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118화 (118/145)

# 118

S5 : 12화

파앙!

결혼식장 주례석 뒤편의 통로.

쪽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안에서 개미떼처럼 통로를 꽉 채우고 있던 포세이돈의 조직원들이 문을 박차고 연 한솜이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제기랄, 더럽게 많구만 거머리 같은 새끼들!”

한솜이 옆에서 함께 선 김민수가 혀를 찼다.

“어떡할 까요 대장님.”

한솜이에게 묻는 김민수.

[시간이 없어요. 포세이돈 보스 탈주까지 5분.]

“칫.”

한솜이의 귓가에 들려오는 판춘봉의 브리핑.

방법이 없다.

이 개미떼 같은 녀석들의 산을 밟고 넘어서라도 갈 수 밖에!

“이대로 돌진합니다!”

“예!”

“하얏!!”

한솜이가 명령하자 대답과 함께 퍼지는 UHD 요원들의 함성.

UHD 요원들의 기색을 읽은 포세이돈 조직원들도 긴장하며 흉기를 꺼내든다.

순식간에 충돌하는 UHD 요원들과 포세이돈 조직원들.

한솜이가 주저 없이 점프 해 진을 이룬 조직원들 위를 덮친다.

마치 벌칙이 포함된 스포츠형 예능 프로그램의 함정을 주파하는 듯, 허우적대며 좁은 통로를 가득 채운 조직원들을 밟아가며 전진하는 한솜이.

그녀의 뒤 에선 이제 UHD 와 포세이돈의 진영이 완전히 하나가 되듯 뒤얽히며 난전이 벌어진다.

“크앗!!”

여기저기서 부상자가 속출한다.

분명히 정정당당한 상황에서라면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을 포세이돈의 조직원들.

하지만 극히 좁은 상황에서 서로 10cm 의 간격을 두고 뒤얽히는 지옥 같은 난전.

실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 한 UHD 요원들 중 일부가 포세이돈 조직원이 찌른 단검형 아티펙트에 팔다리 등을 찔린다.

쿵!

한솜이 역시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조직원의 머리를 양 손으로 부여잡고 벽에 처박아 버린다.

이를 악문 한솜이.

하지만 인산인해의 통로 주파는 자동차로 깊은 진흙의 늪을 헤집는 것처럼 전진이 더디기만 하다.

“으어어어어!”

마치 콘서트 장의 그것처럼 마구잡이로 밀어버리는 저쪽 끝 포세이돈 조직원들 덕분에 통로 안의 인파가 크게 휘둘리며, 오히려 한솜이가 전진하려던 반대 방향으로 밀려나 진다.

“아 씨!”

아랫입술을 꽉 문 한솜이의 이마엔 자신의 것 인지, 남의 것 인지 모를 피가 한 줄기 흐르고 있었다.

한솜이의 동공이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나 여타 감정이 아닌,

자책감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은 맞지 않아도 됐다.

정말 조금만 UHD 의 지휘와 진행이 빨랐었다면.

단 한발자국만 빨랐었다면 말 이다.

그리고 그 한발자국의 차이.

그것이 어디서 생겨 난지 한솜이 자신은 너무나도 명백히 잘 알고 있었다.

아까 결혼식장에서 도망치는 신랑신부를 볼 때, 자기 자신의 의지와도 상관없이 머릿속에 어떠한 영상이 지나갔다.

김칠성과 관련된 무언가.

자신이 개인적인 일에 정신을 파는 사이였다.

덕분에 까닥하면 동료들의 목숨을 위험하게 할 뻔 한 데다, 지금 실제로 부상자들도 속출하고 있었고.

적의 보스에게 탈출로를 만들어 준 걸 지도 몰랐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나비효과급의 비약으로,

사실은 한솜이가 잠시 멍 때린 것 과 지금 사태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자책감만큼은 진짜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의 보스는 멀어져 가고 있음이 틀림없다.

“읏.”

이를 악문 한솜이가 힘을 끌어올려 또다시 튀어 오른다.

무리를 해서라도 자신의 잘못을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다시 사람들의 머리 위 로 올라가 어깨와 머리들을 밟으며 통로의 반대편으로 뛰쳐나가는 한솜이.

“꺅!”

하지만 회피동작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통로. 이내 조직원들의 손아귀에 잡히고 만다.

처음엔 옷깃이, 다음엔 머리채를 뒤에서부터 잡히고 만다. 한솜이를 붙잡은 조직원의 아티펙트 단검이 번뜩인다.

그때였다.

차캉!!

김민수 팀장의 검격이 벽에 처박힌다.

그의 롱소드가 만들어낸 간격이 포세이돈 조직원들과 한솜이의 사이를 차단한다.

“읏!”

한솜이에게 흉기를 휘두르려던 녀석의 목이 롱소드의 검날 부분에 닿고 있었다.

“민수씨.”

