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애하는 수령동지-60화 (60/350)

14장. 나비의 날갯짓은 반대편 대륙에서 핵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6)

14장. 나비의 날갯짓은 반대편 대륙에서 핵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6)

-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대장상 사임! 미공개 주식 양도 문제에 책임을 지다... 리쿠르트 사(社) 스캔들, 어디까지 번지나? 세간의 시선은 다케시타 총리에게로.

“책임을 진다라.... 달군 철판 위에서 도게자(土下座)라도 하면 모를까, 요즘 이 일본의 정치판에서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NHK 긴급 속보에 뜬 자막을 보며 나카오 에이이치 장관은 그렇게 냉소적으로 중얼거렸다.

TV에서는 현 대장성 장관을 포함해 수많은 정치인들이 꺼덕꺼덕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그런 행위에 속기에 나카오는 이미 구를 만큼 굴러 본 사람이었다.

지금이야 잠시 사임을 하고, 사죄를 하는 척 하지만, 어차피 거물급들은 곧 몇 년 지나지 않아 원위치로 복귀한다.

대중들은 기억력이 나쁘다지만, 그의 기준으로 봐도 일본 대중들은 특히 더 기억력이 나쁘니까.

게다가 요즘처럼 누구나 돈 버는 것에 정신 팔린 버블기에는 더더욱.

‘현 일본 정치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그건 바로 ’무책임‘이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 뭐 나도 그리 깨끗한 인간은 아니지만 말이야.’

어쩌면 그건 일본 뿐 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 아니 그냥 민주주의라는 제도 자체의 한계가 아닐까 하고 나카오는 생각했다.

당장 얼마 전 물러난 미국 레이건 대통령만 봐도 휘하의 중앙정보국(CIA)이 이란에 무기를 팔아넘겨 번 돈으로 중남미 정권을 뒤집어엎으려 한 일에 책임이 있다는 건 세상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코카인이 멕시코를 통해 자국인 미국으로 흘러들어와 (흑인과 히스패닉으로 가득 찬)빈민가는 마약에 찌들어 가는데다 사건 관계자들은 레이건이 모든 걸 알면서도 모른 척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레이건은 재선까지 하고 멋지게 퇴임한데다 후계자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가 얼마 전 취임함으로서 공화당은 여당 자리를 지켰다.

민주주의 최일선 국가 미국의 저런 꼴을 보고 있으니 차라리 일본도 (애초에 별로 원하지도 않은) 민주주의 따위 집어치우고 같은 아시아인 중국이나 싱가포르처럼 엘리트들의 집단지도체제를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카오는 잠시 했다.

‘집단지도체제 하니까 생각나는군. 그 젊은 친구는 올바른 선택을 내렸겠지?’

앞으로도 자주 써먹어야할 관계인데 지난번에 좀 세게 나간 거 아닌가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잘 풀릴 것이라고 나카오는 느긋하게 생각했다.

아무리 정환이 한 국가의 국가원수라고는 해도 자신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자 장차 미국을 따라잡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신빙성 있게 제기되는 동아시아의 패권국, 일본의 총리대신 자리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정치인이었다.

반면에 정환의 북조선은 이제 몰락해가는 사회주의 진영에서도 가장 아랫줄에 위치한, 가난하고 폐쇄된 세계의 변방 국가다.

닭의 머리와 용의 꼬리가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없는 거 아닌가.

그 때, 비서실에서 예상치 못한 손님의 방문을 알렸다.

“나카오 장관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 누가 말인가? 오늘 일정에는 그런 방문이 없는 걸로 아는데.... 별 일 아니라면 돌려보내게.”

“그게.......”

비서실에서 전해준 이름을 듣고 나카오는 잠시 경악에 몸을 굳혔다.

이미 여러 번 들어 아는 이름이었고 투자 문제 때문에 그가 일본에 와 있는 줄도 알았지만, 도대체 왜 그가 예고도 없이 자신을 찾아온다는 말인가?

하여튼 상대는 그냥 어중이 떠중이가 아니었다.

정치인이란 악수하고 사진을 찍고 명함을 날리며 인맥을 확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 법.

나카오는 잠시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후 비서실 전화에 대고 알렸다.

“들여보내게.”

이윽고 문이 열리며 백발이 드문드문 섞이고 안경을 쓴 50대 백인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사진으로만 보던 얼굴이었지만,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애독자인 나카오는 금방 그 세계적인 펀드의 귀재를 알아보았다.

