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138화 (138/145)

# 138

S5 : 32화

신의 힘을 흉내내는 것이 마법이라면,

마치 신의 힘을 사용하는 위용을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

신급 마법.

그 무거운 이름을 가진 등급의 마법을 실행하는데 있어선 여러 가지 조건들이 필요했다.

먼저, 도구의 도움.

제 아무리 대 마법사라 해도 맨 몸으로 이런 마법을 감당해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행히도 칠성에겐 이런 신급 마법의 실행을 감당해 낼 아티펙트.

그것도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등급의 연금술사가 만들어낸 특등급의 아티펙트들이 수 백 여개나 준비되어 있었다.

“진짜 미친 새끼네!”

[칭찬은 그 정도면 됐다.]

어둠의 거인 속에 있는 칠성과 통신이 연결되어 있는 것 은 연금술사 김규형이었다.

김규형이 김칠성과 국제 연합 조직 UHD 의 지원하에 만들어낸 기간트 병기.

총 300대의 베이직 기간트에는 사실 남 모르는 비밀 기능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특수한 코드를 입력하면 신급 마법 중 하나인 ‘불기둥’ 마법의 재료로 탈바꿈 되는 기능이 있었던 것 이다.

생각 해 보면 기간트 병기라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에선 매우 거대한 아티펙트.

사람이 탈 수 있고, 수십 미터의 덩치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고,

또 어지간한 연금술사는 제작할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구성을 자랑하는 기간트.

하지만 사실 그 근본 원래를 따져 들어가면 헌터들이 흔히 쓰는 주먹 만 한 아티펙트들과 크게 다를 것 은 없다.

김규형이 만든 기간트는 기간트로서의 성능도 괜찮았지만,

여기에 칠성도 한번 당해 보았던 김규형의 필살기인 불기둥 마법의 아티펙트로 변신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있었다.

사실 칠성과 싸우던 당시에도 집단 세뇌용 아티펙트였던 둥근 태양 모빌의 아티펙트의 비밀기능을 사용해 불기둥 아티펙트로 변환시켜 사용했던 김규형.

그 때 근처의 건물을 모두 날려버리고 녹여버리고, 일대에 거대한 구멍까지 뚫어버린 그 불기둥 마법을 실행했던 아티펙트.

그것의 크기가 베이직 기간트와 비교하면 고작 기간트의 머리통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태양 모빌 아티펙트 보다도 열배는 더 큰 기간트 아티펙트가 분신하며 내뿜어낼 위력은 가히 그 스케일을 가늠 할 수가 없었다.

아마 한 대의 분신만으로도 작은 도시정도는 지도에서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의 위력!

물론 핵미사일을 맞고도 느릿느릿 네 개의 발을 끈적끈적한 느낌으로 움직이며 전진중인 수확선 이었으나,

기본적으로 마나를 이용한 공격에만 치명상을 입는 몬스터의 특성을 고려 해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었다.

게다가 그런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아티펙트가 단 한기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전 기간트 파일럿들에게 명령한다. 전원 기체에서 하차하고 베이직 기간트로부터 물러나라.”

UHD에서 준비한 베이직 기간트 총 300대.

그 중 완전히 전투불능이 되어버려 재 기능이 불가능한 기체들을 제외한 총 203 대의 베이직 기간트!

불기둥을 실행 할 수 있는 203대의 거대 아티펙트가 김칠성의 수중에 있는 셈 이었다.

세계의 곳곳.

UHD 소속의 헌터들은 의외의 명령에 웅성거리면서도 칠성의 명령이니 차례차례 기체로부터 내리고 있었다.

“좋아. 내리게 만들었어.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칠성이 어둠의 거인 조종실의 패널을 살피며 베이직 기간트들의 조종실이 비어가는 것을 보며 김규형에게 물었다.

[다 준비해 둔 게 있지.]

덜컹!

그때였다.

칠성의 머리위에서 어둠의 거인 조종실의 천장이 열리더니 투구 같은 것이 내려온다.

그리고는 스르르륵 부드러운 동작으로 칠성의 머리통에 자동으로 씌워진다.

“이게 뭐냐.”

[그걸로, 베이직 기간트 전체를 네가 조종할 수 있어.]