가쁜 숨에 가슴을 들썩이는 한솜이가 김민수를 뒤 돌아 본다.

“여긴 맡기고 먼저 가십쇼 대장님!”

[포세이돈 보스 탈주까지 약 3분.]

망설이는 한솜이의 귓가에 들려오는 브리핑음.

“그럼 맡길게요!”

한솜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김민수.

김민수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뒤돌아서 뛰어가는 한솜이.

“여기부턴 못 지나간다 이시키들아!”

투핸드 소드를 휘두르며 벼락같은 소리를 내지르는 김민수.

* * *

탕탕탕탕!

한솜이의 발걸음이 울린다.

쌕쌕 대는 가쁜 숨을 달리기를 위한 규칙적인 배분으로 커버하고 있는 한솜이.

높이는 27층.

[건물 외부의 UHD 요원들이 제압당했어요!]

건물 외부와 1층 로비에서 대기 중 이던 요원들은 인근 지역에서 순식간에 몰려든 수 천 명의 포세이돈 조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포세이돈의 보스는 동쪽 건물에서 헬기를 탈 생각인 거 같아요. 달려야합니다.]

특급호텔의 동쪽에는 건물이 한 채 있다.

거대한 쇼핑몰로 기획 제작된 건물.

아직 오픈 전 이라 매장들은 모두 비어있다.

그리고 특급호텔의 27층과, 그 동쪽 건물의 27층 사이에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는 기다란 통로가 있었다.

앞, 뒤, 위, 아래 사방 전체가 강화 유리로 제작된 통로.

27층의 아찔한 높이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통로.

동쪽 건물의 쇼핑몰이 개장되고 나면 틀림없이 도쿄의 명소가 될 장소였다.

그 통로 가운데를 달리는 것은 한솜이.

앞만 보고 달리는 한솜이의 시야로 도쿄 전체의 전경이 두 눈 가득 들어온다.

그런데, 그때였다.

둠!

파캉!

파캉!

파카카카캉!!

작은 몇 번의 폭발음이 들리나 싶더니.

통로 양 쪽에서 폭음과 함께 불꽃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조각난 강화유리들.

깡그랑!

순식간에 27층 상공의 유리 통로가 무너져 내리며 산산이 부서진다.

한솜이의 발이 허공을 헛딛는다.

상상도하기 싫은 아찔한 높이에 그대로 버려진 한솜이.

한솜이가 죽음 같은 숨을 들이킨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끝났다.

조용히 눈을 감는 한솜이.

그때.

“야, 살 좀 빼야 겠다?”

어느새 수십 미터의 상공.

그 아찔한 허공 위에서 양 팔로 한솜이를 받아서 안아 든, 마나체인저-크로우를 입고 있는 김칠성의 검은 망토가 펄럭인다.

한솜이가 천천히 칠성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아니, 너무 무겁잖아 솔직히 말 해서.”

“.......”

평소 같으면 한 대 툭 칠만도 한데,

김칠성의 장난기 어린 놀리는 말 에도 아무런 대꾸가 없는 한솜이.

이상하다 싶었지만 그대로 플라잉 마법을 이용해 날아 동쪽 건물의 27층에 안착하는 김칠성.

공주 안기, 내지 신부 안기 정도의 포즈로 안겨있던 한솜이가 도착함과 동시에 칠성의 품에서 튀어나간다.

“야?”

뭔가 이상하다 싶어 한솜이를 부르는 김칠성.

하지만 대꾸 없이 튀어나간 한솜이는 27층에 자리를 깔고 앉아있던 포세이돈 조직원들에게 덤벼든다.

퍼각!

“뭐, 뭐얏?!”

덕분에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포세이돈 조직원들이 한솜이의 분노어린 주먹과 발차기에 쓰러졌다.

“뭐야, 무슨 일 있어?”

한솜이의 뒤를 잽싸게 좇아 온 칠성이 묻는다.

“왜 왔어?”

포세이돈 조직원 한명의 뒤통수를 잡고는 머리를 벽에 처박아 버리며 칠성을 돌아보며 되묻는 한솜이.

“도와주려고 왔지.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의아 해 하는 칠성에게 대꾸도 안 하고 전진하는 한솜이.

건물의 옥상에 도착한 두 사람.

한솜이와 칠성의 눈앞에 포세이돈의 보스와 수행 조직원들이 보인다.

저 멀리선 이쪽으로 다가오는 헬기가 보인다.

“뭐해! 저 녀석들을 쳐!”

“하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포세이돈의 보스가 김칠성과 한솜이에게 손가락질 하며 명령하자 이내 기합을 지르며 두 사람에게 덤벼드는 조직원들.

퍽,

퍼각.

퍽!

아무리 시간 끌기 용 이라지만 그야말로 순식간에 덤비기가 무섭게 하나씩 쓰러지는 조직원들.

“뭐가 문젠데!”

