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몇 번째인지 모를 정도로 손정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에는 동포타령 같은 건 죽어도 안 한다더니,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정확히는, 손 마사요시 당신이 일본어에 능하고 일본에서 일가를 일군 일본인 기업가라는 점이지. 한마디로 손이라는 성씨만 빼고 완전히 일본 사람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말이오.”
“......?”
“정확히는 드물게 기업 인수합병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 일본인이라고 해야겠군. 자세한 건 총서기께서 직접 설명해주실 거요.”
그 말과 함께 최승일이 내민 위성전화의 신호음을 들으며 손정의, 아니 손 마사요시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 근래 신문 국제란을 하루가 멀다 하고 가득 메운 키타조센의 젊은 쇼군.
20대의 나이에 쿠데타를 일으켜 자기 형을 몰아내고 왕좌를 차지하여 일본 내에서도 ‘센고쿠 시대극의 주인공이 현대에 나타났다’는 컬트적 인기까지 끌고 있는 김정환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고압적이고 폭력적이며 상대하기 쉽지 않은 다른 세계의 인간일수도 있다는 지레짐작에 손 마사요시는 내심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침내 전화가 연결되고 그 너머에서 들려온 젊은 남성의 차분한 목소리가 영어로 꺼낸 주제는 그가 예상하던 것과는 정 반대의 내용에 관해서였다.
“반갑습니다. 손 사장님. 전화가 연결된 걸 보니 최 사장 동지가 제 뜻을 제대로 전달한 듯 싶군요. 혹시 근처에 컴퓨터 있으십니까?”
“네? 컴퓨터라면... 당연히 있습니다만....”
“하기야 일본에서 윈도우 운영체제를 유통하시는 분이 사무실에 컴퓨터가 없어서야 말이 안 되겠죠. 그럼 이제....”
그리고 그 다음에 정환이 말한 한 마디에, 손 마사요시, 손정의는 자기가 제대로 된 투자자를, 아니, 어쩌면 투자자가 아니라 인생의 일대 전환점을 만난 것일 수도 있다는 확신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그 컴퓨터를 손바닥만하게 줄이는 일에 대해 논의해보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에 손 사장님의 소프트뱅크와 저희 피오니 홀딩스가 힘을 합친다면 앞으로 넉넉잡아 15년이면 실현가능할 듯 한데, 손 사장님의 고견을 듣고 싶군요.”
손정의와의 대화는 유익했다.
정환의 예측대로 손정의는 진작부터 제조업에 뛰어들고 싶어했고, 일본에서의 교두보 마련이라는 피오니 홀딩스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그에게 계획의 전모를 다 알려준 건 물론 아니었지만, 일단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본 정부와의 교섭이 끝날 때까지 알아야 할 것들은 전부 알려주었다.
그렇게 피오니 홀딩스는 소프트 뱅크 전체 지분의 절반을 보유하게 되었다.
‘버블 붕괴 직후라 비교적 싸게 매입할 수 있었지. 닷컴 버블이 붕괴한 직후도 괜찮지만 그 때는 시기상 너무 늦고...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건 돈이 아니니까.’
정환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책상 위의 서류로 다시 눈을 돌렸다.
앞으로 10년 후면 이 북조선은 번듯하게 빈국의 처지를 벗어날 것이다.
거기서 다시 10년이 흐르게 되면, 그 때는 어느 국가 못지않은 부국(富國)이라 자부할 수 있으리라.
< 막간. 호위국 참관지도 하신 후 총서기 동지 특별 지시사항 >
막간. 호위국 참관지도 하신 후 총서기 동지 특별 지시사항
“개판이군.”
“드, 드릴 말씀이 없습.....”
“지휘 군관 동지를 탓하는 게 아닐세. 이런 게 일조일석에 바뀔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으니.”
정환은 진땀을 흘리며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이름 모를 부대장에게 그렇게 대꾸했으나, 마음은 여전히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시작은 총서기 정환을 지근에서 호위하게 될 ‘특별호위국’의 창설이었다.
어떻게 하면 정환의 마음에 좀 더 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홍계성이 ‘이천만 인민들에게 민족 만고의 위인으로 존경 받고 있으신 총서기 동지께 감히 총구를 겨누겠다는 허튼 수작을 하는 역적패당’이 있을지 모르니 정환 직속의 경호부대, 말하자면 경호처를 만들자고 건의했던 것이다.
처음에 정환은 그 건의에 대해 별로 동의하지는 않았다.
정환이 안전불감증이거나 누가 감히 자신을 해하겠느냐 하는 식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기보다는, 사실 정환을 포함한 백두혈통을 호위하는 부대는 그의 최고지도자 취임 후 줄어들었으면 줄어들었지 늘어난 적이 없었다.
