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
S5 : 27화
본 다이 비치 상공에 나타난 마계로 통하는 차원의 문.
인류를 ‘수확’ 하기 위한 마계의 공습.
전에 보지 못 했던 하늘을 뒤덮는 초대형 몬스터들의 등장.
김칠성과 인간군의 활약으로 의외로 수월했던 몬스터들의 처리.
하지만 연이어 등장한 것은 마계에서 넘어온 약 3 미터 크기의 수 많은 인간형 골렘 병기들 이었다.
칠성과 인간군이 미처 손 쓸 세 도 없이 전 세계로 날아간 골렘 병기들.
단독 활약으로 본 다이 비치 상공에 묶어둔 20여대의 골렘 병기들을 순식간에 물리친 칠성이,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런던으로 향한 사이.
세계 곳곳에선 UHD 헌터들의 분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중 하나. 오사카.
“조준 사격! 쏴라!”
일본의 자위대는 UHD로부터 보급 받은 대 몬스터 탄환을 쏘아대며 갑작스레 나타난 마계의 골렘들에게 저항하고 있었다.
쿵! 콰캉!
“으아악!”
자위대는 탱크와 미사일 포트까지 완비하고,
대 몬스터 탄환이 몬스터의 방어체계를 무너뜨리면 화력 무기로 쓰러뜨리는 정공법까지 철저하게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훈련이 부족한 탓인지,
아니면 골렘 병기의 능력치가 그들의 것을 너무나도 상회하기 때문인지.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탱크는 뒤집혔고,
장갑차는 골렘의 날카로운 펀치로 구멍이 뚫렸다.
고작 세 기의 골렘 병기로 자위대의 방어전선은 무참히 유린당하고 있었다.
빠른 기동력을 가진 골렘은 날아오는 미사일조차 유유히 피해버렸다.
“바, 바카야로....”
후방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던 자위대 사령관이 식은땀을 흘렸다.
UHD의 대 몬스터 탄환이 도무지 적중하질 않으니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계속해서 자위대의 병사들이 마나 무효화 탄인 K-이그저스트 소총을 쏘아댔지만 고작 그것으로 골렘을 흔드는 것은 무리였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
그러고 있는 와중, 하늘에서 더욱더 커다란 골렘이, 그것도 무려 다섯 척이 위풍당당하게 내려왔다.
“칙쇼....”
일본군 사령관이 파릿해진 인상으로 신음했다.
지금 것 저것들로도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었는데 더욱 거대한 녀석들이 등장하다니.
최후의 희망이 꺼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안심 하십시오 우리는 UHD 요원들입니다.》
방금 등장한 다섯 기의 골렘.
베이지색의 그 골렘병기는 사실 일반적인 골렘이 아니었다.
인간과 호흡하며 조종사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거대 골렘 병기. 기간트 였다.
하지만 사전에 기간트 병기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못 한 자위대 사령관은 당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이다.
아니, 듣기는 들었다.
그의 부하에게서 보고도 받았었다.
하지만 보고를 듣고도 이런 것 이라고는 상상도 못 한 것 이다.
베이지 빛깔의 금속으로 빛이 나는 베이직 기간트를 탄 UHD 대원들.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은 그 중 하나였다.
《전 UHD 한국 본부 소속의 김민수입니다. 여기서 부턴 우리가 맡겠습니다. 물러 나십시오.》
“한고쿠노....”
얼이 빠져선 떨리는 눈으로 위풍당당한 베이직 기간트들을 보는 자위대 사령관.
아주 오랜 기간 앙숙이던 일본과 한국.
하지만 정작 위기의 순간 구하러 와 준 것 은 김민수를 포함한 다섯 명의 한국인 헌터였다.
그리고 이어진 마계의 골렘 병기들과 UHD 기간트들의 전투.
처음에는 UHD 의 기간트들이 우세했다.
숫자적으로 우위에 있던 그들이 골렘 하나를 타겟으로 잡고, 나머지 골렘들 에겐 베이직 기간트가 어깨 부근에 메고 있는 레이저 포로 견제 사격만 했다.
손쉽게 하나의 골렘을 부수어내자 기세가 올랐다.
“이런....”
하지만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도처에서 몰려든 골렘들이 그들을 둘러 싼 것 이다.
마치 그들의 동료가 부수어 지자 그들 사이에서 경계경보라도 울린 듯 했다.
