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나비의 날갯짓은 반대편 대륙에서 핵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3)
14장. 나비의 날갯짓은 반대편 대륙에서 핵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3)
나카오의 나직하지만 확실한 위협에 정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답답하지만 그는 정환처럼 회귀자가 아니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일본 주식시장과 부동산이 불과 몇 년 후에 붕괴할 거라고 예측했던 사람은 지극히 소수였으니까.
- 협박이라... 구체적으로 저에게 어떻게 해를 가하시려는 겁니까? 한 번 들어나 보겠습니다. 자랑은 아닙니다만 제가 있는 이곳은 일본과 달리 검찰도 없고 선거도 없습니다. 부패감시기관은 얼마 전에 하나 만들었는데 그들은 제 명령만 듣죠. 그런 나라의 수장인 저를 어떻게 협박하실지 궁금하군요.
- 하지만 그곳에도 돈은 있겠지. 아닌가? 자네는 야심이 큰 사람이고 그 야심을 펼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아주 많이 필요할 텐데 그 중 절반이나 없어지면 꽤 타격이 클 거야, 그렇지 않은가?
- ................
- 자네가 일본에서 벌어들였던 자산, 모르긴 몰라도 아마 절반 정도는 아직 일본에 있겠지? 물론 겉으로야 자네와 아무 상관이 없는 돈일 테지만 그거야 털어보면 나올 일이고... 게다가 자네의 키타조센은 아직까지 국제사회에서 적성국가로 낙인찍혀있다는 걸 기억하게. 나는 아주 쉽게 자네의 일본 내 자산을 압류해 버릴 수 있네.
예상했던 협박의 내용에 정환은 조용히 그 말을 듣고만 있었다.
사실 애초에 허영준의 번호로 뜬금없는 나카오가 자신에게 접촉해온 시점에서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 재산형성 과정에서 장관인 나와 엮여 있으니 어떻게 빠져나가 보겠다는 생각은 관두게. 나는 이미 빠져나갈 방법을 다 마련해두었으니. 내각정보조사실(内閣情報調査室)에는 그동안 자네와 관련된 일은 입도 뻥긋하지 않았네. 나는 내가 배팅한 상품의 배당을 남과 나누고 싶지 않거든. 하지만 자네가 계속해서 고집을 피우면 나도 선택의 여지가 없네.
이 양반아, 지금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건 당신이거든?
그러나 ‘나는 사실 30년 후의 미래에서 환생한 사람이고 그 세상에서 일본은 3년 후 버블 붕괴로 인해 장기불황에 빠진다’라고 말을 해봐야 지금 시점에서는 씨알도 안 먹힐 테니 정환은 그저 묵묵히 나카오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 요즘 같은 시국이면 조사실도 적성국가와 연관된 자산을 압류하는 데 망설이지 않을 걸세. 애초에 자네 금고지기인 허영준이라는 친구도 털어보면 먼지가 많은 친구고... 하여튼 자네가 현명하게 판단했으면 좋겠군. 애초에 자네 입장에서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총리가 되도록 도와주면 차관에 기술 협력부터 시작해서 차후 관계 개선에서 여러 모로 손을 써주지. 이정도면 자네에게도 도움이 되는 제의일 거 같은데....
- 장관님, 믿으실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장관님이 진심으로 일본 총리직에 오르기를 바랍니다. 단지 지금은 때가 아닐 뿐입니다.
정환의 입장에서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였으나, 나카오는 완고했다.
- 미안하지만 변명으로밖에는 안 들리는군. 나는 이 총리 자리를 오래 노려왔고 지금이야말로 가장 적기일세. 다케시타 노보루 내각은 1년도 못 갈 것이고 그 뒤로는 자리 채우기용 허수아비들만 남았지. 지금이야말로 내 정치인생을 건 세키가하라 전투(関ヶ原の戦)를 치를 때란 말일세, 더 미룰 수는 없어!
‘아, 이 아저씨 진짜 더럽게 못 알아먹네.’
도무지 설득이 될 것 같지 않을 나카오의 고집에 정환은 답답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의 일본은 누가 봐도 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국가였고 다른 어떤 때보다 현재 총리 직위에 프리미엄이 붙는 건 충분히 납득 가능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지금 총리 자리에 욕심을 냈다가는 3년 후에 굴욕적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나카오에게 어떻게 납득시킬지가 관건이었다.
