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132화 (132/145)

# 132

S5 : 26화

인간의 종말을 예견한 마계의 침공은 시작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 남동쪽 해변 가 상공에 나타난 거대한 차원의 문.

그곳을 통해서 넘어오는 여태껏 볼 수 없었던 규모의 괴수군단!

개체 하나하나가 최소 기간트 병기의 수십 배 크기,

마치 기존 몬스터들의 뻥튀기 버전 같은 대형 몬스터들이 연이어서 계속해 밀려들어왔다.

하지만 인간군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칠성.

어둠의 거인을 탄 칠성이 고속으로 비행하며 몬스터들을 보이는 족족 격추시키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지구, 그리고 인류를 지키기 위해 몰려든 군인들도 구경만 하진 않았다.

칠성의 주도하에서 설립된 국제적 헌터 연맹 UHD.

그리고 그 UHD 에 각국 정상들.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 힘을 합쳐 개발한 대 몬스터용 결전병기들.

마나를 덮어 쓴 몬스터들의 피부를 와해시키고 찢어버리는 신형 무기로 무장한 전선의 군인들.

그들이 미처 칠성의 손이 닿지 못 하는 사각지역의 몬스터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일부 몬스터들의 잔해는 바다로 수장되었고,

대부분은 시체도 남기지 못 하고 잿더미가 되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못 이길 전투가 없다는 말.

하지만 그와 정 반대로 실체를 도무지 가늠도 할 수 없는 적의 존재감에 압도되었던 인간군.

알 수 없기에 더욱더 두려웠던 마계의 적.

오히려 적들을 실제로 상대 해 보고,

인간군이 준비한 전력들이 먹혀들어 갈수록 그 두려움은 흐릿해 져 갔다.

오히려 귓전을 울리는 포화 속.

쓰러지는 몬스터들을 보며 여느 때 보다 사기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다른 몬스터들보다도 훨씬 거대한,

전설 속에 등장하는 ‘기린’ 의 형상을 한 몬스터가 칠성과 인간군의 협공으로 쓰러지자 전투가 벌어지는 본다이 비치에 함성이 울려 퍼졌다.

전투는 순조로웠다.

마치 마지막 보스처럼 등장한 거대한 기린을 끝으로 소강상태에 들어간 듯 차원 문에서 밀려들어오던 몬스터들의 행렬도 멈추었다.

‘뭔가 불안한데.’

군사들이 승리의 함성을 지르고 있는 사이,

어둠의 거인을 타고 차원 문 주변을 날며 둘러보는 칠성.

사실은 그냥 둘러보고 있는 것 이 아니었다.

칠성은 열심히 주문 추적자를 이용해 거대한 차원문의 구조를 분석하고 있었다.

만약 정말로 이걸로 끝 이라면 문의 구조적 약점을 찾아서 붕괴시키면 그만이다.

붕괴하는 문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가늠만 된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문제가 있다.

칠성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게 끝일 리가 없단 말이지.’

근거라면 감각 뿐 이었지만,

무수한 전투 끝에 쌓인 감각이었다.

통계학이 과학이라면 칠성의 의심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 비 과학이었다.

“썩을, 내 인생이 그렇게 쉽게 풀렸던 적도 없고.”

칠성이 미간을 구겼다.

그래,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인생이었다.

이걸로 이렇게 끝날 운세 같으면 지금까지 이렇게 고생을 하지도 않았겠지.

그래서 정말 까다로운 상대가 나타나면 사용하려고 300대나 준비해 둔 베이직 기간트 전력은 아직 써먹지도 않았다.

베이직 기간트를 탄, B급 헌터 위주로 구성된 2인 1조의 파일럿들은 언제고 튀어나갈 준비를 하며 칠성의 명령만 기다리는 중 이었다.

칠성이 그런 생각들을 하며 문 주변을 세 바퀴 쯤 날아 돌아볼 무렵이었다.

콰르르르릉!

마치 벼락같은 파열음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동시에 차원의 문 사이로 잠잠한 물결같이 흐르던 붉은 빛의 차원의 폭풍이 마구잡이로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파-슝!

그리고 다음순간.

차원의 문에서 이질적인 적들이 튀어나왔다.

키는 약 3M 정도.

인간처럼 머리와 사지가 달린 골렘.

그것도 꽤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님프족?!”

칠성의 얼굴이 평정심을 잃고 꿈틀거렸다.

