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134화 (134/145)

# 134

공무집행 흑마법사

134회

S5 : 28화

김칠성을 포함한 UHD 요원들.

각국의 군대들이 마계 차원의 문에서 넘어온 인간형 골렘 병기들과 싸우느라 악전고투하는 와중.

그리스의 한편에선 두 척의 베이직 기간트와 연금술사 김규형이 분전하고 있었다.

“젠장.”

“끝인가....”

베이직 모델의 기간트 병기를 조종하고 있던 UHD 요원들이 혀를 찼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전세는 김규형이 참전한 이후에 반전이 일어났다.

김규형이 가져온 연금술 시약들.

적들을 순식간에 얼려버리는 염금술 대포부터,

골렘에게 불타는 주먹을 선사해 주는 마법의 약 까지.

뒤집어진 전세로 순식간에 기간트를 탄 UHD 요원들과 김규형이 그대로 승기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그들이 신나게 십 여척의 마계의 골렘 병기들을 깨부수고 태워 지질 무렵.

마치 그들이 죽여 없앤 골렘들의 복수라도 하려는 듯, 수십 여 체의 골렘들이 곳곳에서 날아들었다.

자신들이 당할 경우 더 많은 동료를 불러오는 시스템.

그런 보복 체계가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두 대의 베이직 기간트를 조종하고 있는 조종사 네 명, 그리고 김규형은 자신들을 둘러싼 수많은 자수정 빛깔의 골렘들의 눈 같은,

수정구들이 내 뿜는 푸른 빛깔이 서슬 퍼렇게 보여 소름이 돋았다.

“상황이 안 좋군.”

여느 때와 같은 차분한 어조.

김규형은 저 멀리 도망가고 있는 난민들을 살폈다.

일반적인 육안으론 보일 리가 없는 거리였지만,

김규형의 눈은 마치 망원경을 삼키기라도 한 듯 멀리 있는 풍경도 코앞에 있는 것처럼 비추어 주었다.

난민들을 태운 이동차량이 아직 그렇게 까지 멀리 벗어나지 못 했다.

지금 골렘들은 김규형과 기간트들 에게 이목이 쏠려있지만.

만일 그들이 쓰러진다면 곧장 난민들에게 덤벼들 터 였다.

난민들을 보호하는 군인들이 있기야 했지만, 마계에서 넘어온 골렘들의 상대가 될 성 십지는 않았다.

그들이 이대로 패배 한 다면 꼼짝없이 수많은 난민들이 그대로 목숨을 잃을 상황.

“별 수 없군, 이 수법은 조금 더 나중에 쓰고 싶었는데.”

많은 리스크를 각오하는 방법.

하지만 김규형의 판단은 빨랐다.

더 늦는다면 어떤 방법을 써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리라.

그렇다면 최후의 필살기라도 지금 꺼내는 편이 낫다.

“어이! 당신들!”

김규형은 먼저 기간트 조종사들의 협조를 구했다.

그들은 김규형이 주변의 지형에 무언가를 설치하는 동안 김규형을 엄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펑! 퍼엉!

불을 뿜는 베이직 기간트의 레이저 포 들.

골렘들을 죽이기보다는 그들을 견제하고 김규형에게 활로를 뚫어주기 위한 포격이었다.

골렘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상대를 쓸어버리기 보다는 충분한 탐색 이후 습격을 하는 타입의 전투를 펼쳤다.

그렇기에 이런 견제의 견제가 가능 한 것 이었다.

김규형은 전장을 오가며 주변에 준비해 온 팔뚝만한 말뚝 같은 것을 이리저리 오가며 박고 있었다.

흰색의 말뚝은 두툼한 원통형 몸체에 밑으로 갈수록 빼쭉한, 어느 지형에라도 잘 박혀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모습이었다.

얼추 원형의 진형이 나오자 김규형이 목소리를 높였다.

“자, 됐어! 이제 무조건 도망쳐, 최대한 높이!”

UHD 요원들은 김규형이 무슨 속셈을 펼치는지 알지 못 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간트를 비행시켜 허공으로 떠올랐다.

허공을 향해 날아가는 기간트들.

“키릭.”

갑작스레 자신들의 포위 범위를 벗어나는 기간트들을 향해 고개를 들어 보이는 마계의 골렘들.

골렘들이 기간트들을 따라가려 할 무렵이었다.

삐이이익!!!

어마어마한 굉음,

귀를 찢어버릴 것 같은 고주파가 사방을 뒤흔들었다.

