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100화 (100/145)

# 100

S4 : 19화

[아~~]

몇 번이나 도망치려다가 다시 붙잡힌 한솜이.

커튼 뒤에 숨어있던 한솜이가 뻘쭘 하게 나와선 카메라를 보고 웃으며 말한다.

[생일 축하 하구... 조금 있다 보자!]

손을 펼쳐 빠이를 해 보이는 한솜이.

[에~~이. 그게 뭐예요! 중학생? 크크크 알거 다 아는데!]

카메라맨이 면박을 주자 홧김에 저지르듯 카메라를 붙잡고 코앞에서 뽀뽀를 하는 한솜이.

[사랑해!]

그러고는 도망간다.

“킥킥킥. 미친다. 이런 건 언제 찍었냐?”

칠성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보자 대답은 안 하고 잽싸게 다가와서 뽀뽀를 하곤 안긴다.

계속되는 화면, 사람들의 인터뷰다.

[장관님 진짜 멋있으시죠. 그렇지 않아요? 아니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고, 제가 그때 임프 폭발 공격 현장에 있었거든요. 그때 장관님이...]

얼굴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헌터.

[...솔직히 그게 장관 업무는 아니지만. 누가 하겠어요? 그분이 아니면.]

저 사람은 복도에서 인사를 해 왔던 그 요원이다.

[어떻게 아시고 우리 애 생일에 선물을 보내셨더라고요. 네 진짜로요. 아니, 뭐 애가 좋아하진 않았는데... 큭큭]

김철수 팀장.

[야, 생일 축하 하고~ 새끼야. 어? 요즘에 가끔 그거 생각나. 옛날에는 막 일 끝나고 하면 같이 포장마차도 가고 그랬잖아.]

지우혁.

[생일 축하드리고. 인정하시죠. 이정도면 청출어람 각 날카롭지 않습니까? 스승님?]

김태홍. 아주 저 새끼는 끝까지.

[생일 축하드려요! 아, 저 지금 장관님 모시러 가야해요. 폭풍 연기로~ 크크크.]

짓궂은 웃음을 흘리며 재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는 칠성의 비서 김성진.

계속해서 이어지는 화면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낄낄 거리기 바쁜 일상의 풍경들.

“대단한 거 같아. 비위 맞춰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기뻐해 주잖아.”

그 영상을 함께 보고 있던 한솜이가 혼잣말처럼 말 한다.

“친절하지도 않고... 거칠고 그래도. 다들 아는 거야.”

칠성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한솜이.

“칠성씨가 진심으로 자기들을 위해 주는 거.”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는 한솜이.

“난, 자기가 어떤 선택을 하던 믿고 따를 거야. 왜냐면 그딴 것 들 보다. 자기가 훨씬 소중하니까.

그래도. 자기가 나중에 후회할 선택은 안 했으면 좋겠어.”

“후...”

한숨을 탁 내뱉는 칠성.

이 여자가 머리쓰네.

그런데 그 순간,

거부하려 해도 칠성의 뇌리 속을 스쳐가는.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말 한마디.

‘...그러니. 너무 늦기 전에. 지키고 싶은 것들이 생겨 버리기 전에 도망치라. 이 말이야.’

왜 그때 기억이 나는 건지.

“또 너무 늦었나?”

떨리는 칠성의 동공.

“응?”

김칠성의 혼잣말에 되묻는 한솜이.

“씹-새끼들, 신경 쓰이게 시리.”

칠성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보는 화면에는

얼굴에 크림이 발린 체 성이 나 있는 칠성과 깔깔 대는 사람들.

그리고 성질을 내다가도 제풀에 피식 웃어 버리는 칠성의 미소가 담겨 있었다.

* * *

그리고 다시, 현재.

쿠-웅

쿵!

윤곽이 들어나는 적.

공포의 정체.

중국군이 길들인 실체화 몬스터 군단.

청명한 하늘 아래, 동화 같은 푸르른 들판 위로 펼쳐진 악몽 같은 풍경.

강철같이 결심을 갈고 닦은 헌터들의 마음이 창호지의 한지처럼 파르를 떨리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검과 방패를 다잡는 수헌부의 헌터들.

꿀꺽.

김철수 팀장이 침을 삼켰다.

뒷목은 이미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바로 등을 돌려 도망가지 않은 게 장한 수준이었다.

예정된 죽음이 다가오는 무렵.

하지만 그들이 싸워야 할 적의 정체를 확인하고 나자 오히려 더욱더 도망 칠 수 없었다.

그들은 헌터니까.

“젠장! 다 죽게 생겼구만.”

“이럴 때 김칠성은 어디 있는 거야!”

