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애하는 수령동지-71화 (71/350)

< 18장. 역사는 움직인다 (3) - 여기까지가 무료 분량이었습니다. >

18장. 역사는 움직인다 (3)

- Tiananmen Massacre : China, New Horseman of Evil? (천안문 대학살 : 중국, 새로운 악의 기수?)

- 탱크맨, 홀로 공산당에 맞선 순교자, 피에 젖은 베이징....!! 전세계, 중국을 비난하다.

- 세계은행, 대중 차관 철회 시사, 미국과 프랑스도 제재에 나서나?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철폐 암시.

한편, 전 세계로 퍼져나간 이 전대미문의 야만 행위는 21세기가 가까워지며 급격히 발달하기 시작한 통신 매체를 타고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마치 수면에 던져진 돌멩이가 파문을 일으키듯, 세계 방방곡곡에서 천안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물론, 정작 사건의 중심지인 중국에서는 철저한 정보통제와 검열로 인하여 베이징 밖의 사람들 대다수는 뭔가 사고가 일어나 사람 몇 명이 죽고 다쳤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베이징에서도 천안문에서의 학살에 대해 아무런 불만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심지어 그들 중 일부는 학살을 지시한 사람들 중 한명이기까지 했다.

“대체 누가 그런 명령을 내린 건가! 책임자가 누구야? 변명이라도 해보게!”

세계 언론에 탱크에 깔린 남자의 사진이 송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중국 고위 관료들의 여름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차오스(喬石)는 수화기에 대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내 내사를 담당하는 중앙기율위원회의 일인이라는 그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수화기 건너편 통화 상대방은 벌벌 떨어야 정상일 것 같지만, 이번만큼은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해당 명령은 중앙군사위에서 직속으로 내려온 것입니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차오스 위원 동지께서는 군 소속이 아니시므로 해당 명령에 대한 책임자를 밝혀드릴 수는 없으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뭐라고? 지금 전세계에서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몰라서 그러나! 진압을 하는 건 그렇다 치고, 도대체 카메라 앞에서 무저항 상태의 사람을 압살할 필요가 어디 있었나? 이미 천안문의 군중들은 거진 다 진압된 상황이었다고! 당장 그 기갑여단 지휘관 이름을 털어

놓게!”

“말씀드렸지만, 차오스 위원 동지는 군 소속이 아니라 국무원 소속이시기에...”

“이런 빌어먹을! 내가 정법위 총서기라는 걸 몰라서 이러나! 그리고 네놈은 대체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이게 무슨 태도야? 지금 당장 누가 명령권자인지 말하지 않으면 내 당장...........!!!”

“내가 했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던 차오스는 같은 테이블에서 그를 제지하는 늙수그레한 목소리에 놀라 잠시 입을 벌렸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안경을 쓰고 머리가 벗겨진, 하지만 여전히 주름살 사이로 눈을 빛내는 팔십 노인이 그의 사무실에 들어와 있었다.

감히 통보도 없이 중국 최고의 권력자들인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인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와 있는 이 노인을 보고, 차오스는 화를 내기는커녕 말을 흐렸다. 그 노인은 그와 같은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현 중국에서 공식 서열로는 세 손가락, 실제 서열로도 거의 그쯤에 들어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상쿤( ??昆) 주석 동지... 어쩐 일로 이곳까지......”

“무슨 일은, 자네가 이번 사태의 책임자를 찾는다길래 왔지, 좀 앉겠네. 나이가 드니 관절이 시원치 않구만.”

“.............!!!”

그렇게 말하며 그가 손을 젓자 바로 차오스의 비서들이 급하게 그가 앉을 의자를 가져왔다.

차오스 역시도 자신에게 말도 없이 노인을 자신의 사무실에 들인 비서들을 탓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도 몸둘 바를 몰라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앞에 앉아있는 노인, 양상쿤은 무려 대장정과 국공내전을 거쳐 마오쩌둥을 최측근에서 보필해온 소위 중공팔대원로(中共八大元老) 중 한 명이자, 공식적으로는 중화인민공화국의 1인자인 국가 주석이었던 것이다.

물론 현재 중국의 진짜 1인자는 누구나 알다시피 덩샤오핑이었고, 군권을 관할하는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덩샤오핑이 차지하고 있는 이상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지금 앞에 앉아있는 노인, 양상쿤의 막대한 군내 영향력을 덩샤오핑이 불편해 한다는 건 알만한 사람들

은 다 알고 있었다.

어느 쪽이건 원로 중의 원로인 그를 얼마 전에야 덩샤오핑의 발탁으로 중앙 정계에 진출한 차오스가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자네가 지금 찾고 있는 그 명령권자.... 선양의 27집단군 지휘관 말일세.”

“예, 예. 주석 동지, 지금 우리 중국이 그 지휘관의 경솔한 명령 때문에 큰 위기에....”

