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135화 (135/145)

# 135

공무집행 흑마법사

135회

S5 : 29화

본 다이 비치 상공에서 나타난 마계로 통하는 차원의 문.

그리고 곧이어 시작된 인류의 운명을 걸게 된 전쟁.

칠성과 UHD 헌터등이 싸우는 사이,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던 지우혁에게도 전쟁의 손길이 미쳤다.

지우혁은 UHD에서 주관하는 피난 행렬에도 최우선 VIP로 배정되어 있었다.

버스나 군용 트럭으로 실어 날라지는 일반 사람들의 행렬과 다르게,

지우혁을 태우기 위한 지프차가 별도로 지우혁과 일행을 태우기 위해 집 앞까지 찾아와 기다리는 중 이었다.

지우혁이 살고 있는 썩 괜찮은 주택.

급박한 상황인데, 짐을 챙기던 우혁은 차고에서 낡은 신발상자 하나를 꺼내 들고 감상에 빠져있었다.

이 물건을 두고 갈지 가지고 갈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지우혁이 들고 있는 신발 상자의 속에 들어있는 것.

그것은 짙은 청록색의 아티펙트 건틀릿 이었다.

엄청난 힘을 낼 수 있게 해 주는 물건.

하지만 알 수 없는 휴우증을 지금까지 남긴 물건.

후회는 없다.

처음 사용했을 때 이미 이 물건이 몸에 끼치는 영향을 예감했다.

하지만 지우혁이 쓰러뜨려야 할 적 들은 쉴틈없이 강해졌고, 지우혁은 망설일 시간이 없었을 뿐 이다.

지우혁에게는 애검과도 같은 필살의 무구이지만, 하나경과의 미래를 위해 위험한 일을 그만 둔 뒤로 봉인해 둔 물건이기도 했다.

그 물건이 상징하는 바는 물건의 능력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위험을 감수하는 헌터의 삶.

"오빠, 어서요!"

차고에서 짐을 챙기던 중 무언가를 망설이는 양 서성 거리고 서 있던 지우혁을 깨운 목소리.

지우혁과 미래를 약속한 여자. 하나경 이었다.

“응.”

신발 상자를 닫은 지우혁이 대답한다.

* * *

지우과 일행을 실은 UHD 의 지프차가 도로를 달렸다.

라디오에선 현재 상황에 대한 뉴스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쿵!!

그때였다.

지우혁 일행의 지프차를 앞서가던 군용 트럭이 갑작스레 등장한 장애물에 부딪혀 비틀거렸다.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원인은 갑작스레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보랏빛 기둥.

아니, 그것은 기둥이 아니었다.

두 발로 대지를 딛고 선 거대한 인간 형태의 병기.

골렘이었다.

갑작스레 허공에서 떨어진 골렘에 부딪힌 군용 트럭은 비틀거리며 근처의 전봇대를 받고 멈춰 섰다.

충격을 받은 전봇대가 반쯤 넘어갔다.

지우혁이 놀란 눈으로 상황을 살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골렘.

“골렘이...?”

직접 육안으로 본 것은 처음이지만 헌터의 신분으로 자료들로 여러 번 엇비슷한 형태의 골렘 들을 접했었기에 알아보는 지우혁.

“꽉 잡으세요!”

끼리리릭!

지우혁과 일행이 탄 UHD 지프차량의 운전수는 특수 상황에 대한 훈련을 마친 운전수였다.

그가 꽉 잡으라는 경고와 함께 어금니를 악물고 엑셀이 꺾어지도록 밟았다.

몇 번의 공회전을 반복하며 도로를 박차고 나간 지프트럭이 아슬아슬하게 골렘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휴우!”

다행히 골렘은 지프차가 자신의 옆을 선회해 등 뒤로 빠져 나가는 것을 잠시 수정구로 쫒다가 이내 관심이 없어졌는지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나경이 가쁜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지우혁의 시선은 뒤편을 향해있다.

“오빠.”

누구보다도 몬스터들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던 책무를 중요시 여기던 헌터였던 지우혁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헌터가 아닌 일반인, 몬스터와 싸우는 것 은 지우혁의 임무가 아니다.

사실 하나경이 최근에 지우혁에게 더욱 더 헌터 일을, 그런 위험한 일 들을 멀리 하라고 독촉한 것엔 이유가 있었다.

아직 지우혁은 모르고 있지만 하나경의 뱃속에선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고 있었다.

물론 지우혁의 아이였다.