이건 UHD가 개발한 원격 마나 전달 기술의 총체였다.

어둠의거인의 새로워진 기능.

멀리 떨어져 있어도 칠성의 마력을 강화시켜주는 그 기술.

그 기술의 원천기술은 다름 아닌 멀리 있는 대상과도 마나를 주고받게 해 주는 원격 마나 전달기술 이었다.

그리고 기간트는 조종사의 마나로 조종하는 것.

김규형이 어둠의 거인에 해 둔 이 장치는 일종의 컨트롤러였다.

결과적으로, 멀리 있는 수 백 대의 베이직 기간트들을 칠성의 의식으로 조종 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능.

“썩을, 그게 말이 돼?!”

칠성이 욕지기와 함께 혀를 찼다.

뭘 준비했나 했더니 장난치자는 건가?

이러한 작전, 그리고 신급의 마법을 실행하는데도 필요한 두 번째 전제조건.

그것은 위대한 정신.

그리고 김규형은 김칠성의 정신력을 믿고 있었다.

[너 정도면 충분히 가능해!]

김칠성 그 자신보다도 더!

[불만 가지지 말 고 해봐. 이거 할 수 있는 사람 너 밖에 없어.]

말을 뱉고 나서, 어쩐지 씁쓸한 표정을 짓는 김규형.

그렇다, 김규형은 어느새 그 자신역시도 해낼 수 없는 일을 칠성이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저 감상적인 태도로 뱉은 말이 아니었다.

언제나처럼 철두철미한 김규형의 냉철한 지성이 내린 정확한 판단이었다.

“젠장, 뭐 하라고 해도....”

칠성은 입으론 불만을 뱉으면서도 눈을 감고 서서히 집중해 가기 시작했다.

딱히 김규형의 말을 철썩같이 신뢰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은 그러고 있을 시간도 없을 만큼 다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우-웅.

어느새 자신의 의식 그 자체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는 칠성.

칠성이 쓰고 있던 투구에 붉은빛 마나가 일렁인다.

조용히 저 멀리 곳곳에서 느껴지는 베이직 기간트들의 존재감을 느끼고 집중해 가는 칠성.

“와라.”

혼잣말인 양, 조용히 읊조린 칠성.

그 칠성의 작은 외침이.

칠성의 마나가.

칠성이 쓰고 있는 아티펙트, 그리고 안테나 역할을 하는 어둠의 거인을 울리고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콰르르르륵-.

도쿄, 스페인, 그리스, 대한민국, 칠레 ... ... .

세계 곳곳에서 타고 있는 사람도 없는데 눈을 번쩍이며 몸을 일으키는 베이직 기간트들.

이내 허공에 몸을 띄우더니 하늘을 향해 치솟기 시작한다.

그 관경을 보며 경악과 감탄을 반복하는 UHD 소속의 헌터들과 주변인들.

어느새 하늘에 구름길을 만들며 창공을 질주하는 수백대의 기간트 병기들.

“...잠깐, 한 대가 비는데?”

[신경 쓰지 마. 내가 타고 있는 녀석은 제어권을 넘기지 않아서 그러니까.]

“뭐? 네가 왜 기간트를 타고 있는데? 넌 본진에서...”

[어이 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집중 해 집중!]

본진 에 있어야 할 김규형이 기간트 병기를 타고 있다니 잠깐 의문을 가졌지만 이내 다시 집중하는 칠성.

이내, 202대의 기간트 병기들이 칠성의 조종으로 창공을 가로지르며 오스트레일리아를 향해 몰려든다.

“그리고 이제는?”

[적당한 위치에 배치하고 내가 방금 보내준 코드를 입력하면 돼. 그리고 물론, 마력이 필요하지.]

“그렇지. 장영실 소장, 이야기 대충 들었지?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얼마나...?]

“전부 다!”

베이직 기간트들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며 칠성이 장영실 소장에게 명령했다.

신급 마법을 실행하기 위한 전제조건.

첫째는 최고의 아티펙트.

둘째는 위대한 정신.

그리고 세 번째는 당연히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었다.

다행히도 칠성은, 아니 UHD 는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확실히 되어 있었다.

기이이잉-!

허공을 날고 있는 마더쉽, UHD 의 전진기지의 갑판이 열리고 그 위에 칠성을 태운 어둠의 거인이 안착한다.

