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121화 (121/145)

# 121

S5 : 15화

서울 강북의 UHD 본부 건물.

잠실 경기장 보다 1.5배 큰 넓이의 부지.

그 부지위에 지어진 UHD 건물 단지.

미군의 펜타곤이 부럽지 않은 위용.

“장관님이 주신 정보들을 취합해 이미 대책을 마련 해 두고 있었습니다.”

UHD 건물의 복도를 걸어가는 일련의 무리.

칠성과 칠성의 보좌관들, 그리고 안내를 맡고 있는 장영실 소장.

이 건물엔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들.

더불어 도어 헌터의 연구 개발을 위해 투입 되었다가 그대로 이곳에 둥지를 튼 세계 각국의 연구진들이 포진 해 있었다.

삐삐삡

윙-.

장영실 소장이 연구실의 인증절차를 마치자 열리는 연구실의 문.

내부로 들어가니 입구부터 쏟아지는 무균 샤워.

안으로 들어가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밝은 조명 아래에 저마다 각자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수도 없는 사람들이 보인다.

크게 크게 나뉘어 진 구획마다 각자 다른 연구를 하고 있는 듯, 어떤 쪽 에선 복잡다단한 기계장치의 도식도와 프로토 타입 들이 돌아가고 있는 한편,

다른 쪽에선 커다란 화이트 보드 하나에 여러 명의 연구진이 매달려 이론에 대한 점검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도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 이미 지구에 심어져 있다면. 어디에 심어져 있는지 위치를 아는 게 최선이죠. 알아내서. 없앤다. 간단하죠.”

장영실소장의 안내를 따라 간 곳에 가지런히 놓여 져 있는 것은 선반 위에 장식품처럼 잠들어있는 투명한 케이스 속 에그들.

도어 헌터로 도어를 없앤 부산물로 나오는 미지의 무기물 덩어리. 에그.

장소장이 유리 책상 위에 놓여있던 마치 청소기 비슷하게 생긴 기계를 들어 보이며 말을 이어간다.

“다행히도 응용 할만한 게 있었죠. 금속 탐지기예요.”

삑...삑..

장소장이 간단한 작동으로 금속 탐지기를 가동시킨다.

“감지와 관련된 설정 코드 몇 가지만 바꾸어 주면, 이게 바로 에그 탐지기로 돌변하죠.”

손에 장갑 형태의 보호구를 낀 장소장이 조심스레 선반 위의 에그를 케이스로부터 꺼내서 철제 쟁반에 올리더니 쟁반 채 바닥 위에 둔다.

그리고는 금속 탐지기를 그 위에 가져다댄다.

삑! 삑! 삑! 삑!

미친 듯이 울리는 금속탐지기의 탐지음.

“그야말로 행운이죠. 이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아껴 주는 건지 상상도 못 할 지경이니까요.”

금속 탐지기를 한편으로 치워두고,

작은 가스통이 달린 한손으로 잡기 쉬운 핸드 토치를 가져온 장영실 소장.

“처리가 고민이었는데, 의외로 간단해요.”

콰슈우우욱-.

그리곤 망설임 없이 철제 쟁반 위의 에그를 토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으로 지지는 장영실 소장.

“구지 레이저 토치까지 쓸 필요도 없어요. 이렇게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가스 토치의 열기 정도면 에그를 완전히 태워버릴 수 있죠.”

순식간에 본래의 형태가 흔적도 없이 잿더미로 녹아내린 에그.

“둘 다 당장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전달해도 무리 없는 방법이에요. 즉시 시행 할 수 있죠.”

장영실 소장의 말 대로였다.

어느 국가에건 금속 탐지기 정도는 충분히 구비 되어 있거나, 구비 할 여력이 있을 것이고.

에그의 제거 방법 또한 생각 이상으로 간단했다.

오히려 이렇게 쉬운 예방책을 여태껏 몰랐다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호주의 헌터팀이 사로잡아 칠성이 심문했던,

자칭 관리자라고 부르던 마족.

그 마족은 진심으로 인간을 미개한 벌레 취급을 한 것인지, 그래서 인간들이 발버둥치는 꼴이 보고 싶었던 것 인지.

혹은 또 다른 속셈이 있어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 직전에 너무나도 많은 비밀들을 알려주고 떠났다.