상황이 달라진 것 이다.

이제는 지우혁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를 넘어서는 것이 추가되었다.

아이에겐 아빠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예전과 같은 상황이라면 모를까,

이미 헌터일을 그만둔 바에야 다시는 위험한 쪽을 쳐다도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어려운 지우혁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늘 불안했다.

그런 것을 말 하려고 입을 떼는 하나경.

“저기.”

그런데 하나경의 입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먼저 지우혁이 중얼거리며 턱으로 뒤편을 가리켰다.

하나경의 시선이 지우혁의 시선을 따라 향한 곳.

그곳에는 아까전의 군용 트럭 외에 골렘의 공격으로 전복된 버스가 있었다.

그리고 그 버스에서 튀어나오고 있는 것은 어찌된 영문인지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간신히 되었음 직 한 어린아이들.

“아...”

지우혁보다 훨씬 충격을 받은 것은 하나경 이었다.

그녀는 유치원 교사이기도 했으니까.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하나경.

마치 자신이 아는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는 모습을 보기라도 하는 양 말을 잇지 못 하고 있었다.

“안 되겠지 역시?”

“오빠!”

그렇게 말 하면서 신발 상자 속에 잠들어 있던 건틀릿을 순식간에 바람과 같은 손놀림으로 장착하는 지우혁.

사실, 지우혁은 가만히 있고 싶었다.

무슨일이 있어도 눈 감고.

하나경의 옆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또 알고있었다.

오히려 자신보다도, 하나경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남들의 위협을 눈 뜨고 지켜보는 것을 못 할 사람이란 것을.

자신은 헌터로서 적들에게 맞섰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처사다.

강한 힘엔 책임이 따른다는 논지와도 맞아 떨어지니까.

하지만 하나경은 어떤 사람인가?

정말로 아무런 힘도 없는 민간인 주제에,

악마들이 침공한 서울에서 자신과 피 한 방울 안 섞인 유치원생 아이를 구하겠다고 쉘터를 뛰쳐나온 여자다.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지우혁보다 약한 사람이 아니다.

지우혁의 요청에 따라 UHD 의 운전사가 급하게 차를 정차시켯다.

그리고, 지우혁에겐 이전과 다르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비겁한 아빠 되기 싫어.”

“오빠...?”

하나경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알고 있었단 말이야?

지우혁이 쓱 웃으며 하나경의 턱선을 쓰다듬었다.

“바보냐? 쓰레기 내가 버리잖아.”

임신 테스트기.

언젠가 그것을 쓰레기통에 그냥 버린적이 있으리라.

아차 싶은 표정이 되는 하나경.

그렇다면 대체 언제...?

아마 그 언제인가부터 지우혁은 자신이 사실을 털어놓아 주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으리라.

하지만 자신은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였고...

지우혁은 얼마나 서운했을까.

그런 감정이 꿈틀거려 혼란스러운 하나경.

그리고 하나경을 꾹 안아주는 지우혁.

“믿음 못 줘서 미안하고.”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는 것을 망설인 것 은 자신의 탓도 있으리라.

우혁의 말을 알아들은 하나경이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걱정하지 마. 미혼모 안만들 테니까. 금방 돌아올게. 먼저 가 있어.”

“응. 기다릴 거니까. 약속해”

펑펑 울면서 말을 이어가는 하나경에게 새끼 손가락을 걸어준다.

짧은 작별인사.

지우혁은 골렘의 앞.

아니 뒤에 선다.

“이쪽이다 고철 덩어리야!”

소리를 꽥 지르는 지우혁.

끼드드득-?

골렘의 날카로운 펀치가 어린아이의 머리통 위로 향하다가 그 자세 그대로 멈춘다.

자신이 맡은 지역에서 보다 강한 적부터 상대하도록 되어있는 설정.

방금 등 뒤에서 갑자기 강한 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강한 적,

지우혁의 손에 채워진 건틀릿은 어느새 형광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끼득,끼득.

꿀꺽.

지우혁이 금속 재질의 휴대용 위스키 병을 열어 입에 털어 넣는다.

위스키 병에 담긴 것 은 평범한 위스키나 술이 아니다.

그것은 비전 祕傳 의 독주.

코브라 독의 몇 배에 해당하는 독성을 지닌 술.

가히 취권의 계승자에게 어울리는 물건.

“댐벼. 색꺄.”

벌써 혀가 꼬부라진 지우혁이 골렘을 도발한다.

키잉.

