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
S5 : 7화
드래곤이되, 드래곤이 아닌 형태의 몬스터.
온 몸의 형태가 뒤틀려 있다던가,
여기저기 이상한 곳에 이빨 같은 것이 자라있는 점.
무엇보다 고등생물 이라기엔 그저 눈을 까뒤집고 적의를 발산하는 것 밖에 남지 않은 괴생명체.
드래곤이라기 보다는 드래곤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짐승 같은 모습의 키메라.
그 몬스터가 자신이 날고 있던 전방에 돌연 튀어나온 어둠의 거인을 보고 깜짝 놀라 제자리 비행을 한다.
“캬아악!!”
끝없는 적의의 드래곤 피어가 적의 사지를 꽤뚫듯 울려퍼진다.
하지만 동요가 없는 어둠의 거인.
더 이상 참지 못 한 드래곤은 아가리를 벌리고 어둠의 거인을 덮쳐든다.
콰직!!
하지만 드래곤의 거대한 아가리가 번뜩이는 이빨로 상대를 뜯어 물을 무렵.
이미 허공에 당당히 서 있던 적.
어둠의 거인은 어느새 신기루처럼 스르륵 사라져 버리고 난 뒤다.
파직! 파지지직!
그리고 그제 서야 드러나는,
허공에 떠 있는 드래곤을,
방금 신기루 같은 상대에게 헛손질을 한 채 멍청히 멈춰 선 몬스터를 360 전방향에서 노리고 있는 것.
어둠계 고위 마법.
수 십 여기의 다크 미사일이 숨기고 있던 이빨을 드러냈다.
아무리 칠성이라도 이정도 스케일의 마법을 펼치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법.
그 시간을 끌어준 게 미끼로 사용된 어둠의 거인.
물론 어둠의 거인은 드래곤의 아가리가 닿기도 전에 이미 회수된 지 오래였다.
“뭐, 제법 간단한 낚시인데. 이걸 걸려버리나?”
칠성이 어쩐지 아깝다는 듯한 말투로 펼쳤던 주먹을 꽉 쥔다.
콰카카카캉!!
다음순간 사방에서 드래곤에게 쏟아져 내리는 다크 미사일들.
“키에에에엑!!”
어둠속성의 폭발에 휘말린 드래곤이 비명을 내지른다.
쿠웅!!
대지를 울리며 드래곤의 몸체가 불시착한 곳은 산지지역.
“흐음, 뭐 이리 쉬워?”
어느새 폴짝 뛰어내린 칠성이 자신의 그림자에서 솟아나고 있는 지옥검, 소울콜렉터의 손잡이를 낚아채 검을 뽑아들며 경련하는 드래곤에게로 다가왔다.
“생긴 건 영락없는 드래곤인데.”
좀 괴상하게 뒤틀린 것 처럼 생겼지만,
새로운 종류의 드래곤으로 쳐 준다고 해도 무난한 위엄의 체구.
피지컬도 칠성이 상대했던 여느 드래곤 못지 않다.
“지능은 수준 이하.”
물론 드래곤 수준을 기준으로 해서.
이건 뭐 그냥 앞 뒤 안보고 달려드는 짐승에 불과했으니까.
칠성이 진짜 드래곤들을 상대했을 때 고전했던 부분은 어디까지나 화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게가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짐승 같은 녀석들이지만.
그 지능은 짐승, 아니 어지간한 인간은 대 보지도 못 할 정도 였다.
특히나 오랜 시간 발톱을 갈고 부딪쳐 온 녀석들의 탁월한 센스와 전략에 혀를 내두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생각지도 못 한 함정으로 칠성을 당황스럽게 하는가 하며, 칠성이 둔 수의 몇 수 앞을 읽어 반격하거나, 적시 적소에 적절한 주문들로 반격 해 오는 등.
그 여느 대마법사를 상대해도 느낄 수 없었던, 그야말로 지성과 짐승적 감각이 어우러진, 순간순간이 섬뜩한 공포의 존재들 이었다.
이런 어린 초심자나 걸릴법한,
대 놓고 치는 함정을 덥석 물 정도의 바보 드래곤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시시하구만.”
제 아무리 좋은 몸을 가지고 있더라고 해도 쓰는 법을 알지 못 하면 제대로 써 먹을 수 있을 리 없다.
뭐, 지금 칠성입장에서야 고생 할 것 덜 하고 손쉽게 가니 꿀 같은 상황이었지만.