‘일단 물러나야겠군, 이제 막 개혁과 개방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 그 밑거름이 되어야 할 자산의 절반을 압류당하거나 하면 곤란하다.’
-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죠. 이건 너무 갑작스럽군요.
- 그러지.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는 게 좋을 걸세. 물론 시간을 벌어놓고 다른 곳으로 자산을 이동시키거나 할 생각도. 요즘 일본은 돈이 넘쳐나는 만큼 탈세하는 놈들도 많아져서, 조사실의 자금 추적 능력도 날이 갈수록 도가 트고 있으니까. 그럼.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빌어먹을.
나카오의 불쾌한 협박에 정환이 뭐 씹은 표정으로 통화를 종료하자, 운전석에서 운전에 몰두하던 유혜림도 백미러로 그의 심기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일본 쪽 일이 안 좋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총서기 동지? 역시 그 허영준인가 하는 동지가 문제를 일으킨 모양인데, 전 처음부터 그 동지 인상이 영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지금이라도 해외에서 암약하는 공화국의 충성스런 요원들을 보내셔서 도쿄 만 밑바닥에서 수영을 시키시면....”
“아니, 그게 아냐, 허영준은 그냥 접선책에 불과해. 아마 나카오가 무슨 말을 할지도 몰랐을 거야.”
정환은 그렇게 말하며 냉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비록 나카오의 협박에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일시적인 감정 때문에 여기서 유혜림의 말대로 모든 관계를 끊어버릴 수는 없었다.
돈의 액수도 액수지만, 앞으로 나카오와의 관계, 나아가 그가 총리로서 이끄는 일본과의 관계는 그가 총서기로서 이 공화국을 이끌어나가는 데 그 돈보다 백배 천배는 더 중요한 자산이 될 테니까.
나카오도 그걸 알기에 이렇게 세게 나올 수 있는 것이고.
정환으로서는 어떻게든 이 나카오와의 유착이라는 손 패의 유통기한을 늘리면서 돈도 보전할 방법을 찾아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쪽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휘둘릴 여지는 주지 말아야겠지.... 일본 버블이 끝날 때까지 앞으로 3년 정도 남았으니,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일본의 부를 가져와야 한다. 그래야 이 공화국을 바꿀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더 이상 정환은 감시를 피해 돈을 이리저리 옮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방면에 특화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훨씬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현재의 상황과 미래의 지식을 이용해서 지금 그가 처해있는 문제 두 개를 동시에 해결할 방법이 정환의 머릿속에 반짝 떠올랐다.
“어서 오시오, 현 부장, 오늘도 변함없이 미인이군, 기래.”
“.........감사해요, 하지만 설마 그 이야기를 하려고 부르신 건 아닌 거 같고, 왜 저를 부르셨나요, 장 부장 동지?”
자신의 손님, 현영숙 선전선동부 부장 겸 중앙검열위 위원장의 냉랭한 반응에 장성택은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로 향하던 자신의 시선을 제 위치로 돌려놔야 했다.
속으로는 참 비싸게 군다고 불평했지만, 지난 당 대회 이후 그녀는 이제 직급 상으로도 자신에게 별로 꿀리지 않는 위치가 되었기에 더 농짓거리를 걸 수는 없었다.
“현 부장, 요즘 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특히 새 총서기 동지 취임 이후 말이야.”
“.............?”
바쁜 사람을 불러다 놓고 느닷없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려는 장성택에게 현영숙은 고운 눈매를 휙 치켜 올렸다.
하지만 그녀는 영특한 머리로 장성택이 그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려고 그녀를 부른 게 아님을 직감했다.
새 국가 원수가 취임한 이후 시국 이야기를 늘어놓는 거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라면 흔한 일이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북조선에서 시국 타령을 하며 새 국가원수에 대해 점수를 매기려는 듯한 언동은 아무리 장성택이 조직지도부 부장이라고 해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동안 장성택이라는 인간을 상당히 오래 지켜봐온 현영숙은 그가 결코 아무 의미 없이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인간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장 부장님께서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건 필히 곡절이 있을 듯 하군요. 제가 알기로 총서기는 오늘 평양 - 사리원 간 고속도로 착공식에 동원된 노농적위대와 청년 돌격대 노무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현지지도를 나가신 걸로 아는데.... 그곳에서 무슨 일이라도 났나요?”
