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수령 동지 (1)
1화. 수령 동지 (1)
잘못된 지도자는 첫 번째 임기에 정권을 망치고, 두 번째 임기에 나라를 망친다.
- 리콴유(李光耀, Lee Kuan Yew)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이자 독재자.
“야, 김경수. 너는 만약 대통령이 되면 뭘 하고 싶어?”
“엉? 그게 뭔 소리냐, 밥 먹다 말고.”
질문을 들은 사람, 김경수는 연구원 앞 백반 집 밥그릇에서 눈을 떼고 눈앞에 앉아있는 자신의 친구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세히 보니 그의 밥그릇은 거의 손도 대지 않은 것 같았다.
“말 그대로야. 대통령, 아니, 대통령이 아니라도 좋아. 총리, 왕, 전제군주, 아니면 어디 제3세계 독재자라던지. 하여튼 권력이 있으면 제일 먼저 뭘 하고 싶냐고.”
“어이, 이정환. 소고기도 아니고 6000원 짜리 제육백반 먹다가 체했냐? 갑자기 웬 대통령 이야기야?”
상대 김경수는 별로 진지하게 대응해주지 않았지만, 정환은 그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니, 별로 무리한 전제는 아니잖아? 누구나 한 번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독재자가 되고 싶다는 상상 한 번 쯤 해볼 거 같은데... 특히나 TV에서 허구한 날 저런 꼴이나 나오면 ‘내가 해도 저것보단 잘하겠네’라는 생각하잖아, 다들.”
정환이 손가락으로 TV를 가리키자 경수의 시선도 그 손가락을 따라 TV로 향했다.
난장판이 된 국회 회의실이 중계되는 가운데, 화면 하단 배너에는 현 상황을 알려주는 자막들이 속속 지나갔다.
- 국회, 사상 최장기간 공전상태, 여야 여전히 합의점 찾지 못해.....
- 여당 대표 ‘국민들 보기 부끄럽지 않나, 국회를 개원하고 예산안 심의라도 하자’ 야당 대표 ‘경제를 파탄 낸 정권, 국민 운운 어이없어... 다음 총선에서 심판할 것’
“하아.... 뭐 나도 답답하기는 한데, 어쩔 수 없잖아. 저게 민주주의인데. 권력의 분산과 견제가 민주정의 장점이자 본질 아니냐고. 너 서울대까지 나온 놈이 그걸 모르지는 않을 거 아니야.”
“아 물론 알지, 나도 그건 아는데, 요즘은 권력의 분산과 견제가 아니라..... 분열과 담합으로 변질된 거 같아서 하는 소리야. 저거 보라고.”
멀거니 정오 뉴스를 보여주는 화면을 바라보며 정환은 중얼거렸다.
곧 화면은 아나운서의 나레이션과 함께 그날 오전 있었던 여야 의원들 회동을 보여주는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 오늘 오전 있었던 여야 회동에서 양 당은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자는 약속으로 시작한 토론은 얼마 되지 않아 고성이 오가는 싸움판으로 변질되었는데요. 여야 대표는 서로를 비난하며 인신공격과 막말, 저급한 욕설이 오갔습니다. 후반부에는 서로 간에 폭력과 몸싸움까지 벌어졌는데, 지금부터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야, 이 좌파 XX 새끼들아! 뭐가 어째? 정권 잡았으면 다야? 허구한 날 나라 생각은 안 하고 SNS로 이미지 정치나 해대고. 너희들 때문에 이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이 대한민국이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X 같은 새끼들....’
‘박 의원님! 아 거 말 좀 가려서 합시다! 그러니까 그 쪽 당이 막말 당, 수구 꼴통 당, 꼰대 당이라는 소리 듣는 거 아닙니까! 댁들도 전 정권 때 잘한 거 하나 없지 않으면서 행패는...’
‘행패? 어이! 이 의원! 너 지난 번 대선에서 지금 대통령이랑 붙을 때 가족 불법취업에 탈세에 별의별 흑색선전 다해놓고서는, 대선 끝나니까 아주 그냥 충신 다 됐다 아주. 그렇게 대통령 이미지에 붙어 가면 너한테 뭐 떨어지는 거 있을 거 같냐?’
‘야! 박 의원! 너 말 다했냐? 그러는 너야말로 전 정권 때 진골 아니라서 핍박 받았다고 감성팔이 하더니, 우리한테 정권 뺏기니까 이때다 하고 막말로 돌격대장, 여당 저격수 타이틀 한 번 달아보려고? 잘났다, 이 철새 새끼야!’
"아줌마! 여기 다른 뉴스 좀 틀어주세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신도 짜증난 건 마찬가지였는지 경수는 밥집 아주머니에게 채널을 돌려줄 것을 목청껏 요청했다.
