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
S5 : 13화 <5권 끝>
일본 도쿄의 한 특급호텔.
현장에 우글우글 했던,
준 헌터 폭력 조직원들로 구성되어있는 거대 폭력조직 해신海神, 포세이돈의 조직원들이 충원된 UHD 관련 단체의 헌터들과, 현지 경찰의 도움으로 줄지어 검거되고 있었다.
칠성과 한솜이가 포세이돈의 보스를 사로잡은 뒤로 조직은 순조롭게 일망타진 되었다.
역시, 머리부터 치자는 판단이 적중 한 것 이다.
이렇게 범세계적인 범죄조직 포세이돈이 영위했던 암흑의 시대는 UHD 의 활약으로 빠르게 저물었다.
언론에서도 공기관들, 혹은 초국적 사법기관 들에서도 손만 놓고 있었던 포세이돈을 일망타진한 UHD의 전공을 대대적으로 광고 해 주었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질서는 UHD 였다.
그것도 모든 국경을 넘어서.
* * *
밖에선 이런 일 들이 벌어지고 있을 무렵.
김칠성과 한솜이, 두 사람은...
“얘 좀 봐!”
한솜이가 자신의 얼굴에 주둥이를 비비는 돌고래를 보며 꺄르륵 웃음을 터뜨렸다.
꿈결 같은 애매랄드빛 바다.
그 바다 위에 늠름한 흰색 보트가 떠 있었다.
마치 캠핑카처럼 이런저런 시설이 붙어있는 보트.
거기에 조종을 맡은 선장까지.
이 세상 어느 바다도 즐거이 여행 할 수 있을 거 같은 보트.
부두에서 이 보트를 발견하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돈을 주고 통째로 빌린 것 이다.
“좋아?”
보트 위 갑판에서 칠성이 내려다보며 쓱 웃었다.
바다를 가르고 보트가 항해하던 와중,
돌고래들이 나타나자 정박 시키곤 흰색 비키니 차림의 한솜이가 그대로 풀쩍 바다로 뛰어 들어 녀석들과 노는 중 이었다.
“자기도 들어와!”
칠성이 으쓱.
하더니 웃통을 벗고는 물속으로 뛰어내렸다.
끼이육!
돌고래가 기분 좋은 소리로 울었다.
“봐봐, 되게 착해.”
한솜이의 안내에 따라 돌고래를 조심스럽게 만져보는 칠성.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었다.
거기다가 근거는 없지만 무언가 차가울 것 같았는데,
막상 돌고래의 살결에 손이 닿자 묘한 따스함이 느껴졌다.
생명체구나!
너무나도 당연해서,
이상한 생각이지만.
그런 실감이 들었다.
그렇게 감격하고 있는 칠성에게 한솜이가 묻는다.
“진짜 귀엽지?”
“...어!”
천진 난만한 한솜이의 질문,
클클클클 하는 기막힌 웃음이 실실 솟아나는 칠성.
아름다운 바다생물들과 그림 같은 바다를 즐긴 두 사람.
이윽고 저녁이 되었다.
두 사람이 들른 곳 은 관광객들을 위해 동남아의 정취를 그대로 살려 둔 프리한 느낌의 술집이었다.
테라스와 내부, 외부의 경계가 매우 모호한 느낌의 건물.
거기다가 목조의 바를 칭칭 감싼 푸른 줄기식물들과, 이해하기 힘든 센스이지만 나름 낭만은 가득한 크리스마스 트리에나 쓰일 듯한 색색의 작은 전구들로 감겨있는 기둥들 등.
현지의 느낌을 가득 살린 장소 였지만 내부에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외국인 관광객들 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바에서 양 손에 잔 가득한 맥주를 받아 자리로 향하던 한솜이를 웬 외국인 남자가 가로막는다.
“아가씨, 혼자 왔어요?”
능글능글 웃으며 접근하는 키 큰 외국인.
언 듯 봐서 이탈리아계 남자 같다.
한솜이는 쓱 웃더니 한 손을 들어 외국인에게 보여준다.
손가락에 빛나고 있는 약혼반지.
“웁스.”
마치 한솜이가 총이라도 들이민 듯 양 손을 들어 보이며 물러나는 외국인 남자.
“이야, 인기 좋든데?”
맥주잔을 받아 든 칠성이 장난스레 묻는다.
다 보고 있었구만?
“인기는 무슨.”
역시 잔을 기울이며 피식 웃는 한솜이.