“나카오 장관님, 우선 이리 갑작스런 방문에 사과드리는 게 먼저일 거 같군요. 영어를 하실 줄 안다고 들었는데.....”

“허허, 그렇습니다. 하지만 패밀리 네임이 좀 특이하셔서 제가 제대로 발음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걸 그러니까.... 슈바르츠...?”

“하하, 그냥 조지라고 부르십시오. 제 친구들은 다 그렇게 부르니까요. 사실 오늘 제가 갑작스레 장관님을 방문한 이유도 얼마 전 새로 사귄 친구 때문입니다.”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접근하는 조지를 보고 나카오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친구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런 세계적인 투자자와 커넥션을 구축해놓는다면 앞으로 자신의 정치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환도 물론 그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필요한 친구지만, 양지에서 과시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닌 만큼 아무래도 조지에게 그의 마음이 기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 순간 조지의 입에서 전혀 예상 밖의 이름이 나왔을 때 나카오의 경악은 한층 더 했다.

“김이라고 하는 친구입니다. 사실 친구라고 하기 뭣한 게 그 사람은 일국의 국가 원수기 때문이죠. 나이는 저보다 많이 젊지만 배포가 커서 저 같은 일개 헤지펀드 매니저도 친구로 대접해주더군요.”

“.......그 김이라는 친구가.... 조지 당신이 여기 온 이유라는 말씀입니까?”

“네, 장관님이 심각한 착각을 하나 하고 있는데, 그걸 일깨워주라고 하더군요. 지금쯤 전화가 와야 하는데.... 아! 여기 왔군요.”

조지가 휴대폰을 건네주자 나카오는 얼굴을 굳히며 통화를 건네받았다.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얼마 전에 그와 설전을 벌였던 젊은 키타조센의 총서기였다.

- 조지가 그 쪽에 당도한 모양이군요. 납북 일본인 정도는 아니어도 꽤 괜찮은 선물 아닙니까, 나카오 장관님?

“.........자네.... 어떻게 자네가 이런 국제적인 거물과 친구를.....”

- 투자 문제라고만 해두죠. 그보다 조지가 넘겨줄 서류가 하나 있을 텐데, 그걸 보고 나시면 지난번 문제에 대한 제 입장이 확실해질 겁니다. 장관님의 생각도 좀 트이실 거고요.

“................”

나카오가 조지를 바라보자 조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품속에서 서류 여러 장을 꺼내어 나카오에게 건네주었다.

숫자와 영문이 어지럽게 적혀있는 그 서류를 보며 나카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 조지가 운용하는 퀀텀 펀드(Quantum Fund)의 차기 포트폴리오입니다. 밑줄 친 부분을 보시면 그가 닛케이주가지수 폭락에 얼마를 베팅했는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

정환의 말대로 해당 부분을 확인한 나카오는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황급히 조지를 돌아보자, 조지는 정말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게 그러니까......?”

“제 펀드 매니저로서의 진지한 진단입니다. 장관님. 앞으로 닛케이 지수는 3년 안에 폭락할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 경제와 함께 말입니다.”

“......말도 안 되오. 지금 주가 현황을 보면.....모든 전문가들이....!!”

“믿든 말든 장관님 자유입니다만, 보시다시피 저와 김정환 총서기님은 일본의 좋은 시절이 그리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데 돈을 걸었습니다. 장관님이 이번에 총리직에 도전하실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글쎄요, 저는 말리고 싶군요. 원래 금융계에서도 겉으로 매력적인 종목이 사실은 경력 자살(Career Suicide)로 이어지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으니까 말입니다.”

“..............!!!”

나카오는 잠시 서류를 손에 들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이 말을 믿어야 하나?

지금 사상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 경제 호황이 3년 후에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거라고?

하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분명히 현 시대 최고의 투자자중 한 명이다.

그런 사람이 할 짓이 없어서 장관 사무실까지 찾아와 농지거리를 할 이유는 없다.

그것도 자기 돈까지 걸어가면서.

잠시 죽음 같은 고뇌의 시간이 이어졌지만 이내 나카오는 힘든 선택을 내렸다.

그는 거만하고 노회하고 탐욕스러운 노인네일지는 몰라도 멍청하거나 눈앞의 이익만 볼 줄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최소한 누군가 눈앞에 현실을 들이댈 때 그걸 외면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자네는 확실히 훌륭한 사자(使者)를 보냈군. 내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네. 이번 계파 회합에서는 한 발 물러나도록 하지. 아직은 내가 총리 자리와 연이 없는 듯 하군.”

