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애하는 수령동지-118화 (118/350)

< 36장. 늑대와 호랑이 (2) >

36장. 늑대와 호랑이 (2)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한 후 무뚝뚝하고 낮은 목소리로 통역사에게 한마디 덧붙였다.

“통역사, 나는 그냥 딕 체니, 딕이라고 자주 불린다고 저 분들께 전해주게. 아니면 ‘체니 국방장관님’도 괜찮고.”

나카오는 물론 그 사람, 딕 체니를 알았다.

현 미국 국방장관이자 현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정권의 핵심 중 하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걸프전 승전 후 미국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신 보수 강경 세력, 네오콘(Neocon)의 핵심 인물 아닌가.

물론 딕 체니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국방장관이니 여기 다보스 포럼에 올 수 있다, 아니 올 수 있다 정도가 아니라 은연중 이번 총회에 내방한 사람들 중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그였다.

나카오 역시 그가 미국 특사 자격으로 여기 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왜 김영남과의 회담 순간에 그가 나타난단 말인가?

잠시 간의 혼란을 어떻게 간신히 수습한 후, 김영남이 키타조센 측 제안이라고 들고 나온 건 더더욱 어이가 없었다.

“우리 총서기 동지께서 내리신 결단은, 식민지 피해 보상금과 그쪽 ‘특정실종자’ 문제의 해결은 그렇게 빠르게 결론을 낼 수 없다는 것이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김 의장님.”

“일단 일본인들을 납치한 건 전대 장군 시절에 일부 극렬분자들이 우리 최고 존엄의 뜻을 과잉해석하여 저지른 과오라는 건 공식적으로 인정하겠소. 하지만 그것과 이번 수교, 그리고 우리 조선 민족이 일제의 수탈과 학대 아래 36년 간 고통 받은 것에 대한 보상을 논하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요.”

“......아니 그게 무슨......!!”

전혀 예상과 다르게 돌아가는 협상에 나카오는 인상을 쓰며 말이 험하게 나오지 않게 애를 써야 했다.

원래 나카오가, 그리고 그를 대리인으로 보낸 일본 내각이 김영남에게 제의하려 했던 구상은 납북 일본인 문제와 수교, 식민지 배상금 문제에 대한 총체적 딜(Deal)이었다.

북조선은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인정하는 동시에 납북된 일본 민간인을 전원 송환하고 그런 호의에 대한 대가로 일본은 식민지 시절 피해에 대한 보상금 몇 억 달러를 지불함으로서 양국 간 수교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하여 구 일본 제국의 식민 피해에 대한 북조선의 개인, 국가 청구권은 모두 영구적으로 소멸하며 이 과정에서 최대 난관은 보상금 액수일 거라고 나카오는 짐작하고 있었다.

심지어 나카오는 어떤 의미로 ‘납치되어준‘ 일본 국민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내심 낄낄거리기까지 했다.

- 저쪽이 한국 전례를 보고 30년 넘게 우리 조센 민족이 당한 고통을 고작 몇 억 달러로 때우겠냐고 우기면서 액수를 올리거나 시간을 끌면 곤란했을 텐데, 그들이 납치되어 준 덕분에 우리 내각도 키타조센에게 할 말이 생겼으니까. 이렇게 되면 미국도 우리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지. 뭐니뭐니해도 이 일본은 이 동북아의 불침항모니까 말이야. 이번 기회에 다른 말 못 나오게 확실히 못을 박아둬야지.

이렇듯 나카오는 협상의 전망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이었는데, 이전처럼 상대, 북조선이 잃을 게 없는 상황이었다면 모를까 이제 북조선은 그런 말도 안 통하고 협상이 불가능한 미치광이 흉내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그의 예상이 완전히 뒤집어지고 있었다.

“.....김 의장님! 죄송하지만 그런 일방적인 제안에는 결코 응할 수 없습니다. 저와 여기 니폰의 대표단은 오늘 이 자리에 납치 피해자 문제와 식민지 배상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조선과 일본 양국 간 미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하여 나온 것.....”

“으흠, 내가 한마디 끼어들어도 되겠소? 나카오 장관?”