“으휴, 하여간 저놈의 국해(害)의원들... 그래 정환아, 뭐 요즘 정치판이 정치판이고 우리 직장이라는 게 저런 정치판에서 멀리 있을 수 없는 곳이다 보니 심정적으로 이해는 하는데... 너도 다 알겠지만 어렵게 대통령 되도 쉽지 않아. 맨날 연구원 안팎에서 보면서 뭘.....”
“하기야 지금 국회에서 저 난리인 것도 우리 연구원 국내 팀 이번 상반기 경제 전망 때문이기도 하니까..... 그것 때문에 원장님부터 시작해서 윗분들 풍파 좀 불었다며.”
정환이 그렇게 말하며 냉소적인 미소를 짓자 경수는 생각만 해도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마. 여의도 쪽 줄 대는 사람부터 통계랑 팩트 그대로 밀고 나가자는 사람까지... 선임 연구위원들끼리 두 패로 갈려서 욕설에, 심지어 주먹다짐까지 오갔다는 이야기도 있어. 여기 나름 대한민국 엘리트들 모인 곳인데 창피해서 나 참....”
“개판이군. 이거 우리도 국회 욕할 처지가 아니었네.”
정환이 씁쓸하게 중얼거리자 이번만큼은 경수도 반박을 하지 못했다.
한국개발연구원(Korea Development Institute : KDI), 1971년 설립되어 지금까지 한국개발 경제사에 막대한 족적을 남기고 세계기준으로도 굴지의 싱크탱크로 명성이 자자한 이곳이 바로 현재 경수와 정환의 직장이었다.
물론 정치논리에서 가장 자유로워야 할 연구소, 싱크탱크가 어찌 보면 가장 정치에 종속된 곳이라는 점은 또 다른 씁쓸한 현실이지만.
“아무튼... 그래! 정환이 네 말대로 어찌어찌 어렵게 대선 이겨서 청와대 입성했다 치자. 그럼 그 다음엔? 대통령이 자기 맘대로 나라 운영할 수 있냐?”
“.........그건 아니지."
"그렇다니까? 지금이 5공 때도 아니고.... 국회 눈치 봐야지, 여론 조사 신경 써야지, 자기 지지기반도 관리해야지.... 자칫 잘못했다가 국회에서 탄핵안이라도 올려서 통과되면 자리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
“거기다 한국 대통령은 재선도 안 돼. 5년 안에 쇼부를 봐야 하는데, 그럼 아무리 능력자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져 있다고. 근데 현실적으로 나라가 5년 안에 바뀌어? 하기야 재선되는 미국이나 일본이라도 그건 힘들지. 저기 쟤네처럼 ‘경애하는 우리 지도자 동지’ 같은 게 먹히는 동네면 또 모르겠지만.”
경수의 지적에 이번에는 정환이 고개를 돌려 TV를 보았다.
방금 전 경수의 요청으로 바뀐 채널에는 역시 정오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별로 듣기 좋은 뉴스는 아니었다.
- 다음 뉴스입니다. 오늘 조선중앙방송에서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미사일 발사에 대하여 기술자들에게 치하를 내렸다는 것을 보도했습니다. 외교부와 국정원은 이 미사일이 동해상을 지나 일본, 나아가 미국을 타격할 능력에 점점 가까워가는 시험작 중 하나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 우리 경애하는 김정은 지도자 동지께서는, 지난 광명성 로케트 발사 개발 일꾼들에게 ‘앞으로 더더욱 기술을 발전시켜 자급 자족 자강의 3대 목표를 달성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시었다!
조선중앙방송 리춘희 아나운서 특유의 과장된 억양과 함께 TV에서는 백발이 성성한 당 간부들을 뒤에 거느린 젊고 뚱뚱한 북한 지도자가 쌍안경을 눈에 대고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정환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젠장, 저 놈은 대체 전생에 뭔 공덕을 쌓았길래 저런 행운을 만난거야? 보나마나 능력이나 지능으로 따지면 내 10분의 1도 안 될 놈이 정자 로또 잘 뽑아서...따지고 보면 현대판 왕 아니냐고, 왕.”
“북한 인민들만 불쌍하지, 이 흔한 제육볶음도 맘대로 못 먹을 거고... 그리고 얼마 전 자료 보니까 역대급 가뭄이 닥쳐서 식량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는데 팀장이 그거 반영해서 분석하랜다. 정부에서 대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던데.”
“저 동네는 인민들 이밥에 고깃국 먹게 해준다고 약속한 지가 언젠데.... 장담하는데 내가 저 자리에 태어났어도 10배, 아니, 100배는 더 잘할 자신 있어. 내가 딱 40년, 아니, 30년만 독재하게 해주면....”
“꿈 깨, 임마. 그리고 독재도 나름 어렵다? 주변에 정적들 없애고 권력 잡아야지, 부하들 중에 딴 생각하는 놈 없나 감시해야지. 미국님께서 민주주의 배달하러 오지 않을까 조심해야지... 잘못하다가는 저기 동유럽에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꼴 나.”
