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
S5 : 5화
“크앗!”
“으악!”
오른쪽에서 덤벼들던 녀석은 갑작스레 일어난 돌풍에 바닥을 굴렀고, 정면으로 덤벼들던 녀석은 갑작스럽게 몸에서 일어난 불길에 스스로 바닥에 바삐 몸을 구르다 지쳐 쓰러졌다.
파지직!
“아르르르르르!”
또 다른 녀석은 칠성의 손에서 뻗어 나온 전격의 세례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괴상한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고꾸라졌다.
“더 할래?”
동료들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다양한 방법으로 당하자 지례 겁 먹고 우물쭈물 하고 있는 남은 두 명 에게 묻는 칠성.
도리도리.
열심히 튀겨지고 싶지 않다고 표정과 행동으로 어필하는 놈들.
“그럼 대가리 박어.”
칠성이 명령함과 동시에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빛의 속도로 원산폭격 자세로 바닥에 머리를 박는다.
“저, 저 새끼들이...!”
멱살을 잡혀있는 덕에 얼굴에 피가 몰린 건지 시뻘개져선 씩씩 거리는 얼굴에 흉터가 있는 남자.
“어떻게 할래?”
칠성의 질문.
이미 압도적인 상황.
“크으....”
사내가 체념한 듯 고개를 떨궜다.
“좋을 대로 해라! 하지만 명심해라. 그 어떤일이 있어도 우리가 네녀석이 원하는 정보를 줄 일은 없을 거다.”
비장한 표정으로 말하는 사내.
물론 다 노림수가 있는 말 이었다.
저 녀석들이야 워낙에 일회용처럼 쓰이는 말단이라 조직의 정보를 알지 못 하고, 자신의 경우엔 여차하면 자결할 각오까지 되어있다.
“그 어떤 고문을 해도 네놈이 원하는 정보는 줄 생각이 없으니까!”
땀을 삐질 흘리면서도 눈빛만은 살아있는 사내.
자신의 결연함이 본인의 마음에도 들었는지 씩 웃어보이기 까지 한다.
“잉? 별로 고문 할 생각 없는데. 경찰의 심판을 받게 해야지. 내가 얼마나 준법정신 투철한 사람인데.”
경찰이 사실상 자기 것인 칠성이 하기엔 굉장히 의미가 없는 말 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정보는... 이미 거의 얻은 것 같은데?”
그러고는 사내의 목을 턱 돌리는 칠성.
그의 목 뒤엔 삼지창 모양의 문신이 되어있다.
“봐 여기에도 있고.”
털썩.
칠성이 멱살을 놓자 남자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진다.
“요기에도.”
전기로 지져져 기절한 대머리의 바짓단을 뜯어내자 정강이 근처에 보이는 삼지창 문신.
찰칵.
폰으로 문신의 모양을 찍는 칠성.
“이 새끼들은 이상하게 티내는 걸 좋아해. 뻔한 거 아니냐? 이거 털다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알지 모르겠지만 내 정보망이 또 국제적 정보망인지라.”
입맛을 다시며 핸드폰에 무언가를 검색 하며 한 텀 쉬고 이어가는 칠성.
“보자, 니들은 무슨 국제 마피아 조직 그런 거 끄나풀일 테고... 저건 세뇌형 아티펙트 같고... 아니 저건 또 언제 빼 갔데. 골치 아프게.”
김규형이 뿌려놓은 적마법 관련 기술은 모두 수헌부 내에서 철저하게 극비로 보관되고 있었다.
어디서인진 몰라도 기술 정보가 샌 것 같았다.
“알고 보니 태양 제약 아들이라... 이득을 볼 만한 건, 반월 제약?”
“크...크읏.”
정곡을 찔린 듯,
표정이 구겨진 사내.
직접 상대해보니 김칠성은 보통 남자가 아니다.
자신이 살아있어 봐야 분명히 조직에게 민폐다.
이렇게 된다면!
슝~!
“뭐하냐?”