저 멀리, 총총히 불을 밝힌 시원한 야경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이는 두 사람.
“그래도 뭔가, 아쉽지 않아? 나 말고 다른 남자들도 충분히 만나 볼 수 있을 텐데.”
“왜, 잠깐 다른 남자랑 바람이라도 피고 올까?”
“말을 못 한다 말을 못 해.”
낄낄 거리는 두 사람.
하지만 칠성 입장에선 내심,
괜히 꺼낸 이야기는 아니었다.
굉장히 특이한 이력 덕분에.
그러니까 성기사 에, 헌터에.
나이에 비해 빡빡했던 인생 덕 분에 남자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인생의 한솜이.
그에 반해 칠성은 어떠한 이유와 변명을 붙여도 수많은 여자가 거쳐갔다.
나름 찔리는 양심이 있어서 나온 말 이었던 것 이다.
잠시 기억을 더듬듯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던 한솜이.
“그런 거 하나도 안 아쉬워.”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않았었지만,
“자기가 무릎 꿇고 반지 내 미는 순간, 느낌이 왔어. 아. 이거네. 하고. 말로 잘 표현은 못 하겠지만.”
마치 평생 찾아 헤매던 무언가를 발견 한 듯한 기분.
“그래?”
어느새 좀 감격한 듯한 표정으로 한솜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칠성.
“응.”
그런 칠성을 마주보며 한솜이가 대답한다.
“역시, 반지는 비싼 게 좋아. 그지?”
“뭐, 그것도 있고.”
대답 하며 반지 낀 주먹으로 칠성의 뺨을 툭 건드는 한솜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낄낄 거리는 두 사람.
* * *
김칠성과 한솜이,
두 사람이 그러고 있을 즈음 미국.
“김칠성을 경계해야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미국 여 대통령. 앨리사가 물었다.
미국 대통령 앞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말을 전하고 있는 것은 미 군 소속 헌터포스의 간부였다.
미군 간부역시 참여한 밀담이었다.
“문자 그대로입니다.”
눈치를 주고받던 군 관련자들 중 한명이 대통령에게 파일 하나를 내밀었다.
“미군이 예측한 안보 위협의 최악의 시나리오. 김칠성이 폭주할 경우입니다.”
“이게 무슨....”
심각한 얼굴로 파일을 넘겨보는 대통령.
김칠성의 변심 등으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미국 국토의 피해 예측이 담겨있다.
그것도 그런 서류가 한 두 개가 아니다!
“총 387 가지의 경우의 수로. 김칠성이 미국을 완전히 재기 불능의 폐허로 만들거나, 사상 최악의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결과로 결론지어지는 시나리오 들입니다.”
“이건 너무 비약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긴장된 눈빛으로 서류들을 훑는 대통령.
아니다, 이럴 리가.
직접 만나본 김칠성은 가진 것에 비해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인 남자였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 들 이라는 거, 짐작 하실 수 있으실 텐데요.”
군 전문가들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들이 판단하기에 김칠성은 이미,
인간으로 부류하는 것이 무의미했다.
인간이 발버둥 칠 수는 있지만,
막아내는 것이 힘겹거나 무의미한 자연재해.
혹은, 신.
대통령에게 올린 보고서의 제목은 이것이었다.
『MAD GOD』
미쳐버린 신.
광신.
이것에 비하면 북한의 핵이나,
시시각각 덩치를 키우는 중국군은 어린 애 장난 같은 이야기 였다.
김칠성이 폭주하면 막아낼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
김칠성은 현재 선신善神 이었으나,
언제 악신惡神 으로 돌변 할지 아무도 모를 일 이었다.
나라를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어떠한 형태의 신 이던 실존하는 신의 등장은 반갑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맞추는 대통령.
하지만, 생경한 눈빛을 보내오는 군 관계자들.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건 단순히 대통령님의 이해를 구하는 것 이 아닙니다. 허가 해 주십시오.”“무었을...?”
이어서 대통령에게 내밀어지는 모종의 계획서와 각종 결제 셔류들.
“언제든지 김칠성 급의 헌터들을 사로잡거나 죽일 수 있는 무기의 개발에 대한 허가서입니다.”
‘프로젝트 갓 슬레이어’
기존의 그 어떤 수단으로도 막기 힘든 규격 외의 헌터를 죽이기 위한 무기.
이 무기의 제작을 위해 위반해야 하는 국제법과 미국의 국내법이 이미 서류상에만 수십, 수 백 가지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듯 필사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계획서.
