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
S5 : 4화
칠성의 누나 칠선과 그녀의 직장 동료,
아니 애인, 아니 이제는 심지어 약혼자인 정현우와 칠성의 대면이 있는 레스토랑.
자신의 매력으로 처남(?) 될 김칠성을 한큐에 사로잡아 버리겠다는 정현우의 야무진 야심.
그리고 등장하자마자 정현우의 얼굴에 물을 뿌려
그런 야심을 쾌속하게 깨버린 칠성.
놀란 누나의 눈이 뒤집어 진다.
“야! 너 이게 무슨 짓 이야!”
“그냥. 드라마에서 보고 한번 해 보고 싶었어.”
그러고는 쓱 의자를 빼 척 다리를 꼬고 앉는 칠성.
양쪽의 의자 등받이에 팔까지 척 걸친 모습이 영락없는 깡패다.
“드디어 미쳤냐?! 아유 세상에 어떡해. 괜찮아요 현우씨?”
“아 괜찮, 괜찮아요.”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는 얌전해 보이고 싶을 법도 하것만,
칠성의 기상천외한 인사에 자기도 모르게 욕지기가 튀어나온 누나.
정현우는 얼이 빠져서 받아든 손수건과 냅킨으로 얼굴을 닦을 뿐 이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손이 미끄러져서.”
여전히 거만하기 그지없는 자세로 앉은 칠성이 미안하다는 듯 한쪽 손을 올려서 펴 보이며 말 했다.
“아.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죠.”
이미 얼굴에 반쯤 핏기가 빠진 정현우가 힘없이 웃어보였다.
‘너 죽을래 진짜?!’
정현우에게 안 보이게 칠성에게 입술로 욕을 하는 누나가 보였지만 개의치 않는 칠성.
‘반응이 생각보단 미적지근 한데.’
그런 의미에서 더 의심이 간다.
칠성이 난데없이 초면에 물부터 뿌린 것 이 칠성이 성격이 이상해서냐?
물론 그런 면도 있기야 했다.
하지만 더욱더 큰 건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다.
‘뭐 하는 놈 인질 모르겠으니까.’
누나인 칠선이야 꿈도 못 꾸고 있지만.
사실 칠성은 누나가 소개 시켜 줄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했을 때, 이미 성진을 시켜 조사를 완료했다.
무슨 유학파 출신에,
군대는 면제고. 대기업 제약 회사에 한방에 척 붙고.
사생활은 어떻게 보호를 한 것 인지 모든 게 모호했다.
동네 인력사무소에서 조사를 한 것 도 아니고,
수헌부의 정보망을 썼는데도 먼지하나 없는 것 마냥 나오는 게 없다.
누군가에 의한 정리가 돼있다는 소리다.
이런 의심스러운 남자가 다른 사람도 아닌 칠성의 누나.
그러니까 대한민국 장관이자 백만장자의 누이에게 접근.
적극적 공세로 애인이 되었고 3개월 만에 프로포즈를 했다.
칠성의 눈에 정현우의 의도가 도저히 순수하게 보였을 리가 없다.
뭔 진 모르겠지만 뒷배경에 힘 있는 사람이 버티고 있는 사내.
그런 정현우가 하필 누이에게 접근한다.
없던 의심병도 생길 마당이었다.
덕분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딱히 시비 걸 거리가 없으니 냅다 물이나 뿌리고 본 것 이다.
이후로는 제법 평범한 대화가 이어졌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정현우는 차분하게 응대했다.
누가 봐도 지극히 사려 깊고 신중한 정현우.
‘남자새끼가 소심하긴.’
이미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칠성에겐 그마저도 아니꼬왔지만 말이다.
잠시 바람을 쐬겠다는 정현우를 따라 나온 칠성.
“하아...”
혼자 야경을 향해 한숨을 쉬던 정현우가 등 뒤에서 나타난 칠성을 보고 살짝 놀란다.
“아, 저 지금 들어가려고 했는데.”
웃어 보이는 정현우.
“담배 피워?”
본인은 이미 한 대 입술에 물은 채 물으며 담배 갑에서 엄지로 한 까치를 밀어 내미는 칠성.
“아, 음....”
사실 정현우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예. 한 대 주세요.”
하지만 칠성과 기 싸움에서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받아든다.
의심스럽단 눈빛으로 담배를 주고 불까지 붙여주는 칠성.
“켈록. 켈록.”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연거푸 기침을 뱉어내는 정현우.
“아유, 간. 간만에 피우니까 이거 몸이 안 받네요.”