골렘의 푸른 수정구가 붉게 물든다.

적대도 최고의 상태.

지우혁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들어 창 같이 뾰족한 팔 끝으로 펀치를 던지는 골렘.

3M 대 185.

어마어마한 신장 차이.

인간과 몬스터라는 태생부터 체급이 다른 상대.

골렘이 지우혁 같은 인간 수백을 그 자리에서 찢어 죽여도 이상한 점이 한 치도 없는 대결.

콰카앙!!!

하지만, 다음순간 바닥에 처박힌 머리는 골렘의 것 이었다.

처박힌 정도가 아니다.

바닥이 푹 꺼질 정도로 강렬하게 처박힌 머리의 수정구가 마치 농구공처럼 반발력에 의해 머리통을 뚫고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마치 예전에 편의점 앞에서 지우혁의 스승이 보여주었던 움직임과 비슷한 흐름.

적의 힘을 그대로 적을 공격하는데 사용하는 유술이 골렘의 온몸에 그대로 작렬 한 것 이다.

취룡에게 전수받은 비전의 유술 취권.

그리고 생명력을 갉아 금단의 힘을 손에 넣게 해 주는 아티펙트 건틀릿.

이 두 가지가 합쳐지자 골렘은 더 이상 지우혁의 상대가 되지 못 했다.

“놀고만 있을 수야 없지.”

지우혁이 손의 마디를 우드득 꺾어가며 풀었다.

그가 전장으로 돌아왔다.

* * *

지우혁이 한국에서 전복된 버스의 아이들을 챙기곤,

피난민들의 피난을 돕고 있던 같은 시각....

중국과 인도 사이인 히말라야 산맥.

그 산맥 중앙부의 남쪽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

산과 힌두교의 나라.

네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나타난 김칠성.

겐지스 강 상류에 있는 파슈파티나트 사원의 시바상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썩을.”

칠성이 혀를 찼다.

눈 앞에 펼쳐진 관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베이직 기간트, 그리고 UHD 요원들과 마계에서 넘어온 골렘들 간의 격돌이 계속되고 있었다.

골렘들이 몰려들고, 그를 막기위한 기간트 들이 몰려들고, 또 다시 그 기간트들을 대응하기위한 골렘들이 몰려들어 엉망 진창이 되어버린 도시.

곳곳에는 눈만 돌리면 완전히 부수어져 기능이 정지한 기간트 병기나.

장난감 블록처럼 부서져 내린 골렘들을 심심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다들 모여! 원형으로 진을 짠다!”

“예!!”

중세의 병사들이 했다던 팔랑크스의 방진.

그것을 흉내내면 될 것 이다.

적들인 골렘들은 어마어마한 전력을 갖춘 병기들이었으나.

어찌보면 그들의 유효한 공격수단은 오직 근거리의 격투 뿐 이었다.

그러니 냉병기 시대의 방진이 충분히 유효 할 것.

그런 생각을 하며 명령을 내리는 칠성.

칠성의 지휘와 활약으로 서서히 체계가 갖추어져 가는 전투.

전세는 안정되었고 서서히 골렘들을 말려 죽여 가고 있었다.

“응? 저건 뭐야.”

칠성의 눈에 폐허가 된 사원 한편에서 칼을 휘두르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숨을 씩씩 거리면서도 뛰어올라 자신을 둘러싼 골렘 중 하나의 머리에 기어코 칼을 박아 넣는 남자.

볼썽사납게 바닥을 구르다가도 기지를 발휘해 한 녀석의 무릎 뒤 관절을 베어버리는 등. 인상적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신체 능력도, 기반 되는 마나도 상급.

능력치는 소드마스터 언저리 일까.

“흠.”

보고 있을 수만도 없으니 골렘들에게 둘러싸인 그 검사의 곁으로 잽싸게 날아간 칠성.

콰앙!

순식간에 골렘 한기의 머리에 구멍을 낸 칠성.

마치 권투 자세처럼 양 손을 들어올리곤 검사의 어깨에 자신의 어깨를 붙인다.

칠성을 의식한 검사도 슬쩍 칠성을 본다.

“뭘 봐. 전방 주시. 주시.”

“아, 예!”

칠성의 명령조 말에 다시 잽싸게 골렘들에게 시선을 향하는 검사.

“핫!”

잠시 그런 인사 아닌 인사 같은 것을 나눈 두 사람이 순식간에 골렘들에게 덤벼들어 쓰러뜨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