도 환호성을 지르거나 박수를 친다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마치 락스타를 만난 팬 같은 표정이었다.

고국인 미국에서조차 아직도 그에 대해 ‘무슨 창문(Window)을 팔아서 부자가 된 젊은이’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걸 생각해 보면 분명 의외의 반응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모든 학생들의 손에 들린 랩탑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온다고 선전용으로 들려준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학생들 하나하나가 너무 익숙하면서도 소중하게 랩탑을 품에 안고 있었다.

‘나라에서 줬나 보군. 정확히는 그 김정환이라는 친구가. 확실히 그 꽉 막힌 CIA 출신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보다는 미래 기술을 알아보는 선구안이 있다는 건 인정해야겠는데.’

백악관에 초청되어 브리핑을 했을 때도 영 못 알아듣는 눈치였던 조지 부시를 떠올리며 빌은 내심 입맛을 다셨다.

자신도 다가올 미래를 위해 미국 전역의 모든 고등학교에 컴퓨터실을 설치하고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자고 주장했지만, ‘그럴 예산은 없다’라는 말만 듣고 말았던 것이다.

심지어 그 소식을 들은 언론에서는 ‘실리콘 밸리의 악마, 전국 모든 학교에 윈도우를 설치한 컴퓨터를 정부 예산으로 구매하자고 주장’ 같은 식으로 호도해서 보도하기까지 했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앞으로 3년 안에 인터넷 벤처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나스닥의 시가총액이 기존 뉴욕 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을지도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오는 판에 아직도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관료들은 머리가 굳어 있는 것이다.

“이래서 내가 클린턴을 찍은 건데.”

“흠, 방금 그건 못 들은 걸로 해드리겠습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빌 게이츠가 고개를 돌리자 그 자리에는 자신보다 몇 살쯤 어려 보이는 아시아계 청년이 서 있었다.

그가 자신이 오늘 평양을 방문한 이유, 조선로동당 총서기 김정환이라는 것을 깨닫고 빌 게이츠는 급히 인사를 건넸다.

“아, 여기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

“총서기라 부르시면 됩니다. 저도 그냥 게이츠 사장님이라 부르죠, 저희 김일성 대학교를 둘러보신 소감은 어떠십니까?”

격의 없이 친구끼리 대화하듯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건네는 정환의 어투에 빌은 오히려 빠르게 당황을 수습했다.

쓸데없이 기자들을 모아 플래시 터뜨리고 야단법석 떠는 것보다는 그도 이렇게 어두운 무대 뒤에서 단둘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쪽이 훨씬 편했다.

“요즘 제가 독과점 문제로 제 고향 미국에서도 그다지 좋은 소리 못 듣는데, 지구 반대편에서 이런 환대를 받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놀랍군요.”

“원래 자본주의 사회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먼저 뛰어든 사람이 부를 일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저기 모여 있는 제 후배들 중에서 게이츠 사장님 같은 분이 또 나와서 미래 인터넷 판도를 바꿀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흠, 그럼 오늘 강연은 괜히 나왔군요. 실리콘 밸리의 독과점 마왕으로서 최대한 빨리 경쟁자 죽이기에 착수해야 되는데 말입니다. 아니면 인수해 버리던가요, 하하.”

빌 게이츠는 농담 삼아서 조크를 던졌지만 김정환이 그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의 눈빛을 본 게이츠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부터 이 무대 뒤에서 할 이야기를 위해 김정환이 그를 이곳으로 불렀고, 당사에서는 사진이나 찍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 나오신 김에 실행에 옮기시면 어떻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해서 선점하시는 거죠. 물론 인수를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저와 같이 투자해 보시라는 겁니다. 적이 아니라면 친구가 되는 편이 나을 테니까요.”

“저보고 워렌 버핏처럼 전문적인 투자에 뛰어들어 보라는 말씀입니까? 저는 지금도 충분히 부자입니다.”

게이츠가 반문하자 정환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돈 문제 때문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미래를 더 빨리 오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사람이 손바닥만 한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미래, 원하는 영화를 말하는 TV에 주문해서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미래, 종이로 된 지폐가 아니라 전자 암호로 된 화폐가 동네 편의점에서 쓰이는 미래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보시죠.”

여기까지 들은 빌 게이츠는 결심했다.

최소한 이 친구는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보다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군.

사실 이 제안이 아니더라도 그는 이미 전문적인 투자에 관심이 있기도 했다.

“저희 국영투자회사인 피오니 홀딩스에서 펀드를 하나 조성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석유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 이걸 쓸 데를 찾다가 손 마사요시 사장의 조언을 받아 결정을 내렸습니다. 미래 정보통신 기술에 투자하기로 말입니다.”

