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하는 수령동지 146화
상하이는 수천 년의 고도(古都) 장안(시안), 수백 년의 도읍 베이징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젊은 도시였다.
그걸 증명하듯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상하이의 시내에는 북경과는 차별화된 경제적 활기와 역동이 살아나고 있음을 상공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경제제재 후 5년, 덩샤오핑 실각 후 2년.
이미 세계은행은 발을 뺐고 미국만이 아직 외교노선 향방을 결정하지 못해 날이 갈수록 약해지는 대중 경제제재의 실태였다.
그리고 마치 자신들은 끄떡도 안 한다는 무언의 시위를 하듯, 장쩌민과 중국 환영단이 조중 회동 식장을 준비한 곳 역시 상하이 번영의 최일선을 달리는 푸동신구(浦东新区)였다.
정환과 북조선 방문단에 대한 중국의 호의를 방증하듯 도로 몇 개가 그대로 통제되었다.
시내 거리에는 중국어와 조선어로 환영의 뜻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나부꼈고 공항부터 환영식장까지는 삼엄한 경비가 준비되었다.
방탄 리무진을 타고 그 도로들을 지나 시정부가 위치한 황푸구(黄浦区)의 환영식장에서 정환은 만면에 미소를 짓는 장쩌민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악수를 나누었다.
“어서 오시오, 김 총서기. 1년 만이구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장 서기님. 상하이는 볼 때마다 발전하는 거 같습니다.”
“하하, 요즘 평양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소. 지난번에는 김 총서기와 몇몇 수행원만 왔지만 이번에는 조선로동당의 다른 동지들도 자리를 함께 해주어 손님을 접대하는 주인으로서 반갑기 그지없구려. 한 사람이 안 보이는 거 같지만, 아마 몸이 안 좋거나 한 모양이오?”
‘이미 다 들어 뻔히 알고 있을 텐데 의뭉스럽기는. 역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모양이군.’
장쩌민의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인자한 웃음 속에 숨겨진 칼에 정환을 제외한 김용건, 김영남 , 최승일 등 당 간부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장쩌민이 후계문제에 관련되어 숙청된 장성택을 언급하고 있음을 모두 눈치 챈 탓이었다.
하지만 정작 질문의 대상이었던 정환은 태연하게 응수했다.
“제게 잠시 휴직을 청해서 당에서 물러나 있게 했습니다. 자녀문제라더군요.”
‘거짓말은 아니니까.’
“아, 그거라면 이해가 가고도 남는군. 중국에서도 아들이든 딸이든 자식은 하나밖에 둘 수 없는 귀중한 보물 아니겠소?”
장쩌민 역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질문을 거둬들이자 방중단에 속한 당 간부들은 일제히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자, 이제 그럼 다른 사람들 기다리게 하지 말고 일정을 진행하도록 합시다. 나도 이 상하이 지역당에서 지낸 시간이 워낙 길다보니 김 총서기에게 이곳저곳 소개하고 자랑하고 싶은 곳이 아주 많소, 하하하.”
방중 일정은 총 3일이었다.
그리고 그중 2일 동안, 정환과 방중단 일행은 상하이의 경제 중심지들을 안내받아 돌아다니며 날이 갈수록 바뀌어 가는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특구를 견학하게 되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그 대부분의 일정 동안 정환을 안내한 것은 중국의 최고 권력자인 장쩌민 자신이었다.
“저기 저 공사장은 독일의 루프트한자와 손잡고 복합개발을 추진한 곳이오. 저기 쉬후이 구(徐汇区)에는 곧 중국에서 가장 큰 백화점과 메리어트 같은 5성급 호텔들이 들어설 것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김 총서기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
상하이 당 서기로 오래 재직하며 기반을 닦은 자신의 경력을 증명하듯 여기저기를 애착 어린 목소리로 안내해주던 장쩌민은 문득 황푸(黄浦)강 건너편에 세워지고 있는 거대한 TV탑을 가리키며 유독 자부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저놈이오. 김 총서기. 저게 뭔지 아시오?”
“들어 알고 있습니다. 동방명주(东方明珠)탑 이지요. 올해 완공되면 상하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될 예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정환이 살던 시대에서는 상하이와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이 된 건축물이라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건물이었다.