- 신중하면서도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납북자 문제는 나중에 해결해드리도록 하죠. 혹시나 해서 말인데 이걸 국민들에게 알릴 생각은 아니시겠죠?

정환의 가벼운 질문에 나카오는 피식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냉소와 불신, 맥 빠짐과 현실부정이 섞인 웃음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이걸 내가 알린다고 해도 국민들 중 몇이나 그걸 믿겠나? 내가 치매에 걸렸으니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모를까. 일본 국민들은 불안과 예측 불가능함을 유독 싫어하는 유권자들일세. 일장춘몽이나마 계속 꾸게 해주는 게 현실적인 정치인의 선택지지.”

“일본 뿐만이 아니라 미국 국민들도 마찬가지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시장예측기법에 심리학과 철학, 인문학이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거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조지가 ‘인간이 다 그런 거지’하는 표정으로 손바닥을 펼쳤고 정환은 이제 슬슬 한 건을 마무리 지었음을 느꼈다.

하지만 통화를 끊기 전에 마지막으로 나카오에게 해줄 말이 있었다.

지난번부터 마음에 걸리던 문제였는데 지금이야말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좋은 시기인 듯 했다.

- 일본인들이 정치인을 잘 뽑았군요. 아, 그리고 끊기 전에 한 마디만 더, 나카오 장관님.

“............뭔가?”

- 앞으로 나를 호칭할 때는 ‘총서기’라는 직함을 꼭 붙여서 예의를 갖추도록 하시오, 나카오 에이이치 장관. 알겠소?

“...............!”

정환의 조용하지만 명백한 압박에 나카오는 미간을 세로로 좁혔다.

하지만 이미 이번 일은 자신의 패배로 끝났고 그가 정환의 역량을 잘못 판단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환은 자신의 일본 내 자산을 이동시키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고 그럴수록 나카오가 정환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납북 일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나카오는 정환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했고 이제 그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정환은 명백히 우위에 서게 되었다.

이제 아쉬울 게 없는 정환은 여기서 나카오와의 커넥션을 끊어버려도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지만, 나카오는 그게 아니니까.

지금이라도 내각정보조사실에 정환의 일본 자산을 압류하라고 하는 등 발악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나카오의 총리대신을 향한 야망이 너무 컸다.

판단이 끝나자 행동은 빨랐다.

그런 면에서 나카오 에이이치 장관은 참으로 정치인다웠다.

“.........모우시와케 고자이마셍(申し訳ございません :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 일본어에서 최상위의 사과 표현), 김 총서기님. 제가 그동안 지대한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넓게 해량해주시고 앞으로도 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주시기를 간청 드립니다.”

- 그래야지, 나카오 장관. 앞으로도 공화국과 일본 양 국 간에서 가교가 되어주기를 부탁하는 바요. 우리는 앞으로 서로가 필요한 관계니까. 국가 간에서나, 장관과 나 사이에서나.

“......관대한 처분에 감사드립니다, 김 총서기님.”

- 아마 다음에는 공식적인 국가 간 외교의 장에서 볼 수 있을 거요. 그럼 또 연락하지. 그 때는 직위에 걸맞는 처신과 판단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도록 하지.

정환은 그렇게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편 그 시각 지구 반대편에서, 정환과 조지, 나카오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 간에 또 한 쌍의 ‘친구’ 관계가 재정립되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거대한 산맥에 위치한 분지의 한 천막, 평평하고 둥글게 생긴 이슬람 전통 모자, 따끼야(Taqiyah)를 쓴 남성들이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든 채 새로운 손님을 캠프 안으로 들이고 있었다.

‘사탄의 마차’라고 불리며 아프가니스탄 무자헤딘의 두려움을 샀던 소련의 하인드 전투헬기를 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위장된 캠프 중앙에 낙타를 세우고 등에서 내린 사람들은, 놀랍게도 이 등지에서는 보기 힘든 아시아인들, 정확히는 중국인들이었다.

꽤 오랜 시간 여행해 왔을 텐데도 지쳐보이기는커녕 사방을 경계하는 눈빛의 그들에게 먼저 다가간 건 이 캠프의 지도자로 보이는 한 무슬림 남성이었다.

“성전(聖戰)의 전사들의 보금자리에 온 걸 환영하오, 나는 압둘라 앗잠(Abdullah Azzam)이오, 그 쪽은.......”

