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123화 (123/145)

# 123

S5 : 17화

콰슝-.

대기를 박차고 나가는 검은색 전신 갑옷을 입은 칠성.

청마법 계열의 마법, 비행(FLY)를 통해 미국의 상공을 가로질러 지나고 있다.

간단히 텔레포트 마법을 이용해도 되지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 했던 것 이다.

보통 사람들 중에선 간간히 생각할 거리가 있을 때 차량등을 이용하지 않고 어딘가를 걸으며 상념에 빠지는 칸트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칠성에게 있어선 텔레포트를 이용하지 않고 날아가는 것 이 그에 준하는 행위였던 것 이다.

물론 어떻게 산책로를 걷는 것 과 제트기 뺨치는 속도로 날아가는 게 같은 행동이냐고 반문 하는 사람이 있을지 도 모르겠지만.

당신은 선하십니까?

누군가가 질문을 던진다고 치면 어떨까.

자신 있게 선뜻 무어라 대답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다가 선 하십니까? 를 넘어서,

‘당신이 선하다는 걸 어떻게 믿나요.’ 라니.

칠성 입장에선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것 이다.

여태껏 그런 생각은 해본적도 없이 달려왔다.

물론 자기자신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던가 하는 것 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던지듯이 말 했듯,

자기 자신은 신화 속 선인이 아니다.

그저 상황이 닥치면 해결 해 왔을 뿐.

오히려 자신의 의도를 그다지도 곡해 하고, 비록 오해이나 심지어 자신이 미쳐 날뛸까봐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한 더미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일 따름 이었던 것 이다.

“어라, 설마 저거....”

그런 생각을 하며 날아가고 있는 칠성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뉴욕의 상공을 지날 무렵 이였다.

시작은 뉴욕 타임 스퀘어 광장 부근이었다.

자그마한 피켓을 든 무리들.

무언가 구호와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

찬찬히 살펴보면 알 수 있었다.

무언가에 대해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

그것도 물결로 느껴질 정도로 기다란 행렬.

칠성에게 충격적이 였던 것은 거대하게 프린트 된 자신의 얼굴에 붉은 페이트를 뿌리고 있는 사람들.

칠성에 관련된 시위대였다.

“미국 정부는 김칠성과의 협조를 중지하라!”

“중지하라!!”

마치 응원전 같은 함성이 울려퍼졌다.

듣는 칠성으로 하여금 응원을 받은 기운보다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나락 같은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지만.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의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예의 칠성에 대한 음모론을 믿는 무리들 같았다.

다만 그러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후우.”

지나쳐 가려던 칠성.

문 듯 좋은 생각이 든다.

이 사람들, 설득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은 가벼운 오해 일 것 이다.

신문, 뉴스 등을 통해서만 김칠성을 접했으니.

어찌 보면 서로 소원한 관계이니 오해가 쌓인 것 일 수 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한 발 앞서서 그들에게 다가가,

그러한 오해들이 불식 된다면 그보다 좋은일이 없으리라.

지금은 조금이라도 빠르게 힘을 합쳐야 한다.

“좋아.”

콰슈슈슈---.

그런 판단이 선 김칠성은 서서히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의 한 가운데로 서서히 내려왔다.

“뭐야?”

“뭐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UFO를 바라보듯이 경외감 어린 표정으로 칠성을 바라보는 시위대 사람들.

그 어린아이들 같은 표정들을 바라보며

쓱 웃은 칠성.

가볍게 타임 스퀘어에 마련된 무대 위로 안착하며, 갑옷을 해제한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그렇게 찾으시던 김칠성 왔습니다. 허허.”

갑작스러운 칠성의 등장,

깜짝 놀라서 얼어붙은 사람들.

칠성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던 이 조차도 마이크를 든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슬쩍 손짓으로 마이크를 요구하는 칠성에게, 자기도 모르게 마이크를 넘겨주기 까지 한다.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이 좀 큰 오해를 하고 계신 거 같아서요.”

매너있는 태도.

청중을 압도하는 센스.

이제는 칠성의 타도를 위해서 모였던 무리가,

칠성의 강의를 듣기위해 모인 학생들 같은 태세로 변해버렸다.