일단 정환의 주 근무처인 당사를 경호하는 경비부대(경비부대 주제에 장갑차까지 보유 중이었다)가 이미 그 소임을 다하고 있었고, 자신들의 신변 안전에 대한 편집증에 걸려있던 김정일, 김일성 부자가 필요 이상으로 호위부대를 늘려놨다가 인민군이 어떤 식으로 막장화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이 반역을 못 일으키게 해놓는답시고 호위사령부에 보위부에 별의별 부대에 정예 수만 명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식으로 편제를 빙빙 꼬아놔서 당장 정환부터 거사를 일으킬 때 개고생을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하지만 이런 정환의 회의적인 의사를 바꾼 것은 유혜림이었다.
- 동지의 신변 경호 문제에는 좀 더 신경을 쓰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유 소좌, 나는 지금도 멀쩡하게....
-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면을 봐서라도 본인의 안위를 중히 여겨주십시오. 총서기의 안전이 공화국의 안전이고, 나아가 전 인민들의 안전입니다.
- ...........
그렇게 정환의 직속 경호부대, 특별호위국의 창설이 결정되었다.
해상저격여단과 페르샤 만 전쟁(걸프전)에 참전한 파병부대의 군관들을 중심으로 해서 결성된 ‘총서기 동지를 위해서라면 불속에라도 뛰어들 공화국 최고의 전사들’이 모였고 (간만의 증편에 신이 난) 홍계성과 백승철의 주도 아래 사격 훈련 시범까지 선보였었다.
그런데 심드렁한 얼굴로 각이 딱딱 맞는 ‘특별호위국 제1과‘의 격파, 침투, 공수 그리고 사격 등 훈련 시범을 보던 정환이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 듯 지시를 내렸다.
- 흐음, 다들 백발백중이로군.
- 공화국 최고 중 최고, 엘리뜨 전사들입네다. 총서기 동지! 어떤 놈도 총서기 동지의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대어보겠다는 허튼 생각을 감히 꿈에도 할 수 없도록....
- 아, 그런가? 그럼 저기 군관들 말고 일반 인민군대의 하전사 동무들은 어떤지 한 번 보고 싶은데,
- .........예? 동지?
‘어어어....?’하는 표정의 홍계성을 내버려두고 정환은 시범이 끝나는 즉시 (오늘을 위해 죽어라 고생했을) 군관들에게 경례를 붙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유혜림에게 지시했다.
- 시동 걸게, 유 소좌. 일단 가까운 평양 경비사령부부터 가보는 게 좋겠어.
그리고 즉시 보좌관 몇 명만을 거느린 채로 일선 부대를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해 (기겁해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부대장에게 하전사들의 즉석 사격시범을 지시한 결과가 지금의 이 꼴이었다.
연병장에서 무작위로 지목되어 사격에 임한 하전사들 대부분은 스무 발 중 열 발 이상을 200m 밖의 표적에 못 맞추는 자들이 태반이었으며, 개중에는 과연 실사격을 언제 해봤나 의심스러운 자세로 88식 자동보총을 들고 진땀만 흘리는 하전사들도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어떻게 표적을 맞힌 경우도 탄착군이 넓게 퍼져 이게 과연 소총으로 쏜 건지 산탄총으로 갈긴 건지 싶게 종이에 인쇄된 인간형태의 표적에서 크게 벗어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정환과 함께 즉석 훈련에 참관 중이던 유혜림(호위사령부 출신)도 한심했는지 길게 한숨을 쉬자 경비사령부 대대장의 표정은 더더욱 죽을 상이 되었다.
“초, 총서기 동지.... 즉시 해당 부대 지휘관을 혁명화 교육으로 보내갔습....”
“그만들 두지. 말했듯이 사격훈련 예산을 늘려준 지 이제 1년도 안 됐는데, 애초에 특수군도 아니고 하전사들 솜씨가 금방 나아질 리도 없음을 내 아니까. 하지만 어디 함경도 산골짜기도 아니고 평양경비사령부도 이 지경이라는 건 문제가 있군.”
급하게 그를 뒤따라 달려온 홍계성과 휘하 장령들에게 정환은 손을 내저으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애써 그렇게 달래는 그의 머리도 지끈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서기실 보고서 상으로는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었는데... 하기야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였으니 여기서야 안 봐도 비디오군. 그래도 한민족이라고 여기도 군대 3요소, 가라, 쇼부, 뺑끼 다 갖췄다 이거냐?’