“키---”
치명상을 입은 듯 바닥에서 몸을 뒤틀며 꿈틀거리는 드래곤.
뎅겅!
망설임 없이 드래곤,
아니 드래곤의 형태를 빌린 몬스터의 목을 싹둑 잘라내는 칠성.
몬스터가 아가리를 쩍 벌린 채로 눈을 까뒤집고 숨을 멎는다.
“감사합니다! 김칠성님. 덕분에 큰 피해 없이 사태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별 말씀을요. 차후 대처나 신경 써 주십쇼.”
“아닙니다, 대체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뭐든지 원 하는 게 있으시다면 말씀만 해 주십시요!”
그 말에 칠성이 은근 인상을 찌푸렸다.
묘한 부분에서 쪼잔 해 지는 칠성이다.
이전 같으면 몬스터를 처리해 준 것을 빌미로 실컷 뭐다뭐다 뜯어냈겠지만.
이건 순전히 칠성이 주기만 하는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답을 하겠다 고야 하지만,
또 그 말이 맘에도 없는 말이야 아니겠지만
딱히 받아 챙길 게 없었기 때문이다.
돈이야 이런저런 이유로 썩어나게 많고,
권력도 대한민국 정상급.
세계에서도 정상들이 찾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인물.
전투력도 이 녀석들 따위야 보탬도 안 될 수준.
심지어 명목상 미군 헌터포스는 이미 UHD에 힘을 빌려주고 있다는 형태다.
구지 추가적인 약속이 없어도 칠성이 요청하면 힘을 빌려줘야 하는 사람들.
이런 마당이니 도저히 뜯어 낼 게 없다.
그럼 말이라도 하지 말지,
뻔히 다 알면서 뭐더러 구지 또
‘뭐든지 말 해 주십시오.’
요딴 말을 해서 사람 심난하게 만드냐 이 말이다.
뭐든지 라고 하면, 왠지 뭐라도 갖고 싶잖아!
그래서, 이전 같으면 그저 괜찮습니다. 허허.
하고 넘어갈 법 한 타이밍 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뭐라도 뜯어가고 싶은 욕망이 칠성의 잔머리를 광속 회전 시켰다. 그리고.
‘그거다.’
칠성의 눈빛이 전에 없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저기... 보답할 길이 있긴 한데.”
그러곤 헌터포스 간부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는 칠성.
“예?!”
화들짝 놀라는 헌터포스 간부.
“왜요, 뭐든지 말하라더니 그건 싫습니까?”
“아니, 그게 저... 진심이십니까?”
의심스러운 듯 되묻는 간부.
“네, 진심인데요?”
어쩐지 빛나는 칠성의 눈빛까지 확인한 간부.
“그래도 그... 저 그건... 제가 보고를 한번 올려 보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상관인 듯 한 사람에게 연락을 취하는 헌터포스 간부.
“예?!”
기겁한다.
그리고 얼마 뒤.
쓔와아아앙-.
멀쩡한, 지구 최고의 이동수단인 공간이동 마법도 내버려 두고, 칠성을 태운 어둠의 거인이 창공을 날고 있었다.
공간이동에 드는 막대한 마나를 아끼려고?
뭐, 물론 그런 목적도 있다.
거대한 기간트 병기에 통째로 비행마법을 시전 하는 것 역시 그다지 마나를 아껴 쓰는 방법은 아니지만 말 이다.
그것보다 더 큰 이유.
“캬캬캬캬캬캬.”
일생의 소원을 성취한 양 배가 뒤집어지게 웃는 칠성.
어둠의 거인이 슈퍼맨 자세처럼 한쪽 팔을 쭉 뻗은 손 끝에 쥐고 있는 것.
언 듯 보면 거대한 소프트 아이스크림콘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것.
미국 뉴욕항의 리버티 섬에 세워진 거대한 명물.
본디 자유의 여신상이 들고 있어야 할 횃불 조각 이었다.
칠성을 태운 어둠의 거인이 자유의 여신상의 빛의 횃불 조각과 함께 신나게 한반도 대륙을 향할 무렵.
미국 뉴욕항 리버티 섬.
쉬이이익-쉬이이이익-.
비어버린 자유의 여신상의 손을 채우고 있는 것은,
서서히 바람이 채워져 들어가고 있는,
매우 거대한 M 햄버거 사의 소프트 콘 풍선 모형이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미 헌터포스의 대원이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 하고 자신의 간부에게 물었다.