“알 필요 없소, 알려주지도 않을 거고. 당신들이 이제까지 협력해 온 CIA 줄을 버리고 우리에게 협력하기로 한 건 순전히 우리 지원 덕분 아니오? 그러니 피차 시간낭비는 하지 말도록 합시다.”

중국 억양이 섞인 아랍어로 내뱉은 그 남자는 이내 손을 흔들어 트럭에 실은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포함한 무기와 탄약을 내려놓도록 신호했다.

남자의 무례한 말투에 압둘라는 물론, 그의 옆에 서있던 아들쯤으로 보이는 키 큰 젊은이도 기분이 상한 듯 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남자가 한 말이 틀리지는 않았으니까.

이내 천막으로 안내된 그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 공동의 적을 상대할 방안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한참 지원방안과 그 구체적인 실행에 대해 토론이 오가던 중, 중국인이 생각났다는 듯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이곳으로 오다가 농민들이 경작 중인 양귀비 밭을 발견했는데, 그건 당신들 소유요?”

“그렇소, 우리 자금원이지. 알라께서 비록 이 땅에 석유라는 축복을 내려주지는 않으셨지만, 대신 그에 버금가는 건 내려주셨거든. 우리 적들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우리 재정을 풍족하게 하는 축복을.”

자랑스럽다는 듯 말하는 압둘라 앗잠의 말에 ‘손님들’ 중 몇몇이 얼굴을 찡그리더니 중국어로 ‘미친 오랑캐들’쯤 되는 욕설을 속삭이며 땅에 침을 탁 뱉었다.

그 중 몇몇은 ‘웨이우얼쭈(Wéiwú'ěrzú : 위구르의 중국식 발음)’ 어쩌고 하는 말을 입에 담으며 기분 나쁜 비웃음을 입에 잔뜩 머금었다.

물론 압둘라 앗잠과 그의 뒤를 말없이 따라다니는 젊은이는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게 모욕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이해해주시오, 우리 중국인들은 아편에 대해 안 좋은 추억이 많아서. 특히 우리 국안부는 더더욱.”

압둘라 앗잠과 대화하던 중국인이 상황을 수습하려는 듯 변명조로 그렇게 말했지만, 압둘라 뒤에 서있던 젊은이는 그들의 무례에 기분이 상했는지 말도 없이 천막 밖으로 나가버렸다.

중국인이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압둘라가 먼저 상황을 마무리했다.

“내 측근 중 한 명이오. 서방에서 교육을 받고 사우디의 부유한 집안에 태어났지만 그 모든 걸 내버리고 이슬람에 대한 박해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이곳으로 왔지. 수줍은 면이 좀 있으니 양해를 부탁드리오.”

“.....뭐 좋소, 아무튼 우리 중국 국가안전부는 당신들을 밀어줄 거요. 이 모든 지원에 대한 대가로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은 하나, 소련인들에게 지옥을 보여주는 거지.”

‘물론 나중에는 그것만이 아닐 테지만 말이야’하고 중국인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신들도 CIA가 여러 곳에 나눠주는 지원을 조금씩 받아가느니 우리가 몰아주는 지원을 받는 게 낫겠다 싶어 손을 잡은 거지. 우리는 민주주의나 자유에 관심 없소, 이슬람 교에는 더더욱 그렇지. 그냥 소련이나 확실히 괴롭혀주시오.”

“.....중국인들이 이전부터 소련과 관계가 안 좋아 아프가니스탄 정세에 알게 모르게 개입하고 있었던 건 알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끼어들 줄은 몰랐군. 계기가 뭔지 물어봐도 되겠소?”

“그냥 소련인들이 우리 집 뒷문에 똥을 싸놨다고 해둡시다. 지금은 그렇게만 알면 되오.”

“........흠, 알았소. 뭐 우리 사정은 아니니까.”

“하여튼 우리 중국과 ‘친구’가 된 걸 환영하오. 중국 속담에 ‘시엔주어펑요우(선주붕우 : 先做朋友) 호우주어셩이(후주생의 : 後做生意), 사업을 하려면 먼저 친구가 되라’는 말이 있지.  앞으로 우리는 많은 좋은 사업을 함께 하게 될 거요. 기대되지 않소?”

물론, 그 자리에 있는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들과 아프가니스탄 무자헤딘 중 이 입에 발린 소리를 진심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걸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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