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122화 (122/145)

# 122

S5 : 16화

힘을 보태주기로 했더라 해도 일단은 범죄자.

범죄자는 어차피 범죄자.

조금이라도 틈을 준 다면 또 다른 길로 샐 지도 모르는 녀석들.

“그래서 준비했다 이거지.”

칠성 자기자신도 당해서 한동안 찝찝함에 시달렸던 물건.

이번에는 물론 자신이 이용하는 입장이니 편리하기 그지 없었지만.

차례차례 칠성이 가져온 아티펙트로 영혼의 족쇄가 채워지는 안희운과 김규형네.

“찝찝하군.”

찌푸린 표정의 안희운.

김칠성에게 족쇄 설치를 당했다.

어느새 자신의 손목에 스며들어 형체조차 보이지 않게 된 족쇄가 들어간 자리를 다른 손으로 쓸어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한 때 나마 대한민국 헌터특별부의 장관이었는데, 힘도 빌려주기로 했것만 여전히 범죄자 취급이라니.

그럼에도 입을 다물고 있는 안희운.

하지만 자신의 전과가 있기에 딱히 따질 입장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게 영혼 공학 기술이 적용 된 거거든.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해체는커녕 조작도 불가능 할 테니 시도조차 하지 말어.”

칠성이 으스대며 말 했다.

“아, 오해 마. 뭐 이건 니들이 걱정 되서 말 해주는 거야. 괜히 겁주는 게 아니고. 니들이 해체를 시도하는 걸 감지하면 자동으로 체내에서 폭발하게 만들어 뒀거든.”

그렇다.

괜히 겁주는 게 아닌,

근거 있게 겁 주는 중 이었다.

족쇄가 뿜어내는 파장으로 인해 기본적인 영구적 위치추적은 물론, 허튼짓을 하거나 하면 가차없다.

이로서 완벽하게 꼭두각시처럼 움직여 줄 수족들을 얻은셈이 되었다.

‘이것이 그... 이이재이라고 하던가?’

아니면 뭐 어떠랴.

자신의 탁월한 머리에 감탄하기도 잠시.

칠성의 또 다른 진지한 면모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최후가 될 지도 모르는 싸움이다. 둘 수 있는 수는 모두 두고,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한다.’

여하간 이들을 풀어주고 칠성의 장기 말.

군인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 이었다.

모든 일은 비밀리에 진행한다.

칠성은 간략하게, 정말로 지금 자신들.

그리고 지구가 처한 상황을 안희운과 김규형네 에게 계략적으로 설명 해 주었다.

“흐음....”

안희운이 심각하게 신음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상황이 이지경 인 줄은 몰랐던 것 이다.

사실, 중국이 한국을 침공 해 들어왔다는 소문을 전해 들었을 때 그는 쾌제를 질렀었다.

헌터의 힘이 결국엔 남용 될 것 이니, 먼저 남용해야 한다는 자신의 혼돈 악 적 신념이 맞아 떨어진 것 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에 올 것은 미처 예상 못 했다.

이 모든 것이 지구를 침공하기 위한 다른 차원의 종족이 던진 포석 이었다니...?

“세상 사람들이 전부 죽을 수 도 있다는 게... 완전 허풍은 아니었군.”

김규형 역시나 심각했다.

조금은 다른 의미로 말 이다.

김규형은 김칠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절망하는 대신 상대를 이길 계획을 머릿속에 새워보는 중 이었다.

그의 선척적 성향 덕분이다.

하지만 차원을 넘나들며, 다른 종족을 자신들의 마나 보급원 정도로 취급하며 행성을 멸망시키는 마족들이라니.

그런 어마무시한 스케일의 마족 군단은 들어본 적도, 상대 해 본 적도 없다.

도대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머릿속으로 열심히 이런저런 수 들을 둬 보던 김규형이 멈췄다.

“기간트가 어떻겠냐.”

슬쩍 칠성에게 의중을 묻는 김규형.

“나도 그걸 생각해보긴 했는데. 가능 하겠어?”

사실 기간트 병기를 수 로 내미는 것 은,

딱히 좋은 수가 생각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기간트란 자고로 아티펙트 병기들 중 가장 고차원의 병기.