칠성은 현제 나타난 도어와 마족,

그리고 그에 대한 UHD 의 대응 방침 등을 밝혔다.

물론 도중에 헌터들의 무력을 동원한 거대 폭력조직 포세이돈의 일망타진 같은 애피소드들을 섞어 자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분위기 반전이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람들을 설득 할 수 있을 것 이란 칠성의 판단.

좋은 생각이라 여겼던 것은 결국 반만 맞았다.

절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의 시작은 결국 칠성에 대한 가벼운 오해였을 뿐 이다.

이것은 칠성이 맞춘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

그것은 시작하던 때의 문제였을 뿐,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큰 오해와 분노가 이들에게 씌여있다는 것 이었다.

퍽!

말을 이어가던 칠성의 뺨을,

누군가가 던진 토마토가 치고 지나간다.

터진 토마토의 즙이 칠성의 옷에 흩뿌려진다.

...왜?

못 봐서 못 피한 것 이 아니다.

칠성의 반사 신경이라면 이까짓 것 수 십 번을 피하고도 남았다.

당황해서 맞은 것 이다.

그리고 당황은 조금 더 이어졌다.

“꺼져라!”

“꺼져버려!”

퍽, 퍽!

몇 개나 토마토 세례가 이어졌다.

이런저런 잡동사니들도 날아와 칠성을 맞추었다.

“제기랄!”

칠성이 혀를 찼다.

칠성이 소환해서 입은 갑옷 위로 계속해서 토마토 같은 것들이 던져진다.

부웅-.

칠성의 몸이 허공에 둥실 떠오른다.

“와아아악!!”

광기에 물든 사람들.

칠성이 도망가는 것 같은 형세가 되자 더욱 더 자신감과 광기에 빗발쳐 함성을 지르며 칠성을 좇아 덤비기까지 한다.

“끌어내려라!”

“잡아 족쳐!”

이제는 무대 위로 뛰쳐 올라온 사람들이 칠성을 잡기위해 허공에 손을 뻗고 서로 몸을 밟고 오른다.

“*비행(FLY)*”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다.

칠성이 광장 위를 크게 한번 돌더니 하늘로 솟구친다.

콰아아아아아-!

고속으로 날아가는 칠성.

칠성이 자유의 여신상을 스쳐지나가 미국 땅을 벗어난다.

칠성이 기념품으로 가져갔던 여신상의 횃불.

그 빈 손에 여신상이 칠성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 * *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대한민국의 자신의 집에 있던 한솜이.

한솜이는 불만어린 표정으로 거실을 왔다 갔다 걸으며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아니, 연락을 못 할 거 같으면 문자라도 좀 남겨 놓던지.”

바쁘다는 거 야 안다.

원래가 워낙에 바쁜 사람이고,

특히나 지금은 더 바쁘다는 것을.

하지만 하루 종일 코빼기도 안 보이는 데다,

자신의 전화는 일절 받지도 않는 칠성이 단단히 불만인 한솜이.

“애정이 식은 게 분명해. 응.”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괜한 한탄을 한다.

휴대폰에 찍혀있는 것은 여전히 한솜이가 시도했던 몇 번의, 칠성이 받지 않은 전화 횟수가 담긴 목록.

그리고 메신저에 속 메시지 옆에 없어지지 않는 1 뿐 이었다.

“에휴.”

정말로 애정이 식었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서운한건 서운한 걸.

바쁜 와중에, 연락 좀 한번 해 주면 어디가 덧나기라도 하는가.

그런 한솜이,

문 듯 한숨을 푹 내쉬며 거실의 쇼파에 앉는데.

마침 그냥 심심해서 틀어두었던 TV 속 화면이 눈에 들어온다.

“어?”

아니,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 TV 화면 속에 비춰지고 있다.

[김칠성 UHD 대표가 뉴욕 타임 스퀘어에서 열린 자신의 반대 집회에....]

눈이 땡그래지는 한솜이.

화면 속에는 타도 김칠성의 피켓을 든 청중들을 향해 말로 설득을 펼치고 있는 칠성이 보인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화면,

토마토나 잡동사니와 야유 세례를 받으며 퇴장하는 김칠성의 모습.

칠성이 토마토를 맞는 장면을 몇 번이나 다시 감기로 보여주는 뉴스.

