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
S5 : 2화
선진국이 되는 데 필요한 조건이 뭘까?
강력한 국방력?
혹은 경제력?
문화 수준이나 사회 체제?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대한민국이 역사적 유례없이 선진국 대열에 당당하게 합류 하게 된 것은 대한민국 수호*헌터부.
특히나 김칠성의 활약이 컸다.
세계 3차 대전의 시작을 순식간에 종식시킨 대한민국.
중국의 국지도발을 막아낸 김칠성은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고,
무슨 짓을 해도 불가능 할 것만 같았던 선진국의 반열은 기존 세계를 이끌던 8개의 선진국들이 흔쾌히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반열에 끼워줌으로서 성립되었다.
물론, 사람들이 흔히 ‘선진국~ 선진국’ 말 할 때의 좋은 의미로서의 선진국은 달성 된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제 대한민국은 외교관계에 있어서만큼은 어딜 가서도 당당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것 이다.
그리하여,
1975년부터 지속 되어온 선진국 회의.
세계 8개 선진국.
아니 이제부터는 9개 선진국이 모이게 된 G9.
G9 정상회담 일정 중 열린 파티현장.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러니까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라고 해도 드나 들 수 없는 철통보안.
워싱턴 DC 의 펜타곤.
이 펜타곤의 내부에 거대한 파티장이 있었다.
여기저기서 평범하게 서로 와인잔을 기울이며 웃음을 주고받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한명한명이 사실은 정말로 국가를 대표한다는 무시무시한 권력의 정점들. 혹은 그 근처의 사람들 이었다.
일정 기간 내내 따라붙는 기자들도 이 자리 만큼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김장관님은 언제 오는가?”
대통령 보좌관 중 한명인 박보좌관이,
칠성의 사회생활의 오른팔인 성진에게 물었다.
물었다기 보다는 타박을 했다.
표정과 어투가, 빨리 안 튀어나오고 뭘 하고 있느냐는 느낌이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각국의 정상들이 김칠성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약속한 시간 보다 한참 지나,
한 시간 여가 되어 가는데도 코빼기를 보이질 않았다.
물론 이런 마당에, 박보좌관이 걱정을 하는 것 도 당연 했으나, 자신의 스승격 되는 이 특별 보좌관도 아니고.
어디서 별로 본 적도 없는,
사회적 서열로 치면 자신보다 딱히 높은 자리인 것 같지 도 않은 사람이 대뜸 하대에 타박을 하자 기분이 나빠진 성진.
“김칠성 대표님 여기 국제기구 UHD 대표 자격으로 오시는 겁니다. 대한민국 장관이 아니고요.”
한 발 오버한 처사긴 했지만,
기분이 나쁘다는 뜻은 확실히 전달이 되었다.
“큼. 흠. 아니 내가, 뭐라고 했나? 그저 걱정이 되어서 그렇지. 우리 대통령님만 계시는 것도 아니고....”
분명 뭐라고 하려고 했던 의도가 맞았지만,
슬며시 꼬리를 마는 박보좌관.
그 모습을 보고 성진이 자신이 괜히 받아쳤나 싶어서 한숨을 푹 쉬고 말 한다.
“원래 시간에 딱 맞춰서 오시기로 했는데 중간에 수호헌터부 본부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유추된다는 던전이 있다는 보고를 받으셔서요. 이제 곧 오실 겁니다.”
자신의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답하는 성진.
“아니, 그러면 아직 한국에 계시단 말인가?”
박보좌관이 황당하다는 듯 머리숱이 몇 없는 옆통수를 긁었다.
“어허! 안 오신다는 거 아닌가 그게?”
심지어 타이밍에 맞추어, 미국 여자 대통령까지 칠성의 행방을 찾았다.
“/김칠성님은 언제 오시나요?”
친절한 말씨지만 힘이 담겨있었다.
30대 초반의 미국 대통령.
2020년 개정된 법의 영향으로 탄생한 첫 젊은 대통령.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젊은 대통령.
이러한 캐치프라이즈는 그녀를 당선시킨 주요 전력이기도 했다.
거기다 단도직입적으로 예뻤다.
아름다운 콧날과 밝은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오픈숄더의 드레스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더러운 외모 지상주의 사회.
