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
S5 : 11화
일본.
도쿄의 한 특급호텔 로비.
일본을 찾은 관광객, 외국인들과 일본 현지인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공간.
고급스러운 유럽풍 인테리어의 로비였으나,
너른 공간도 작은 벽들을 세워두어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맛이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철걱. 철걱. 철걱.
그런 공간, 한 참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바쁜 그곳의 사람들이 갑작스레 일어난 소란에 입구로 시선을 집중한다.
마치 공성전에 참전한 전사들처럼 전신을 무기로 무장하고 밀고 들어오는 인파는 다름 아닌 UHD 의 요원들.
순식간에 2, 300 여명의 C~A 등급으로 구성된 요원들이 UHD 의 전투복을 입고 입구를 가득 메운다.
이들은 이끌고 있는 사람은 한솜이 대장.
“B조와 C조는 각각 동쪽 서쪽 비상계단. D조는 동쪽건물, E조와 F조는 탈주를 시도하는 조직원들을 잡기위해 로비에서 대기. 나를 포함한 A 조는 실내계단으로 진입합니다.”
번쩍이는 카리스마 있는 눈빛.
수신호를 곁들이며 작전을 지시하는 한솜이.
“예!”
이 평화로워 보이는 호텔은 사실 ‘포세이돈’.
다른 이름은 ‘해신海神’ 인 헌터 구성원들 기반의 폭력조직의 근거지다.
UHD의 추격이 마침내 포세이돈의 보스가 이곳에 있다는 것 까지 닿은 것 이다.
“바보자식들!”
특급호텔 최상층 사무실에서 CCTV로 호텔이 UHD 요원들에게 포위당했다는 것을 확인한 포세이돈의 보스가 분개했다.
보스에게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가 구둣발에 정각이가 까인 조직원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어찌해야 할 까요?”
“어쩌긴 뭘 어째!”
자신의 외투와 모자를 걸쳐 입으며 보스가 눈을 빛냈다.
“어차피 한번은 있을 일 이었다. 상대 해 줘! 근처에 있는 조직원들 싸그리 다 불러들여!”
포세이돈은 마나 이용 가능자로 이루어진 폭력 조직원만 1만 5천명에 이르르는 다국적 거대 조직이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불법 아티펙트들은 이미 어지간한 헌터 공식기관의 수준에 준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그림자 속에서 범죄 행위를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소탕이 없었던 데엔 이런 이유가 있다.
이들을 상대하는데 각종 정부기관들 조차 너무나도 큰 부담감을 느꼈던 것 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의 보스는 자신감이 넘쳤다.
“UHD고 뭐고 없어, 싹 다 죽여 버려!”
자신의 가죽장갑을 당겨 끼며 들짐승 같은 눈빛을 빛내며 일갈하는 보스.
이참에 자신들의 뒤를 좇는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 줄 셈 이다.
포세이돈에 반기를 들면 어떤 꼴이 되는지.
UHD 뿐 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녀석들에게 본보기를 똑똑히 보여 주겠다 하는 포석이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들을 공격해 온 수 백 명의 UHD 요원들을 모두 도륙 할 심산이었다.
“하이! 오야붕!”
100여평에 달하는 공간에 검은 정장을 입은 수 백 여명의 조직원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함성이었다.
* * *
일본 도쿄 특급호텔
2층.
“꺄아아악!”
로비의 내부 계단으로 이어지는 호텔의 2층은 한 플로어 전체가 양식당이었다.
한솜이를 필두로 한 요원들이 군홧발을 울리며 들이닥치자 당황한 일반 관광객, 이용객들이 소리를 지르며 흩어진다.
한쪽에선 한솜이와 UHD 요원들이 뛰어올라오고,
다른 한 쪽에선 그에 대응하듯이 해신, 포세이돈의 검은 양복을 입은 우락부락한 덩치들이 흉기를 들고 들이닥쳤다.
저들끼리 UHD 요원들을 보곤 시끄럽던 조직원들이 필두의 깍둑머리 덩치가 식칼 형태의 아티펙트를 휘두르며 소리지르자 UHD 요원들에게 덤벼들기 시작한다.
퍼엉!
포세이돈 조직원들이 준비 해 온 것은 화기.
그것도 일반적인 총 같은 것 이 아닌 중화기다.
콰아앙!
바주카에서 발포된 포탄이 폭격을 일으킨다.