누군가 거의 울먹이는 수준으로 분통을 터뜨렸다.

“칫...”

후회일까?

김태홍 역시 조용하게 혀를 차며 이를 더 악물었다.

머릿속에서. 김칠성에 대한 생각을 지우려는 것 같았다.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 였다.

이제 와서 김칠성같은 구원자가 등장하길 바라는 것 은 억지였다.

어떻게 되던 그들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역사가 그들을 기억 해 줄 것이다.

“젠장할!”

그런데도 눈물이 난다.

그런데. 그때였다.

“김칠성 여기 있다 이새키들아.”

긴장해 얼어있는 그들의 등 뒤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격앙된 표정들.

귀를 의심하며 뒤 돌아보는 사람들.

“뭘 봐, 새키들아. 정신 안 차려?!”

유치원 간식시간 마냥 쪼르르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에, 버럭 화부터 내는 김칠성.

“칠성아!”

“형!!”

“장관님!”

심각한 상황, 그런데도 너무나도 칠성다운 등장.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

“장관님은 무슨. 김철수 팀장 감봉.”

“예에?!”

감봉이란 소리에 사색이 되며 기겁하는 김철수 팀장.

그 모습에 주위 사람들이 킬킬 대고 웃는다.

“정신 똑바로들 차려! 기왕 할 거면 제대로 간다.”

그렇게 말 하며, 지평선을 가득 채운 몬스터들을 노려보며 입고 있던 남방의 팔목 단추를 풀어 팔을 걷어 올리는 칠성.

“명색이 헌터들인데 몬스터한테 죽어서야 면이 서겠냐? 니들은 내일 오토바이 타다 죽을지언정 오늘 죽으면 안 된다.”

“예!!”

칠성의 말에 함성으로 대답하는 헌터들.

“장관 특별 명령이다. 단 한 놈도 죽지 마라. 그리고 허락도 없이 목숨을 버리려 했으니, 여기서 살아서 나가면 전원 올해 인센티브는 내꺼다.”

“예에?!”

기겁하는 직원들.

헌터들의 주 수익은 인센티브 인데!

“그러게 누가 말 안쳐들으래?”

그러곤 사악하게 씨익 웃는 칠성.

콰드득!

칠성이 품안에서 꺼낸 고압축 마석을 씹어 삼킨다.

‘당연히 부족하겠지.’

“*보이드*!”

《말해라.》

칠성이 그림자 정령왕 보이드를 부르자 칠성의 그림자에 보랏빛 눈동자가 번쩍 눈을 뜬다.

“계좌 연결.”

울컥! 울컥!

칠성의 그림자가 살아 움직이듯 확장된다.

둥-!

원인 불명의 원형의 빛이 칠성의 그림자 주변으로 모여든다.

《연결 되었다. 업무는?》

그림자 정령들은 계약자를 위한 서비스로, 마나를 축척할 수 있는 계좌를 제공하고 있었다.

일종의 은행 시스템.

마나는 산화성 에너지.

하지만 정령계 에선 오롯이 보관 할 수 있다.

계좌에 넣어둔 마나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던지 인출 가능.

다만 입, 출급 수수료가 각기 50% 에 달하는.

사람 등쳐먹는 은행이었다.

그럼에도 일부 마법사들이 애용하는 것은,

그 수용양이 문자 그대로 무제한이기 때문.

“전체인출.”

《흐으음... 전체 인출이라. 72맹주 건 이후로 처음이군.》

200년 전의 사건을 들먹이는 보이드.

“야~, 우리 너무 오래 알고 지냈다. 그지?”

불편한 기억에 미간을 찌푸리는 칠성.

《너무 오래? 그렇다면 계약 해지를 원하는가?》

“큭큭. 무슨 소리야. 너 보다 오래된 친구가 어디 있다고.”

융통성 없이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보이드를 달래는 칠성.

《그런가... 친구인가.》

둥-둥-둥!

칠성의 발밑에서 칠성과 그림자 줄기들이 연결된다.

슈우우우우욱-!

칠성이 그림자 정령계에 저장해 두었던 마나들이 순식간에 그림자의 관을 타고 칠성의 몸속으로 직접 밀려들어온다.

“크으으으으... 정말 이렇게 까지는 간만이군.”

갑작스럽게 엄청난 양의 마나에 노출되자 정신이 아찔해진 칠성.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더욱 치켜뜬다.

순식간에 칠성의 팔목에 심어져 있던 성기사단의 족쇄가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다.

슈우우욱-!

계속해서 밀려드는 마나.

칠성의 온 몸에 마나의 기운이 뻗어간다.