덕분에 이쪽에서 준비하기는 훨씬 수월해진 편 이었다.

도어, 그들의 용어로는 ‘방주’ 라고 불리는 몬스터들의 집은 사실은 수십년 전 그들이 지구에 미리 심어 두었던 것.

활성화되기 전엔 지하에 에그 상태로 남아있다.

그 깊이는 천차만별 이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지하 몇 미터 이내, 깊어도 10미터 정도만 파면 나온다.

게다가 그렇게 캐낸 에그는 토치로 간단히 태워 없앨 수 있다.

그야말로 간단하고도 완벽한 해결책.

“운이 좋았죠.”

장영실 소장이 어깨를 으쓱 했다.

그의 말 그대로였다.

지구에 미리 심어져 있다는 에그의 제거가 이다지도 쉽다는 것은 확실히 행운이었다.

다만.

“...그래.”

그들이 주고받은 침묵 속에 담긴 것.

그들의 행운도 여기까지다.

도무지 얼마나 많은 에그가 지구에 심어져 있는지, 알 수조차 없는 상황.

더군다나 언제인지 모를 그 순간, 마족 관리자가 말했던 ‘수확’ 이 시작되는 순간, 전 세계에 뿌려져 있는 에그가 모두 동시에 개화 할 것 이다.

전 인류의 멸망을 노리는 무차별 공격이 언제 시작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그리고 이어질, 미지의 존재인 수확자의 공격.

칠성의 존재와 위력을 알고 있는 마족이 칠성의 힘을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비웃었다.

미지의 적에 대한 부담감 역시 어마어마한 것.

나약한 행운에 매달리기엔 그들 앞에 다가올 시련이 너무나도 컸다.

“수고했어.”

“...이런 거 라도 해야죠 뭐.”

씁쓸하게 웃는 장소장.

자조적인 웃음.

연구소에서 아무리 열심히 머리를 굴려 보아도,

아무리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도 결국은 ‘이런 거’ 에 불과할 뿐 이였다.

자신이 만들어낸 해결책은 결국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 한다.

결국은 언제나 그래왔듯 마지막에 총대를 메게 될 것은 칠성이란 것을 장소장도 알고 있었다.

이제 장소장이 해 주어야 할 부분은 사실상 끝이 났다.

“각국 헌터 관련 공식기관에 금속 탐지기 설정 관련 기술 공유는 이미 전달했어요.”

“그래, 잘 했어.”

고개를 끄덕인 칠성, 성진을 보고 말 한다.

“내가 공식적으로 각국 정상들한테 에그 제거 작업이 얼마나 절실한 지 설명 할 게. 준비 해 줘 성진아.”

“네. 바로 두 시간 뒤로 화상회의 잡겠습니다.”

“그래.”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한다.

가볍게 웃는 칠성의 표정은 허나 비장해 보였다.

옆에 있던 김정은 전략 부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에그 제거 작업을 전 세계에서 한다고 해도, 결국은 예상 피해를 조금 줄이는 정도에 불과 할 겁니다. 실체화 몬스터들을 예상하고 지역방어를 해야죠. 그런 의미에서... A급 헌터가 너무 모자라요.”

어떤 식의 공격일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막아낼 인력이 절실한 상황.

하지만 실제로 실체화 몬스터에 대응을 할 만한 헌터는 너무나도 드물다.

정말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지경.

악마의 힘이라도 빌려와야 할 지경이었다.

잠깐, 악마의 힘...?

“그래. 그런 게 있었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스스로 되뇌이는 칠성.

“무, 무슨 생각 하시는 거예요...?”

장소장은 그렇게 불안한 음색으로 칠성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칠성의 표정이,

재밌는 생각이라도 떠올린 듯

간만에 진심으로 장난기 어린 미소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응? 아무것도 아니야!”

이상할 정도로 맹랑하게 잡아떼는 칠성.

그런 칠성을 보곤 더욱더 불안하게 사색이 되는 장소장.

‘틀림없이 무언가 있고만!’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양 손을 비비며 남몰래 슬쩍 웃음을 흘리는 칠성.

악마들을 깨우러 갈 시간이다.

* * *

끼이익-.

절대로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철문이 열리고,

어둡던 공간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철통같은 창살.

“일어나라 쓰레기들!”

