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99화 (99/145)

# 99

S4 : 18화

“아 맞다!”

한솜이가 잊고 있었던 게 생각난 듯 벌떡 일어난다.

“자기 이거 봤어요?”

그러면서 자신의 휴대폰을 조작하는 한솜이.

“뭔데 그래?”

“이거 이렇게 하면 됐는데에....”

한솜이가 한참이나 휴대폰을 꼼지락 대며 부산을 떨자 이내 휴대폰의 콘텐츠를 재생한다는 문구가 뜬다.

흠, 그래.

지금은 그냥 머리 비우고 이렇게 누워서 티비나 보자.

시간이나 때우지 뭐.

라는 생각을 하며 더욱 부들부들한 침대 메트릭스 사이로 몸을 꺼지듯 묻는 칠성.

* * *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대한민국의 국경 부근.

국방 한계선 DMZ.

“또 사진 보냐?”

휴대폰으로 자신의 딸 사진을 넘겨보던 김철수 팀장의 어깨 너머로 김민수 팀장이 고개를 드밀었다.

“아! 깜짝이야.”

넓은 들판을 가득 메운,

비장한 분위기가 흐르는 수헌부의 헌터들.

그리고 제압팀의 요원들.

그리고 대한민국 국군 병력들.

날씨는 지극히 맑다.

햇살은 따사롭고 하늘은 청명하다.

“우리 예린이... 중학교 들어가는 거 까진 봐야하는데.”

“얼씨구?”

아련한 표정으로 사진속의 초등학생 딸을 바라보는 김철수 팀장.

“아니 대학까진... 아니, 어떤 놈팽이 같은 자식이 안 물어가나 남자 놈 을... 제대로 된 놈을 내가.”

“참 나, 그럴 거면 대체 여기는 왜 튀어나와 있냐?”

기가 차다는 듯 김철수 팀장의 어깨를 툭 떠미는 김민수 팀장.

김철수 팀장은 티격 태격 장난을 주고받던 평소같지 않게, 멍하게 시선을 앞으로 던진다.

“우리 예린이랑 예린이 엄마, 아직 수도권 못 벗어났다.”

“뭐? 왜!”

“예린이 할머니집 갔다가. 난리통에. 방향이 엇갈려서... 애 엄마랑 연락이 돼서 찾긴 했는데....”

피란 초기 이후엔 모든 교통수단이 마비되어 지극히 더딘 속도로 피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느릿느릿 한 행렬 사이에 김철수의 부인과 딸이 있다는 소리 였다.

수도권이면 수헌부의 지하 연구소에서 예측한 피해범위 내다.

게다가 모스크바의 상황을 보면 피해범위에 든 곳은, 무슨 이유에선지 일반적인 전쟁 같지 않게 모든 민간인이 전멸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

그것이 김철수 팀장이 할 수 있는 가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 이었다.

한숨을 푹 내쉰 김민수 팀장이 이번엔 다른 의미로 김철수 팀장의 어깨를 툭툭 친다.

“걱정하지 마라. 너도 딸한테서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라는 소리 듣기 전 까진 내가 살려놓을 거니까.”

김철수 팀장은 결혼을 빨리해서,

이미 딸은 사춘기의 중학생 소녀였다.

사춘기의 딸에게 당한 언어폭력이 아직까지 트라우마 인 모양이다.

“야, 우리 예린이는 착해서 안 그럴 거거든?”

“얼씨구~ 두고 봐라!”

그러곤 또다시 평소처럼 티격태격 대는 두 사람.

“우리 장관님은 뭐 하신다냐?”

“제주도에서 놀고 계시단다~”

“드디어 정치인다워 지셨네, 부럽다!”

입맛을 쩝. 다신다.

[지금이라도 돌아오세요! 너무 늦기 전에!]

“그런 일로 전화 하시려면 하지 마세요.”

한편에선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헌터들을 일으켜 전쟁터로 나온 김태홍이 누군가와 통화중이다.[마음은 이해하는데, 이거 무리라고요. 아무리 봐도!]

수화기 너머로 장영실 소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참을 듣고 있던 김태홍이 입을 뗀다.

“소장님.”

[예?]

결연한 표정의 태홍.

“저 서울 가면, 양꼬치에 쏘주나 한잔 때립시다.”

[예에?!]

그러고는 전화를 뚝. 끊어버리는 태홍.

같은 시각 수호헌터부 지하 연구실.