“손 사장도 함께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분 외에도 조지 소로스 씨처럼 몇몇 저명하신 투자자분이 함께 이 IT 테마 펀드에 투자하시기로 결정했습니다. 펀드의 모집목표 액수는 약 300억 달러입니다.”

“300억 달러……!!!”

게이츠는 입을 쩍 벌렸다.

아무리 그라도 거의 들어보지 못한 금액이었다.

“물론 저희 공화국에서 가장 큰 액수를 출자할 겁니다. 제가 그냥 중동 왕족 놀이 하고 싶었으면 이 땅에서 캐낸 석유로 인민들 식의주를 해결해 주고 저는 요트 타고 놀았겠죠. 하지만 저는 그 대신에 미래를 보기로 결정했거든요.”

“…….”

“이 펀드의 이름은 ‘비전(Vision)’ 펀드입니다. 이 공화국과 나아가 전 세계의 미래가 걸려 있는 펀드니까요. 어떻습니까, 게이츠 사장님. 지금도 차고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미래 경쟁자들의 대주주가 되어보시는 건?”

정환은 그렇게 말하며 아직 어린 나이일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한 명에게 미안하다고 속으로 사과했다.

이름 훔쳐가서 미안하게 됐어.

“……IT 시장은 지금 과열하고 있습니다. 벤처라는 이름만 달고 기술에 대한 이해도 없는 멍청이들이 창업을 하는 경우도 많죠. 아마 머지않아 한 번 태풍이 불 텐데, 워렌 버핏이 기술주에 투자 안 하는 이유도 그런 거품 때문입니다.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몇 년간 정보통신기술에 투자하는 주식 시장이 크게 달아오를 것이고, 몇 번 부침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인터넷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데 저와 손 사장은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지금 큰돈을 들여 공화국 전역에 초고속 광통신망 케이블을 까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내실을 다지려면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 자만 살아남는 홍역을 치르는 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그건 동의합니다만, 그래도…….”

“새 시대의 판도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다음 반백 년을 통제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아, 그리고 개인적인 목적을 하나만 더 하자면…….”

게이츠가 여전히 망설이는 것 같자, 정환은 마지막으로 그의 등을 떠밀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저희는 이미 애플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300억 달러면 스티브 잡스가 다시 애플에 돌아오더라도 게이츠 사장님 명령을 들어야 할 겁니다.”

“……그거 마음에 드는군요.”

자신과 스티브 잡스의 애증 관계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정환이 눈을 찡긋하자 빌은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했다.

“저는 그 친구에게 명령을 하거나 간섭할 생각은 없지만, 열 받아 하는 얼굴은 꼭 보고 싶거든요. 그러자면 애플 경영자 자리에 그 친구가 다시 돌아와야 하겠지만.”

“하하, 이 펀드에 투자하시면 물론 그것도 이루실 수 있습니다. 그러시다면…….”

“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아직 계약서에 서명을 하거나 공개적으로 발표를 한 건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정환은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거래가 끝나자 정환은 손을 들어 무대를 가리켰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그럼 가실까요?”

게이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수를 받으며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갔다.

총장의 목소리가 대강당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렸지만 대학생들의 흥분을 대변해 주는 박수 소리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그럼 학생 동무들, 저 멀리 미국에서 이 평양까지 와주신 빌 게이츠 씨를 박수로 환영해 주기 바라오. 평양에 오신 걸 환영합네다, 빌 게이츠 사장 선생.”

짝짝짝짝……!!!!

박수가 쏟아지면서 김일성대학교 대강당의 무대 조명이 빌 게이츠를 비추었다.

무대 뒤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가 천천히 걸어 나온 빌 게이츠는 김일성 대학교 총장과 간단한 악수를 나누고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러분.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이 자리에 오는 것을 망설였습니다. 그동안 미국과 북조선 간 양국 간 있었던 수십 년간의 적대관계 때문이기도 하고, 이런 컴퓨터도 몇 대 없는 아시아 변방의 나라에서 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할 일이 뭐가 있겠느냐 하는…… 음 뭐랄까 그러니까…….”

여기까지 말하고 빌 게이츠는 여전히 어두운 무대 뒤편에서 그를 바라보는 정환에게 시선을 주며 눈을 찡긋했다.

“……‘노동자의 적 자본주의 미제 부르주아지’의 특유의 거만함 때문이기도 했는데, 여기 와서 여러분의 환대를 받으니 그런 생각이 싹 날아가는군요. 그런 저를 일깨워 주신 여러분들의 지도자이자 선배, 김정환 총서기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짝짝짝짝……!!!

저 양반, 대체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도 정환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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