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
공무집행 흑마법사
136회
S5 : 30화
칠성과 함께 네팔의 힌두교 신전에서 골렘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남자 검사.
“그게... 용병인데요.”
“뭐? 용병?”
남자는 자신의 정체를 추궁하는 칠성에게 본인이 용병이라고 소개했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적들과 싸움과 동시에 두 사람의 말이 이어진다.
남자는 상당한 도움이 됬다.
골렘들에겐 특수한 처리가 되어있어 마법으로 사냥하는 것은 번거로웠다.
칠성 역시 그저 온 몸에 마나를 두르고 주먹으로 골렘들의 머리통을 부수고 허리마디를 베어내고 있었다.
이편이 한 번에 여러 마리를 상대하는 데엔 훨씬 수월했기 때문이다.
그런 마당에 이 정체불명의 검사는 요상한 기술로 자신의 신체를 강화해서, 이제는 어지간한 소드마스터는 쫒아가지를 못 할 정도로 강력한 무용을 뽐냈다.
이런 강자가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 이 이상할 정도로.
“그런 용병조직이 있다고는 못 들었는데.”
애초에 음지에서 일어나는 헌터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한 조직이 UHD 였다.
이런 정도의 실력자가 있는 그룹이 지구에 있었다면 칠성의 귀에 안 들어왔을 리가 없다.
“내가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아, 그게....”
망설이며 입을 뗀 남자의 말은 황당했다.
그가 속해있는 용병단은 차원과 차원을 뛰어넘으며 의뢰를 수행하는 차원 초월적 조직이란 것 이다.
보통 사람이라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우라고 했겠지만,
워낙 황당한 일을 많이 겪은 칠성이다 보니 그런가보다 싶다.
고양이 손 이라도 빌리고 싶은 마당에 전후 상황이 어찌되었건 도움을 주겠다니 고맙기도 하고.
“통성명이나 하지. 난 김칠성이야.”
“...레이드헌터입니다.”
“그래?”
이상한 이름이군.
칠성은 레이드헌터 라는 이름의 남자가 보지 못하게 뒤돌아서 피식 웃었다.
무려 차원을 넘어온 사람이라는데.
어쩐지 작명 센스가 심하게 익숙하지 않은가.
그 뒤엔 순식간이었다.
UHD 기간트들의 레이저포 엄호.
칠성이 선봉에 서 이리저리 휩쓸고 다니고,
검사가 그 뒤를 다니면서 미처 숨이 끊어지지 않은 녀석들을 정리했다.
“끝인가?”
“그런...가요?”
칠성이 묻자 레이드헌터가 얼떨떨하게 되물었다.
칠성과 레이드헌터.
그리고 UHD 의 기간트 조종사들의 활약 끝에 네팔 신전에 몰려든 골렘의 대부분은 영원한 잠에 빠졌다.
* * *
네팔의 산골을 칠성이 휩쓸고 있는 사이,
일본지역의 안희운은 도쿄에 도착했다.
“썩을, 난장판을 쳐놨구만.”
명물인 도쿄타워가 쓰러져 있었다.
도시의 곳곳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멀리서 누군가의 비명소리와 공기를 뒤흔드는 폭격음이 간간히 들려오곤 했다.
이 아수라장을 만든 범인들은 당연히 마계에서 넘어온 골렘들.
안희운은 분전 했다.
“제기랄, 이건 세탁도 안 되겠군.”
전쟁터의 먼지가 덕지덕지 끔찍할 정도로 들러붙은 슈트의 자켓은 벗어 던져 버렸다.
솔직히 적당히 하고 보상이나 얻어가려고 참전한 전쟁이다.
그런데 눈앞에 상황들이 계속해서 닥치니 현역때의 버릇이 나와 버렸다.
정말로 진심을 다 해 지구의 침략자들을 박살내고 있었던 것 이다.
준비해 왔던 특수 마석은 이미 거진 사용 해 버렸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 그가 쓰러뜨린 골렘들의 시체도 수 없이 많아졌다.
덕분에 실제로 팽팽한 접점을 이루고 있던 도쿄에서 골렘들과 UHD 기간트 들의 전선의 승기를 점차 UHD에서 가져왔다.
전장을 뛰어다니던 안희운.
폐허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어린아이와, 엄마로 보이는 두 모녀를 발견한다.
“어이! 그러니까. 어.”
안희운의 소리지르는 듯 한 말투에 오히려 겁을 먹은 모녀.