사내가 보기엔 거의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인 칠성이 그가 입에 넣으려던 자살용 캡슐을 손가락으로 집어 내고서 살펴보며 물었다.
“칫!”
통!
사내가 재빠르게 머리를 박아 죽을 기세로 벽을 향해 돌진했지만, 도중에 칠성이 친 결계에 막히고 만다.
“윽! 제기랄, 죽지도 못하게 한단 말이냐! 명예롭게 죽게 해다오!!”
이제 거의 죽게 해달라고 울먹이며 사정하는 사내.
그리고 비웃는 칠성.
“응. 죽을 권리 없어. 법의 심판을 받기 전 까진.”
‘정말 여러 가지 의미에서 독하다...’
그런 칠성의 모습에 이채로운 공포감을 느끼는 정현우였다.
* * *
“짠.”
딴!
소위 뚱캔 이라고도 불리는 355ml 용량의 사이다 캔 두 개가 부딪혔다.
칠성과 정현우가 사이다를 들이켰다.
경찰들이 도착할 때까지의 잠깐의 짬 동안이었다.
두 사람의 발치엔 구속구 도넛 등으로 꽁꽁 결박된 예의 능력자 불량배 무리가 쓰러져 있었다.
“킬킬킬~”
칠성이 사이다를 마시는 정현우의 옆모습을 보다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웃겨요.”
정현우가 기분이 나쁜 듯 물었다.
“아니, 아까 되게 겁먹은 거 같더라? 아주 오줌 안 싼게 용하던데?”
그러고는 열심히 과장된 동작을 섞어가며 정현우를 흉내 내며 놀리는 김칠성.
“아이고! 아이고 살려 주십쇼! 칠성님! 어서 이것 좀 벗겨 주십시요! 이러면서~~”
없는 말 까지 마구 덧붙이며 박장대소를 하는 칠성.
약이 살살 오를 만도 했지만 그저 희미하게 웃은 정현우.
“무섭더라고요.”
“뭐가 그리 무서웠는데.”
“아니 놈들이. ...그럴리야 없겠지만.”
상상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듯 치를 떠는 정현우.
“제가 칠선씨를 싫어하게 만들겠다고 하잖아요.”
그거였다.
정현우가 진실로 무서웠던 것.
불안장애 보다도, 대인공포 보다도, 조현증 보다도....
그가 무서웠던 건 자신들의 세뇌로 칠선을 혐오하게 만들겠다는 말.
누군가에게 조작당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지게 된다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
“...우리 누나 어디가 좋은데?”
칠성이 전과 달리, 한층 선선해진 눈빛으로 물었다.
방금 전 은연중 흘러나온 대답에서.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이다.
‘누나를 좋아하긴 하나보네.’
100%의 신뢰 같은 것은 아니다.
아직도 정현우가 무언가를 노리고 접근했다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선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정현우의 눈에는 분명히,
소중한 것을 잃을 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 이 보였다.
“저를 그렇게 진심으로 대해준 사람이 처음인 거 같아요.”
기억을 더듬는 듯, 이리저리 눈동자가 허공을 더듬는 정현우. 말하면서도 좋은지 입꼬리가 올라간다.
호오~
‘이건 뻔한 삼류 드라마 전계네.’
생전 처음 평범한 여자주인공에게서 느낀 진정성에 빠져드는 재벌 드라마 속 재벌 2세 콘셉트인가?
“그리고 또, 예쁘잖아요!”
그러면서 반짝반짝 한 눈빛을 빛내는 정현우.
“엥?”
사실 객관적으로 보아도 누나는 미인이라면 미인인 축에 드는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 였으나,
그 누나의 온갖 모습을 전부 다 아는 칠성의 입장에서야 공감이 안 가는 반응이었다.
당장 칠선의 아름다움이라고 하면 빗지 않은 떡 진 머리에, 씻지 않아 쌓인 발가락 사이의 때를 손가락으로 죽죽 벗겨내던 모습이 떠오르는 바에야.