그 때 치고나온 목소리, 딕 체니의 굵고 낮은 목소리에 나카오와 일본 대표단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안 그래도 아닌 밤중에 홍두깨인데, 대체 딕 체니가 뭐라고 말하려 저러는지 감조차 안 잡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현직 미국의 국방장관을 그냥 무시해버릴 수는 없었다.

“양국 모두의 동맹국인 미국 행정부의 구성원으로서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결국 인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니 납치된 저희 일본의 민간인들은...”

“....그런 관계로 제 생각에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양국 간 고정적인 대화채널을 통해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괜히 급하게 후닥닥 처리했다가 차후에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나카오를 비롯해 일본 대표단의 얼굴이 찡그려져졌지만 아무도 반론을 할 수는 없었다.

일단 피해를 당한 기간 상으로는 당연히 북조선 측이 훨씬 긴만큼 협상 시간을 오래 주면 줄수록 저쪽이 요구하는 보상액수와 피해자 명단이 길게 늘어날 게 뻔했다.

그래서 나카오도 속전속결로 납북자 문제와 거래하여 차후에 아무 말이 나올 수 없게 여지를 봉쇄해버리려 한 건데, 김영남 본인도 아니고 딕 체니가 저렇게 말하니 일시지간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은 것이다.

그 때, 나카오의 뒤에서 대표단 중 한 사람이 조심스런 목소리로 체니에게 슬쩍 물었다.

“저기.... 장관님, 혹시 이 협상장에는 개인 자격으로 오신 겁니까? 아니면.... 아메리카의 국방장관이라는 직함으로 출석하신 건지....”

즉, ‘당신이 지금 하는 말이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의견이라 봐도 되겠느냐?’라고 묻는 것이었다.

일본식으로 좀 돌려서 말하기는 했지만 그 기저에는 ‘당신이 무슨 권한으로 주권국가인 북조선과 우리의 협상에 끼어드느냐, 이건 우리 문제다’라는 소극적인 항의도 포함되어 있었다.

통역관을 통해 전해 듣기는 했지만 체니도 이런 함의를 모를 리 없는 사람이었기에 이내 그는 씨익 징그러운 미소를 피워 올리면서 손을 휘휘 저었다.

“No, 물론 아닙니다. 저는 그저 이 세계 경제포럼에서 얼마 전 수교하게 된 북조선의 외교 특사 김 의장님과 차후 북한의 경제 개발에 대하여 비정치적인 대화를 나누러 왔을 뿐입니다. 이 자리에는 그저 호기심에서 ‘우연히’ 동석하게 되었을 뿐입니다.”

“......!!! 우연이라, 정말입니까? 아무튼 그러시다면....”

“....그런데 오늘 김 의장님이 일본 측, 나카오 장관님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저에게 조언을 구하시더군요. 즉 저는 친구로서 김 의장님의 사적인 의논 상대지 공식적인 중재자 같은 게 아닙니다. 제 조언을 어떻게 듣고 판단하고 협상에 얼마나 반영할지는 전적으로 김 의장님의 영역이니 그걸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즉 오늘 제가 여기서 하는 말들은 공식적으로 백악관이나 미 국방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잠깐만, 장관님. 그럼 그 말씀은 부시 대통령께서도 이 회담에 대해 보고 받으실 수 있다는....”

“그것도 아닙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오늘 저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다 김 의장님과 사적인 만남을 가지고 돌발적인 제의를 받은 것 뿐 입니다. 백악관과 부시 대통령 각하는 제 개인적인 일정과 상관이 없습니다.”

‘지금 장난하냐! 결국 우리와 북측이 나눈 협상 정보를 다 공유하고 암중에서 자기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이야기잖아! 그런데 그게 무슨 비정치적인 대화고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거야!’

딕 체니의 느물느물한 변명성 발언을 들은 나카오와 일본 협상단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안경 뒤 눈주름 속에서 차갑게 빛나는 딕 체니의 냉혈동물 같은 눈을 보면서 감히 그럴 수는 없었다.

애초에 국가를 막론하고 정치인이 ‘이건 사석에서의 내 개인적인 발언일 뿐이다’라는 말은  ‘공식적으로 하기는 좀 뭣한데 나는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니 알아들 둬라’의 완곡어법이다.

당장 이 장소, 다보스 포럼 자체도 비정부 비공개 모임이지만 이곳에서 논의되고 합의된 결과가 국가들의, 나아가 국제연합 전체의 운영방향에 영향을 끼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 아닌가.