고주파를 내뿜고 있는 것 은 김규형이 들고 있는 원형의 구체였다.

사실 그 구체가 뿜어내고 있는 것은 고주파 뿐 만이 아니었다.

넓찍이 퍼지는 마나의 폭풍!

그 마나의 흐름에 자극받은 골렘들의 눈동자가 시뻘것게 물들었다.

그들의 고개가 마치 기름칠 하지 않은 양철 병사처럼 끼기긱 소리를 내며 김규형에게로 쏠리었다.

자신이 준비해 온 아이템이 톡톡히 효과를 발휘하자 만족스러운 표정이 된 김규형.

구체의 정체는 김규형이 준비한 아티펙트.

오래도록 헌터들이 사용해 온, 탱커의 방패에 적용하는 타운트 기술.

즉 몬스터들의 이목을 끄는 기술을 모두 집약해 만든 구체형의 아티펙트였다.

“덤벼라.”

“캬르르륵!!”

김규형이 굳이 그렇게 말 하지 않아도 골렘들의 김규형에 대한 적대도는 최대치를 상회하고 있었다.

덕분에, 조직적, 전략적으로 움직이던 그들의 움직임이 이제 한낱 이빨을 품은 짐승 수준으로 돌아가 있었다.

누구 하나 먼저랄 것 없이 김규형을 향해 뾰족한 사지를 들이밀며 돌격 하는 것 이다.

달칵,

펑! 퍼펑!

그리고 그 순간, 김규형이 손에 쥐고 있던 리모콘의 버튼을 꾹 누르자 김규형이 아까 기간트들의 도움을 받으며 곳곳에 심어둔 말뚝들이 폭음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그리고 그 말뚝들이 쏟아낸 것은 커다란 마력의 그물.

“키릭?!”

골렘중 몇몇이 그제야 제정신을 차리고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김규형이 펼친 마력의 그물의 사정권 안에 들어있던 그들은 순식간에 그물에 얽히였다.

덜컥, 키드드득-!

그때였다.

김규형의 팔뚝을 뚫고,

등판을 뚫고,

양 어깨를 뚫고 기묘한 기계 장치들이 튀어나왔다.

취리리리리릭!

김규형의 몸에서 튀어나온 기계장치들과 마력의 그물이 연결되고,

순식간에 수 십 기의 골렘은 김규형과 초 밀착이 되어버린다.

꾸드드드득-!

어찌나 힘차게 밀착되었던지 그물과 가까이에 있던 골렘들의 몸체가 마력의 그물에 의해 조금씩 휘어진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수 십 기의 골렘들의 무게와 압력에 깔려 죽는 것이 당연한 이치.

하지만 김규형은 오히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지옥에서 보자.”

위이이잉-!

김규형의 등판과 가슴에서 옷가지를 갈기 발기 찢으며 튀어나온 엔진.

푸른빛을 내뿜는 엔진이 왕왕 대는 소음과 함께 가열된다.

그와 동시에 김규형이 딛고 선 부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백색의 마법진.

꿍!

김규형의 몸뚱이가 거대한 폭약이라도 된 양 폭발을 일으킨 것은 바로 다음순간 이었다.

다만 폭발은 태양처럼 빛났을 뿐, 주변을 불태우진 않았다.

김규형의 발치에 생겨난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결계가 폭발의 영향을 김규형과 골렘들 주변으로 제한시켰기 때문이다.

멀리 가던 피난민들이 난데없는 밝은 빛에 김규형 쪽을 돌아본다.

그리고 김규형의 지시로 허공에 떠 있던 기간트 속의 UHD 요원들.

자신의 몸을 버려 자폭해버린 김규형을 충격적인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 * *

같은 시각.

취식-!

“휴우.”

김규형이 하얀 빛깔의 금속 안대를 벗고선 몸을 뉘였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온 몸에는 땀이다.

팅~!

“씁.”

그가 금속 안대 한쪽에 장전 되어있던 금도금 되어있는 원통형의 부속품을 손가락으로 떼어내다가 손가락을 데인 듯, 인상을 구기며 검지손가락을 입 안으로 가져간다.

분리된 원통형의 부속품이 바닥을 구른다.

“휴, 벌써 한 기를 써버리다니....”

자책어린 중얼거림.

김규형이 목이 많이 탄 듯 냉장고에서 냉수가 든 페트병을 꺼내 그대로 꿀떡 꿀떡 목구멍에 쏟아 부었다.

