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
S5 : 1화
콰아아아아!
입을 쫙 벌린다.
몸통을 쭉 펴자 너끈히 3미터의 키.
불꽃의 슬라임이 불덩이들을 쏟아냈다.
파앙!
“제기랄!!”
대한민국 수호*헌터부 레이드팀,
제 5 팀의 김갑수 팀장은 자기도 모르게 육성으로 욕을 뱉었다.
“흐아악!”
팀원들 사이사이로 떨어진 불꽃들이 작은 폭탄들처럼 폭발했다.
방화복을 입은 헌터들이 몸을 웅크렸다.
헌특부 시절부터 이어온 레이드 팀.
각자의 시간대를 담당하는 3개의 팀 과 백업팀을 합쳐 모두 18개의 레이드팀.
약 100여명 남짓한 헌터들.
그 중 주간을 담당하는 팀들.
제 1팀, 비행 몬스터가 등장하는 블루도어를 담당하는 청룡팀.
제 2팀, 기계형 몬스터가 등장하는 그레이 도어를 담당하는 백호팀.
제 3팀, 짐승형 몬스터가 등장하는 그린도어를 담당하는 화랑팀.
제 4팀, 바다에 사는 해양海洋 형 몬스터가 등장하는 피셔맨 도어의 장보고팀.
마지막으로 제 5팀.
화염계 몬스터가 등장하는 파이어 도어를 담당하는 이순신팀.
고로, 불덩이를 뿜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이들에게 일상이었다.
적어도 레이드 임무에 있어서는 말 이다.
그들의 장비는 모두 방화처리가 완료된 장비들 이었고,
은빛으로 빛나는 방어구들.
레이드를 위한 좋은 활동성.
그러면서도 확실한 방화 효과를 가진 방화복의 연구, 제작에만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었다.
냉기속성의 마법이 흐르는 방화복은 어지간한 불꽃은 닿지도 못 한다.
말하자면 이들은 불과 싸우는 게 당연한 헌터계의 소방관.
하지만.
“제기랄!”
팀원 중 한명이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끈적한 불꽃을 바닥에 비벼 불꽃을 떨어낸다.
칼을 치켜세우곤 메시지로 브리핑한다.
- 신형, 신종 몬스터입니다.
- 알고 있어! 써 볼 만한 방법은?
캘리포니아 헌터스쿨 출신의 수제.
몬스터에 관련된 이론들을 모두 탑제,
평소 신형종의 몬스터에도 대처법을 툭툭 잘 던지던 그.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머리속에도 딱히 대처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 없습니다!
마그마처럼 넘쳐흐르는 액체 괴수의 위액이 허공을 덮는다.
“으아아악!”
5팀의 헌터들이 혼비백산해서 도망친다.
칼을 치켜들었던 헌터도 몸을 굴러 간신히 피한다.
- 방패가 녹았습니다!
방금의 공격을 받아내며 절반이 흐물흐물해 진 방패를 들어 보이는 탱커 역할의 팀원.
“젠장. 어쩌라는 거야!”
욕지기를 뱉으며 흐물해진 방패를 바닥에 내팽겨 치는 탱커.
- 다들 진정해!
김갑수 팀장이 텔레파시를 통해 팀원들을 진정시키려 애 썼다.
하지만 그 역시도 머릿속이 하얘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보통 불의 문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아니 적어도 여태까지는 전부 동물의 형태였다.
불꽃을 뿜는 거대한 도마뱀,
불꽃을 뿜는 개.
불덩이를 굴리는 장수벌레 등.
기본적으론 불의 문이 아니더라도,
지구에 등장한 모든 문 안의 몬스터들이 그랬다.
기본적으론 동물의 형태.
그런데 이번 몬스터는 달랐다.
지구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형태.
구지 찾자면 단세포 생물과 비슷한 모습이랄까.
- 저게 도대체 뭡니까 팀장님?!
정확히는 게임을 좋아하는 김갑수 팀장의 눈에는.
- 슬라임... 아니냐?
온라인 게임에서 한번 쯤 봤을 법 한 몬스터.
온몸이 액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설정이 보통인 슬라임.
물론 초보자들도 쉽게 잡는, 때때론 귀엽게 묘사 되기도 하는 온라인 게임과 다르게,
어마어마한 거대한 덩치에 전신이 마그마 같은 불꽃에 휘감겨 있는데다,
시시때때로 으르렁 거리며 불덩어리를 뱉는 공포스러운 모습이었지만.
- 뭘 망설입니까! 평소대로 갑시다!
- 잠깐만!
- 방법이 없잖습니까! 이대로는 다 죽어요!
정체도 제대로 모르는 상대를 마구잡이로 공략하는 것 은
김갑수 팀장이 말렸지만 소용없다.