실컷 켈록대며 침까지 뱉어놓고 지지 않으려고 한마디 덧붙이는 정현우.
“뭐, 나도 원래 잘 안 피워. 오다가 산거야.”
정현우를 만날 생각을 하니 담배가 급 땡겨서 산 것 이다.
어깨를 으쓱 한 칠성이 순식간에 빨아 당긴 담배를 툭 하고 털어 던졌다.
“무슨 속셈인 진 모르겠지만 누나한테서 떨어져. 다음에 내 눈에 보이면 죽여 버릴 거니까.”
그렇게 툭 던지곤 돌아서는 칠성.
“아차, 내가 죽인다는 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닌 건 알죠?”
협박도 잊지 않는다.
그저 뒤돌아서 눈빛을 던졌을 뿐 인데.
순식간에 화악 올라오는 살기.
게다가 정현우도 멍청이는 아니다.
뉴스등을 통해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그리고 잘은 모르겠지만 무지막지 하게 강한 무력을 지닌 사람이란 것 도 안다.
마음만 먹으면 평범한 사람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을지 모른 다는 것 도.
그리고 그 모든 사실을 너머서,
마치 DNA 에 각인 되어 있기라도 했던 양 칠성의 눈을 보는 순간 본능처럼 훅 올라오는 공포!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린 정현우의 얼굴.
“그, 그래도 저는 칠선씨 포기 안 하니까요!”
그러면서도 떨리는 입으로 할 말은 다 한다.
물끄러미 보던 칠성.
“이봐.”
갑자기 훅 정현우의 앞으로 와 얼굴을 들이민다.
“까고 말 해 보자. 지금 이 상황이 정상이냐?”
“예?”
기가 질려 제대로 대답도 못 하는 정현우.
“어디서 뭐 하다 굴러온 놈 인지도 모르겠는데, 입사하자마자 우리 누나 낚아채 3개월 만에 결혼 하겠다고 설레발질에... 너 같으면 의심 안 가냐?”
신상을 털어 봐도 털리지가 않더라.
하는 말은 그 와중에 뺐다.
정현우를 위아래로 훑는 김칠성의 시선.
“그건...”
“아, 모르겠고. 다음에 보이면 진짜로 죽는다.”
자기 할 말만 하고 휙 들어가버리는 칠성.
“아... 어쩐다.”
들고 있던 담배를 구둣발로 비벼 끈 정현우가 다시 자기꽁초와 칠성의 꽁초까지 주워 근처의 쓰레기통에 쑤셔 넣을 즘 이었다.
“...어?”
휘청!
자기도 모르는 새, 갑자기 밀려오는 졸음에 풀썩 쓰러지는 정현우.
우우웅-.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정현우가 다시 눈을 떳을땐 어둡고 좁은 공간 속 이었다.
“읍!”
입은 결박되어 있었고, 몸 역시 묶여있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들리는 자동차 엔진소리.
자동차 트렁크 안 인거 같았다.
갑자기 머릿속을 스치는 불안한 생각!
‘저, 정말로 날 죽이려고?’
덜컹!
목적지에 도착한 듯,
트렁크가 열렸을 때 처음 보인 얼굴이 칠성이 아니란 것에 작은 안도의 한숨까지 지었다.
“휴.”
분명 안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지만,
칠성이었다면 반듯이 죽었을 테니까.
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한눈에 봐도 빛의 직업이 아닌 어둠에 몸담고 있을 것 같은 사내들이 우르르 정현우를 끌어냈다.
도착한 곳은 폐가? 공사장?
여하간 페인트 칠 이나 벽지조차 발려있지 않은 건물 안 이었다.
“읍! 읍!”
나무의자에 결박한 사내들이 정현우의 몸에 이상한 장치들을 달기 시작한다.
“으음~ 조용히 있으세요이. 금방 끝나니까.”
뺨에 칼자국이 있는 사내가 현우의 뺨을 툭툭 치며 달랬다.
무엇이 금방 끝나는지야 몰라도 나쁜 일이 틀림없다.
퉤!
입에 묶여있던 재갈을 씹어 뱉어낸 정현우.
“무슨 짓이야! 너희들 누구야! 내가 누군지나 알고 이런짓을...”
“얼씨구? 잘 알고 있습니다 도련님.”
“뭐?”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소리에 낯빛이 싸 해지는 정현우.
“태양제약네 도련님인 거 알고 있다고요. 아니 그러게, 좀 조심하시지 그랬습니까?”
“무슨....”
눈을 가늘게 뜨는 정현우.