그리고 지진이 일어난 듯한 폭음 사이를 헤집고 뛰쳐 나오는 것은 한솜이!
“하얏!”
퍼각!
순식간에 한솜이의 발길질에 바주카를 들고있던 녀석의 턱이 치켜올려지며 눈을 까 뒤집는다.
쿠웅!
한솜이의 킥에 허공에 잠시 붕 떴던 조직원이 기절하며 바닥에 처박히고, 마치 삼국지 이야기 속의 장군처럼 적지를 누비는 한솜이.
탕!
한솜이의 한 손에 쥔 것은 마치 샷건 같이 커다란 구경과 몸체의 권총.
마치 순금으로 제조 된 듯 금빛으로 번쩍이는 총.
발사된 탄환이 식칼 같은 것을 들고 설치던 조직원에게 명중하자 조직원이 순식간에 비틀거리더니 쓰러진다.
일반적인 총이 아니다.
대한민국 수호*헌터부가 개발한,
대 헌터 제압 무기인 K-이그저스트 시리즈.
그 시리즈의 최첨단을 달리는 최신 모델, 헬파이어 였다.
발사되는 탄환 역시 일반 총알 같은 것이 아닌,
적의 마나를 완전히 증발시키고 수면을 유도하는 소형 아티펙트였다.
총 여덟 발의 격발을 한 뒤엔 재장전을 해야 한다.
탕! 탕! 탕!
한솜이가 마치 춤을 추듯 휘두르는 헬파이어.
격발음이 울릴 때 마다 힘없이 쓰러지는 포세이돈의 조직원들.
사각 지대는 단순히 주먹과 발차기를 휘두르는 것 만으로 커버한다.
“젠장할! 바보같은!”
뒤편에서 한솜이를 기습할 틈을 보던 조직원은 욕지기와 함께 혀를 찼다.
안절부절 들어갈 틈을 살피는 그의 눈에 비치는 한솜이는 지옥에서 올라온 악귀라도 되는 것 같았다.
그를 포함한 동료들 역시,
단순히 마나 이용 가능자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포세이돈의 전투 조직원이 되는 것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정식 자격증만 없지, 실력으로 치면 C급 헌터에 달하는 실력자들이다!
그런데 그런 C등급 헌터에 준하는 동료들을,
아티펙트도, 중화기도 아니고 ‘발차기’ 로 쓰러뜨린다고?
이건 말 이 안 되는 일 이다.
뻐각!
그런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운 조직원의 턱을 한솜이의 발차기가 강타한다.
“끄윽!”
순식간에 주마등을 보며 떨어져 나가는 조직원.
물론, 한솜이를 포함한 UHD 요원들의 시야에선 너무나도 당연 한 일이었다.
포세이돈 조직원들이야 식칼 등에 찔려도 아무렇지도 않다며 허세를 부리곤 했겠지만,
어디까지나 헌터 등급으로 치면 기껏해야 C등급.
그들을 마나를 실은 주먹으로 쥐어 패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한솜이.
A+ 등급의 헌터다.
헌터나 몬스터에게 있어서만큼은 어지간한 총 칼 보다도 한솜이의 주먹질이 위력적 일 수밖에 없다.
“와아아아!!”
순식간에 얽히고설킨 UHD 요원들과 포세이돈의 조직원들.
죽일 기세로 흉기를 들고 덤벼드는 포세이돈 조직원들.
하지만 제압되는 것 역시 포세이돈 조직원들 이었다.
다음 층,
화사한 인테리어.
무슨 파티장 의 입구 같은 반짝이는 분위기.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아늑하게 울리고 있다.
2층의 포세이돈 조직원들을 정리한 한솜이와 UHD 요원들이 들이닥친다.
[안으로 들어가세요!]
층을 둘러보는 한솜이의 귀에 꽂힌 수신기에서 판춘봉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UHD 요원들은 무차별적으로 호텔을 쑤시고 들어가는 것 이 아니었다.
보스와 주요 조직원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UHD 본부 요원들의 브리핑을 받으며 추격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 이었다.
“어, 어어 소.손님들 여기. 여기는 출입이.”
“고, 곤란합니다!”
커다란 철문 앞에 호텔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크게 당황하며 허둥댄다.
“으럇!”
콰앙!
직원을 무시하고 한솜이가 등 뒤에 있던 김민수 에게 수신호를 보내자 김민수가 달려들어 철문에 발차기를 날린다.