칠성이 찾아 온 곳은 헌터 범죄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수용소 였다.

저벅, 저벅.

수감자들을 가둬둔 창살 사이를 거니는 김칠성.

연이어서 이어지는 독방들엔,

여태까지 헌특부 밑 수헌부에서 잡아들인

범죄자 헌터들이 줄줄이 수감되어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특별 층.

이곳에는 정말로 악명이 높은 녀석들만 수감되어 있다.

킬킬 거리며 웃은 칠성이 창살 근처로 향한다.

칠성에게는 제법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전 헌특부 장관 안희운.

“클클클... 혼자 세상 잘난 척 다 하더니 이제 와서 도움을 청하러 온 건가?”

자기발로 자신을 찾아온 김칠성의 형편이 퍽이나 재밌다는 듯 조롱하는 안희운.

“응~ 잔반처리 맡기러 온 거니까 우쭐하지 마.”

“읏.”

바로 면박을 주는 칠성.

하지만 칠성의 마력을 알기에 쉽게 씹지는 못 하는 안희운.

‘어차피 도움 청하러 온 거 면서 말이라도 좀 곱게하면 덧나나?’

그저 속으로 소심하게 이런 말을 삼킬 뿐 이었다.

줄줄이 보이는 범죄자들 중에는

활의 달인과 격투가.

칠성이 박살 낸 갑옷형 아티펙트를 입고있던

투핸드 헤비 소드의 검사.

김규형의 삼천왕.

그리고.

“감옥이 좀 살 만 한가봐? 살 붙은 거 같네?”

“내가 널 도울 것 같아?”

김규형 본인이다.

분명 십 여 층의 상공 위에서 심장에는 칠성이 던진 아티펙트 롱소드, 일렉트라자로 심장을 찔린 채 십여층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던 김규형.

하지만 그 역시 보통 생명력이 아닌 듯 숨이 붙어있었고, 그 뒤로 연행 되어서 이곳에 가쳐 있었던 것 이다.

“네가 날? 물론 날 돕지야 않겠지.”

칠성이 어깨를 으쓱 해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세상 사람들이 전부 죽어버리면 가장 곤란한 건 너잖아?”

“크크크큭....파하핫!”

여태까지 무표정 하던 김규형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사실이었다.

이 세상은 언젠가 김규형 자신의 지배 하에서 완전무결 한 정의를 실현해야할 무대.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린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어지게 된다.

“날 잘 아는군.”

“그래, 그럼 결정이다. 다들 튀어 나와.”

그러곤 안희운과 김규형 등의 철문의 잠금을 열어주는 칠성.

철문을 열어 제친 칠성이 음허한 웃음을 지으며 갖혀 있는 죄인들을 향해 말 했다.

“크크크크... 버러지 같은 너희들에게 새로운 힘을 주겠다! 나의 수족이 되어라!”

“제정신이 아닌 녀석인 건 진즉 알고 있었다만...”

“저 오빠 좀 이상해...”

“.......”

“불쾌하군.”

저마다 한 마디 씩 덧붙이는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게 생긴 패거리들.

“물론,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아직 기뻐하기는 이르다는 듯.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는 칠성.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지 못 하리란 법 은 없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위험한 범죄자들이기도 했다.

좋은 일을 도우라고 그냥 풀어줬다가는,

무슨 일이 생기지 말란 것을 완전히 장담하긴 힘든 인사들.

그리고 이런 이들을 감시하고 관리 할 방법은,

칠성은 이곳에 오기 전 처음부터 미리 정해 두고 있었다.

* * *

파싱-!

파싱-!

안희운과 김규형, 그리고 삼천왕.

한명한명이 앞으로 걸어 나와 칠성이 준비한 아티펙트에 손목을 넣으면, 칠성이 작동시킨 기기가 굉음과 함께 돌아갔다

“이게 불편함 쩔지.”

쓱 웃는 칠성.

김규형의 손목에 아티펙트가 원형의 백색 고리를 박아넣었다.

반투명한 고리는 김규형의 손목에서 유영하듯 핑글핑글 돌더니 자연스럽게 손목 속으로 스윽 그 형체가 녹아들었다.

그렇다.

칠성이 지금 이들에게 채워주고 있는 것은,

과거 칠성이 바티칸에게서 당했던 것과 유사한 장치.

영혼의 족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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