무턱대고 그녀의 선거 포스터만 보고 뽑은 남자들도 분명 상당 수 있을 것 이다.
배우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 덕분인지,
많은 돈이 들어간 관리의 힘 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20대 남자가 보아도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킬법한 고혹적인 마력의 소유자였다.
미 대통령 뿐이 아니었다.
미 대통령이 칠성의 행방을 궁금해 하기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 역시 몰려들어 궁금증을 표했다.
“그..그것이.”
순식간에 세계 4차대전 급의 주목을 받게 된 성진.
곤란해 하던 성진,
갑자기 품속에서 꺼낸 태블릿을 꺼내 이리저리 보며 무언가를 찾는다.
“좌표값이....”
갑자기 파티장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성진.
사람들의 시선도 성진을 향해 이동한다.
그리고는 멈춰선 성진.
“여기가 맞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성진이 갑자기 파티장 한편의 바닥을 가리킨다.
“여기입니다!”
“/뭐가... 있다는 거죠?”
미국의 여대통령이 재미나단 표정으로 팔짱을 끼곤 한손으론 귀를 매만지며 웃었다.
“/UHD 대표는 난장이 인가 보군요.”
짓궂은 장난을 던지는 러시아 총리.
삽시간에 웃음바다가 되는 회의장.
깔깔깔깔!
“허허....”
성진과 한국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인들만 곤란한 표정으로 억지웃음을 지을 무렵이었다.
쿠우우우우-!
마치, 창밖에 폭풍우가 지나가기라도 하는 듯한 소음이었다.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
그리고는 이내 일그러지는 공간!
콰오오오오!
더욱더 심해지는 소음,
그리고 푸른빛 마나가 소용돌이 치며 만들어내는 푸른빛의 폭죽 같은 기현상.
마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각국 정상들도 이미 이변을 눈치 채고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각국 정상의 경호원들이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놀라 다급히 움직였다.
일그러진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풍이 정상들의 앞머리를 휘날리게 만들었다.
번쩍!
성진이 바보 취급을 받으며 가리켰던 그 자리.
바로 그 좌표 값에 눈부신 빛무리가 번쩍였다.
마치 마법이라도 펼쳐진 듯한 관경.
벙 찐, 멍청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이시대의 카리스마.
세계 각국의 리더들.
그들의 앞에 광택으로 번쩍이는 검은색 기계 갑옷슈트를 전신에 두른 칠성이 푸른마나의 폭풍과 함께 나타났다.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 같은 등장,
멍하게 침이 흐르도록 입을 벌리고 있는 정상들.
“오! 다들 모여 계셨군요.”
능청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칠성.
그런 칠성이 입고 있던 갑옷이 자연스럽게 반투명하게 변하나 싶더니 이내 신기루처럼 공간에 녹아 사라진다.
사실은 사라진 게 아니다.
어둠의 거인에도 적용되어 있던 님프족의 영혼 공학 기술.
사물을 계약자의 영혼과 차원의 경계속에 보관하는 바로 그 기술.
대한민국 수호*헌터부가 어둠의 거인의 수리와, 그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면서 발견하고.
바티칸이 보유하고 있던 던전 테크놀러지 기술,
특히 칠성의 족쇄를 만드는 데도 쓰였던 영혼 공학기술을 넘겨받아 구현하는데 완성한 기술이었다.
하여간 검은 빛 전신 갑옷, 마나체인져 크로우가 사라지고 나자 칠성이 안쪽에 입고 있던 것은 멋드러진 검은빛 턱시도다.
자연스럽게 쟁반을 들고 다니던 웨이트리스에게서 샴페인 잔을 받아 든 칠성.
“반갑습니다 여러분. UHD 대표, 김칠성입니다.”
잔을 들어 올리며 인사를 건넨다.
너무나도 놀라운 관경에, 오히려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꽝꽝 얼어있던 파티장.
미국 대통령이 말문을 연다.
“/비자는 받아 오셨나요?”
으쓱, 해 보인 칠성이 품에서 보라색 여권을 꺼내든다.
미국에서 발급 해 준 칠성전용의 프리패스 여권이다.
“물론이죠!”
천진난만한 얼굴로 여권을 꺼내 보이는 칠성.
"/UHD 는 법을 준수하는 집단이군요!“
그 황당하디 황당한 상황에 파티장이 웃음바다가 된다.