팀원들의 말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헌터는 어디까지나 목숨을 거는 직업.
팀원이 전멸하는 일도 의외로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그렇게 작당하곤 롱소드를 든 헌터 두 명이 서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정체불명의 몬스터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손에 하나씩 들려있는 것은 거의 럭비공 크기 만 한 하얗고 매끈한 조약돌 같은 물건.
아이스밤.
아티펙트처럼 생겼지만 아티펙트는 아니다.
발동과 즉시, 주변에 냉기 서린 질소 가스를 내뿜는, 일종의 냉기 수류탄 이었다.
“흐앗!”
촤악! 촥!
두 명의 헌터가 쥔 검의 검신이 번쩍 빛이 났다.
휘두른 검격에 찢어지는 슬라임.
“먹어라!”
각기 찢어진 상처와 입을 향해 던져지는 아이스 밤.
“쿠르르르륵?!”
갑작스러운 반격에 눈을 뒤룩 뒤룩 굴리는 몬스터.
몸의 안쪽에서 발동되는 냉기의 폭풍!
마치 세제의 거품처럼 타오르는 몬스터의 피부!
“좋았어!”
먹혔다!
몬스터가 허둥지둥 거리자 쾌재를 지르는 헌터들.
피쉬시시식!
하지만, 몬스터의 몸이 부글부글 끓더니 이내 가라앉는다.
“제...기랄.”
몬스터의 코앞에서,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던 두명의 헌터.
무언가 안 좋은 느낌을 감지한 듯.
얼글에 핏기가 빠져나간다.
“크롸라라라라!!”
콰퍼엉!!!
절규하듯 포효하는 몬스터.
입을 자신의 몸 만하게 쩍 벌리고 포효를 내지르는 몬스터의 몸이 다시금 활화산처럼 타오른다.
동시에 몬스터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두 헌터의 발밑에서 지뢰와도 같은 불꽃이 폭발한다.
마치 지하의 마그마가 뿜어져 올려진 듯한 폭발.
두 헌터의 몸뚱이가 어린애 장난감처럼 허공에 휘날린다.
“김태현!!!”
김갑수 팀장이 소리 지른다.
하지만 동료의 부상여부를 확인 할 시간조차 없었다.
“꾸르르르륵!”
펑! 펑! 퍼퍼펑!
계속되는 몬스터의 공격.
사방에서 폭발하는 용암들.
헌터들이 오갈 바 모르고 허둥댄다.
“젠장할.”
전멸.
전멸이다.
이대로라면 자신을 포함한 5팀은 전멸.
레벨업과 실체화로 거대화된, 그것도 이다지도 무시무시한 몬스터가 인근을 덮치면 수도 없는 인명 피해가 날 것이다.
자신의 죽음이 확실시 되는 순간.
김갑수 팀장의 머리에는 후회감이 스쳤다.
아니, 모든 게 후회스러웠다.
죽음은 이상한 것 이었다.
자신을 보고 살아야 하는 아들과 아내에게 미안했다.
가족들에게도.
언제나 자부심 넘쳤던 직장이 악마의 덫 같았다.
자신이 막아내지 못 해 죽게 될 수 도 없는 사람들도 머릿속을 스쳤다.
“후...씨발.”
주마등을 보는듯한 그.
그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불덩어리가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이럴 때, 문 듯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자신들은 이제 꼼짝없이 죽는다.
하지만 뒤를 걱정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실패한다고 해도.
그 누군가가. 뒤처리를 해 줄 테니까.
마지막 순간, 헌터로서의 본분을 다 하겠다.
전력상 상대가 되지 않는다면,
동귀어진이라도 시도한다.
장렬하게 검을 치켜들며.
최후를 위해 달려갈 준비를 하는 김갑수 팀장.
“뒤를 부탁합니다. 김칠성 장관.”
김갑수 팀장이 비장한,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말을 남긴다.
그 때였다.
“어 그래!”
“뭣?!”
뒤편에서 언 듯 들려오는 밝은 목소리.
그것도 엄청나게 익숙한 그 목소리.
콰아아아아!!!!
당황한 김갑수 팀장이 뒤를 돌아봄과 동시에,
번쩍이는 빛과 함께 등장해,
엄청난 굉음과 스피드로 김갑수 팀장을 스쳐서 몬스터에게로 날아가는 검은 형체.
빠아아악!!
“끼유육!!!”
비명을 지르며 폭죽처럼 온몸이 분해되어 버리는 거대 불꽃 슬라임.
주먹을 내지르는 자세로 바닥에 착지 해 있는 것은,
전신을 검은색의 갑옷.