일개 하급 관료도 아니고 일본과 북조선의 상국(上國)인 미국의 국방장관이 ‘행정부와 관련 없는 나만의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고 해서 그걸 진짜로 개인적인 의견으로 국한시킬 만큼 나카오는 순진하지 않았다.

설령 딕 체니를 이 자리에서 쫓아낸다고 해도, 늦든 빠르든 이곳에서 나눈 모든 협상은 딕 체니의 귀에 들어갈 것이고 자신의 의중과 심기가 김영남의 입에 섞여서 나올 것이라고 방금 전 체니가 천명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나카오가 그 뜻을 거스른다면, 차후 주일미군 문제든 뭐든 자신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게 된 체니와 불협화음을 빚게 될 것이라는 것 또한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아니, 그런데 문제는 대체 왜 저 거만한 미국우월주의자가 키타 조센 편을 들어주느냐 하는 건데....동맹국들끼리 분란을 조성해서 미국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과연 뭐란 말이...’

여기까지 생각하면서 딕 체니의 얼굴에 떠오른 알 듯 모를 듯 하면서도 어딘가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보자 나카오는 그 이유를 금세 짐작할 수 있었다.

-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아니면 미래에 도전할 능력을 갖출 수도 있는 일본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설령 이미 그럴 능력을 상실했다고 해도, 두 번 다시 그럴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인권 어쩌고 하는 건 당연히 새빨간 거짓말이 분명하니 나카오는 고려선상에 올려놓지도 않았다.

딕 체니가 이 납북자 문제에서 북조선을 은근슬쩍 편들어주는 이유는 저놈이 북조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냥 일본이 영향력을 확장하는 게 싫은 것이다.

이제 버블이 붕괴하고 고작 1년, 아직 보수적인 미국인들의 머릿속에는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에 대한 경제적인 보복을 가하는 일본’의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당장 태평양 전쟁에서 ‘Kill Japs(쪽발이들을 죽여라!)’고 외치던 참전용사 노인들이 대부분 멀쩡하게 살아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참전용사 세대들은 성향상 현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가 몸을 담고 있는 공화당의 지지기반이었고 딕 체니는 그런 공화당에서도 가장 강경한 부류다.

인권이라는 핑계로 키타조센의 편을 들어줌으로서 동북아에서 일본의 대항마를 키우고 충성경쟁을 유도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인사인 것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사냥감을 사냥할 때 개주인은 사냥개들이 서로 협력하기를 바라겠지만, 개들 중 하나가 자신에게 이빨을 들이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주인은 다른 사냥개를 시켜 반란자의 목 줄기를 물어뜯게 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분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물러나야 한다. 미국 대선이 올해고, 클린턴이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면 그 때 다시 미국의 이해를 얻어 협상장에 앉아도 된다.’

누가 딕 체니라는 호랑이를 이 협상장에 불러와 자신이라는 늑대를 견제하게 했는지 나카오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공화국의 위신을 걸고 벌이는 외교 전투‘에 관해서라면 귀찮을 정도로 폐쇄적이기 그지없고 비밀주의로 일관하던 북조선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그렇게 혐오하던) 원조 미 제국주의자 딕 체니와 협력하게 만들 사람이라면, 그들의 최고지도자, 나카오 자신이 한 때 얕봤던 젊은이, 젊은 쇼군 말고 누가 있겠는가?

이럴 줄 알았다면 버블 경제의 환상에 빠져 미국을 이기느니 하는 헛소리는 일찍 집어치우고 자신들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던 공화당과 네오콘 정치인들을 설득하고 일본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좀 더 주력했어야 했다고 나카오는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허허. 듣고 보니 체니 국방장관님의 고견이 맞는 듯 합니다. 아무래도 키타조센과 니폰의 수교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적절한 시기에 다시 논의해 봐도 괜찮을 듯 하군요.”

“흐음, 적절한 시기라....”

딕 체니는 그 말을 입에서 굴리며 슬쩍 나카오를 쳐다보았다.