“하하하.... 이래서 내가 현 부장을 좋아한다니까, 이야기를 나누기 아주 편해. 이걸 보게. 오늘 착공하는 새 고속도로 공사를 담당한 청년돌격대와 노농적위대 일꾼 동지 노임 지급에 관한 문건일세.”
“...............??”
장성택이 테이블에 내려놓은 서류 뭉치를 둘러본 현영숙은 그가 밑줄을 쳐놓은 부분을 읽다가 눈이 휘둥그레 졌다.
다른 국가에서라면 지극히 당연하다 못해 상식 선의 조치를 설명해 놓은 부분이었지만, 이 북조선에서 처음 보는 그 말에 현영숙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야간 작업자는 청년 돌격대와 노농 적위대 중 자원자로 구성하고 해당자에게는 노임을 2할 더 차등지급할 것....’ 이거 정말인가요?”
“기래. 나도 처음에 청년 돌격대 동지들에게 임금을 주겠다는 것부터 놀라기는 했지만 무려 ‘차등지급‘이라... 현영숙 동지. 이제 총서기의 의중을 좀 알겠나?”
장성택의 말대로 정환의 이러한 조치는 실로 혁명적인 것이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공사에 동원된 인부들에게 노임을 주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북조선에서는 오래 전부터 ‘청년 돌격대’니 ‘노농적위대’같은 이름을 붙여 민간인을 징발해 무보수로 가혹한 노동을 시켜오고는 했던 것이다.
청년돌격대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줄여서 ‘청맹’ 산하의 조직으로, 분명 편제상 인민무력부 공병국 산하의 부대지만 그 실체는 (출신성분이 안 좋은) 젊은 청년들을 징발해 공항, 댐, 철도, 항만 같은 중노동에 투입되는 사실상 노가다 부대였다.
노농적위대는 한 술 더 떠서 육체적으로 군사 훈련을 감당하기 힘든 중장년층 여성까지 끌어다 편성한 향토예비군 조직인데, 하는 일은 역시 청년 돌격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남녀 가릴 것 없이 장기간의 병역 의무가 부과되는 병영국가 북조선에서 이들 인력은 말 그대로 소모성 자원으로 쓰여지며 가혹한 장기간 노동에도 무보수인건 말할 것도 없고 제대로 된 안전장비나 심지어 식사조차 언감생심인 말 그대로 노예였다.
당에서 고속도로 공사를 시키건 뭘 시키건 군소리 없이 해야 하는 이들에게 적으나마 보수를 지급하겠다고 나선 것만도 혁명적이다.
아니, 보수만 준다면 새로 취임한 총서기가 인민들 민심을 잡기 위해 돈 좀 쓰는 구나 할 수도 있겠지만, 장성택과 현영숙의 눈길을 끈 건 바로 ‘차등지급’이라는 부분이었다.
“차등지급... 이건 그러니까... 자본주의적 발상을 도입하겠다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 우리 공화국의 기반을 이루는 공공배급제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일일세. 김정일 장군 때라면 그 즉시 자본주의적 발상을 했다고 혁명화 교육을 받았을 텐데 말이야. 아무래도 지난번 당 대회에서 밝힌 4대 목표도 그렇고, 이번 총서기는 정말로 이 공화국을 뿌리부터 바꿀 생각이야. 하하....”
뭔가 유쾌하다는 듯 웃는 장성택을 앞에 두고 현영숙은 자신이 일본에서 처음 만난 김정환이라는 이름의 청년, 지금은 총서기가 된 젊은 남성을 떠올렸다.
그 때 그는 분명히 지도자의 중요성에 대하여 자신에게 역설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도자 자리에 오른 지금, 이제 정말로 뭔가를 바꿀 참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아리송한 건 장성택이 이걸 왜 굳이 자신에게 보여주느냐 하는 건데....
“놀랍군요... 하지만 아직 부장 동지는 저에게 더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 거 같은데...”
“그렇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총서기의 의중을 제대로 읽었다면, 이제 권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테지. 김일성 장군님이 눈 덮인 벌판에서 빨치산 활동을 하며 세운 이 북조선은 이제까지 총 든 자들이 이끌어왔네. 하지만 앞으로 이 공화국의 중심은 총서기 밑에서 크게 두 축으로 갈릴 거라는 말일세.”