하지만 정환은 장쩌민의 기분을 살살 띄워주기로 했다.
그동안 보통화 실력이 원어민 수준이 된 게 다행이었다.
“하하하하!!! 그렇소, 내가 상하이 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계획만 세워놓고 착공조차 보지 못하고 중앙으로 올라갔는데, 올해 10월 드디어 완공된다니 참으로 감개가 무량하군.”
“곧 상하이에는 저런 마천루들이 수도 없이 들어설 텐데, 장 서기님은 유독 아끼시는 거 같군요.”
“저 동방명주 이전까지는 일본 회사 건물이 이 상하이의 최고층 건물이었소. 그런데 내가 시장으로 재임한 이후 일본인들이 부동산 거품 붕괴로 된서리를 맞고 우리 중국 경제가 상하이를 앞세워 용처럼 승천하고 있지. 참으로 시대의 변화가 건물에 그대로 나타난다고 생각하지 않으시오?”
‘그런 것 치고는 아직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거 같지는 않은데.’
정환은 겉으로는 육순 나이가 무색하게 어린아이처럼 웃는 장쩌민의 기분을 맞춰주었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래 뵈도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며 체제선전을 위한 극장처럼 돌아가는 북조선에서 10년 가까이 살아온 몸이다.
2박 3일 동안 상하이를 안내받으면서 정환은 장쩌민과 과장 섞인 찬사와 자랑 이면에서 경제제재의 그림자가 완전히 거두어지지 않았음을 알아챘다.
화려한 난징루(南京路) 상점가 이면에는 급히 새 단장 된 폐점포들이 방치되어 있었고, 항구에 정박된 상선들은 꽤 오랜 기간 방치된 것인지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아무래도 원 역사와는 달리 대중 강경파인 부시가 재선되고 올해 출범했어야 할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지 못한 것이 타격이 제법 되었던 듯 했다.
하지만 정환은 그저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일본인들이 아시아 경제를 대표하던 시대는 갔습니다. 미래 이 동북아시아 경제의 패권은 대국 중국과 우리 조선 그리고…… 남조선 차지가 되겠군요. 마침 여기 그 산증인이자 공로자 분들을 모셔왔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사장님들?”
“……네? 네! 네, 물론입니다. 총서기님.”
정환과 장쩌민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서는 여정 내내 동행해온 정양구를 비롯한 근대 그룹의 경영진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통역가가 전해주는 말을 듣고 새삼스레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뻣뻣한 미소를 지었다.
“산증인이야 저희 아버지, 정문영 회장님이시지만 아무래도 고령이신지라 여기에는 납시지 못했…….”
“하하, 정 회장님 뒤를 이어 앞으로 근대를 끌어갈 분들이 여러분 아닙니까. 앞으로는 저희 정치인들의 시대가 아니라 경제인들의 시대입니다. 그러니 부디 앞으로도 많은 투자와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나도 마찬가지오. 한국의 경제적 성과와 그 과정에서 있었던 근대그룹의 민족 기업으로서 역할은 이 중국에서도 소문이 자자하지. 이번 협정이 맺어지고 나면 근대도 북조선에 투자한 것이 현명한 결정이었음을 알게 될 거요.”
“……감사합니다.”
“한국 대표단이 아니라 여기 김 총서기와 함께 올 줄은 예상 밖이었지만 뭐 수완이 뛰어난 줄은 내 진작 알았으니. 온 김에 상하이의 가능성을 많이 눈에 담아두고 가셨으면 하오. 혹시 여정 중에 불편한 일이나 더 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든 터놓고 말하시오. 내 특별히 신경 쓰도록 하겠소.”
“배,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장 서기님. 중국의 가능성은 저희 근대에서도 항상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성큼성큼 다가와 자신들의 손을 붙잡고 친근하게 악수하는 장쩌민에게 정양구 사장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까지 더듬었다.
물론 근대 같은 다국적 기업의 경영진으로서 국가원수급과 만난 게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지도자가 자기 손자뻘 나이의 정환에게 직접 가이드 역할을 자처해가면서 환대하는 지난 며칠은 그에게도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잘해봐야 첫 날과 마지막 날 잠시 얼굴을 보이고 사진이나 찍고 끝날 줄 알았는데…….
이건 거의 국력이 대등한 강대국의 원수 대우 아닌가.