“건배.”
뭐, 하지만 정현우의 환상을 괜시리 깨뜨리진 말기로 했다.
환상은 지켜질 때 아름다운 법이니까.
사이다 캔이 한 번 더 부딪혔다.
저 멀리서 특유의 사이렌 소리와 불빛을 뿜으며 경찰차가 접근 해 오고 있었다.
* * *
“두 사람 다 어디 갔었던 거야!”
레스토랑으로 칠성과 정현우가 돌아가자, 칠선이 두 사람의 꼴을 보고 기겁했다.
“아, 뭐 볼일이 좀 있어서.”
칠성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무려 근 한 시간의 공백이었다.
그나마도 경찰이 정현우를 피해자 신분으로 데려가려 던 걸 칠성의 입김으로 다음으로 미룬 것 이었다.
“아유! 무슨 일이야 진짜!”
칠선이 더러워진 현우의 옷을 이리저리 살피며 묻는다.
“너 현우씨 때렸어?!”
이를 아득바득 가는 칠선.
“아니이!”
이건 무슨,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는 것 도 아니고.
칠성이야 무진장 억울했지만,
두 사람의 몰골을 보면 충분히 흙바닥에서 치고박고 굴렀나 보다 싶은 인상이었다.
“아니 예요 칠선씨.”
현우가 칠선을 말리며 김칠성의 눈빛을 살핀다.
“남자들만의 그런 게 있어요.”
“에?”
“남자들은 원래 이렇게 친해지는 거예요.”
“흐음...?”
그리고 무엇인가,
서로 눈빛으로 대화하는 칠성과 현우.
누나를 괜히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둘이 똑같았다.
“그럼 두 사람 친해진 거예요?”
뭔 지야 잘 모르겠지만, 잘 됐다 싶은 칠선의 표정이 밝아진다.
첫 만남에 다짜고짜 물을 뿌리기에 결혼에 칠성이 큰 걸림돌이 되겠다며 걱정했는데 말이다.
대답을 요구하듯 칠성을 바라보는 칠선.
“뭐, 쪼금.”
아주 쪼금, 인정해주는 칠성.
“두 사람 데이트 해. 난 먼저 들어갈 테니까.”
그렇게 말 하며 재킷을 어깨에 걸쳐 메는 칠성.
“계산은... 아. 돈 많은 사람이 내겠지?”
칠성의 능청에 슬며시 웃으며 작게 엄지를 올려 보이는 정현우.
칠성이 떠난 뒤.
“어라? 무슨 소리예요? 현우씨 돈 많아요?”
돈 많은 사람이 낸다면서 왜 김칠성이 아닌 정현우가 계산을 한단 말인가.
“혹시 금수저?”
전후 상황을 모르는 칠선이 얼떨떨하게 물었다.
“아뇨, 부모님 그냥 장사 조금하게 하세요.”
“아~ 정말요?”
순간 칠선의 머릿속에는 시골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순박하고 다정다감한 노부부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물론 정현우가 말한 조그만 장사는 사실은 칠선의 직장이기도 한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중 하나인 태양 제약 이었지만 말 이다.
‘하하..하. 언제 말을 하긴 해야 하는데.’
졸지에 조그만 가게가 되어버린 태양 제약이었지만 이런들 저런들 어떠랴.
지금 두 사람이 좋다는데.
* * *
“이제 이대로 만들기만 하면 되는 거야?”
대한민국 수호*헌터부 지하 연구실.
팔짱을 낀 칠성의 눈앞의 커다란 스크린엔 3D 모델링 도면이 펼쳐져 있었다.
언제서 부턴가 나타난 미지의 존재, 도어와 몬스터 문제를 단 한방에 해결해 줄 꿈의 아이템.
‘도어 헌터’ 의 새로운 프로토 타입에 대한 설계도다.
칠성이 러시아에서 각국 정상들 앞에서 시연 해 보인 것 보다 훨신 세련되고 날렵한 디자인.