먹힐만한 전략을 새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으니, 최대한의 강수를 들고 나가자는 것 이다.

하지만,

기간트의 제작이라 하면,

온갖 마법 술식과 까다로운 재료 선별과 정재과정 등.

넘어야 할 산과 산이 끝도 없이 펼쳐진 작업이었다.

아무리 연금술사라고 해도 기간트 제작만큼은 선뜻 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골렘제작의 달인들이라고 해도 기간트는 평생 엄두도 못 내는 것이 태반이었다.

칠성이 가지고 있는 어둠의 거인만 해도,

무려 선천적 아티펙트의 달인들인 드워프들과,

역시 선천적 영혼 공학 기술의 달인들인 님프족의 종족을 넘어선 합작품 이었다.

그런데, 고작 인간 연금술사인 김규형이 그러한 경지가 가능하단 말 인가?

“내가 필요한 걸 전부 준비 해 줄 수 만 있다면야. 충분히 가능은 하지.”

김규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그것도 한번 해 보자고.”

“자동차 공장 같이, 제조라인을 만들면....”

“그런 것도 가능 하단 말이야?”

“아마도, 지금의 나노 기술과 던전 테크놀러지라면. 내 설계만 적용하면 거뜬하게...”

기간트 병기의 양산화 계획.

칠성의 눈이 크게 뜨였다.

물론 기간트 중에서도 특별 제작 된 스페셜 리스트, 어둠의 거인의 소유주인 칠성이었으나.

구지 그런 정도의 수준까지 가지 않아도 기간트 병기는 그 존재 자체가 엄청난 위력을 품고 있었다.

일반적인 헌터에게 기간트 병기의 파일럿을 시킨다면,

평범한 A급 헌터, 아니 B급 헌터 혼자서 어지간한 실체화 몬스터를 때려잡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것 이다.

“그래, 그것도 추진 해 보자.”

제작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진 모르겠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 보자.

“각자 열심히들 해 줘. 이번 일만 잘 끝나고 나면, 내가 특별하게 사면에 힘 써 줄 테니까.”

채찍만 들고서 사람을 움직이긴 힘들다.

모두 장기 복역수인 이들에게 사면은 보기에도 달달한 상당히 큰 당근이 될 것 이다.

이 쪽은 우선 이렇게 됐고, 이제 다음 단계를 위해 움직일 시간이다.

* * *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번쩍!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 안으로 바로 텔레포트 해 들어온 칠성.

푸른 마나의 빛무리 속에서 검은색 갑옷과 망토를 휘날리며 등장한다.

스으으윽-.

공간에 녹아내리듯 사라지는 검은색 전신 갑옷.

평범한 차림의 칠성이다.

미국 대통령,

앨리사는 칠성의 텔레포트가 아주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이라는 듯, 공간을 찢고 도착한 칠성에게 검지손가락 하나를 내밀어 보이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이내 서류 정리를 마친 앨리사가 일어나 칠성을 맞는다.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별말씀을요!”

“...무슨 일로 오셨죠?”

칠성을 향하는 앨리사의 시선.

무언가 평소와 조금 다르다.

어쩐지 생경한 무언가를 보는듯한 눈빛.

혹은 언제 발작하며 주변을 헤칠 지 모르는 정신병자를 바라보는 듯한 미지의 공포감이 담긴 눈빛.

착각이겠지?

칠성은 자신이 과민반응 하는 것 이라 생각하며 말문을 땠다.

“다름이 아니라, 미군의 협조를 구하고 싶어서요.”

아직 공식적인 UHD의 발표는 없었지만,

이미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공공연히 퍼지고 있는 소문을 들어서 대강의 정황을 알고 있던 미국 대통령.

칠성은 UHD에서 개발한 일부 아티펙트 병기들의 양산화 과정을 미국의 군수업체에 맡기고 싶어 했다.

이 역시도 언제가 될지 모르는 ‘수확일’ 에 대한 준비였다.

칠성의 계획대로 각국의 군수업체들 까지 동원 할 수 있다면, 상당히 빠른 기간 내에 각국의 주요 전력들.