설령 한국의 박이삼 대통령이 방중한다고 해도 장쩌민에게 이 정도로 융숭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이제까지 새 지도자가 취임하고 북한이 바뀌었다고 해도 곧이곧대로 듣지 않던 그들에게 이번 방중에서 장쩌민이 정환에게 보여준 태도는 이제까지 북한에 대해 뿌리 깊게 박혀있던 그들의 편견과 인식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근대가 2세들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걸 지켜보며 정환은 그 나름대로 장쩌민의 꿍꿍이속을 캐내려고 노력했다.
‘이거 뭔가가 있군.’
솔직히 말하면 장쩌민이 보여준 극진한 환대는 정환으로서도 상당히 예상외였다.
장쩌민이 지금 정환이 한국을 비롯한 외부 국가들의 투자를 유치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는데.
저 모습은 마치 정환과 북조선의 주가를 높여주려고 하는 모습 아닌가.
마치 정환에게 일부러 빚을 지워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장성택의 숙청 이후 어떤 식으로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압박을 가해오리라 예상했던 중국이 언제까지나 이렇게 호의적으로 나올리는 없었다.
‘까닭모를 호의는 언제 어디서나 불편하기 마련이지.’
그리고 그 까닭이란 곧 일정의 마지막 날, 만찬회 자리에서 밝혀지게 되었다.
황푸구에 위치한 시 정부 화려한 만찬회장 북측 대표단 최상석에서 정환은 장쩌민의 은밀한 호출을 받게 되었다.
“김 총서기님, 저희 장 총서기님께서 잠시 예정에 없던 밀담을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
“총서기 동지, 이건…….”
“걱정 말게. 올 게 온 거니까. 나 대신 자리 좀 지켜주면서 손님들 접대 좀 부탁하네, 김영남 동지. 어딘가?”
“저를 따라오십시오.”
안색이 변하는 김영남을 안심시키며 정환은 중국 수행원의 뒤를 따라갔다.
이런 자리에는 보통 개인비서 유혜림이라도 데려가고는 했지만 현재 그녀는 구정을 맞아 부모님을 뵙기 위해 지방에 내려간다고 서기실에 휴가를 내고 이번 방중에 따라오지 못했기에, 정환은 거의 홀홀단신이었다.
만찬회 장에서 좀 벗어난 한 접견실에서 정환은 아까와는 다르게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기다리는 장쩌민을 만났다.
문이 뒤에서 닫히자마자 장쩌민은 이틀 간 보여주었던 사람 좋은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게. 김 총서기. 장성택 동무 이야기를 하려고 불렀네. 듣기로는 조선의 후계 문제에 간섭해서 목이 날아갔다지? 우리에게 참으로 황망한 일이었다는 비공식적 입장을 먼저 밝혀야겠군.”
“그 문제에 대해서는 실무자들 급 면담에서 김용건 외무부장 동무가 이미 저희 조선의 입장을 다 밝힌 걸로 압니다만.”
“물론 후계 문제가 민감하기 그지없는 문제라는 건 우리도 이해하네. 우리도 조선의 내정에 일일이 간섭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그동안의 중조 우호관계를 고려할 때 내일 조인식에서 서명하기 전에 왜 사업을 주도하던 실무자가 한 마디 언질도 없이 갑작스레 사라졌는지 정도는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네.”
장쩌민이 언급하는 조인식이란 이번 방중의 실질적인 메인 행사, 내일 체결되는 북조선과 중국 간의 특혜무역협정(特惠貿易協定, PTA)을 의미했다.
대략 1년 전부터 정환은 장성택을 통하여 라선, 신의주, 황금평, 위화도, 해주를 역내에서 이뤄지는 조중 무역간 특정 품목에 대한 수입, 수출관세를 폐지하는 특혜무역지대로 선정하는 것을 타진하고 있었다,
그 노력은 성과를 봐서 실무진들 간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 이제 정환과 장쩌민이 내일 협정 조인식에서 서명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사실 이 협정이라는 게 중국 관료들 입장에서는 조금 아니, 상당히 많이 불만일 수 있었던 게 이 협정은 중국이 거의 북조선에게 일방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는 협정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잘 알겠지만 내일 협정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이루어진 것일세. 장성택 동무가 그동안 중국을 오가며 우리 당 관료들을 열심히 설득했지. 지금 조선을 키워주어야 한국과 주한미군에 대항하여 이 중국의 뒷마당을 지키는 파수견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이지.”