골렘으로 추정되는 적들의 모양새가 칠성이 타고 있는 어둠의 거인을 마치 본이라도 뜬 듯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커다란 크기의 어둠의 거인에 비해 작디작은 3미터 크기의 골렘.

그리고 CCTV 카메라를 달아둔 마냥 커다란 수정구가 외눈처럼 푸른빛을 뿜고 있는 머리 부분만 달랐을 뿐 이었다.

유달리 날카로운 사지의 끝 부분 역시 어둠의 거인과는 조금 달랐다.

이런 것 들을 보자면 어둠의 거인과 한참 동떨어진 모습이었지만,

근본적으로 마치 날카로운 자수정을 깎아 만든 듯 영롱한 보랏빛으로 빛나는 몸체가 어둠의 거인의 먼 친척뻘임을 알리고 있었다.

피슝!

문에서 뛰쳐나옴과 동시에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날아가는 수많은 마계의 골렘들.

지지직!

칠성이 다급하게 손을 뻗어 준비해 두었던 전격의 그물을 주변으로 펼쳤다.

“칫!”

하지만 그런 칠성의 준비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속으로 날아가는 골렘들 중 상당수가 전격의 그물을 넘어 빠져나간다.

쿵!!

흔들리는 어둠의 거인의 기체.

어느새 칠성이 타고 있는 어둠의 거인의 명치에 마계의 골렘들 중 하나가 찔러 넣은 펀치가 꼽힌 것 이다.

“썩을,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냐?!”

칠성이 자신을 공격한 골렘을 노려보면서 장치들을 조작해 명령 라인에 목소리를 넣는다.

“기간트 파일럿 전원! 지금 당장 방금 나타난 미확인 기체들을 쫒아가 제압한다!”

칠성의 목소리가 각 300 대의 베이직 기간트를 타고 있는 600 명의 헌터들에게 전달되었다.

모든 인간군의 명령권을 가지고 있는 칠성.

하지만 좀체 요지부동 움직이지 않는다.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어서 가!”

“예!!”

그제 서야 날아올라 마계의 골렘들이 날아간 방향들로 뿔뿔이 흩어져 날아가는 베이직 기간트들.

그들이 망설인 이유는 칠성이 펼친 전격의 그물에 걸린, 혹은 걸리지 않고 자처해서 남은 20여대의 골렘들이 인간군과 칠성을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군은 아까 전부터 열심히 특수탄 화기들을 날려대고 있었지만 좀체 적중률이 형편없었다.

골렘들이 상당한 고속이동을 하는데다가,

종전에 상대한 몬스터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칠성이 부랴부랴 베이직 기간트 들을 보낸 것 은 이곳의 상황이 좋아서가 아니다.

아직 전 세계엔 마법 보호 처리가 된 피난소조차 제대로 없는 곳이 태반이었다.

물론 UHD에서 보급한 무기들로 무장한 군인들이 세계 곳곳에 있기야 했지만, 마계에서 넘어온 골렘들의 성능을 보니 그런 것들로 쉽사리 막아내기 힘들어 보였다.

이런 상황, 마계에서 넘어온 골렘들이 민간인들을 덮치게 된다면 끔찍한 피해가 생길 것이 불 보듯 뻔 했다.

결국 이 장소는 모자란 전력으로라도 분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뭐, 결국 내가 해야 한다는 거지.’

그렇게 읊조린 칠성의 의식이 어둠의 거인과 일체화 되었다.

콰카카캉!

어둠의 거인을 탄 칠성과 칠성을 둘러싼 골렘들 간의 난투가 시작된다.

격투술과 마법을 번갈아 사용하며 적들을 상대하는 칠성.

본다이 비치 상공에 남아있는 20여기의 골렘들 중 대부분이 칠성을 공격하는 상황.

하지만 결코 밀리진 않았다.

문제는.

“아 씨! 이 날파리 같은 자식들!”

칠성이 육성으로 뱉은 욕지기가 강화된 마나로 해변에 쩌렁쩌렁 울렸다.

문자 그대로였다.

어둠의 거인에 비해 적들의 몸체가 너무 작아 결정타를 먹이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전격계 마법은 물 흐르듯 흘려버리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쿵!! 쿵!!

게다가 간간히 어둠의 거인의 몸체를 두드려 오는 골렘들의 펀치.

말이 좋아서 펀치지 날카롭게 벼려진 팔 끝의 날이 강타하는 것 이었다.

칠성이 탄 것이 평범한 장갑차 같은 것 이었다면 진즉이 구멍이 뚫리고도 남았다.