어느새 백반을 다 먹어 치우고 딸려 나온 요구르트까지 쪽쪽 빨아 마시고 있는 경수에게 정환은 왠지 모를 반발심이 솟아나와 한 마디 내뱉었다.
“..........꼭 그렇지는 않을지도 모르지.”
“그래? 어떻게 않을지도 모르는데?”
“나라를 잘 다스려서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은 후 존경받으며 민주주의 체제로 이양하면 되잖아. 말하자면 박수 칠 때 내려오기.”
“............................”
잠시 침묵을 지키며 그를 바라보던 경수는 이내 파하하하 하고 웃으면서 배꼽을 잡았다.
“푸하하핫....! 야! 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평상시에는 좀 쿨한 면이 있는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이상주의자구만, 이정환 너?”
“뭐가, 역사 찾아보면 그런 케이스가 없지는 않....”
“그 반대는 훨씬 더 많은 게 문제지! 너 권력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한 번 잡으면 죽을 때까지 자기가 혼자 해먹고 싶은 게 인간 본성이라고!”
“야, 그래도 청렴결백한 지도자라는 게 드물지만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당장 이 대한민국만 봐도 그래, 권력자들이 어디 자기 발로 내려온 적 있어? 설령 자신이 욕심이 없다고 해도 주변 측근들이 살살 꼬여대고 너가 퇴임하길 기다리며 칼 갈던 놈들이 한 둘이 아닐 텐데 그런 해피엔딩이 쉽겠냐? 자기보호를 위해서라도 죽을 때까지 권력 못 내려놓는 게 인간사의 속성이야. 알잖아?”
“...........그래도 국민들의 지지가 있으면....”
“에이, 그런 국민적 지지가 있으면 더 오래 해먹고 싶겠지. 그리고 고인 물은 썩는다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나중에 부패와 부조리가 누적되면 파탄이 나게 되어있어. 당장 중국만 봐도 그래. 집단지도체제니 중국식 민주주의니 하다가 결국 시진핑이 혼자 다 해먹고 있잖아. 너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어? 나랑 내기할래?”
경수의 말에 보조를 맞추듯 TV에서는 국제뉴스로 넘어가서 중국의 근황을 전해주고 있었다.
- 얼마 전 있었던 중국공산당 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주석직 연임 제한을 철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로써 공산당 내에서 시진핑 주석의 종신 독재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것 봐라. 권력이란 게 마물이라 한 번 잡으면 못 놓는다니까. 내가 정환이 너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인간이란 게 원래 그래. 저기 옛날 플라톤 할배가 그랬던 것처럼 철인(哲人) 같은 존재라면 또 모를까...”
“철인이라.....”
혼자 중얼거리는 정환의 말 한 구석에 배어나오는 어딘지 모를 슬픔을 느낀 경수는 자신이 너무 심하게 놀렸나 싶어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정환을 바라보았다.
“야.... 정환이 너 아버지 때문에 그래?”
“................”
“그랬으면 미안하다. 내가 뭣도 모르고.... 너무 마음 쓰지 마. 내가.....”
“됐어. 그런 거 아니야 임마. 점심시간 다 되가네. 나 먼저 간다.”
“어이, 이정환.....! 야! 정환아!”
정환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경수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밥집 밖으로 나갔다.
정곡을 찔렸으니까.
‘어쩌면 아버지도 그냥 권력 근처에 가지 못해서 안달복달한 사람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지.’
정환의 집안은 조부 때부터 공무원 집안이었다.
할아버지는 6.25 유공자에 윤보선 대통령 시절 상공부 공업국장이었으며, 아버지 역시 재정경제부 부이사관 출신이었다.
집안 대대로 공부 머리가 있었는지 정환도 그 뒤를 이어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이곳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평범하게 유전자의 힘으로 공부 잘해 대대로 한 자리 하고 살았던 엘리트 집안의 삶처럼 들리겠지만, 정환의 아버지 대에서 사단이 일어났다.
- 진짜 권력은 정치판에 있다, 아무리 고위공무원단 출신 관료라도 은퇴하면 그냥 동네 아저씨야. 정환아. 할아버지는 그걸 모르셨지만, 이 아버지는 정무직들 시다바리나 하는 공무원으로 살다가 죽기는 싫다. 처음에는 국회, 그 다음은 장관, 최종적으로는 청와대에 입성하는 거야!
정환의 아버지가 흔히들 세간에서 말하는 ‘정치병’에 걸린 것이다.
은퇴가 가까워지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공무원 시절 인맥으로 여의도에 여기저기 줄을 대던 아버지는, 곧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다.
당선됐냐고?
당선 됐으면 그걸 정계진출이라 부르지 정치병이라고 부르겠는가?