“내 조카 녀석일세. 그 불민한 녀석은 그저 덩샤오핑 동지의 명령을 받들어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기갑부대를 이끌었으니 너무 그러지 말게나.”

“........................하, 하지만.... 지금 그 광경을 촬영한 영상 때문에 지금 선전을 비롯한 특구에서는 벌써부터 외국인 투자 철회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인데다... 굳이 그 상황에서 그랬어야 할 필요는.........”

“자네도 알다시피 덩샤오핑 동지도 말하셨지. ‘피해는 최소화해야하지만, 어느 정도의 피는 반드시 보라’고 말이지. 내 조카도 인민해방군의 사령원인데, 중앙군사위 주석인 덩 동지의 명령을 따라야하지 않겠나?”

“..................!!!”

“게다가 요즘 중국 근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게, 얼마 전 차오센(朝鮮: 북조선)에서 일어난 쿠데타에 지금은 또 이런 폭란이야. 2만 명이 죽었다니 뭐니 하지만... 도대체 우리 중국 같은 대국에서 2만 명 정도 죽는다고 티라도 나겠나? 덩샤오핑 동지의 말처럼 2만 명

의 희생으로 20년의 미래 안정을 보장 받는 일일세.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덩샤오핑을 언급하는 양상쿤의 말을 듣고 나서야 차오스는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차렸다.

양상쿤은 원래부터 정치국 내에서도 보수파로, 개혁개방 정책을 밀어붙이는 덩샤오핑과도 항상 일정부분 대립각을 세워왔다.

단지 지금은 덩의 힘이 더 강해 개혁개방 정책을 못내 지지하고 있었지만, 군내 최고위직의 절반을 쥐고 있다는 양상쿤을 덩샤오핑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덩샤오핑이라도 마오쩌둥은 아니고, 다른 원로들을 어느 정도는 배려(라고 쓰고 견제)해야 하니까.

정치판에서 양자의 세력이 큰 차이가 없다면 남는 건 명분싸움이다.

양상쿤은 이번 기회에 군과 그 군내에 파벌이 있는 자신의 입지를 넓히면서도 시위 진압은 명백히 덩샤오핑의 명령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된통 걸렸군, 일단 덩샤오핑 주석 동지가 시위를 진압하라고 한 건 명백한 사실이니... 책임자를 찾겠답시고 양 주석의 조카를 처벌했다가는 나만 죽어나는 수가 있다.’

차오스는 더럽게 걸린 자신의 신세를 속으로 한탄하면서도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자신이 덩샤오핑의 발탁으로 지방정계에서 이곳까지 올라왔다고 해도, 덩샤오핑이 자신 하나를 지켜주기 위해 양상쿤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잘 알겠습니다. 주석 동지. 원로 분들이 결정하셨으니 틀릴 리가 없지요. 저는 사태 수습과 정보 통제에나 신경 쓰겠습니다.”

“허허허... 현명한 선택일세. 피를 보게 된 건 비극이지만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은 어쩔 수 없지. 잘 부탁하겠네.”

노회한 웃음을 흘리는 양상쿤에게 차오스는 고개를 숙이며 혹시 이번 탱크맨(서방언론에서는 벌써 이름까지 붙여줬다) 압살 사건은 양상쿤이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

이번 사태로 서방은 좋건 싫건 중국에 대한 제재, 최소한 제재 시늉이라도 하는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당분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이 된서리를 맞음을 의미한다.

그러고 보니 양상쿤을 중심으로 한 보수강경파들은 항상 개혁개방은 체제 불안정과 소수민족에 대한 통제력 상실을 의미하며 나아가 공산당의 지도력 저하와 끝내는 중국의 분열을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 일로 손 안대고 코 푼 격이 된 것이다.

‘어쩌면 정작 진압을 지시한 덩샤오핑 동지도 자신이 당했다고 인상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군.‘

“상황은 들으셨을 거라 믿소, 온 대사 동지. 본국에서는 뭐라고들 하시오?”

정환은 자신의 앞에 뭐 씹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주조선 중국 대사, 온업담에게 차분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압력이 느껴지는 말투로 물었다.

지난 번 백승철 앞에서 처음 만났을 때 보여준 유약한 모습하고는 전혀 다른 위엄 있는 모습에, 온업담은 내심 의아했지만 아주 의외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고, 무엇보다 이 자리는 다른 정치국원들도 다 모인 자리 아닌가, 저기 홍계성이나 백승철이도 있는 걸 보아하니 아마 그동안 군부를 길들이는 데 성공한 거 같군.’

하기야 요즘 프룬제 일파의 뒷배라고 할 수 있는 소련도 동구권 위성국가들의 탈퇴를 막느라 휘청거리고 있으니 이제 그들도 예전처럼 자기들 수령에게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 것이다.

온업담과 그의 뒤에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다행이었다.