“태양제약네 아들이,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 집안 중 하나랑 혼사를 치르려고 한다. 이걸 불편해 할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야죠.”
태양 제약.
대한민국 굴지의 제약기업 중 하나.
칠성의 누나 칠선이 근무하는 곳 이기도 하다.
정현우의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태양 제약이 수헌부 장관 친인척과 사돈지간이 되면 태양 제약은 한 단계 분명히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이걸 가장 싫어할 사람들은....
“반월 제약.”
정현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이를 으득 갈았다.
“머리는 잘 쓰셨던데요. 평범한 사원인 척 위장입사해서, 멍청한 계집을 꿰여 내시고....”
“칠선씨 욕하지 마.”
소나무처럼 분명한 어조.
값싼 욕지기 없이도 상대를 압박하는 어투.
씩씩 거리며 노려보는 정현우.
그 기세에 남자가 가만히 정현우에게 머리를 드밀며 노려본다.
하지만 정현우도 지지 않는다.
이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다.
김칠성에 비하면야!
“아니 뭐, 말씀을 그렇게 하셔. 내가 굉장히 나쁜 말 한 거 같잖아. 뭐 후딱 끝나니까 대화는 그만 합시다. 야! 빨리 작업 진행 하자.”
그렇게 말한 남자가 재촉하자 주변의 부하같은 녀석들이 서둘러서 정현우 몸에 무언가를 설치하는 것의 작업속도를 높인다.
“뭐,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정현우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소리 지르자 씨익 웃는 뺨에 흉터가 있는 남자.
“아, 별거 아니야. 목숨은 무사할 테니까 걱정 말라고.”
그러고는 가방에서 반투명한 붉은색의 헬멧 같은 물건을 꺼내든 남자.
“그냥 당신 무의식속에 뭔가 좀 심을 거야. 불안장애, 대인공포, 공황장애, 작업이 잘 되면 조현증....”
“크읏...”
“당신 같은 도련님이 갑자기 죽어서 사라져 버리면 큰일이잖아? 좀 더 괜찮은 방법을 찾은 거지. 사실상 사회적으론 죽은 거나 마찬가지겠지만.”
“지옥에나 떨어져라!”
저주어린 말을 뱉는 정현우.
그 사이, 남자들의 준비는 끝이 나 간다.
흉터 남자의 손에 들린 헬멧에도 기계 장치가 연결되고, 번쩍 번쩍 하는 빛이 돌기 시작한다.
“아 참, 당연히 김칠선에 대한 혐오감도 심을 거야. 영원히.”
서서히 남자의 손길로 정현우의 머리를 향해 씌워지는 헬멧.
“으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온몸을 뒤틀며 반항하는 정현우.
헬멧이 그의 머리 위에 씌워진다.
번쩍!
콰아아아앙!!
그때였다.
엄청난 굉음이 천지를 울린다.
그들이 들어있는 건물마저도 흔들리며 불안정한 균열의 조각난 시멘트를 투둑투둑 떨어뜨린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보이는 것은 번쩍이는 푸른 섬광!
슈우우우욱-.
“끄..끄읏!”
정현우가 간신히 눈을 다시 떴을 때 뿌옇게 일어난 시멘트 가루의 연기 사이로 보인 것은 멱살을 잡힌 채 벽면에 붙여 올려져 괴로워하는 흉터의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목을 한손에 틀어쥐고 있는 검은 색 특수소재의 전신갑옷을 챙겨 입은 칠성의 모습이었다.
“너는 또 뭐하는 놈이냐?”
칠성이 멱살을 틀어잡고는 물었다.
“칠성씨! 이거, 이거좀!”
정현우가 자신의 헬멧을 벗겨달라고 적극어필했다.
“뭔데 이게.”
칠성이 한쪽 손가락으로 헬멧을 튕기자 헬멧이 피융 공중을 날아가 한편에 처박힌다.
“휴!”
그제 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정현우.
“얘, 얘들아!!”
여전히 칠성에게 멱살을 잡힌 흉터의 사내가 비명같이 명령했다.
그러자 넘어져서 허둥대던 사내와 같은 패거리 녀석들이 칠성에게 덤벼들었다.
치잉!
그들이 각자 뽑아든 단검에서 백색의 섬광이 일어난다.
헌터들이나 사용할 만 한 아티펙트다.
“흐야앗!!”
각자 암기를 뽑아들고 칠성에게 덤벼드는 5, 6명의 자객들.
“새끼들이 아주 미쳐가지고.”
멱살을 놓지도 않은 칠성.
그저 반쯤 돌아서서 다른 손을 슥슥 휘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