청소기 모터 같던 본체도 사라졌다.
이 버전이 완성되면 지금과 다르게 훨씬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발동이 가능 해 진다.
애시 당초 이 모델링조차 완성되어 있었다.
다만 이것을 현실에 구현하기에 현재 수헌부의 역량 만으론 무리가 있었다.
정확히는 역량이 아니라...
“애초부터 돈 문제였으니까 뭐.”
“그렇죠.”
사실은 이 ‘완성형’ 도어헌터에 들어가는 주 재료가 문제였다.
처음부터 이 재료로 만들고 싶어했다.
이 아티펙트에 최적화 된 재료는 다름 아닌 오리하르콘.
도어 안 몬스터들을 사냥해 일부종의 시체에서만 추출 할 수 있는 귀한 금속이었다.
이 미지의 금속의 이름이 우리 귀에 익히 익숙한 이름 인 것은, 이 금속에게 오래된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이 사용하는 금속의 이름을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이젠 시간문제란 거지.”
크~
칠성이 씩 미소를 지었다.
옆에선 장영실 소장이 칠성의 포즈를 따라하며 추임새를 넣었다.
왜냐하면 모델링은 어디까지나 모델링,
현실에 구현할 수준으로 만들자면 수없는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시행착오에 쓰여야 할 금속이 엄청나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오리하르콘.
오리하르콘의 특징은 초 마나 전도체.
전류의 가장 좋은 전도체 중 하나가 금이듯.
마나를 가장 잘 전도하는 금속은 오리하르콘 이었다.
그 전도율이 일반 금속들에 비해 심하게는 100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아티펙트의 위력을 끌어 올리는 데는 이만한 것 이 없지만, 이걸 다루는 것 또한 너무나도 까다로웠다.
다행히, 아티펙트를 연구/제조하는 국가의 숫자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진 않았고,
덕분에 가격은 1KG 당 5000만원 선에서 유지되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들어가는 양이 문제였다.
오리하르콘 특유의 독특한 특성 덕분에,
이 오리하르콘은 잘못 사용하면 본례의 특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예컨대 이 신의 금속은 한번 망칠 때 마다 새로 구입하는 것이 유일한 수급원 이었고,
상용화 단계의 아티펙트를 만드는데 평균적으로 수백번의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그 금액은 계산기로 치기도 지치는 것 이 된다.
그렇기에, 이들의 연구가 지연된 것은 정말로 순전히 돈 문제에 가까웠다.
게다가 이 연구가 완성된다면,
설사 외국 정상들의 투자금이 그 원천이라곤 해도,
이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권리 그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갑질이 가능 할 것 이다.
결국엔 다 돈 이다 이 말이다.
역시나, 아는 것이 힘 이다.
“시간문제입죠.”
후후후후.
마치 지구를 정복할 계획을 꿈꾸는 악당들처럼 사악한 웃음을 흘리는 두 사람.
칠성은 그렇다 치고 장영실소장은 칠성에게 전염 된 것이 틀림없다.
그때였다.
띵!
엘리베이터 알림음.
콰당탕!
“장, 장관님!”
어찌나 허둥대던지 엘리베이터에서 튀어나오며 넘어지기 까지 한 성진.
“무슨일이야?”“미, 미국 헌터포스의 전화입니다.”
“헌터포스가...?”
헌터포스라면 미군 산하.
미국 전역의 레이드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헌터집단.
그런 집단에서 왜....
전화를 받아 든 칠성.
“여보세요.”
[/김칠성 장관... 아니 UHD 대표..아니 장관님.]
“뭐든 상관없으니까 본론!”
당혹감이 가득한 목소리의 헌터포스 관계자.
[/도와주십쇼. 우리. 우리는 막지 못 합니다.]
“차분히 말 해 보세요. 뭐 길래 그럽니까?”
칠성이 재촉하자 튀어나온 헌터포스 관계자의 말은,
상당히 생경한 단어였다.
적어도 이 지구에선.
[/드래곤, 드래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