파충류의 그것을 보는 듯한 체니의 시선에 나카오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방금 자신이 무심결에 언급한 ‘적절한 시기’의 의미에 대해서 딕 체니는 ‘훼방꾼인 당신이 실각하고 나서 일본에게 우호적인 내각이 들어섰을 때’로 이해한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나카오는 다급히 부연설명을 덧붙이려 했지만 딕 체니가 좀 더 빨랐다.

“.....물론 양국 간 외교 관계는 제가 참견할 영역이 아니지만, 저는 그저 북조선과 일본 양쪽의 동맹국인 미국의 요인으로서 북일관계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좋아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인권은 튼튼한 안보 위에서, 그리고 튼튼한 안보는 믿을 수 있는 동맹관계 위에서 수립되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저는 동북아 지역 패권자로서 일본의 역할에 특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면에서나 군사적인 측면에서나, 미국은 언제나 일본이 동맹국들에 대한 책임을 다해왔음에 항상 고마워했음을 나카오 장관님께 상기 시켜드리고 싶군요.”

‘자잘한 동네 사정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으니 1차적으로는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하지만 네가 제일 덩치가 크니 이왕이면 통 크게 양보 좀 했으면 한다. 불협화음만 안 생기게 해라’라는 뜻이었다.

결국 그날 나카오와 김영남은 (딕 체니의 중재인 듯 중재 아닌 듯한 중재를 받아) 크게 몇 가지 사항에 대해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 북조선은 납북 일본인 문제에 대해서 ‘과거 오해가 있었음에 유감을 표하며 납북자 개개인에게 일정 금액의 배상금을 지불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납북자 개인의 의사에 따라 일본으로 송환한다.

- 두 나라는 빠른 시일 내에 평양과 도쿄에 대사관(북조선 대사관 기능은 조총련이 그대로 인수인계 받는다)을 개설하고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한다.

- 식민지 배상금 문제와 청구권 문제는 한 번에 해결하기에 너무 복잡한 사안이므로 외교 관계 수립 후에 심화적인 논의와 조사를 거쳐 해결한다.

얼핏 보면 북조선이 겉치레나마 사과를 표명하고 납북자를 송환함으로써 일방적으로 양보를 한 듯 싶었다.

나카오 역시 자기 혼자 주도적으로 납북 일본인 문제를 해결하고 그 콧대 높은(이라기보다는 괴팍한) 키타조센에게 ‘유감’ 형식이나마 사과를 받아냄으로서 국가의 위신을 드높이고 차기 총리로 자리매김한다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듯 했다.

하지만 스위스에서 일본 행 비행기에 오르는 일본 대표단은 누가 봐도 큰 공을 세우고 본국으로 개선하는 나카오 장관이 이렇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리는 것을 듣게 되었다.

“이제는 부시가 재선이 안 되기만을 빌어야겠군, 아니면 최소한 부시 2기 내각에 저 원자폭탄 같은 자가 재신임되지 않기라도 하던가....”

일본으로 돌아가는 즉시 인맥과 정보망을 총동원해서 김정환이 어떻게 딕 체니라는 동맹을 끌어들여 공동전선을 형성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나카오는 이를 갈며 다짐했다.

대미(對美)로비라면 일본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게 한다고 믿었는데, 자신들이 잠시 버블의 단꿈에 젖어있는 동안 물 밑에서 누군가가 열심히 일본 견제 여론을 워싱턴 공화당 엘리트들 사이에 공론화시켜 놓은 게 분명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나카오의 예상은 정확했다.

그가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그 시각, 딕 체니 역시 워싱턴 행 비행기 안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체니 장관님, 총서기입니다. 이제 슬슬 미국 대통령 선거인데 부시대통령님이 여러 모로 심려가 크시겠군요.”

“.......흠, 솔직히 그거 좀 의외로군요. 김 총서기님. 다른 곳도 아니고 노쓰 코리아 최고지도자님께서 저희 선거 걱정을 해주시고 말입니다.”

빈정거리는 투가 희미하게 묻어나오는 딕 체니의 뼈 있는 말에 정환은 여유 있게 웃으면서 맞받아쳤다.

“하하하.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라는데 그런 심적 고통과 압박감을 저라고 모를 리 있겠습니까? 잠시 잊으셨나본데 저도 일단 선출직 지도자입니다. 이제까지 치른 모든 선거에서 찬성률 99%로 이기기는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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