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
S5 : 10화
“전혀 새로운 레이드 시대가 열릴 것 입니다!”
it 관련 대기업들의 신제품 발표장소로 유명한 미국의 한 대형 강당.
칠성이 가지고 나온 도어 헌터의 등장에서 관중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벌써 몇 개월의 개발기간을 거쳐 완성 된 것 이지만.
이 도어헌터는 사실 칠성과 UHD연구진들.
일부 선진국 정상들을 제외하곤 알 수 없는 극비 사항이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도어에 헌터를 진입시키지 않고도, 도어 자체를 없애버려 몬스터를 토벌하는 황당함에 가까운 방식.
거기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비교적 흔하게 있는 B 등급의 헌터 정도만 되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도록 계량에 성공했다.
“사용되는 전도체는 모두 오리하르콘을 사용했습니다.”
관중들이 한 번 더 웅성거렸다.
조금만 많이 들어가도 억 소리가 나오는 귀금속을 아낌없이 써서 만든 귀족적 아티펙트.
가격도 가격이지만, 칠성 한 가지 부가적인 구매조건을 분명히 했다.
“헌터 관련 범죄와 전쟁 중재 기관인 UHD 회원국만이 구매할 자격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도어 헌터가 탐이 나면 돈 뿐만이 아닌, 힘을 보태라는 말 이다.
이미 상당수 국가들이 UHD의 회원이였고.
많은 국가들에서 힘을 보태고 있었지만,
아직 지구상 모든 국가가 회원국인 것은 아니었다.
회원국을 늘리는 것은 칠성 입장에선 다다익선 이었다.
UHD의 회원국 이라는 것은,
다시 말 하면 칠성의 입김이 닿는 국가란 것 이다.
회원국을 늘리는 것은 이 지구 전체에 칠성의 입김이 닿도록 지도를 빽빽이 채우는 것 이다.
이 조건이라면 도어 헌터 개발에 힘을 쏟아 주었던 8개 선진국들은 자동으로 충족하는 조건이다.
그들은 이미 회원이기에.
고로 그들과 사전에 했던 약속도 자동적으로 지키는 격이 된다.
도어 헌터의 존재로 새로운 회원국들을 끌어들이고,
기존에 개발에 힘을 보태주고 구매권 약속을 한 국가들에게 약속도 지키는 방법.
나름 일고의 고민을 한 신의 한 수 같은 구매조건 이었던 것 이다.
“구매가는 우리 대한민국 수호*헌터부가 제공 할 수 있는 최저가격. 원화 기준 50억입니다.”
무대에 선 칠성의 말에 각자 자신의 나라의 가격으로 환전 해 보느라 바쁜 사람들.
물론 최저가격 이란 건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었다.
거짓이란 것은 50억이란 가격도 원가, 제작비에 수배 뻥튀기 된 가격이란 점이다.
차액은 모두 대한민국 수호 헌터부의 자금으로 입금 될 것 이다.
딱히 비리로 돈을 빼 돌릴 필요조차 없다.
수헌부 자체가 칠성의 또 다른 지갑과 마찬가지 였음으로,
칠성의 장비를 수리하거나, 칠성이 원하는 아티펙트를 개발하는 데 쓰일 것 이다.
‘낄낄.’
뭣 하면 장관 숙소를 구매하는데 써도 되고.
절반의 진실이란 것은 최저가라는 점.
최저가는 최저가가 맞다.
이 이하의 가격으론 팔 생각이 없으니 말 이다.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 식 발상이었다.
이 가격 역시 일반인 입장에선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군용 미사일 한 발이 수 십 억씩 하는 걸 고려 해 보면.
이 혁명적인 장비를 단돈 50억에 살 수 있게 해 준다는 건 그야말로 인류애 였다.
‘내가 이렇게 착하다~’
기능에 대한 설명,
대략적 원리에 관한 설명,
구매 조건과 가격.
모든 설명과 발표들이 끝나고 나서,
칠성의 마지막 발언이 이어졌다.
“도어 헌터는 하나의 물건일 뿐입니다. 마치 프로메테우스가 전달해 준 하나의 횃불 처럼요. 어떻게 쓰일지는 모두 우리의 의지이죠. 도어 헌터는 그저 조금 비싼 장갑 한 짝일 뿐입니다. 저는 제안합니다.”