그동안 이 후진 국가에 온갖 지원이며 차관을 걷어 먹여 준 건 양국 관료들의 인사치레에서 오가는 것처럼 40여 년에 걸친 혈맹이나 우의 같은 게 아니라는 걸 모두가 잘 아니까.

그리고 이제 그동안 보내준 지원이 값을 발휘해야 할 때였다.

“........이미 예상하시고 계시는 거 같군요, 총서기 동지. 본국에서는 조선, 아니, 모든 해외 공관에 이번 일은 중국내의 사회 불안정을 유발하는 폭도들이 일으킨 무질서 사태이며 천안문에서의 진압은 법질서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입장을 전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그렇다면 미리 사과를 드려야겠군. 우리 조선은 이번 사태에 대하여 귀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소.”

“..................!!!”

아주 예상 못 하던 일까지는 아니었지만, 딱 잘라 통고하듯이 말하는 정환의 태도에 온업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라지만 지금까지 우리에게 쌀이며 차관이며 온갖 지원을 다 뜯어내놓고 어떻게 단박에 그럴 수 있느냐고 따지기라도 하고 싶었지만, 다행이 온업담은 아직은 최소한의 예의와 이성적인 판단력을 잃지 않았다.

막 온업담이 슬쩍 압력을 가하려던 찰나, 정환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잠시 온 대사 동지에게 내 질문 하나 해도 괜찮겠소?”

“...................??” 난데없는 정환의 물음에 온업담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젊은 조선의 권력자가 자신에게 뭐라고 물어볼지 짐작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일로 서방은 난리가 났소. 벌써부터 귀국을 인권 탄압 국가, 자국민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공산 독재 국가라고 비난하고 있지. 이미 봤겠지만 ‘그런’ 사진까지 CNN에 실렸으니 아마 조만간에 실질적인 제재가 들어올 거요.”

“.......그렇겠지요.”

“그럼 그 제재가 영원히 갈 거라고 생각하시오?”

“..........!!!!”

넌지시 던져진 그 질문에 온업담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도 이제 슬슬 왜 정환이 이런 질문을 묻는지 알아챈 것이다.

지금 이 말은 그러니까.....

“물론 아닙니다.”

“그렇소?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오?”

왠지 답을 다 알고 물어보는 듯한 정환의 질문에 온업담은 어찌 보면 엉뚱하게, 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이유보다도 간단명료한 이유로 대답했다.

이제 그의 대답에는 조금 전과는 달리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자국의 입지에 대한 오만한 자부심이 깃들어 있었다.

“우리 중국의 인구는 아직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거요. 아마 나뿐만 아니라 이미 미제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그리 판단하고 있을 거요. 단지 지금은 여론을 의식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뿐이지. 그 광경이 준 충격이 컸으니까 말이오. .......단기적으로는.”

‘총서기의 저 말은.... 비난하는 ’척‘을 하겠다는 의미로군! 좋아, 나도 이제 본국에 할 말이 생겼다.’

한숨 돌린 온업담은 드디어 회의실에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약간이나마 정환에게 미소를 보일 수 있었다.

정환의 말 대로였다.

비록 중국은 현재 선전과 광저우를 비롯해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개방을 하고 미국, 유럽의 선진 강대국들에게 하청을 받아 생산을 대리하는 개발도상국이었다.

하지만 웬만큼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10억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중국이 늦든 빠르든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이 될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이미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간의 대결 구도, 이념의 시대는 자본주의의 압승으로 막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세계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의 화두는 경제 성장이었고 사람들은 전쟁이 아니라 소비를 하기를 원했다.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밀고 나갈수록, 11억 중국인들의 평균소득이 오르면 오를수록,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소비시장으로서 중국의 중요성은 나날이 부각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춰 늦건 빠르건 중국에 가해진 경제제재도 슬그머니 거두어질 것이다.

장사해야하니까.

‘천안문에서 몇 명의 중국인이 죽건 몇 명이 탱크에 깔리건 이익 앞에서 인권을 우선시할 나라는 거의 없지. 자국민의 인권도 아니고 타국민의 인권은 더더욱. 씁쓸한 일이지만, 국제 사회는 정의와 도덕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의해 돌아가니까. 나도 거기에 맞출 수밖에.’ 물론 단기적으로야 세계인의 뇌리에 가해진 시각적 충격이 (원역사보다) 큰 만큼,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투자 철회부터 온갖 경제적 위협이 가해지겠지만, 곧 세계인들은 그 정도로는 중국의 공산당 독재를 무너뜨릴 수 없음을 배우게 될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충격이 희석되고 나면, 사람들은 곧 중국이 세계에 공급하는 싼 노동력과 재화가 그리워 질 것이고, 다국적 기업들은 거기에 맞춰서 움직인다.

당장 정환이 회귀하기 전 원 역사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전개되었고, 이번에도 시간만 좀 더 걸릴 뿐 결과적으로 별로 다르지 않을 것임을 정환은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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