자신의 결제를 요구하는 서류들을 넘겨보다가,
문 듯 밀어치는 회의감에 서류를 넘기던 손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군 관계자들을 바라보는 대통령.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자신, 그리고 전 세계의 사람들을 몇 번이나 구해낸 영웅을 죽일 무기.
그것에 대한 허가를 요청하려고 이렇게 집무실에 쳐들어오듯 몰려 와 있는 사람들.
대통령도, 질문 아닌 질문을 받은 관계자도 모두 입을 다물고 서로 묵묵부답인 가운데.
무거운 침묵이 집무실을 감싸고 있었다.
* * *
대한민국 강북에 위치한 UHD 건물.
전략 분석실.
한솜이와 200일 기념 여행을 다녀온 칠성은 전략 분석실에서 장영실 소장에게 새로운 동향에 관한 브리핑을 듣기위해 찾아왔다.
“뭔데 꼭 직접 봐야한다는거야?”
사실은 장영실 소장의 다급한 호출이었다.
“사실 이전부터 기미가 있긴 했는데, 이제는 정말 말씀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보여줘 봐.”
어깨를 으쓱 하며 재촉하는 칠성.
장영실 소장의 명령에 따라 눈앞의 대형 모니터에 3D 모델링 된 지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완성된 버전의 도어헌터가 본격적으로 실전에 사용되기 시작 한 지가 2주정도 흘렀습니다.”
“그렇지.”
3D 지구본 위에 도어헌터 보급 이후 2주간에 해당하는 도어들의 위치가 떠올랐다.
“평균 처리시간이 비약적으로 줄어들어서, 기존 평균 2시간에서 현재 평균 15분대로 줄어들었고요.”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이었다.
자본이 넉넉한 국가에선 수 백 개씩,
모자란 국가라도 수 십개의 도어헌터를 구매 해 갔다.
목숨을 걸고 도어 안에 진입해 몬스터와 싸우는 대신,
가볍게 문 밖에서 문을 없애버리는 도어헌터.
레이드 라기에도 민망한 방식,
평균 레이드 시간은 당연히 압도적으로 줄어 들 수 밖에 없다.
“흐음~ 좋구만 뭐.”
팔짱을 낀 칠성.
“네, 지난 2주간 처리된 총 도어의 수는 약 500여개 정도 되고요.”
담담하게 표의 내용을 읊는 장영실 소장.
하지만 장영실 소장도, 김칠성도 언급은 안 하고 있었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둘 모두 장영실 소장이 고작 이런 일로,
성과 자랑으로 칠성을 불러낼 사람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론은?”
칠성이 넌지시 별 일 아니라는 듯 물었다.
“......”
아무 말 없이 안경을 닦던 장소장.
마음의 준비를 하듯 심호흡을 하고 안경을 끼곤 말을 이어간다.
“평균적으로, 도어헌터 보급 이전... 지난 10년간. 도어 등장 횟수는 전 세계 기준으로 해도 한 달 평균 200개 이하. 2주라면 100개정도입니다.”
이것이 본론이었다.
칠성 역시, 나올 게 나왔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물론 10년간의 세월의 간격 덕분인지, 최근에는 2주에 150개의 도어 정도가 나오고는 있었습니다만....”
500개는 너무 많다.
그것도 도어헌터가 전 세계에 보급 된 뒤에 생긴 변화.
“우리 탓 인가?”후.
한숨을 쉰 칠성이 물었다.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도어 헌터가 등장하는 도어들에게 무언가 변화를 주었다는 연관점은... 생각하긴 싫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반쯤 쉰 목소리의 장영실 소장.
칠성이 말없이 장영실 소장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장영실 소장의 성격으로 보건데,
아마도 칠성에게 이렇게 보고를 올리기 전,
혼자서 숫자들과 싸우며 속을 무진 썩혔을 것 이다.
누구에게 제대로 털어놓지도 못하고 말 이다.
이 세상의 동물들의 모습을 벗어난 몬스터들의 출현.
이번엔 더욱더 빨라진 도어들의 등장 빈도.
‘더욱 빨리 없애면 더욱 빨리 늘어난다.’
칠성에게는 마치,
몬스터와 도어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인류의 대응에 반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삐-익.
“어, 어라?!”
호출을 받은 장영실 소장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뭐야?”
“이것.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장영실 소장이 칠성에게 드민 휴대폰 속에 있는 것.
온 몸이 구속구에 칭칭 감긴 채 묶여있는 마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