사실 인민군 일반 하전사들의 사격 성적이 처참한 건 근본적으로 그냥 솜씨를 향상할 사격 훈련이 드물어서였는데, 왜 사격훈련이 부족하냐 하면 당연히 훈련에 들어갈 탄약을 사올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일선 부대들에 급양이 제대로 시행된 지부터 얼마 안 되었는데, 사격훈련이라고 할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백만 명이 넘어가는 거대한 규모에, 김 씨 일가를 호위할 특수부대에만 집중적으로 배정된 기형적 국방예산안은, 인민군대 하전사 1인당 ‘연간 평균 탄약 사용량 10발 이하’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특수부대는 아니어도 혁명의 수도 평양을 지키는 나름 정예 평양경비사령부가 이 지경이니 일선부대의 사격훈련 현황은 안 봐도 삼천리였다.
‘서두르지 말자고 생각해도 이건 정말이지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군. 1인당 전투수행능력은 금방 올리기 힘들어도 일단 내 호위국을 포함해 특수부대부터 집중개혁을 해야겠어. 잘못하다가는 암살자 잡겠다고 쏴댄 아군 사격에 맞아죽는 최초 국가지도자가 될 판이니....’
“백승철 상장 동무. 뭐 느끼는 거 없나?”
“......총서기 동지께 보이기에 참으로 민망스런 일입네다만... 이 사태는 근본적으로 인민군대의 머릿수, 즉 질보다 양에 집중한 결과라는 거이 장령으로서의 저의 소견입네다.”
‘호오, 이 친구 보게? 쿠웨이트에서 물 먹더니 그새 철 좀 들었군?’
옆에 서있는 홍계성을 의식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을 피하기는 했지만 ‘장령 머릿수가 줄어들어도 미래를 생각해서 축소 정예화를 하는 것이 살 길입니다.’라고 옳은 답을 내놓는 백승철을 보고 정환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사람은 하늘 높은 줄 알아야 발전이 있는 것이다.
“옳은 말일세. 하지만 일단 오늘 창설된 특별호위국부터 시작해서 일부 특수부대에는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할 듯 하군. 장검이야 날 세우기 오래 걸린다 쳐도 언제든 쓸 수 있는 단도 하나는 우리 공화국에 있어야 하지 않겠나? 서기실에 돌아가는 즉시 95호 공장에 연락을 넣게.”
95호 공장이란 양강도 혜산에 위치한 북조선의 군수공장이었다.
서기실로 불려온 기술자에게 정환은 자기 머릿속 전생에서의 기억을 되살려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고 서기실에 지시해 어찌어찌 구해온 안경 유리알을 떼낸 것 같은 시제품 몇 개를 보여주었다.
“만들 수 있겠나?”
“........그다지 어려운 건 아닙네다. 렌즈는 수입해 와야 하겠지만 나머지는 이 그림대로 충분히 만들 수 있습네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물건들이 있으니 완제품은 미국에서, 렌즈는 일본에서 필요한 만큼 수입해 뜯어보고 연구하게. 배터리 같은 건 근대그룹 동무들 손을 빌리고. 아, 그리고 이 사업은....”
정환은 함께 서기실에서 그의 지시를 듣고 있던 백승철을 바라보며 넌지시 한 마디 했다.
“.....백 상장 동무가 책임지고 맡아서 해보게. 아마 쿠웨이트에서 양키들 특수군을 직접 봤을 테니 어떻게 만들어서 어디에 써야 하는지 제일 잘 알 거라고 믿네.”
“신명을 바쳐서 해내도록 하갔습네다! 총서기 동지!”
정환이 그려 그들에게 보여준 대략적인 그림은 총기의 총열 위에 붙은 열차의 선로를 연상케 하는 우둘투둘한 직사각형 모양의 덮개, 현 시점에서 좀 미래인이 본다면 피카티니 레일(Picatinny rail)이라고 불렀을 물건이었다.
그리고 서기실에서 구해온 물건들이란 당시 미군 특수부대를 위주로 실험적으로 사용되던 초기 형태의 홀로그래픽 사이트(Holographic Sight, 도트 사이트Dot Sight라고도 불림)였는데, 이건 걸프전에서 델타포스 같은 미군들과 신나게 부대낀 백승철에게도 꽤 익숙한 물건이었다.
곧 정환의 지시는 백승철의 감독 아래 ‘군 하전사, 군관들의 사격 실력 대대적 향상을 도모하라는 총서기 지시사항’이 되어 군수공장에 하달되었고 기술자들은 밤샘작업에 들어갔다.
홀로그래픽 사이트의 경우, 정작 제일 중요한 렌즈는 일본 카메라 제조사 올림푸스에서, 배터리는 근대전자의 손을 빌려야하기는 했다.