그리고 어둠의 거인 앞의 갑판 안쪽 부분의 바닥이 솟아 오른다.

복잡 해 보이는 기계장치들.

위-잉.

그 기계장치들에 의해 밀어 올려지는 거대하고 투명한 마석의 판들!

다름 아닌, 마계의 명령으로 지구상의 모든 도어가 동시에 개화 한 ‘일제 개화’ 사태 때 사용된 도어 헌터들이 수집한 마석이었다.

수많은 도어들을 흡수 해 만들어진 투명한 차세대 마석.

그 차세대 마석을 다시 UHD에서 손수 하나하나 수집 해 거대한 마석판으로 직조 해 둔 것이 바로 지금 보이는 특제 마석판 들 이었다.

“이게 전부 들어가면 어느 정도나 되지?”

[약... 100경 MMP 정도 될 겁니다.]

지구를 가득히 뒤덮었던 도어와 몬스터들의 잔재에서 추출한 마력. 100경 MMP.

물론 칠성의 마력 수용양 조차 넘는 양 이었지만 걱정 없었다.

이것은 안희운이 선보이기도 했던,

마석에서 직접 마법을 운용 해 낼 수 있는 종류의 특수 마석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조차도 사용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말이다.

“그래, 이거면 해 볼 만 하겠지.”

어찌 보면 이것이 인류의 결전 필살기였다.

이 이상은 없었다.

이 한 번의 공격이 지난 10년간.

그리고 무수한 세월을 지구에서 살아오면 쌓아온 조상의 조상의 조상들... 후손의 후손의 후손들.

그 모든 인류 문명의 최종 필살기.

그리하여 간신히 해볼 만 한 수준이 되었다.

실패란 용서 할 수 없다.

“간다.”

비장한 칠성의 눈빛.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202대의 베이직 기간트들이 파괴의 행진곡을 연주하고 있는 수확선 근처로 몰려들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 줄 아는,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많은 이 들이 눈을 감고 신을 찾았다.

온 몸을 푹 적실 정도로 땀까지 흘리며 집중하는 칠성.

그런 칠성의 의지에 따라 베이직 기간트들이 수확선의 몸통 밑으로 몰려들었다.

위이이잉-!!

코드가 입력된 베이직 기간트들의 몸체에 붉은 룬문자들이 하나의 형상을 이루며 불타는 글씨로 새겨진다.

서서히 뜨겁게 달아오르는 베이직 기간트의 몸체들.

칠성은 김규형이 전달해 준 마법의 식을 수도 없이 재조합 해 가며 모든 기간트들을 하나의 마법으로 연결해 내고 있었다.

동시에 100경 MMP 에 해당하는 마석에서 끌어올린 마나들을 기간트 하나하나에 순차적으로 매우 빠르게 불어넣고 있었다.

다섯, 여섯 겹의 굵직한 마나에 휩싸인 기간트 병기들의 몸뚱이가 은은한 빛에 휩싸였다.

눈을 질끈 감은 채 손으론 술식을 맺어가고 있던 칠성이 번뜩 눈을 떴다.

“*불기둥*”

습-!

순식간에 조용해진 주변.

갑자기 모두가 청력을 잃기라도 한 고요가 지속된 것은 단 몇초.

화아아아아앗-!

이내 주변의 풍경이 모두 빛나고 있는 베이직 기간트들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너무나도 빠른 빛의 변화에 인간의 시각이 따라가지 못 하는 수준에 다다른 것 이다.

그리고 다음순간.

거대한 불기둥이 수확선의 몸뚱이를 찢었다.

“키끼에에에에에엑!!!!”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수확선.

그 거대한 몸체가 마침내.

수 천년을 이어온 인류 문명의 필살기에 의해.

서서히 찢어져 붕괴되고 있었다!

“먹, 먹혔다!”

칠성과 UHD 의 전진기지는 어느새 불기둥이 실행된 장소에서부터 수 십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둥둥 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기둥이 일으키는 엄청난 폭풍우의 영향에 기체가 흔들렸다.

UHD 내부의 사람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이런 상황을 중계 받고 있던 사람들이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드디어 인류 최고의 적이 쓰러지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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