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126화 (126/145)

# 126

S5 : 20화

지구는 갑작스러운 평화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마족의 관리자가 예고한 마계로부터의 공습은 총 2차례다.

첫 번째는 지구에 심어둔 도어, 그들 말로는 방주라고 부르는 몬스터들의 둥지.

이 둥지들이 마계로부터의 지시로 모두 동시 개화하는 일제 개화.

지난 10년에 걸쳐 꾸준히 인류를 조금씩 갉아먹던 몬스터들의 총 공습.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 이 일제 개화는 김칠성을 필두로 한 UHD 요원들, UHD 회원국들이 연합전선을 꾸려 분전 한 끝에 막아냈다.

만 여 개의 도어들이 순식간에 생성되고, 불규칙적인 간격으로 여기저기서 실체화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인류에겐 그간 준비 해 온 UHD, 그리고 칠성의 성과가 있었다.

대부분의 도어는 제대로 몬스터를 뱉어내기도 전에 칠성, 그리고 장영실 소장을 필두로 한 대한민국 수호*헌터부에서 개발한 도어 헌터.

도어 속에 들어가 레이드를 통해 몬스터를 잡지 않고도, 순식간에 도어를 파훼 할 수 있는 아티펙트인 도어 헌터.

엄청난 위력, 하지만 들어가는 엄청난 마나.

귀중한 금속인 오리하르콘을 들여 마나 사용량을 줄여 칠성 뿐 만 아니라 일반 헌터들도 A급 헌터라면 누구나 쓸 수 있게 전력을 다해 계량한 덕에 도어 헌터는 이번 사태 때 대활약 했다.

대부분의 도어는 채 몬스터를 뱉어내기도 전에 각국의 A급 헌터들이 사용하는 도어 헌터에 의해 파훼 되어 버린 것 이다.

칠성의 단독 활약 역시 빼 놓을 수 없었다.

지난 메피스토전에서부터 장영실 소장과 합을 맞추어 가며, 직접 모르모트가 되어 개발에 적극 참여하기도 하며 만들어 낸 마나 체인져 버전 2, 크로우.

크로우를 입은 칠성은 흑마법의 한계를 벗어나 청마법과 백마법, 성마법 등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크로우의 강화된 성능으로 높은 수준의 청마법 구사에도 전혀 무리가 없게 되자, 공간이동 마법인 텔레포트로 산타클로스 마냥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활약했다.

몬스터들의 입장에선 동쪽 나라에도 김칠성이, 서쪽 나라에도 김칠성이, 외딴 섬에도 김칠성이 나타나는 기염을 토하는 상황이 만들어 진 것 이다.

마치 분신술을 쓰는 것처럼 혼자서 일대 백.

아니 전투력으로 따지자면 천명, 만 명 분의 활약을 해낸 칠성 덕분에 도어를 뚫고 나온 실체화 몬스터가 인류에게 끼친 피해는 최소화 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일제 개화’ 사태 때 나타난 만 여 개의 도어, 그리고 그에 비례해서 등장한 수많은 실체화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데 든 시간.

1시간 12분.

고작 1시간 12분 이었다.

도어 헌터 보급 이후, 인간들의 던전 처리속도가 너무나도 빨라져 무언가 이상하다고 여긴 마계에서 관리자 까지 넘어 왔던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만 여개의 던전을 처리하는데 고작 1시간 12분은 UHD 로 서도, 그리고 김칠성 스스로서도 고무적인 성과였다.

심지어 이 ‘일제 개화’ 이후로,

더 이상 지구에 개화할 방주의 씨앗이 남아있지 않았으니.

인류는 지난 십년간 시시 때때로 여기저기서 나타나 고통을 주던 도어와 실체화 몬스터의 공포로부터 완전히 해방 된 격 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1차 공습,

아니 사실은 공습 이전에 에피타이저.

식전 샐러드 같은 것 이었다.

너무나도 간단히 파훼 한 것 은 다행이지만,

아직 마족 관리자가 예언했던 진짜 공습.

즉 ‘수확선’ 의 등장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계 관리자의 말 대로라면 지구는 그들의 마나 양식장.

즉, 이 ‘수확선’ 이야말로 진정한 인류 멸망 기도의 시도 인 것 이다.