동료의 복수를 하기 위해 몰려든 약 10여 채의 골렘들.
골렘보다 UHD 대원과 기간트의 숫자가 많을 때 는 해볼 만 했지만.
그 숫자마저 역전되자 UHD 요원들의 패색이 짙어졌다.
기간트를 탄 UHD 요원들은 분전 끝에 2기의 골렘을 추가로 쓰러뜨렸지만, 반대로 그들이 입은 피해는 심각했다.
다섯 개의 기간트 중 넉 대는 이미 전투불능.
김민수 팀장이 타고 있는 베이직 기간트 만이 한쪽 다리가 잘려 없어진 채로 한손으론 골렘 한기를 부여잡고 있었다.
“크읏.”
의미 없는 발악이었다.
패배 후엔 무참한 학살이 기다릴 것 이다.
김민수 팀장이 조종하는 베이직 기간트의 손아귀 힘이 점차 골렘의 반항에 의해 조금씩 풀려갈 즘 이었다.
“어이 꼬맹이. 꽉 쥐고 있어.”
꼬맹이?
30대 중후반의 김민수가 듣기엔 어색한 칭호.
김민수 팀장을 부른 사람의 정채는 다름 아닌 전 헌특부 장관. 안희운 이었다.
“안희운?”
한 때 김민수의 오래된 상관이자.
헌특부의 정점에 섰던 자.
그리고 현재는 범죄자.
안희운의 등장에 김민수가 뭐라고 해야 할지 부를 호칭도 찾지 못 하고 멍한 사이.
안희운의 캐스팅이 시작되었다.
“*다크 미사일*”
파치치칙-!
허공에서 강렬한 마력의 스파크와 함께 굵직한 어둠의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융!
콰카아앙!
허공에서 나타난 다크 미사일이 쏘아지듯 나아가 골렘의 머리를 짓이기며 폭발 한 것은 순식간 이었다.
그 역시 뛰어난 헌터.
현역 시절 받았던 등급은 A+ 급.
허나, 대마법사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 했던 안희운이 어둠계 고위 마법인 다크 미사일을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손바닥 위에 있는 마석 덕분이었다.
마석에서 마력을 흡수하지 않고,
바로 마석에서 마나를 발현해 사용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낸 조소장의 특별 마석.
현재는 UHD에서 보급하는 대 몬스터 탄환 등에도 적용된 기술 이었다.
안희운은 이 마석의 마나를 아티펙트를 통하지 않고 자기 자신이 직접 재조합해서 고위 마법을 만들어내는 것 이다.
말로 한다면야 쉽지만 이 역시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은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모든 UHD 헌터들이 고위 마법들을 날려가며 싸우고 있었을 것 이다.
고위 마법을 시전하기 위한 전재조건엔 강대한 마나.
물 흐르는 듯한 운용력. 그리고 깊은 이해력이 있었다.
안희운의 경우엔 마나로 치면 칠성의 발치에 가지도 못 한다.
하지만 마나의 운용력 이라면 칠성의 발꿈치 정도엔 닿을 법 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의 손에 마나의 제약을 어느 정도 풀어줄 수 있는 물건이 들어가자 고위 마법의 실행조차 가능 해 진 것 이었다.
물론, 이를 너무 믿고 날뛴 덕분에 칠성에게 깨지기도 했었지만.
“제기랄, 나는 왜 저거 한 대 안주는 거야?”
말 그대로였다.
안희운에게 일본지역의 방어를 맡긴 칠성은 300 대나 있는 기간트 중 단 한 대도 안희운에게 주지 않았다.
물론 그가 과거에 해 온 행적들이 있기에 받은 합당한 처사지만, 그 잘난 기간트를 탄 헌터들이 고전을 면하지 못 하고 있자 배알이 꼴리는 안희운.
안희운이 활약하고, 추가로 도착한 UHD 헌터들이 돕자 오사카 지역에 등장한 10여기의 골렘은 대충 정리가 되었다.
“어이, 독도는 누구땅이지?”
상황이 정리되어갈 무렵.
안희운이 돌연 일본 자위대의 사령관에게 물었다.
“나니? 독도 와....”
“잘 들어 둬! 독도는 한국땅 이다. 알겠어?”
어느새 멱살잡이 까지 하고있는 안희운.
당황한 사령관과 자위대 병사들이 허둥댄다.