정치판은, 여의도라는 곳은 한 평생 공무원 일만을 해온 아버지에게는 그야말로 짐작하기 힘든 복마전이었다.
선거 자금으로 가산을 들이붓다시피 하고 무려 3번 연속으로 낙선의 고배를 마신 정환의 아버지는 어느 지방 모텔 방에서 연탄불을 피워놓은 채 시체로 발견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몇 년이나 지난 지금도, 정환은 도대체 왜 아버지가 그렇게 정치에 진출하고 싶어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기야 평소에 자존심이 강한 분이시기는 했지. 엘리트 의식이랄까, 선민사상도 강하셨고.’
아버지를 잃고 빈털터리가 된 집안 형편에 어머니를 부양하고 장학금을 받으려고 아등바등했던 학생 시절에는 몰랐지만, 자신도 관가(官家)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다 보니 아버지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평소 자신이 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국정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위 관료라는 자부심과 권위의식이 강하던 분이셨다.
그런 아버지가 고위공무원으로 대접받고 살다가 갑자기 평범한 민간인이 되니, 자기 자신의 존재가 추락하는 것 같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 자기보다 잘난 거 하나 없어 보이고 연일 싸움질만 해대는 국회의원들이 국정을 운영하는데 자신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대한 은밀한 불만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아버지도 정환이 했던 그 생각을 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생각이 그를 사로잡아 벗어날 수 없었겠지.
- 내가 해도 저것보다는 잘하겠다!
여기까지 돌이켜보니 정말 권력이라는 건 옛말에 나오는 철인 아니면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없는 마물이라는 친구 경수의 말이 맞는 듯 했다.
당장 윗동네 김 씨 일가 3대도 그 좋은 권력을 못 놓아서 인민들 피를 빨아먹고 살지 않느냐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정리되자 별 생각 없이 무작정 자리를 뛰쳐나온 자신이 바보 같아진 정환은 이마를 짚었다.
“아, 나 이거 초딩 같이.....”
그렇다고 다시 들어가기는 또 뭣해서 결국 그는 직장인 연구원으로 먼저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오늘 끝내야 할 업무도 아직 많고, 어차피 경수는 내일쯤이면 다시 볼 테니까.
하지만 연구원으로 걸어가는 정환의 머릿속에는 끝까지 지워지지 않는 생각이 하나 남아있었다.
‘누구 나 독재자 좀 안 시켜주나..... 유전자 복권 한 번만 잘 긁었어도... 딱 30년만 믿고 맡겨주면 책임지고 북한급 후진국도 SSS급 선진 강성대국 만들어놓을 자신 있는데.’
- ........북한 경제는 현재 장마당이라고 불리는 자생적인 의사(擬似) 시장에 의존하여 실질적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 역시 이러한 암시장들의 발생을 묵인하면서 뇌물 등을 통하여 정권 유지를 위한 자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70년의 공산주의 실험 끝에 마침내 자본주의를 부분적으로나마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이며 이러한 변화에 3대 세습 정권이 잘 대응하여 유지가 가능할 지는 차후 통계를..
“아오......”
정환은 모니터에서 아픈 눈을 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시간은 밤 10시가 넘었고 연구실 직원들은 전부 퇴근하여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보는 사람도 없으니 좀 쉬었다 하자는 생각에 정환은 창을 아래로 내리고 연구원 내부 인트라넷 메일 수신함을 검토했다.
연구 진척 상황을 묻는 선임 연구원으로부터의 독촉, 영국 연수 일정 공지, 통계청으로부터의 최신 자료 업데이트 등을 넘기던 정환은 뭔가 이상한 제목의 메일을 발견했다.
- 위대한 공화국의 영도자 동지께 민족과 겨레의 부름을 전합니다.
‘이건 뭐야?’
0.5초 정도 스팸 메일인가 생각했지만 이건 연구원 내부 망이다.
그럼 연구원 내부 사람이 보냈다는 이야기인데.....
“김경수 이 자식이 또 뭔 엉뚱한 생각이 들어서.....”
낮에 북한 뉴스 보더니 뭔가 요상한 장난이라도 치고 싶은 건가?
아니면 정환의 아픈 상처를 실수로 찌른 데 대한 사과?
뭐가 되었든 하나밖에 대학 동창 겸 연구원 동기가 보낸 것이다.
설마 대학시절부터 그 성격 좋고 유쾌한 걸로 유명했던 동창 경수가 바이러스 같은 걸 심어서 보냈을 리도 없고.
낮에 느닷없이 예민하게 굴었던 자신의 실책이 떠올라 정환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메일을 열었다.
“하아, 그래도 너 밖에 없다. 자식아.”
탈깍.
파앗.....!!!
마우스 왼쪽 버튼에 얹어진 그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 직후, 모니터에서 강렬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정환은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