착용자의 마나의 파장을 변환시켜 주는 마나체인져의 2세대 모델.
크로우로 전신을 감싸고 있는 김칠성이다.
“장관님?!”
“어어 그래. 우선 이 것 좀 처리하고.”
인사를 고사하듯, 저리 가 있으라는 의미로 손을 탈탈 털어 보이는 칠성.
하지만 해체된 채로, 조금씩 꾸물꾸물 몰려들어 원래 형체를 찾아가려 하는 몬스터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순식간에 칠성의 온몸이 푸른빛 마나로 타오른다.
한 쪽 무릎을 굽히곤, 몬스터를 향한 바닥에 오른손을 펼쳐 댄 칠성.
“*아이스에이지(빙하시대)*!”
쩌적, 쩌적.
조금씩 칠성의 손 부근에서부터 시작되는 냉기.
“뀨륵?!”
아직 고작 수박 만 하게 밖에,
자신의 형체를 복구하지 못 한 몬스터가 그걸 보곤 기겁한다.
“뀨륵, 뀨르르륵!”
발광하며 자신의 흩어진 몸뚱이들을 모으는 몬스터. 하지만.
파앙!
순식간에, 칠성의 손 끝 에서부터 부채꼴로 폭발하듯 펼쳐진 냉기의 폭풍에.
그 모습 그대로 얼어버린다.
쉬이이이-
마치 얼음 동상처럼 제 모습 그대로 얼어버린 몬스터.
꿀렁~꿀렁.
몬스터가 죽어버리자 몬스터의 보금자리와도 같은 도어 안 세계의 풍경이 서서히 신기루처럼 사라지며, 눈치 챘을 때는 이미 칠성과 5팀 전체가 문이 있던 자리의 현실세계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장관님.”
칠성의 손을 잡은 채.
무릎까지 꿇고 울먹이는 김갑수 팀장.
이내 다 큰 중년남자가 어린애 마냥 흑흑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한다.
“아이고, 됐어됐어. 수고들 해.”
그냥 가려던 칠성이, 쓰러져 있는 두 명의 헌터에게 눈길을 주더니 한손을 뻗는다.
순식간에 칠성의 갑옷이 황금빛 물결로 채워진다.
“*힐링(치유)*”
치유를 돕고 활력을 북돋아 주는 황금빛 물결이 두명의 헌터를 적신다.
“감사합니다!!”
칠성에게 연거푸 인사를 하는 김갑수 팀장과 팀원들.
“아아 뭐 그래, 수고들 하세요. 대한민국은 여러분이 지키는 거니까. 바빠서 그럼.”
칠성은 정말로 형식적인 표현에,
차라리 귀찮다는 느낌이 강한 인사일 뿐 이었지만.
“옙!”
일부는 눈에 눈물까지 맺힌 5팀 이순신 팀의 팀장과 팀원들은 칠성의 인사치례를 진심으로 감동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쩝. 뭐 그러거나 말거나.
[마나를 청색 파장으로 변환합니다.]
쥐-잉.
칠성의 뇌파를 읽은 마나체인저가 짧막한 안내음과 함께 작동을 시작한다.
[청마나로 변환 완료.]
순식간에 푸르스름한 마나로 물든 손을 확인한 칠성.
칠성이 짧막한 캐스팅을 시작하자.
그 의도를 읽은 보이드가 칠성의 발밑에서 솟아나,
칠성을 중심으로 하는 원형의 마법진을 그려준다.
그 마법진 위로 떨어져 내리며 마법진을 푸른 마나로 가득 채우는 칠성의 마나.
성기사단이 심어두었던 족쇄의 해제와,
감시의 해제.
덕분에 마음껏 쓸 수 있게 된 마나.
그리고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욱더 견고해지고 월등해진 마나체인저의 성능.
이 두 가지가 합쳐져.
칠성이 감히 생전에 쓸 엄두를 내지 못 했던 고위 청마법도. 이제는 도박이 아닌 일상적으로 쓰는 경지에 이르렀다.
물론 한방에 마왕을 베고 신을 죽이는 어마무시한 마법 같은 건 아니지만.
그 효용성으로 따지자면 너무나도 강력한 마법.
“*공간이동(Teleport)*!”
번쩍!
점멸하듯이 빛나는 칠성의 몸.
“텔레포...트?”
5팀 소속의, 마법사 포지션의 헌터가 꿈결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엇....”
“히야.....”
빛무리와 함께 사라진 칠성은 어느새 귀신처럼 온데간데없다.
남겨진 헌터들과 수헌부 서포트 팀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감탄사를 뱉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소는.
대한민국 땅.
서울에서부터 무려 약 11115KM 떨어진 장소.
미국, 워싱턴 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