이 조중 특혜무역협정 중 주요조항은 북조선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가공식품, 제화, 의류, 목재, 천연 가스, 석유 화학 제품 그리고 자동차와 전자제품에는 관세를 면하거나 감해주는 것에 있었다.
반면 중국이 비교적 강점을 가지고 있는 값싼 섬유나 중간재 등에 대해서 북조선이 부과하는 관세는 거의 전혀 철폐되지 않거나 줄어들지도 않았다.
가장 양측 대립이 첨예했던 것은 농산물 분야였는데, 중국 동북3성의 드넓은 곡창 지대에서 나오는 저렴한 쌀이 북조선으로 쏟아져 들어오면 안 그래도 취약한 북조선 농업은 가격경쟁에서 밀려 그대로 붕괴할 게 뻔했다.
그리고 이 농산물 분야는 결국 관세가 철폐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북조선의 입장이 일방적으로 반영된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아직 북조선의 산업이 불평등 무역을 한다고 중국에게 큰 악영향을 줄만큼 규모가 크거나 첨단화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장성택이 자신과 친한 중국 관료들 사이를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북조선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북조선의 경제적 성장이 조중 양국 간 공동의 안보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역설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협상이 8할쯤 진척되었을 때 이 협상을 대표하던 장성택이 갑자기 철직당하고 종내는 증발해버렸으니, 중국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니 우리를 납득시켜 보게. 이번 협상에서 보인 조선의 태도에 대해서 단순히 경제 발전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의견이 당 내에서 나왔다는 걸 언급해야겠군. 양 주석 동지를 따르는 과격한 당 내 보수파가 현재 입지가 약한 걸 자네는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걸세.”
“……장성택 동무가 상하이를 자주 드나들며 대국 인사들에게 은혜를 많이 입었다더니 그게 사실이었던 모양이었군요.”
“내가 오늘 한국 기업인들 앞에서 자네 체면을 세워준 것을 기억하고 있겠지? 나는 거기서 자네를 홀대함으로서 자네에게 망신을 줄 수도 있었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지. 만약 내가 내일 카메라 앞에서 협정 조인을 연기해버리면 최고지도자로서 자네의 권위와 체면은 만인 앞에서 추락하게 될 걸세.”
“제거당한 장성택 동무에 버금갈 정도로 대국과 친한 인사를 당 조직지도부에 들이거나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최소한 그것에 버금가는 성의 표시를 우리에게 하라는 걸세. 나도 정치국 위원들에게 조선이 우리 중국을 깔보는 게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
“내가 알기로는 죽은 장성택 동무의 휘하에서 일하던 북조선 동무들 중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이 좀 있는데, 그들을 조선로동당 내 요직에 앉힌다면 조중 관계는 다시 이전처럼 돌아갈…….”
“안 죽었습니다.”
“……방금 뭐라고 했나?”
장쩌민의 입술이 갑자기 비틀렸지만 정환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방금 했던 말을 반복했다.
“장성택 전 조직지도부장 동무는 안 죽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멀쩡히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쉬고 있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곧 제자리에 복직할 거라고 약속드리겠습니다.”
* * *
“들어가십시오, 현영숙 조직지도부장 동지! 필요하시면 언제든 저희를 불러주시기 바랍네다!”
“고맙군요. 단지 장 부장 동지와 이야기를 나눌 동안 아무도 훼방 못 놓게만 해주세요.”
칼 같이 경례를 붙이는 군관에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현영숙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별 특색 없는 방이었지만 안쪽은 깨끗하고 호화로웠으며, 창밖으로는 해변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방을 둘러보던 그녀의 눈에 방 한 가운데에 놓인 탁자에 앉아있는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깨끗한 옷차림이었지만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한 듯 몇 개월 전 현영숙이 봤을 때보다 홀쭉하게 말라 있었다.
방안에 들어온 그녀의 존재를 느끼고 소스라치게 놀라 그녀를 바라보는 남성에게 현영숙은 뻔뻔하게 미소 지으며 말을 건넸다.
“오랜만에 뵙네요, 장성택 부장 동지. 그동안 건강히 지내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