김민수의 발차기에 잠금장치와 함께 박살이 나 앞으로 날아가는 철문.
“이로서 두 사람은....”
“꺄아아악!”
안에서 진행 중인 행사는 결혼식.
갑자기 일어난 소란에 거의 끝 난 주례사를 읊던 주례의 눈이 땡그래 진다.
혼란에 빠진 결혼식장.
한솜이가 품속에서 꺼낸 아티펙트를 자신의 목 근처에 가져다 댄다.
“당장 꺼져 멍청이들아!”
마나로 증폭된 한솜이의 목소리가 식장 전체에 쩌렁쩌렁 울린다.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 조직인 UHD 의 요원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였으나,
상황이 다급한 만큼 이렇게 하는 것이 효과적 일 것 이란 판단이었다.
단숨에 식장을 점거한 UHD 요원들의 기세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눈치를 보던 신랑 신부조차 한솜이가 버럭 내지른 소리에 깜짝 놀라 서로 손을 잡고 도망친다.
그런 신랑 신부의 모습을 한참이나 멍하게 보던 한솜이.
[주례 뒤쪽 왼편의 통로.]
한솜이가 움직이지 않자 반복해서 브리핑하는 판춘봉.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한솜이가 통로의 모습을 확인하고 요원들에게 지시 해 통로 쪽으로 달려가려 할 때 즘.
취리리릭~
샤아아악~~!
난데없이 식장의 스프링 쿨러가 발광하듯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뿌려지는 소나기 같은 엄청난 기세의 물살들.
수 백 여평의 식장에 스프링 쿨러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들이 폭풍우 속 소나기처럼 가득 채운다.
한치 앞을 구분 할 수 없을 정도의 물줄기!
“쿨럭.”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한솜이가 기침과 함께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쏟아지는 물방울을 손바닥에 받아 본다.
문제는 이 반투명한 연보라 빛의 액체는 평범한 물 같지가 않다는 것 이다.
맹독!
그것도 틀림없이 헌터를 겨냥해 만들어진 맹독일 터 였다.
계속해서 맞게 된다면 틀림없이 위험하다.
후루르르륵!
“다 타죽어라 멍청이들!!”
그때였다, 저쪽 편에서 포세이돈의 조직원 하나가 화염 방사기를 들고 식장으로 들어온다.
“민수씨!”
한솜이가 소리를 질렀다.
끄덕인 김민수가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쉬리리릭! 퍼엉!
김민수가 던진 손바닥 만 한 납작한 조약돌 형태의 물건이 화염 방사기를 든 조직원에게 달려들어 폭발한다.
냉각 액체 질소의 폭풍으로 폭발하는 아이스밤!
이전에 수호*헌터부에서 화공 몬스터에게 대적하기 위해 쓰던 아이스 밤의 계량 버전이었다.
화염 방사기를 든 남자를 포함한 주변일대가 만년설 같은 얼음에 휩싸여 얼어버렸다.
화염 방사기를 든 조직원은 죽었을지 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스프링 쿨러에서 쏟아지는 이 액체는 맹독이자 발화성 물질.
그냥 두었다면 이 자리의 UHD 요원 전체가 위험했을 수 도 있다.
“전원! 리젠 캡슐 삼키고 빠르게 빠져나갑니다!”
다시금 한솜이의 목소리가 아티펙트를 통해 쩌렁 쩌렁 울려퍼졌다.
리젠 캡슐.
수헌부와 태양 제약에서 제휴 개발 한 헌터 용 보조 캡슐.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한 연질의 캡슐 알약.
효과는 헌터 체내 내부의 마나를 태워 일시적으로 모든 병악균과 독소에 대한 저항력, 상처 회복력을 기적적으로 상승시킨다.
휴우증이 심각할 수 있기 때문에, 잦은 복용은 권장되지 않는다.
꿀꺽.
한솜이 역시 명령을 내리곤 자신의 어깨 부근 포켓에서 리젠 캡슐을 꺼내 삼킨다.
리젠 캡슐을 삼키자 전신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에 휩싸이며 희미해져가던 정신이 다시 번쩍 또렷해지는 게 느껴졌다.
타각 탁탁탁탁!
젖은 식장의 카페트를 UHD 요원들의 전투화 발이 힘차게 박차고 뛰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