그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 듯,
털을 괜 채
저기 멀어져가는 칠성을 태운 기간트 병기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리는 헌터포스 간부.
“모르겠다, 나도....”
* * *
족히, 백 여 대가 될 것 같은 컴퓨터와 그 앞에 각자 자신의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수 많은 사람들.
각각의 컴퓨터는 중앙의 거대한 스크린들을 향해있다.
우주 연구기관 NASA의 우주선 발사 모니터링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공간.
이곳은 다름 아닌 서울 강북에 위치한 UHD.
유니버설 헌터 디펜스 의 작전실 이다.
쿵-.
천장이 열린다.
열린 천장 사이로 들어오는 거대한 기간트 병기의 손.
“꼬깔콘...?”
UHD 작전실의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한 때는 헌특부의 연구소에 있기도 했었던 여자,
한 갈래로 묶은 갈색의 롱헤어에 자주빛 메탈 소재 안경테가 인상적인 여자.
김정은이 기간트 병기가 작전실 중앙에 내려놓고 간 물건을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되물었다.
“이이이이....이거...”
유심히 물건을 살피다가 정체를 알아보곤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이를 달달 떨며 식은땀을 삐질 흘리는 김정은.
“이거 그거 아닙니까?!”
“응. 자유의 여신상. 기념품”
어느새 곁에 서 있는 칠성이 자연스럽게 대답한다.
기념품?
세상에나,
기념품으로 자유의 여신상 모양 열쇄 고리를 사온다는 양반은 봤어도.
“이래도 되는 겁니까?”
“달라니까 주던데?”
휴우....
말을 말자. 그렇게 결심하는 김정은.
“뭐 좀 알아냈어?”
묻는 칠성.
정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기 근처의 컴퓨터를 조작해 중앙의 대형 모니터에 자료화면을 띄운다.
화면에는 칠성이 방금 죽여서 가져온 드래곤의 사채.
그리고 저번에 사냥했었던 불꽃 슬라임.
그리고 기존 몬스터들에 대한 비교 분석 데이터가 띄워졌다.
“그러니까 확실한건, 이게 일부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도. 일시적으로 일어났다가 없어질 현상도 아니란 것입니다.”
칠성에게 설명을 이어가는 김정은.
“중국에서 나타나 큰 사상 인명 피해를 입혔던 외눈박이 거인... 티탄도. 한국에 나타났던 불꽃 슬라임도. 미국에 이번에 나타난 드래곤 형태의 몬스터도.”
그 밖의 각지에서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형태의 몬스터들이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었다.
몇몇 몬스터들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기존의 레이드 방식으로도 대응하는데 해냈으나,
몇몇 몬스터들은 실체화되어 커다란 피해를 끼치기도 했다.
“아직까진 몇 사례 없지만, 확실한건 빈도가 늘고 있어요.”
“이건 일종의...”
칠성이 말을 고르며 망설였다.
쉽게 단정하긴 힘들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특이한 변화.
그것도 이렇게 명백할 정도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의 변화라면....
“뭐라고 해야 하나, 게임으로 치면 스테이지2... 같은 건가?”
“그럴 가능성도... 간과 할 순 없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명백하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
도어에 몬스터 레이드를 위해 진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답이 있다면 한 가지가 있다.
“도어 헌터.”
칠성이 중얼거렸다.
들어가기 전에 부숴버린다.
그것으로 끝.
안에서 이전과 다른 난이도 높은 몬스터가 나타난다 해도, 들어가기 전에 밖에서 통째로 제거 해 버린다면 아무런 부담감도 없다.
단순히 헌터들의 목숨뿐 만 아니라,
실체화 몬스터가 낼 수 있는 민간인 사상자도 미리 예방한다.
칠성이 24시간 불철주야 전 세계를 뛰어 다닐 수 도 없고,
이것이야 말로 그야말로 완벽하고도 유일한 해결책.
“안 그래도 그와 관련해서 요청이 들어와 있습니다.”
“도어헌터에 관해서?”
“네. 각국의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그들은 이미 도어헌터에 대한 투자지원을 약속 했다.
그런데 무슨 용건이 있다는 거지?
“이곳으로 직접 오시겠답니다. 모두들.”
...현찰로 갖다주려고 이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