그러니까 군사 조직 밑 헌터들을 실체화 몬스터에 대비시킬 수 있다.

기존의 방식은 실체화 몬스터를 만들지 않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도어헌터로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나오기도 전에 제압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리고 틀림없이 사고처럼 일어난 실체화 몬스터들에 대한 제압책을 세우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다는 판단 이었다.

칠성은 일반 군인들의 제트기 등도 레이드에 활용할 방안을 짜고 있었다.

인류의 모든 자원을 사용해 수확일을 막아내겠다는 신념이었다.

하여간 그렇자면 미군의 협조를 받는 것이 가장 쉬운 길 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군수 업체를 가지고 있는 것 은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발 바쁘게 직접 찾아왔는데.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단호한 앨리사.

“아니, 그러지 말고. 아니. 제 말을 이해 못 하시는 겁니까?”

갑갑한 마음의 칠성이 따지고 들었다.

열심히 지금 미군 협조가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하지만 요지부동인 앨리사.

무언가가 이상하다.

미국 대통령은 정치의 정점.

어린 나이에 되었다고 해도 만만한 인사가 아니다.

평소 같으면 입으론 거짓을 말 하면서도 불편한 진짜 이유를 상대방으로부터 그림처럼 잘 숨기었을 앨리사.

그런데 오늘은 좀 이상했다.

거듭해서 따지고 있는 칠성을 보고 있자,

어딘가 마음 한편이 갑갑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홧김에 질렀다.

“김칠성씨. 지금 본인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 지나 알고 있기나 해요?!”

열심히 협조해야 할 이유를 역설하고 있던 김칠성의 말문이 턱 막혔다.

어떤 취급...?

홧김에 뱉은 앨리사.

자기가 말실수한 것을 뒤늦게 깨닫고 안절부절 하던 앨리사.

불현 듯 칠성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간다.

“루머가 돌고 있어요. 아주 심각한.”

초인적,

인간 외적인 칠성의 존재.

그리고 그에 응대하듯 미쳐 날뛰는 도어들의 상황.

이제는 세상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괴소문 까지.

이 모든 것들이 버무려져 일부 시민들 사이엔 심각한 루머가 형성되고 있었다.

바로 김칠성이, 이 세상을 멸망시킬 악의 주연 이란 것 이다.

그가 등장한 이후로 도어들이 더욱더 강해지기 시작했고, 그가 들고 나온 도어 헌터 이후 잦아진 도어들의 출현은 일반 시민들의 눈에 띌 정도로 큰 폭의 증가.

거기다 이제는 세상이 멸망 할 지도 모른다고 한다.

각기 두고 보면 칠성과 전혀 상관없는 일들 이었지만,

상황이 악화 될수록 누군가의 탓을 하고 싶어 하는 것 이 인간의 본성.

이번의 산 재물은 칠성이 되어가는 중 이었다.

“말도 안 돼는 소리라는 것 알지 않습니까? 설마 믿는 겁니까?”

칠성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물론, 앨리사는 이런 루머들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믿음을 시험한 것은 미국 국방성의 미래예측 보고서.

통칭 매드갓(MAD GOD).

칠성이 멸망시킬 미국의 미래가 담긴 보고서.

그 보고서에 담긴 내용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단 한 가지 였다.

‘김칠성은 그 존재 자체가 위험한 존재이다.’

공포는, 인간을 가장 아둔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만든다.

“당신이 선한 신이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죠?”

독기어린 목소리.

앨리사가 물었다.

그건 칠성에게 던지는 질문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의 믿음에 대한 질문인 지 애매모호한 질문 이었다.

약간의 정적.

“...저는 신이 아닙니다.”

칠성의 조용한 대답.

“그러시겠죠. 퍽이나!”

자조적인 미소가 떨리며 올라가는 앨리사.

자신이 존재하고 싶은 곳에 존재하며.

존재하고 싶지 않은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오로지 본인의 의지로 세상에 존재하는 존재.

인간과는 궤를 달리하는 초인간적 존재.

김칠성은 현존하는 신이었다.

설사 자신이 부정한다고 해도 말 이다.

그리고 지금,

인간들이 신을 의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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