하지만 방금 눈앞에서 그 무서운 골렘들의 머리를 단숨에 펑펑 터뜨리던 무시무시한 사람이기에 함부로 제지하지도 못 하고 땀만 흘리는 상황.
“알아 듣겠냐?! 따라 해봐 독도는 한국땅.”
“하, 하이. 도크도는 한고쿠땅...”
항복이라는 듯 양손을 들어 보인 채 더듬더듬 안희운의 말을 따라 하는 사령관.
만족한 듯 그제야 멱살을 놓고 돌아서는 안희운.
“짜식이~ 진작 그럴 것 이지.”
이제는 공식적으로 범죄자라 그런가.
정말로 제 멋대로 막 나가는 안희운.
그 모습을 안절부절 하며 바라보던 김민수 팀장.
작은 한숨과 함께 한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어휴.”
하지만 이 상황에서 조차,
일본의 자위대 사령관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묘하게 시원한 기분에 이내 피식 웃는 김민수.
* * *
그리스.
피난민을 덮치려던 골렘들을 UHD 소속의 헌터들이 조종하는 베이직 기간트들이 막아섰다.
콰앙!!
베이직 기간트 중 한 기의 종아리 부분이 터져나갔다.
벌처럼 날아 날카롭게 내지른 골렘의 펀치가 적중 한 것 이다.
상황은 오사카보다도 나빴다.
15대에 이르는 골렘의 앞을 막아선 건 단 두기의 기간트 병기들.
다행히도 강한 상대부터 상대하도록 설정 되어 있는 것 인지.
기간트들이 등장하자 골렘들의 시선은 모조리 기간트에게 몰려들었다.
“어떡하죠?!”
“버티는 수 밖에!”
기간트의 조종사들이 다급한 무전을 주고받았다.
당장 민간인들에겐 피해가 없었지만 기간트들이 쓰러지는 것은 시간문제.
이들이 버텨내는 것도 고작 시간끌기밖에 안 되는 듯 싶었다.
단번에 작살이야 나지 않았지만,
십여기의 골렘들이 꾸준히 공격 해 오자 기간트 곳곳에 생체기가 났고.
조종석의 패널은 내구도 손상 경고를 하느라 붉은 빛으로 번쩍이기 바빴다.
오겠다던 지원은 시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았다.
하지만 물러날 수 도 없다.
그들이 물러나는 순간 골렘들의 눈동자엔 아직 멀리 가지 못 한 민간인들이 잡힐 것 이다.
그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물러 날 수도.
그렇다고 싸워서 이겨 낼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순간.
조종석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골렘의 펀치!
“으아악!”
조종사가 자신을 노린 골렘의 펀치가 다가오는 것을 보며 눈을 질끈 감은 순간이었다.
퍼각!
쉭-.
이상하다 싶은 감각에,
조종사가 조심스럽게 실눈을 떠 보자 일어난 이변.
자신을 공격하려던 골렘이, 마치 얼음 조각상으로 탈변하기라도 한 듯 새하얀 서리에 휩싸여, 펀치를 날리던 자새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정신 차리세요! 멍 때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냉정한 말투.
하지만 사리판단이 분명한 이성적 말투.
김규형 이었다.
김규형은 연이어서 자신이 가져온 무기로 이번엔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골렘들을 차례차례로 얼려버리고 있었다.
김규형이 가져온 무기는 언 듯 보면 마치 무반동 바주카 같은 느낌의 원통형 무기였다.
실은 파이프형 몸체에 바람 마법을 운용하게 해 주는 아티펙트를 부착한 발사기 였다.
그 발사기를 통해 발사되는 것은 김규형이 연금술로 만들어 낸 중급 냉각 마법이 담겨있는 연금술 약 이었다.
김규형이 연금술 바주카로 골렘들을 얼리고 나면 기간트들이 펀치로 얼어있는 골렘들을 짓이겨 버렸다.
“대단해.”
뿐만 아니었다.
김규형이 건네어 준 연금술 약을 베이직 기간트들의 손에 바르자 기간트들의 손이 마치 용암처럼 불타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직 기간트 본체 자체엔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키에에엑!!”
다만 그 베이직 기간트들이 주먹으로 골렘들을 내리치면 용암같은 불꽃이 치솟아 올라 골렘들을 흔적도 없이 태워버렸다.
골렘인지, 아니면 골렘처럼 보이는 키메라 인지 정체가 모호한 그 녀석들은 비명을 지르며 타죽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