그 수확선 이라는 것이 어떤 형태인지,

문자 그대로 한 개의 배 같은 것 인지,

아니면 어떤 특별한 몬스터나 마족을 지칭하는 말 인지 조차 분명하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 한 것.

‘아무리 너라도 힘들 것 이다.’

칠성의 존재,

그러니까 이세계에서 활약했던 칠성의 활약상을 알고 있던 마족의 관리자가 아무리 칠성이라도 막아내기 힘들 것 이라고 예언한 공습.

그것이 바로 마족 수확선의 공습 이었다.

사실상 지구, 그리고 인류가 보유하고 있는 최대 전력이 김칠성임을 감안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사형 선고였다.

인류 전체에 대한 사형 선고일,

그것이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에 초조함을 느끼고, 전력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칠성 휘하의 UHD 와 각국 정상들, 군인들, 헌터들 정도였다.

민간에는 알리지 않았다.

고의적인 처사였다. 물론 칠성의 판단도 개입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전 세계 각국의 민간인들을 모두 대피 시킬 여력이 전혀 없다는 것 이다.

대한민국에는 그나마 쓸 만 한 대규모 대피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김칠성이 대한민국 헌특부, 그리고 수호*헌터부의 장관을 이어가면서 준비해 두었던 민간인 대피 시설들.

김규형전에서 민간인들 대피소의 필요성을 느꼈던 칠성은 지난 시간동안 꾸준히, 특수상황을 대비한 민간인 대피소에 관심을 기울였고, 그 결과 대한민국 전역엔 언제든지 사용 할 수 있는 대피소들이 자리잡게 되었다.

마법 베리어 기술이 적용된 대피소들은 어지간한 몬스터 등이 공격 해 와도 버텨낼 수 있는 시설들 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설정도를 갖춘 것 도 전 세계적으로 몇몇 국가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그야말로 일반인들을 수용할 마법적 처리가 된 대피소 자체가 없었다.

또 한 가지,

‘수확선’ 이 끼칠 피해 범위도, 규모도 예측을 할 수 없다는 점에 있었다.

수확선이 나타나도록 예정된 것은 오스트레일리아 상공.

하지만 수확선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 했다.

맞다 뜨려 봐야 알 수 있는 것 이다.

결국 민간인 피해는 발생 할 수밖에 없다.

인류 멸절이 예고된 공습인데 오죽하랴.

그렇다면 이 사실을 민간인들이 모두 알게 된다면?

사회는 일대 패닉에 빠지게 될 것 이다.

그리고 현재 칠성과 각국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감 한 것은,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단 것 이었다.

패닉에 빠져선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인류가 가진 모든 병장기를 집중시키고, 마법적 무기를 장착시키고, 훈련된 병사들에게 수확선을 대비시키는 것 만 해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공포에 지배당할 시간도 없다.

그것이 모두가 한 공통적인 생각 이었다.

그래서 민간에는 이 모든 사실,

그러니까 수확선에 대한 내용을 비밀에 붙였다.

그러고 나니 남는 것.

‘일제 개화’를 막아낸 UHD 와 김칠성.

그리고 도어와 몬스터의 끝.

...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위험한 이 상황에 평화의 축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이었다.

비록 거짓된 평화라 할지라도.

꽃잎이 흩날리는 거리의 대형 건물에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인류를 구해낸 영웅 김칠성의 업적을 기리고 평화를 축하하는 내용의 포스터 였다.

먼 미래를 바라보는 듯한 칠성의 상반신이 그대로 중엄한 모습으로 프린팅 되어 있는 모습.

김칠성은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그것도 전 인류에게.

서양, 동양, 중동, 제 3세계 등...

모든 문화와 국경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김칠성을 받들었다.

김칠성의 얼굴이 새겨진 뱃지는 새로운 패션 아이템이었고, 몇몇 국가에선 김칠성의 날을 제정했다.

아주 유명한 헐리우드 감독은 자신의 차기작으로 김칠성의 이야기를 찍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인류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상을 수상하는 단체인 노벨 제단,

노벨 내부에선 이미 김칠성을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낙점 짓고 있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정.

역사적,

전 인류적 위인의 탄생 순간이었다.

다만, 정작 본인은 불편해 하고 있었다.

빅밴.

영국의 국회 의사당 건물.