달랠 말을 생각해 내려 하지만 아는 일본어가 별로 없다.
“그래. 와타시와 UHD. 어?”
“UHD...?”
물론 안희운은 실제론 UHD 와 하등 별 관계가 없는 인물이었다.
별 수 없다.
사실은 아니기야 하지만.
선의의 거짓말이 아닌가.
진짜 UHD 놈들도 이런 거짓말 이라면 신경 쓰지 않겠지.
또, 혹시 모르지 않은가?
김칠성만 없었다면 안희운 자신이 UHD 의 수장이 되었을지..!
‘그러니 아주 없는 것을 팔아먹는 것 도 아니다.’
물론 안희운의 머릿속에서만 그럴법한 가정이었지만 말 이다.
하여간 일본인 모녀에겐 유효한 대사였나 보다.
방금까지 딸을 껴안고 두려움에 떨던 엄마 쪽이 조심스럽게 안희운을 보며 UHD 란 말을 되내였다.
국제조직인 UHD.
그 이름값만 해도 먹히는 것 이다.
다행이다. 살았다.
그런 말을 자기들 끼리 주고받은 모녀가 안희운을 따라나설 참 이었다.
폐허가 된 건물 밖으로 안희운을 따라 나선 모녀.
“아!”
갑자기, 무언가 잊어 먹은 것 이라도 있는 듯 엄마의 손을 잡고 오던 딸이 깜짝 놀라선 다시 폐허속으로 뛰어들어가는 것 이다.
“유카리!”
엄마쪽이 딸을 불렀다.
하지만 다음에 일어난 일은 순식간이었다.
콰르르륵!!
딸이 폐허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건물이 폭사하듯 무너져 내렸다.
유카리 엄마의 피나는 듯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건 건물이 자연스럽게 무너져 내리는 속도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폭사한 건물의 잔해 사이에서,
뿌옇게 일어난 그 낙진 속에서 방금 하늘에서부터 떨어져 내려온 골렘의 푸른 눈동자 같은 수정구가 빛이 났다.
허공에서 이쪽을 타겟으로 한 골렘.
정확히는 강자 감지 시스템이 발동 한 것 이었다.
자신이 맡은 지역에서 가장 강자에 가까운 안희운을 타겟으로 한 골렘.
그 골렘이 착지한 것은 바로 그 폐허같은 건물 위.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단층건물.
그리고 골렘 때문에 무너져 내린 건물 그 사이....
“제기랄, 내가 왜 이딴 짓을...!”
믿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의 안희운.
안희운이 무너져 내린 폐허 속 에서 품에 쏙 들어가는 유카리를 안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등에는 무너져 내린 건물의 기둥이 박혀 들어가 있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 이었다.
이제 와서 후회 해 봤자인 일이었지만,
건물이 무너진다고 판단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유카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반사적으로 베리어를 펼쳤지만 중상은 면하지 못한 것 같았다.
덕분에 꼬마는 멀쩡한 것 같지만.
적당히 구색이나 맞추어 주다가 보상이나 타 갈 생각이었는데.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것 인지.
부상의 영향으로 안희운의 의식이 살짝 흔들린다.
골렘의 수정구가 번뜩인다, 골렘이 뻗은 펀치가 안희운의 머리통을 향한다.
안희운의 품에 안겨있던 꼬마.
유카리가 무언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하며 안희운을 흔들었다.
말은 못 알아듣겠지만 괜찮냐는 거겠지.
“안 괜찮다 정신머리 없는 꼬맹아...!”
벌떡 일어난 안희운.
스윽, 일어남과 같은 동작으로 골렘을 향해 뻗은 한쪽 손.
뻐엉!!!
순간 보랏빛 열기와 함께 골렘의 상반신이 증발해 버린다.
캐스팅도 없이 시전 된 다크 미사일.
이렇게 된 마당이 돼서야 마법의 오의라도 깨닫게 되었단 말인가?
‘억울하군.’
진즉 이런 경지에 도달했다면 김칠성을 따라잡는 것도 무리는 아니였겠다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재촉하는 안희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이를 안고 UHD 의 기간트들이 진을 만들고 있는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하는 안희운.
아이의 엄마도 안희운의 뒤를 바짝 따라 뛴다.
폐허가 된 도시 속,
어디에서 냄새를 맡은 것 인지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골렘들을 쓰러뜨리며 전진하는 안희운.
마침내 두 모녀를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옮겨놓는데 성공했다.