* * *
마술 같은 칠성의 등장에 혼비백산했던 각국 정상들.
하지만 온갖 일을 겪어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쉽게 진정 된 것 인지,
아니면 속으로는 동요 했지만 내색하지 않는 방법에 도가 튼 것 인지,
칠성과의 간단한 인사가 있은 뒤로는 또 아까와 유사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멋진 남자분은, 여자 취향도 까다롭겠죠?”
칠성과 대화하던 미국 대통령이 물어왔다.
하, 거 참.
아까 전 슬쩍 끼어들려던 러시아 총리도 내쫓아내고, 단 둘이 이야기하는 이유가 이거였나?
“저 여자친구 있습니다.”
담담하게 답하는 칠성.
그거 참.
예전엔 키도 작고 까맣다고 그렇게 괄시를 받았었는데.
그런 칠성이 미국 대통령의 대시를 받는 날이 올 줄이야!
“/뭐 어 떼요? 약혼한 사이?”
미 대통령은 자신이 언제 그랬냐며 발을 빼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한발 더 들어왔다.
이게 그놈의 개방적인 헐리우드 마인드 란 것 인지, 아니면 이 여자가 요물인지야 모르겠지만.
“아니 뭐... 약혼자는 아니지만.”
대답하면서도 목소리가 꾸물꾸물 기어들어가는 칠성.
그렇지. 사실 구지 따지자면 별 사이가 아니긴 하다.
마누라도 아니고, 약혼녀도 아니고.
미국에선 약혼자가 아니면 취급을 안 해 주는 것인가.
“그래도요.”
분명한 눈으로 말하는 칠성.
“/하하하, 귀여우셔. 많이 좋아하시나 보다.”
깔깔 거리며 장난이라는 듯 칠성의 팔을 툭 치는 미 대통령.
“대표님.”
성진이 태블릿을 들고 칠성의 곁으로 와 무언가를 보여준다.“그래, 이정도면 적당하겠네.”
고개를 끄덕인 칠성.
‘뭔데요?’
눈으로 묻는 미국 대통령에게 쓱 웃어주고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칠성.
“자자! 여러분.”
일순간에 집중된 시선.
“제가 재미있는 걸 보여드리려고 하는데요.”
“/재미있는 것...?”
“네. 그러기 위해선 도어가 하나 필요한데, 마침 러시아 쪽에 적당한 게 나타난 거 같다고 하네요.”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
“그래서 여기 있는 분들과 함께 러시아에 가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함께 가서 제가 준비해 둔 걸 보시는 게.”
웅성웅성 거리기만 하는 사람들 사이로 미국 대통령이 잔을 들어 보인다.
“/좋죠~.”어깨를 으쓱 해 보이는 그녀.
조금 술에 취해 보인다.
순식간에 긴가민가했던 분위기는 간다간다로 바뀌었다.
“/아까 그걸로 가는 건가요?”
“그럼요. 비행기로 가다간 문이 우리 도착하기 전에 터져 버릴 걸요. 그럼 다들 가시는 건가요?”
긍정적인 의사를 표하는 정상들.
이내 칠성의 지시로 보이드가 바닥에 커다란 마법진을 깔고, 준비를 해 나간다.
사람들이 신기한 듯, 떨리는 듯 비명이나 탄성을 지르며 살아 움직이듯 꿈틀거리는 그림자로 만들어진 마법진 위로 올라온다.
자동으로 몸 주변으로 소환되어 입혀지는 갑옷을 입다가 칠성이 말했다.
“아차! 우리 비자가 없잖아요?”
당황한 표정의 칠성.
칠성의 말에 슬며시, 러시아 총리에게로 몰리는 시선.
딴딴해 보이는 몸에 대머리가 인상적인 러시아 총리.
어깨를 으쓱 해 보이며 말 한다.
“/뭐, 여러분한텐 제가 있잖아요?”
환하게 웃는 사람들.
“그럼 갑시다.”
창연한 푸른빛의 마나로 물드는 갑옷을 입은 칠성과 마법진 위의 공기.
번쩍!
* * *
휘이이잉~~!
엄청난 매서운 바람이 부는 눈밭.
“/세상에! 끔찍하게 춥군요!”오픈숄더를 입고 있던 미국 대통령은 순식간에 입술이 파랗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