“.........둘 이요?”
“기래, 총 든 놈들과, 펜을 든 놈들로. 이걸 눈치 챈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테니.... 홍계성 그 늙은 여우도 이미 냄새를 맡았네. 벌써 자기 생존을 위해 움직이고 있지. 그러니 나와 현 부장쯤 되는 사람이면, 앞으로의 기회를 위해 서로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나?”
드디어 현영숙은 장성택이 왜 굳이 자신을 이곳까지 불렀는지 이해했다.
장성택은 자신에게 동맹을 제의하는 것이다.
확실히 그녀에게 그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현영숙은 출신성분이 좋았고, 똑똑했고, 공화국 밖 세상 물정에도 밝았으며 권력에 대한 냄새도 잘 맡는데다가 그것에 대한 욕심도 충분했다.
거기다 (북조선 기준으로 나이는 좀 들었지만) 아름답기까지 하며 장성택과 비슷하게 군부의 과격한 행동에 질려 있었다.
충분히 검토해볼만한 제안인 것이다.
“지금 총서기는 능력이 대단하지. 하지만 그런 총서기도 혼자 이 공화국을 이끌 수는 없어. 밑에서 받쳐주는 사람이 있어야지.”
“........그리고 그 받쳐주는 사람들은 누구든 총서기 다음 가는 권력을 누리게 될 것이고 말이죠. 제 말이 맞나요?”
“기렇지, 그러니 그 사람들이 홍계성이와 백승철이를 비롯한 군부 무식쟁이 돌대가리들이 아니어야 한다는 건 현 부장과 나 모두 동의할 걸세 현 부장과 나는 아주 좋은 한 쌍이 될 텐데 말이지....... 아닌가?”
현영숙은 그 말에 평소에는 보기 힘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날씬하지만 요염한 자신의 허리춤으로 슬슬 다가오는 장성택의 손길을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밀어냈다.
그리고는 살짝 실망한 듯 입맛을 다시는 장성택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요. 모름지기 나라는 총잡이 군관들이 아니라 총서기나 우리처럼 머리에 먹물 든 사람들이 이끌어야죠. 그러니 장 부장 동지와 함께 하겠어요.”
“기래? 그런데 왜.....”
“.......하지만 이런 중대사를 도모하시는 분 치고는 장 부장님의 행동이 너무 가볍군요. 곧 권력에 가까이 가실 분이 홍계성 차수 같은 정적에게 꼬투리를 잡힐 행실을 보이셔야 총서기가 장 부장님을 믿고 일을 맡기겠어요?”
“.................”
현영숙의 부드러운 면박에 장성택의 얼굴이 잠시 불만스러워졌지만 이내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렇지! 기래, 하하하.. 내가 잠시 실수했군. 나야 현 부장이 함께 하기만 해준다면야 뭔들 두렵겠어? 하하하....”
“어머, 저도 마찬가지에요. 비가 오는데 든든한 그늘 밑에 들어가 있는 게 현명한 처세 아니겠어요?”
“하하하... 아무튼 앞으로 잘해보지. 홍계성이가 아무리 인민군 차수라지만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 뭘 알겠나? 현 부장과 내가 힘을 합치면 곧 총서기의 신임을 우리가 독점하고 홍계성이와 프룬제 로스케들을 뒷방으로 밀어내는 것도 여반장이지. 하하하....”
장성택이 방금 전 자신의 행동을 무마하려는 듯 일부러 크게 웃자 현영숙 역시 따라 웃었다.
곧 그의 사무실은 두 사람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지만, 둘 중 현영숙은 웃으면서도 눈을 묘하게 빛내면서 장성택을 주시하고 있었다.
‘당신은 나를 제대로 봤어요, 장 부장 동지. 내가 권력 주변에 있는 사람에 만족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빼면.’
한편 그 시각, 문제의 총서기 정환은 고속도로 착공식에서 돌아와 당사에서 한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만난다기보다는, 그 사람을 보고 있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 사람이 서기실 테이블에 차려진 진수성찬을 빨아들일 듯 먹어치우는 광경을.
“천천히 들게. 청진 교화소에서 밥을 잘 안 주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