“어우 씨! 이놈의 문과생들!!”

쿵!

태홍이 일반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 장영실 소장이 열이 뻗쳐서 책상을 발로 찬다.

그러고는 바로 직후에, 책상형 케이스에 들어있는 컴퓨터가 걱정되어 이리저리 살핀다.

“왜요, 그렇게 말도 안 돼는 상황이에요?”

예의 탕비실 믹스커피를 탄 머그를 홀짝이는 차혜진이 다가온다.

또 집에 몇일 가지 못 한 건지 부스스한 느낌.

연구실 복을 껄렁하게 입고 머리띠로 떡 진 머리를 뒤로 넘겨 놨다.

“참 나. 숫자를 보여줘도 알아먹는 사람이 없다니까!”

갑갑하다는 듯 모니터 양쪽에 표를 띄워 보여주는 장영실 소장.

“저쪽이 메피스토펠레스랑 싸울 때 발생한 총 마나양. 그리고 이쪽이 중국군 추산 마나.”

“천 오백만MMP 대...”

무심하게 커피를 기울이던 차혜진의 손이 멈춘다.

“300억MMP...?”

눈을 끔뻑인다.

“진심 이예요?!”

“그렇다니까!”

악마들이 서울을 침공했을 때.

피의 군주 메피스토 펠레스와 싸우던 칠성.

그 칠성이 입고 있던 마나체인저를 통해 추산한.

칠성이 메피스토를 쓰러뜨리는 데 사용한 마나.

온갖 마법을 난사하고,

막판에는 유성까지 조종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된 마나는 고작 1500만 MMP.

하지만, 수헌부의 수정구가 감지한 댜오위다오와 모스크바에서 발생했던 마나들.

그리고 각종 자료들로 역추산한 현재 중국군의 최대 전력은 무려 300억 MMP에 달하고 있었다.

이 두 개의 차이가 보여주는 결과는 명백하게도,

“자살행위잖아요.”

차혜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컴퓨터를 이리저리 조작하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니까!”

장영실 소장이 이제야 말이 통하는 상대가 나타났다는 듯 한탄을 하며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래도 무언가 생각이 있겠죠. 승산은....”

1500만 MMP 수준의 전투도 오롯이 칠성의 손에 맡기고서야 해냈던 헌터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300억 MMP에 달하는 군세를 막아 낼 가능성 이란 것은 ....

“제로야. 이쑤시개로 소총부대를 이길 순 없어.”

벌레처럼. 간단히 짓밟힐 것 이다.

“왜... 왜 이런 짓들을 하는 거예요.”

“...‘그럼에도 가야된다.’ 라고 하던데.”

자기도 이제는 모르겠다는 듯,

의자에 허리를 기울이는 장영실 소장.

“숫자로 알려줘서 그런가? 문과생 놈들. 절명시絶命時 같은 거라도 써서 알려줬어야 하나?”

“...아니, 절명시 그건 이 상황에서 쓰시면 안 되는 거 고요. 그러는 소장님은 왜 피난 안 가셨어요?”

“응?”

“서울은 소장님이 예상한 예측 피해범위잖아요?”

“그거야~ 300억 MMP 짜리 역사적인 충돌이야. 이런 희귀한 자료 기록 타이밍을 놓칠 수야 없지!”

그러면서 키보드로 손을 뻗는 장소장.

장소장의 눈에서 불꽃이 타오른다.

“풉.”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도 안 돼는 소장의 대답에 자기도 모르게 들이키던 커피를 조금 뿜은 차혜진.

그리고는 참으려는 듯 입을 가리고서 뒤 돌아서도 끝없이 낄낄댄다.

‘아 귀여워.’

본인이 싫어 할 테니 입 밖으로 꺼내 지야 않았지만.

저래서야 문과생들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대책이 없는 건 아니고. 여차하면 헌특부 결계를 지하실에만 집중 시킬 거야. 건물 자체를 위장 마법으로 감추어 버릴 거고. 그럼 차라리 어지간한 곳 보다야 안전하겠지.”

줄줄줄 계획을 읊던 장소장.

의자를 돌려 차혜진을 보며 묻는다.

“그러는 차혜진 씨는 왜 피난 안 갔는데?”

넓디넓은 랩실.

차혜진과 장영실을 빼곤 아무도 없이 텅 비어있다.

“응? 아. 저야 뭐 부모님은 거제도 계시니까. 더 이상 피난 갈 곳도 없으시고...”