그 모습이 끔찍해서 눈을 감는 한솜이.

“어떡해....”

무슨 상황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한솜이 이기에 확실히 알 수 있는 것.

좀체 볼 수 없는 칠성의 경앙된 표정.

좀체 보지 않았으면 했던,

칠성의 상처받은 얼굴.

뉴스를 보곤 너무 깜짝 놀라 눈물을 한줄기 훔친 한솜이.

잽싸게 휴대폰을 다시 조작해 칠성에게 다시 통화를 건다.

하지만 여전히 받지 않는 칠성.

“개자식!”

괜히 울분을 뱉으며 휴대폰을 쇼파에 던지는 한솜이.

사실은 칠성이 미운 것이 아닌데,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성질이 났다.

“나한테 와야지 바보야.......”

괜찮아야 할 텐데.

칠성의 걱정에 훌쩍이는 한솜이.

* * *

그리고 같은 시각 칠성.

휘이이잉~

칠성이 서 있는 곳은,

에펠탑의 위 였다.

그것도 지상과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꼭대기 부분.

“진짜 조그맣다.”

발밑 저 아래의 세상을 바라보면,

마치 자그마한 장난감들로 꾸며둔 모형 마을 같다.

프랑스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그러게.”

칠성의 옆에 있는 것 은 다름 아닌 칠성과 계약한 몽마,

서큐버스 코코였다.

애교가 쏟아지는 평소와 다르게 담담한 말투의 코코.

오히려 씁쓸한 느낌의 말투.

본능적으로 칠성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계약마의 특성으로 칠성의 마음을 읽었음 이리라.

그리고 사실은 이렇게 한풀 꺾여있는 텐션이, 코코 본연의 모습이기도 했다.

평소에는 오히려 지나치게 밝은 척을 하고 있는 셈 이니까.

어두운 과거를 지닌 사람이 현재를 극복 해 나가는 것 엔 몇 가지 방법이 있었고,

지나친 밝음으로 무장하는 것이 코코의 극복 방식 이었던 것 이다.

“넌 알고 있었지?”

칠성이 넌지시 물었다.

도어, 방주.

몬스터, 키메라.

헌터, 수확.

정벌.

모두 결국은 마계와 관련된 일이 틀림없었다.

거기다 이정도 스케일을 벌일 인물.

이러한 행동이 득이 될 만한 사람.

“뒤편엔 마신이 있는 거겠지.”

마계에 존재하는 마신의 심장.

마신의 심장은 별게 아니었다.

단순하게 한 가지 기능만 있는 고대 신의 아티펙트였다.

마나를 저장할 수 있는 창고.

그 수용량은 무한.

문자 그대로 무한이다.

하나의 행성의 생명체들을 모조리 몰살해서 저장해 둘 정도의 스케일 이라면,

마신의 심장이라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그리고 마신의 심장을 운용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마신의 지위를 가지고 있을 현 마신이다.

즉, 칠성이 적으로 돌린 사람은.

다름 아닌 현 마신.

“미안.”

코코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떨군다.

이제 와서 그녀를 탓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정복... 이라 던지, 사람들을 모조리 죽인다던지. 그런 짓을 할 줄은 정말로 몰랐어.”

코코 입장에서도, 지구상에 튀어나오는 몬스터들이 무언가 마신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만 하고 있었을 뿐.

사실상 마계의 고위층도 아닌 그녀가 다른 차원 정벌에 관한 내용을 많이 알고 있을 리 가 없었다.

“그리고 제약이 걸려 있어서...”

코코가 말끝을 흐렸다.

그랬을 것 이다.

칠성도 예상했던 바다.

고개를 끄덕이는 칠성.

“그랬겠지.”

마신이 적용할 수 있는 세계의 규칙.

‘제약.’

마신이 걸어둔 금기를 어기는 자의 정체를 즉시 색출하는 주술.

몬스터가 마신과 관련 있다는 정보 자체에 제약이 걸려 있었으리라.

그걸 말 해 주었다간 목숨이 위험했을 터 이고.

이해는 한다만 입맛이 씁쓸했다.

번쩍!

칠성을 실은 푸른빛 빛줄기가 번쩍이며 점멸했다.

칠성과 코코가 서 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