그리스에서 모두를 위해 장렬히 자폭한 김규형.

그건 김규형의 자신,

즉 본체가 아닌 김규형이 만들어낸 아바타.

연금술사들이 사용하는 골렘의 일종이었다.

김규형 본인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세워둔, 본 다이 비치로부터 100여키로 떨어진 UHD 전진기지 안에 있었다.

“다행히 효과는 확실히 있었던 것 같지만, 이런 식이래서야 얼마나 버틸지....”

김규형은 거의 반사적으로 모니터 패널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패널에 뜬 정보에 의하면 방금 그의 자폭으로 다행히도 그가 상대하고 있던 골렘들은 전멸했다.

목숨까지야 아니지만, 아까운 아바타를 사용한 공격이니 만큼 빗나간다면 이쪽에 치명적이다.

김규형은 이번 전쟁을 위해 총 열 개의 아바타를 준비했다.

원통형의 금속 부품은 그 아바타 하나하나와 연결된 주문 스크롤이었다.

그것도 세계 곳곳에 배치 해 두었다.

비상사태에 자신과 연결만 하면 즉시 인근지역에서 바로 전력으로 투입 할 수 있게 대비 한 것 이다.

간단한 비교로 치면 SS급의 헌터에 준하는 김규형.

그의 여분 목숨이 10개나 되는 셈 이었다.

더군다나 아바타는 실제로는 목숨이 아니니, 버릴 것을 전재로 이런 자폭 공격까지 미리 설계 해 둘 수 있었다.

직접 텔레포트로 곳곳에 날아다니며 활약하는 칠성에 비할 것 이야 못 되었지만,

어지간한 도움이 되리라.

“쓰읍, 후우...”

김규형이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입가에 물고 피워 올리는 것은 수제 담배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히 이 세상에 없을 수준의 강렬한 마약.

지구인들의 지식으론 마약으로 분류되지도 않는,

이세계의 연금술사들이 만들어 피우는 물건이었다.

정신력의 강제적 고양.

집중력의 어마어마한 상승.

하지만 수명이 깎여 나간다.

아바타로 인해 설사 여분 목숨이 열 개가 되었다 해도 정신력엔 여분이 없었다.

이세계에서 연금술사로서 오랜 활약하며, 많은 전투를 치르었던 김규형의 몸은 사실 폐인 그 자체였다.

불가능 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금단의 영역을 마구잡이로 뛰어넘는 연금술은 그만한 대가를 동반했던 것이다.

그 증거로 회색빛으로 바래버린 머리칼, 병자처럼 창백한 안색.

한 때 그의 인기의 아이콘이었던 회색빛 머리칼과 새하얀 피부는 사실 병자의 병세였던 것 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몸 상태는,

이런 독약과 같은 마약 없이는 아바타 조종조차 제대로 못 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UHD 전진 기지는 일부 천장이 본다이 비치를 바라보는 쪽 벽과 함께 유리로 되어 있었다.

탁 트인 바닷가의 하늘, 그리고 그보다 더 멀리 위에 떠 있는 차원의 문을 멀찍이 바라보는 김규형.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던 김규형이 남은 연초를 피워 없앨 기세로 더욱 뻑뻑 연기를 빨아 당긴다.

“세상이 망하게 둘 순 없지.”

다 피운 연초를 재떨이에 비벼 끈 김규형이 마약의 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양주를 조금 잔에 채웠다.

달칵,

패널을 보곤 가장 위급해 보이는 곳 근처의 아바타와 연결되는 주문 스크롤을 집어 들어 안대 모양의 컨트롤러에 장착시켰다.

“언젠가 내가 완벽한 세상을 만들 거니까.”

씩 웃으며 의자에 몸을 뉘이며 컨트롤러를 집어 드는 김규형.

문 듯 컨트롤러를 자신의 얼굴에 씌우려다가 멈칫, 하곤 무언가를 본다.

“아니면 뭐....”

김규형의 눈이 멈춘 것은 모니터링용 모니터 속에 비추는 칠성의 모습이다.

잠시 칠성의 모습을 바라보던 김규형.

“이대로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김규형 자신이 가만히 있어도 김칠성 같은 미련한 놈이 튀어나오는 세상이라면, 나름대로 괜찮은 세상이 아닌가?

남들에겐 절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자그맣게 중얼거리곤, 피식 웃으며 컨트롤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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