세포하나하나가 마나를 품고 약동한다.

두근! 두근!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하지만 그것이 어쩐지, 원래 그러한 속도로 뛰어야 맞기라도 한다는 듯.

몸에 기운이 점점 넘쳐날 뿐 그것 때문에 불편하다거나 숨이 차진 않다.

기-잉.

칠성의 영혼에 이식된 영혼병기,

그림자 추적자가 빛을 뿜었다.

칠성의 두 눈의 눈동자가 붉은 빛을 내 뿜는다.

그리고 그때였다.

파아아앙!

한계점까지 팽창된 성기사단의 족쇄가 폭발한다.

“크으읏!”

칠성이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찌푸린다.

잽싸게 뻗어낸 팔목에서

번쩍!

하는 황금의 빛줄기.

아니 빛줄기라기보다는 기둥이다.

열 사람이 이어서 아름드리를 해도 못 껴 앉을 정도로 거대한 빛의 기둥이, 마치 신화속의 한 장면처럼 저 먼 하늘을 향해 승천한다.

“개 새끼들....”

칠성이 이를 간다.

약속과 다르게 족쇄에는 공격 마법이 심어져 있었다.

족쇄가 폭발함과 동시에 시전 된 빛의 기둥에 의해, 잘려나가 있는 칠성의 손목이 서서히 재생되고 있었다.

초인적 순발력으로 피하지 않았다면, 심각한 데미지를 입었을 것이 틀림없다.

어지간한 마법사였다면 즉사했으리라.

그리고 그 와중에도 계속되는 그림자 정령계로부터의 마나 인출.

고오오오오-

번쩍하는 보랏빛의 빛줄기.

* * *

같은 시각,

수헌부 지하 연구소의 차혜진.

“소, 소장님. 이거 보세요.”

“뭔데 그래?”

그녀의 부름에 달려온 장영실 소장의 눈이 커진다.

“이게... 뭐야?”

갑작스럽게 요동친 그래프에 키보드를 치며 결과 분석에 들어간 장영실 소장.

“우리 측 진영의 마나가....”

본인의 눈을 의심하는 장영실 소장.

“순식간에, 널뛰기 하듯이 뛰었어요.”

“이게... 말이 되나?”

안경을 쓸어 올리는 장영실 소장.

커다란 모니터의 한쪽에는 중국군 진영의 분석결과.

300억 MMP 의 마나.

다른 한쪽에는 국군과 한국군 진영의 마나 추산결과.

500억 MMP가 장식되어있다.

* * *

번쩍!

빛줄기 사이에서 등장한 칠성.

온몸에 마나를 마치 갑옷이라도 된 듯 휘감고 있다.

대 마법사 멀린의 개조를 받은 마도병기 김칠성.

전신을 휘감은 보랏빛 반투명한 갑옷 같은 마나의 흐름.

“크아앗!”

비명인지 기합인지 모를 것을 내지르는 칠성.

파직! 파지직!

마치 아우라처럼, 칠성의 주변에 검붉은 마나의 스파크가 쉬지 않고 일렁이고 있었다.

주변의 땅은 그에 반응해 마치 무중력 상태라도 된 듯 칠성이 한걸음 내 딛을 때 마다 쩍쩍 갈라져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마나 완충 상태가 되었을 때의 모습이다.

“*어둠의 거인*!!”

쿠르르르르르르륵-.

칠성이 목청 높여 시동어를 외치자 차원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칠성의 영혼에 보관되어있던 어둠속성의 기간트 병기가 칠성의 등 뒤에서 정체를 드러낸다.

“허억!”

“저게 뭐야!?”

이번에는 웅성거리며, 다른 의미로 패닉에 빠진 수헌부의 헌터들과 요원들 그리고 국군장병들.

거대한 마도공학으로 만들어진 거인의 등장에 모두가 얼이 빠진다.

“*소울 콜렉터*!”

파치치치치칙!

칠성의 그림자 한끝에서 칠흑 같은 어둠의 검.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어둠의 검신이 솟아 오른다.

채-앵!

검의 손잡이를 붙잡고 휘두르자 하늘아래 모습을 드러내는 지옥의 검.

적의 영혼마저도 갉아 삼킨다는 악의의 장검.

소울 콜렉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힘이 필요한가?》

너무나도 오랜만에, 칠성이 자신의 애검을 꺼내들자 보이드가 눈을 치켜뜨고 묻는다.

“그래!”

그리고 다음순간.

구르르르르르르륵-.

지진이라도 일어나듯, 흔들리는 주변의 땅.

뒤집어지듯이 돌아가 사라지는 보이드의 보랏빛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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