안희운은 안전지역으로 따라가지 않았다.
“아저씨!”
안희운이 따라오지 않자.
요원들의 안내를 받아 지하 대피소로 향하던 유카리가 비명과 같은 소리로 안희운을 부른다.
하지만 안희운은 멀찍이서 담배를 피워 올리며 그저 손을 설렁설렁 흔들어 줄 뿐이다.
“저런 딸이 있었다면. 나도 좀 다른 인간이 됐으려나?”
아이 엄마의 연신 고맙다는 인사까지 눈으로 받고 나서.
토끼 같은 자식에 여우같은 마누라.
그런 쓸모없는 상상을 하며 안희운은 대피소에서 가장 정 반대 방향으로 달려 자처해서 멀어졌다.
왜냐면, 묘하게 근처의 골렘들이 자신을 따라오고 있음을 어느 순간 눈치 챘기 때문이다.
중상을 입은 안희운을 치료할 방법은 없다.
안희운 자기 자신도 흑마법은 어찌어찌 편법까지 동원해서 고위 마법까지 사용하게 되었으나 치유술에 대한 지식은 전무 하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더니.”
자신이 말 하고 컬컬 웃는 안희운.
그런 안희운의 주변엔 이미 수십기의 골렘들이 몰려들어있다.
“악인은 지옥으로 꺼져야지. 나도, 너희도. 안 그래?”
기잉 구르륵-.
골렘들의 관절이 돌아가는 소리가 끔찍하다.
그들의 머리위엔 안희운이 마지막 여력을 총동원해 짜낸 열댓개의 다크미사일이 둥둥 떠 있다.
오케스트라를 지휘라도 하는 양 양손을 들어올리고 있는 안희운.
그런 안희운의 몸 주변엔 마나 증폭의 법진들이 둥둥 떠 있다.
본래는 특정 장소나 도구 등에 쓰이는 법진을, 자신의 몸위에 적용한 것 이다.
오랜 마나의 운용으로 그 무엇보다, 심지어 오리하르콘 보다도 우수한 마나 전도체가 되어있는 안희운의 육체 자체가 이 주문의 마나 전도체다.
만약 다크 미사일 같은 고위 마법이 지금 상태의 안희운 몸 위에 떨어지면 주변의 모든 것을 삼킬 거대한 폭발이 일어날 것 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안희운의 계획이었다.
다크 미사일들이 슬슬 각도를 틀어 안희운을 조중한다.
“지옥에서 보자. 개새끼들아.”
비장한 표정의 안희운.
꽈카앙!!
다음순간, 도쿄를 뒤흔드는 폭진이 일어난다.
대피소안에 있던 모녀가 커다란 소음과 충격에 깜짝 놀랐다가, 서로 불안한 눈빛을 주고받는다.
엄마가 아이를 괜찮다며 안아준다.
이 안희운이 펼친 최후의 공격으로 인해.
도쿄에 몰려들었던 골렘 대부분이 폭사되었고.
그로 인해 UHD의 기간트들이 쉽게 뒷정리를 할 수 있었다.
* * *
지우혁은 한국에서,
안희운은 일본에서.
그리고 전 세계의 헌터들과 군인들이 분전하는 동안.
네팔의 전장을 승리로 이끈 칠성은 다급한 연락을 받고 다시 텔레포트에 몸을 실었다.
“곧 시작된단 말이야?”
칠성을 호출 한 것은 UHD 본부.
칠성이 향한 곳은 본다이 비치에서 100 킬로미터 떨어진 UHD 전진기지였다.
“네. 차원문의 파장이 이렇게 일렁이고 있습니다.”
칠성을 호출한 조소장이 모니터 화면의 그래프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골렘들을 뱉어내곤 한동안 잠잠해졌던 차원문이 다시 활동을 개시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다.
그것도 전에 없이 격렬한 마나 파장을 보이면서!
다행히 종전에 뱉어낸 특대형 급의 몬스터들도 수월하게 처리했고.
전 세계의 민간인들을 노리고 날아갔던 골렘들도 거진 대부분의 지역에서 클리어 된 상황이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큰 무리는 없었다.
예상했던 것 보다는 훨씬 호재였다.
다만.
“이제 넘어오려는 건가.”
“...예. 아마도요.”
이것들은 모두 일종의 본대에 대한 호위선단.
즉, 연습경기.
아직 그들의 앞에
최후의 적.
수확선이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