어깨를 으쓱 하는 차혜진.

“누구 한명은 소장님 어시 해 드려야죠.”

“너도 참 너다.”

“저도 참 저죠.”

킥킥대는 차혜진.

* * *

다시, 김태홍과 헌터들이 있는 DMZ 인근.

전망대 부근.

그림같이 예쁜 날씨.

그림 같은 집이라도 짓고 싶은 청명한 푸른 풀빛들.

너른 평원 다음엔 산들이 옹기종기 산맥을 이루듯 지평선을 가리고 있었다.

전쟁의 참상이 만들어 낸 공간이라기엔 너무나도 동화적으로 아름다운 풍경.

쿵! 타탁!

쿠쿵!

저 멀리 산 너머에서, 하늘을 울리는 폭음이 띄엄띄엄 들려온다.

“무슨 소리지?”

김태홍이 물어보자 지우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산 너머를 바라보더니 대답한다.

“글쎄, 지뢰 인 거 아닐까?”

비무장 지대 DMZ 에는 지뢰가 묻혀져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럼 뭔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소리.

그리고 그들의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들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산을 타고, 무언가가 넘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고작 서, 너 발자국 만에 산 능선 너머에서 덩치를 드러낼 정도로 거대한 그것.

“키에에에에에에에엑!!”

천지를 울리는 괴음.

“젠장! 이, 이런 게?!”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적의 등장과 동시에, 격렬한 패닉에 빠져든 헌터들.

너무나도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그들의 적.

그것은 그들의 운명론적 적 인 존재였다.

바로 그들 자신에게, 헌터라는 이름을 부여하게 만든. 존재론적인 적.

산의 크기에 가까운, 거대화된 실체화 몬스터들이 지평선 가득히 산을 넘어 이쪽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야 이해 할 수 있었다.

어떻게 중국군의 마나측정이 그렇게까지 터무니없는 높은 수치가 나왔는지.

그리고 그들이 지나간 전장이 왜 그리도 상식 밖의 참혹한 풍경이었는지.

각종 인권단체에서 비난을 받고,

중국의 잔학행위가 예전 징키스칸의 전략을 모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곤 했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군사로 쓰기위해,

절대로 이 세상에 있으면 안 될 것 들을 불러낸 것 이다.

어떠한 방법인진 몰라도 자신들을 위해 싸울 수족으로 바꾸어 놓은 채!

그 잔혹성은 그들의 계산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다루는 몬스터들의 잔혹성 이었을 뿐.

“젠장! 어떻게 해야 돼?!”

“제기랄! 꼼짝없이 다 죽게 생겼구만!”

누구보다도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

헌터들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최선의 판단이었지만.

몬스터를 잘 아는 만큼, 그들은 실체화 몬스터가 어떤 의미인지도 피부로 겪어서 알고 있었다.

단 한 마리만 등장해도 재앙. 그 자체인 실체화 몬스터.

단 한번만 마주쳐도 다시는 헌터활동을 하지 못 하게 될 수 있을 정도로, 헌터들의 악몽이자 트라우마적 존재.

그것이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 십 마리가 동시에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 이다.

문자 그대로 최악의 악몽.

500억 이란 압도적 숫자 앞에서도 태연했던 헌터들이 붕괴하고 있었다.

* * *

다시 시간을 약간만 돌려 제주도의 김칠성.

“이게 뭐야...?”

한솜이가 티비에 틀어준 것은 영화나 TV프로 같은 게 아니었다.

흔들리는 캠코더로 촬영된 영상.

부담스럽게 줌인 되어있던 남자의 얼굴이 멀어지며 줌이 조절된다.

[됐다. 됐네.]

그리고는 돌아가는 카메라.

비춰지는 풍경은 수헌부 사무실 풍경이다.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

누군가가 해피버스데이가 적힌 파티 문구를 어딘가로 옮겨가고, 누군가는 커다란 생크림 케이크를 나르고 있다.

[저기요! 한솜이씨!]

[네?]

그리고 역시 서툰 카메라맨 덕분에 갑자기 화면 속 으로 확 들이밀어지는 한솜이.

[비디오 찍고 있거든요! 장관님한테 영상편지 한번 하시죠!]

[네에?!]

민망한 듯 도망치는 한솜이.

웃으면서 피하려는 한솜이를 집요하게 좇는 카메라.

[아 한마디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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