칠성이 그렇게 말 하며 도어헌터를 낀 손을 허공을 향해 올리자,
와이어 실에 달린 빛나는 공 하나가 허공에서부터 무대위로 내려온다.
그 공을 조심스레 잡는 칠성의 손.
공의 밝기가 더욱 더 밝아지며 관객들에겐 마치 칠성이 태양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 도어 헌터로 인류의 평화를 잡아내자고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
멋진 마무리였다.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일어서서 칠성에게 기립박수를 쳐 보냈다.
도어 헌터로 빛나는 구체를 잡아낸 칠성의 사진이 다음 날 세계적 일간지들의 헤드라인에,
차후에는 그 칠성의 모습을 찍은 사진 중 하나가 세계적 사진 시상인 퓰리쳐 상 까지 타게 되었음은 구지 말 할 것도 없었다.
* * *
UHD 사무실.
UHD가 설립되고 나선 각국에서 일부 A급 헌터들을 각출해 UHD 만을 위한 비상 인력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내 에서라면 당연 A급 헌터들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수호*헌터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하여 UHD로 옮겨오게 된 수호*헌터부의 일부 직원들.
그 중 3팀 화랑팀은 통째로 옮겨오게 되었다.
그리하여 UHD 사무실.
커다란 책상,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 들 사이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무언가 열심히 검색 중 인 것은 다름 아님 한솜이였다.
덜컹.
“흡...”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김태홍.
천진난만한 한솜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숨이 막히 듯 숨을 들이킨다.
아침부터 무엇이 그리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한솜이.
UHD의 사무실 풍경 역시나 헌특부, 수헌부 시절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 는 없었다.
이들에게 사무실이 있는 것 은 어디까지나 명목상의 것.
물론 보고서 작성등의 업무도 있기야 했지만,
헌터가 얽힌 국제적 레벨의 사건이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것 도 아니고.
트레이닝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은 때우다 싶이 하는 것 이다.
그럼에도 버는 돈은 수헌부 때 보다도 오히려 월등히 올라갔다.
그저 A급 헌터의 몸값이 비싼 것 이다.
언 듯 보면 눈먼 월급 도둑들이 아니냐 싶겠지만,
이들을 UHD가 품고 있는 이유는 펜대를 굴리라고 있는 것이 아닌 것은 공공연한 사실인 만큼 누구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소방관들이 평소에 족구를 한다고 한가하고 쉬운 직업이 아니듯이,
결정적인 순간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것은 결국 이들인 것 이다.
물론 전보다 수려해진 인테리어의 사무실.
한솜이가 점심시간을 기다리며 오전시간 슬슬 놀면서 검색에 시간을 죽인다고 해도 아무도 테클 걸 리 없지만.
김태홍이 숨이 막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누나, 뭐해? 뭐 보고 있어?”
슬쩍 말을 거는 태홍.
이전 같으면 회사에서 말을 놓는다고 한바탕 핀잔을 주었을 한솜이.
하지만 이제 포기를 한 것 인지, 아니면 오늘은 기분이 유달리 좋은 것 인지 개의치 않고 대답 해 준다.
“응. 여행지!”
깔짝이며 박수만 안 쳤지,
반짝이는 한솜이의 눈은 소풍가기 전 날 어린아이의 그것 그 자체였다.
“여행지는 왜?”
“칠성씨랑 가려고! 곧 200일 이잖아.”
김칠성의 이름을 올리며 반사적으로 입꼬리가 피실피실 올라가는 한솜이.
200일을 맞아 짧게라도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아무래도 많은 시간을 빼기는 힘 든 만큼 예정된 일정은 2박 3일.
외국의 유명한 휴양지와 관광지, 호텔등을 검색 해 보는 한솜이의 눈은 이미 모니터 너머의 한산한 휴양지 그 속에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여행지 하나하나가 동화속에 나오는 형형색색의 천국 같았다.
언 듯 보기엔 비슷해 보이는 바다라도 이곳이 달랐고 또 저곳은 또 달랐다.
비슷한 산 이라도 이 산은 포근해보였고 저 산은 차갑고 낭만적이였다.