어둠의 거인이 아닌 일반적인 기간트가 이 펀치를 버텨낼 수 있을지가 걱정되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사각에서 찔러 들어오는 공격들.

어둠의 거인의 몸체가 큰 것이 불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좋아. 그러면.”

몸체가 큰 게 불리하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지.

칠성과 격투를 이어가던 정면의 골렘이 어둠의 거인의 펀치에 비틀 거린 순간이었다.

벌컥!

난데없이 열리는 어둠의 거인의 조종석.

“*열파 수도권*!!”

콰슈슈슈슉!!

조종석에서 떨쳐 나온 칠성의 몸이 백색의 마나에 휘감긴 채 화살처럼 쏘아져 나가 3 미터 크기의 골렘의 몸통을 꿰뚫었다.

무투가들이 쓰는 기술의 일종의 백색의 마나와 함께 폭발했다.

칠성이 입고 있는 전신갑옷, 크로우의 마나 변환 기능이 빛을 발한 것 이다.

문제는 해결 됐다.

적의 몸체가 작은 게 문제라면,

칠성에겐 더 작은 몸체가 있지 않은가!

자신의 본체 말이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발상이겠지만,

칠성이기에 충분히 해 볼만 했다.

더군다나 업그레이드된 어둠의 거인의 성능으로,

칠성은 이제 어둠의 거인을 타고 있지 않아도 기존보다 강화된 마력을 운용하는 게 가능했다.

어둠의 거인이 원거리에서도 칠성의 마력이 구현되는 것에 부채질을 해 주고 있는 것 이다.

그리하여 단발에 순식간에 해체된 마계의 골렘 1기.

정권을 쥐고 등장한 칠성의 등 뒤에서 자신의 뻥 뚫린 가슴을 바라보며 믿겨지지 않는 듯한 동작으로 칠성을 돌아보는 골렘.

“당해보니까 어떠냐?”

쓱-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비꼬는 칠성.

키드득- 지잉.

골렘의 머리에 붙어있는 수정구가 빛나던 푸른빛을 잃고 회색으로 물든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퍼석퍼석 무너져 내리는 골렘의 몸체.

이후 자신의 몸체를 줄여 상대적으로 체감 상 거대해진 마계의 골렘들을 상대로 칠성의 일방적인 폭력이 가해졌다.

이번에는 정 반대로 작아진 칠성을 상대로 골렘 들이 허둥지둥 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칠성의 키는 인간들 중 에서도 큰 편은 아니었으니까.

170이 채 안 되는 키는 3 미터가 넘는 골렘들 에게는 너무나도 작은 표적이었다.

물론 칠성의 주장으론 172 센티미터 였지만 말이다.

작은 고추가 매운 것 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칠성의 주먹은 불타올랐다.

불꽃같은 펀치.

그리고 실제 마법으로 구현된 불꽃의 폭발들이 순식간에 십 여기의 골렘들을 휩쓸었다.

골렘들은 재빨리 사태를 파악하고 이런저런 포메이션과 전략들을 수정하며 재차 희생을 감수해 가며 덤벼왔지만 소용없었다.

한번 칠성 쪽으로 뒤집어진 기세는 전투머신으로 만들어진 골렘들 조차 어쩌지 못 했다.

흐름을 타고 본 다이 비치 상공의 모든 골렘 들을 때려 부순 김칠성.

“상황 보고하라!”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축포를 터뜨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칠성이 이겨야 할 것은 전투가 아닌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칠성의 회선으로 다급한 목소리들의 보고들이 이어졌다.

칠성이 예상 한 대로 베이직 기간트들의 골렘 진압이 순조롭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더군다나 마계에서 올라온 골렘들의 이동속도가 워낙에 빨라서, 베이직 기간트들은 골렘들을 따라 잡는 것 자체도 고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칫.”

보고를 듣던 칠성이 혀를 찼다.

별 수 없다.

‘일제 개화’ 사태 때 칠성이 그랬던 것처럼,

텔레포트로 날아다니며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들부터 도와주는 수밖에 없다.

이미 골렘들의 공세에 지역방위군의 전선이 뚫린 곳도 생겨나고 있었다.

“어디라고?”

“런던입니다!”

칠성이 아직도 기세등등하게 떠 있는 차원의 문을 한번 노려보곤, 본 다이 비치의 군인들에게 조짐이 보이면 바로 연락하라고 일러둔 뒤 공간이동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마나의 푸른 일렁임이 칠성을 둘러쌌다.

“런던! 좌표 불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