커다란 시계탑이 인상적인 건물.

그 커다란 시계의 위에 앉아있는 두 사람.

칠성과 칠성의 보좌관 성진.

칠성은 크로우와 텔레포트가 익숙해진 뒤론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가고 싶은 곳 이 있으면 공간을 뛰어넘어 날아가곤 했다.

오늘은 우연히, 아니 사실은 필연적으로 옆에 있던 성진까지 데리고 온 것.

발밑으론 영국 시내의 풍경이 쫙 깔려있다.

어마어마한 높이인 만큼 발끝이 아찔하다.

“휴우...”

칠성이 저 멀리서 펼쳐지고 있는,

김칠성을 위한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는 영국 시민들을 보며 한숨지었다.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사실 지금 사람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 은 칠성의 덕이 전적으로 맞다.

수 도 없는 몬스터를 박살내고, 도어를 파훼할 아티펙트 개발에 헌신하고.

무엇보다 그 중심의 UHD.

칠성이 만든 UHD가 없었다면 이 모든 게 손톱만큼도 불가능 했을 것 이다.

그야말로 노벨 평화상이 아깝지 않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칠성은 곧 다가올 미래를 알고 있다.

수확선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적.

얼마나 사람이 희생되는지의 문제 이전에,

이길 수 나 있을지 확신이 없는 최악의 적.

그런 적을 앞둔 상황에,

아무것도 모르고 평화의 시대가 다가왔다며 좋아하며.

더군다나 자신을 받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이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이었다.

말하자면 거짓 평화.

거짓 평화의 영웅이 된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그것이 아무리 얼마나 사람들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곤 해도 말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밖에서만 겪는 것 이 아니었다.

간만에 가족들이 모두 모여 칠성의 부모님 집에서 함께하는 식사 자리.

아파트는 새로 이사한 고층의 매우 넓은 평수의 고급 아파트였다.

어차피 칠성의 누나인 칠선조차 재벌가와 결혼 했겠다.

더 이상 재력을 숨길 이유가 없어진 칠성은 부모님부터 가장 좋은 집으로 이사 시킨 것 이다.

칠성과 부모님, 누나인 칠선. 한솜이.

그리고 누나와 결혼해 이제는 김씨 집안의 사위가 된 정현우 까지 모두 모인 자리.

도래한 평화를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렇다, 한솜이는 헌터.

그 중에서도 UHD 소속의 헌터이니 수확선 등에 관한 내용을 속속들이 모두 알고, 심지어 대비도 같이 하고 있는 형편 이었지만.

실제 칠성의 가족들은 이런한 상황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물론 이들을 포함한 칠성의 가까운 지인들은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UHD 방어 진지 안으로 옮길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일반 사람들처럼 정말로 평화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 믿고 있을 뿐 이었다.

저녁식사 이후.

“후유...”

이런저런 걱정 덕분에 부쩍 담배가 는 칠성.

공을 차고 놀아도 될 정도로 널찍한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워 올리는 칠성을 따라 나온 것 은 칠선이었다.

달칵.

삼중창으로 된 유리문을 조심스럽게 닫은 누나가 칠성의 곁에 다가왔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

“엉? 아니.”

한숨과 함께 담배 연기를 뱉어내고 있는 모습이었으니 당연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칠성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급히 걱정 어렸던 기색을 감춘다.

이어지는 소소한 잡담 끝에 나온 건 지금의 칠성으로선 생각지도 못 한 당부였다.

“언제까지 그러고 살 순 없잖아.”

사실은 처음부터,

칠성이 헌터가 되겠다고 할 때부터 마음이 불편했던 칠선이었다.

하지만 점차 더 큰 일에 휘말려 가는 칠성을 보면서 말리지도 못 하고 걱정만 했더란다.

“솜이씨도 그렇고. 너희가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아니잖아?”

사실이었다.

이제라도 위험한 일 은 그만두고,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인생을 즐기기를 바라는 누나의 의도는 지극히 당연한 순서였다.

“조금만... 곧 끝나.”

물론 칠성도 같은 생각이었다.

권력이고 돈 이고, 더 이상 얻을 게 없는 지경이었다.

한솜이와는 이번 사태가 끝나면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이번일만 끝나면 말 이다.

칠성이 새로 붙인 담배 불을 빨아 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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