김칠성이 한솜이가 치려던 조직원을 바람마법으로 날려버리며 물었다.

“넌 항상 그런 식 이였어!”

갑자기 돌연 김칠성의 미간에 헬파이어의 총구를 들이미는 한솜이.

김칠성이 슬쩍 총구의 방향에서 머리를 피하자 격발되는 헬파이어.

한솜이가 노리고 있었던 김칠성 등 뒤의 조직원이 헬파이어의 탄환에 적중당하고 게거품을 문다.

“말을 제대로 해! 뭐가 문젠데.”

“내가 꼭 말을 해야 알겠니?”

“그럼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순식간에 현장은 치열한 격투의 현장이라기 보다는 두 사람의 애정싸움의 장소가 된다.

마치 춤을 추듯 빙글 빙글, 서로의 등을 맞댄 채 사방에서 덤벼드는 적들을 쓰러뜨리며 말다툼을 이어가는 두 사람.

울컥한 한솜이.

“너한텐 이거, 다 그냥 노는 거지? 나 그냥 네 장난감이지?”

“무슨 소리야 그게!”

등 뒤를 맞댄 두 사람,

한솜이 쪽으로 고개를 돌린 김칠성의 눈을 도끼눈 같은 한솜이의 눈이 쏘아본다.

“다 알고 있단 말이야.”

“무슨 말을 하는 질 모르겠다고!”

뻔뻔해.

어쩜 이렇게 마지막 순간 까지 잡아 뗄 수 있지.

일종의 뱃속 끝부터 느껴지는 배신감을 느끼는 한솜이.

적어도 최소한의 매너는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두구두구두구-.

포세이돈의 보스를 태우기 위한 헬기가 가까워지고, 그걸 본 한솜이.

“김주희.”

씹어내듯 한 마디를 뱉은 뒤 헬기 쪽 으로 향한다.

“...뭐?”

한솜이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놀란 김칠성이 반문하는 사이, 착륙하는 헬기에 다가간 한솜이의 헬파이어가 울린다.

콰앙!

퍼펑!

“크읏!!”

헬파이어에 명중당한 헬기의 프로펠러가 굉음을 울리며 망가진다.

채 착륙도 못 한 헬기에 다급하게 올라타려던 포세이돈의 보스와 수행 조직원들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웅크린다.

어느새 포세이돈 보스와 수행 조직원들은 한솜이가 들이민 헬파이어와, 김칠성이 내민 손가락의 압박감에 달달 떨며 무릎을 꿇고 양 손을 들고 있었다.

“UHD다. 당신들을 헌터 관련 국제법 위반 밑 각종 혐의로 채포한다.”

각각 UHD 요원증을 꺼내서 포세이돈 보스에게 들이밀어 보이던 두 사람.

“변명 할 생각 하지 마! 김태홍이 너랑 김주희가 호텔로 들어가는 거 봤다고!”

김칠성에게 윽박지르는 한솜이.

눈가엔 눈물까지 맺혀있다.

“뭐? 야. 그거 오해야!”

억울한 칠성.

양 손을 귀에 붙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포세이돈 보스와 조직원들은 자신들이 사로잡혔다는 사실 조차 잊은 채, 눈앞에 펼쳐진 청춘남녀의 애정싸움을 흥미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오해는 뭐가 오핸데? 너 한번이라도 나한테 진심이였던 적은 있어?”

“아니 야, 그래. 김주희랑 호텔에 간 건 맞아. 근데 그런 게 아니었다고. 이 거 때문이었단 말이야.”

그러고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칠성.

반지 케이스다.

달칵.

열린 케이스.

안에는 마치 천사가 잠들어 있는 듯 아름답게 빛이 나는 반지 하나가 잠들어 있다.

순간 숨을 멈춘 한솜이.

“호오~~”

두 사람을 구경하던 포세이돈 보스와 조직원들도 감탄사를 뱉는다.

“이거 고르는 거 도와달라고 한 거야, 난 이런 거 잘 모르고. 걔가 패션 쪽 에서 손꼽히는 사람이니까.”

“이게...뭔데?”

조심스럽게 칠성에게 묻는 한솜이.

큼.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던 칠성이,

이내 망설임 없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한솜이에게 반지 케이스를 내민다.

“한솜이씨. 나랑 결혼 해 줄래?”

순간 할 말을 잃은 한솜이.

잠시간 지속되는 정적.

“응!”

한솜이의 미소와 함께 환한 빛에 휩싸이는 현장.

“예에에에!!”

“잘됐다!!”

자신들의 처지도 모두 잊은 채,

눈앞의 드라마에 정신이 팔린 포세이돈 조직원들이 쌍수를 들고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웃으며 일어서서 반지를 끼워주는 칠성.

감격스러운 포옹을 나누는 두 사람.

어떨결에 일어 난 일 이지만,

뿌듯한 감정이 칠성의 심장을 그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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