도무지 어디를 골라도 좋을 것 같았고, 어디를 골라도 독특한 맛이 있을 것 같아 너무도 고민되었다.
“둘이서...가게?”
연인이 계획하는 여행.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 인데,
구지 확인을 해 보는 김태홍.
“참 나, 그럼 둘이서 가지. 왜, 너도 끼워 줄까?”
말은 면박을 주면서도 방글방글 웃느라 바쁜 한솜이.
“아...그래?”
씁쓸하게 아무것도 모르고 좋아라만 하고 있는 한솜이를 바라보는 김태홍.
‘내가 끼어 드는 게 정답이 아닐 수 도 있어.’
게다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건 아니지 않는가!
본 거나 마찬가지지만 말 이다.
“그래 뭐, 밥 안 먹으러 가?”
김태홍이 무심하게 일상적인 물음을 물었을 때 였다.
달칵.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던 한솜이의 표정이 조용히 굳는다.
그러곤 김태홍을 향해 멀것게 물어오는 한솜이.
“뭔데, 말 해.”
대뜸, 그렇게 묻는다.
“말 하긴 뭘...”
꿍얼거리며 주머니에 손을 챙겨 넣으며 말 꼬리를 흐리는 김태홍.
“말 하라고, 너 할 말 있는 거잖아.”
문제는 둘이 너무 오래 알고 지냈다.
특히나 몬스터와 목숨을 나누는 경각의 전장 위에서 서로 몇 번이나 목숨을 구해주고 구함 받은 동료이자 전우이다.
생각을 숨긴다고 해도,
그 생각을 숨기는 행동 까지 눈치 챌 정도로 서로 너무 잘 아는 두 사람이었다.
“아니, 아니 진짜 오해야. 없어 그런거.”
하지만 이미 칠성과 한솜이 두 사람 사이의 일에 관여 하지 않기로 손 땠다.
김태홍은 결백 하다는 듯 양 손을 들어보이며 손사래 쳤다.
“김태홍.”
하지만 한솜이의 눈빛은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
“말 안 하면 나 이제 누나 안 한다?”
“아...”
김태홍이 눈을 질끈 감았다.
너무 예리해!
누구의 말 대로 여자의 감이 무서운 것 인지,
아니면 한솜이가 유난한 건지 등 뒤에서 이미 식은땀이 흐르는 김태홍.
계속해서 한솜이가 캔 결과 결국 김태홍은 자신이 본 바를 실토 해 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 전 날 칠성과 김주희를 길거리에서 우연하게 봤던 일.
그리고 의심 한 김태홍이 그 둘의 뒤를 따라 가 본 것.
호텔로 둘어 가던 두 사람.
김칠성과 김주희의 뒷 모습.
“화... 확실하진 않아....”
말꼬리를 흐리는 김태홍.
“김주희...알았어.”
알았다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향한 한솜이.
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한솜이의 눈빛에서,
그녀가 크게 상처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니터에 다시 집중 하는 듯 하던 한솜이가 별안간 짜증어린 신음을 뱉으며 모니터를 껐다.
“골라서 뭐 해. 여행지 다 거기서 거기지! 그지?”
이제 한솜이의 눈에는 바다는 모두 다 같은 바다,
산은 다 같은 산처럼 보였다.
더군다나 모두 칙칙하게 죽어있었다.
외투를 챙기는 한솜이.
“안 와?”
김태홍에게 묻자 당황했던 김태홍이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짐을 챙긴다.
“어디 가는데?”
“전 먹으러 가자.”
“전?”
점심 메뉴가 뜬금없이 전이라니,
되물은 김태홍에게 문손잡이를 잡고 선 한솜이가 으르렁 거렸다.
“막걸리 먹자고. 안 먹어!?”
“아니, 먹.먹어. 가자!”
그날 한솜이와 김태홍은 막걸리 수십병을 비웠고,
점심시간에 이미 취권을 쓸 수 있을 만큼 술에 고꾸라 졌고, 반차를 내고 퇴근하기에 이르렀다.
‘아윽, 괜히 말해가지고.’
물론 집안에서 펑펑혼자 울고 있는 것 보다야 낫지만,
구멍난 심장을 메꾸기라도 하려는 듯 막걸리를 쏟아 부은 한솜이를 보는 것 역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김태홍은 후회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 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