하지만 레일은 이미 소련을 포함한 동구권에서 비슷한 물건이 어느 정도 사용된 적도 있고 해서 기술자들은 단 일주일 만에 당시 인민군의 주력 소총이던 68식 보총 등 AK 계열 돌격소총에 적용시켜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수고했네, 올해가 91년이니, 이건 91식 보총 계획이라고 부르지. 마침 신형 조준기도 완성되었으니 정찰여단과 호위국, 대외정찰총국 특별행동대 등에 보급해서 일선 군관들의 반응을 알아보게.”
곧 100여 개 정도가 제작된 91식 보총은 ‘웬 안경 알멩이를 덜렁 하나만 보총 위에 달아놨네?’하는 떨떠름한 표정의 일선 군관들에게 보급되었다.
시험사격에는 무려 상장 신분의 백승철이 직접 총을 들고 나섰다.
“자, 잘들 보라우! 이제까지 보통 동무들이 겨눔사격(조준사격)을 실시할 때는 어떻게들 했나?”
“그거야... 우선 보총에 달린 가늠쇠와 가늠자를 눈과 일직선 상에 맞춘 후에 한 쪽 눈 감고 숨결을 정돈한 후....”
“이제는 조준선 정렬 같은 거는 할 필요 없다! 고저 이 신형 조준경 안으로 보이는 시뻘건 점만 쏴죽일 표적 위에 올려놓고 방아쇠 당기라우!”
백승철이 그리 오래 설명할 필요도 없이, 실제 테스트에 들어가자 오래지 않아 정찰여단 군관들 사이에서 기가 막힌다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여타 하전사들과는 다르게 그들은 비교적 넉넉하게 사격 훈련을 해왔던 자들이었고, 그랬기에 신형 조준경, 도트 사이트가 가져다주는 이점을 바로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히야, 이거 기가 막히구만 기래!”
“이거만 있으면 단안(單眼)으로 조준할 필요도 없이 양 눈 다 뜨고 쏴도 되겠구만!”
“이거이 야간에도 쓸모가 만만치 않갔는데?”
새 장난감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떠들어대는 정찰여단 군관들을 보며 백승철은 걸프전 내내 슈워츠코프의 미군을 보고 느꼈던, 마치 돌덩이 같았던 마음속의 열패감과 위기감이 약간, 아주 약간, 스르르 풀리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구만리라는 생각에 그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군관들을, 그리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너무 좋아들 할 거 없다! 축전지(배터리)가 동나면 이 신형 조준경도 그냥 무거운 장식품에 불과하니. 평소에도 구식 조준기로 사격연습을 게을리 하지 마라! 총서기 동지께서 인민의 혈세를 들여 인민 전사들 중 최상의 기량을 보이는 동무들에게만 특별히 보급해주시는 거이니, 고장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관리에 신경 쓰도록!”
정환의 차기 국방계획은 짧으면 5년, 길면 7,8년에 걸쳐 백만에 달하는 인민군 현역병을 40만명 선까지 감축하는 것이었다.
예산을 늘리되 머릿수가 줄어들면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고, 개개 보병 차원에서도 전투력 향상에 신경 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91년이라는 현 시기를, 그리고 앞으로 인민군이 마주칠 주적을 고려할 때, 과속할 생각 역시도 없었다.
“일단 전 하전사들에게 도트 사이트를 보급하는 건 비용 면에서나 효율 면에서나 큰 낭비일세. 당분간 저격여단 특수군 작전 병력들 위주로 보급하고 일선 부대에는 기관총 사수 정도에만 보급하여 쓸 수 있도록 방향을 잡지. 91식 보총도 본격 양산은 공장 시설을 확충하고 몇 년 후에나 들어가도록. 지금 당장은 왜 이런 걸 총에 달아야 하는지 몰라도, 몇 년 후면 알게 될 걸세. 당장 큰 돈 들어가는 건 아니지 않나?”
원 역사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권 군대들이 처음으로 도입하는 RIS, 레일 인터페이스 시스템(Rail Interface System)이 북한의 조선인민군에 의해서 처음으로 도입되고 제식, 양산화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정환의 이 특별 지시사항을 실천에 옮긴 95호 공장의 기술자들 일부는 후에 더욱 독자기술을 쌓아 ‘조선광학집단(朝鮮光學集團)’이라는 기업을 설립, 도트 사이트 뿐 만 아니라 광학조준경, 야간 투시경, 그 밖의 총기 엑세서리 시장에서 미국의 트리지콘(Trijicon), 이오텍(EOTech) 사 등과 경쟁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나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미래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