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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집행 흑마법사-86화 (86/145)

# 86

S4 : 5화

쿠르르르르륵-!

굉음과 함께 눈앞에서 일어난 거대한 백색의 암석 덩어리들이 마치 인간 같은 형체를 갖추었다.

높이만 20M는 될 것 같은 거인.

마나로 움직이는 공학 병기. 골렘이다.

“이~ 야. 준비 많이 하셨네~”

칠성이 그렇게 말하며 혀를 찼다.

과거 동료였던 란돌프를 구하기 위해, 각지에서 몰려든 칠성과 사천왕의 나머지 맴버들.

이들의 완숙한 무력 앞에 페젤론 국 인간 병사들의 방어선은 무력하게 뚫렸다.

애초에 그들을 대비하고 병력을 증원하거나 대비해 둔 것 같지도 않았다.

매우 무력하게 길을 내어준 성벽.

나머지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침입, 전쟁이라기보다는 쾌속 질주.

그들은 뚫린 고속도르를 달리듯 란돌프가 끌려간 것 으로 추정되는 페젤론의 왕성 앞 까지 당도했고.

바로 그 왕성 앞에서 그들을 맞은 것이 거대한 성기사들의 골렘병기, 3개의 거신과 그들을 향해 대포를 조준하고 있는 페젤론의 병사들이었다.

아마도 사천왕과 칠성의 목적지를 아는 그들이, 제대로된 방어선은 이곳으로 삼고 모든 전력을 이곳에 집중한 것 같았다.

“먼저들 들어가라.”

“칠성?!”

칠성이 그렇게 뱉자 엘시아가 칠성을 돌아보며 되물었다.

하지만 길카터는 칠성을 믿고 있었기에, 엘시아의 팔을 잡고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빨리 가서 란돌프부터 확보 해.”

칠성이 팔을 걷어붙인다.

귀족들이 입을법한 고풍스러운 비단옷의 소맷단이 어깨까지 끌어올려진다.

“안에서 보자!”

“그래.”

칠성을 제외한 나머지 사천왕 들이 성기사 들의 골렘 사이를 날듯이 주파해서 빠져나간다.

순식간인 그들의 움직임에 인간들의 진영이 술렁일 때.

칠성이 시동어를 읊는다.

“*어둠의거인*”

쿠구구구구구구국-----.

님프족 특유의 영혼공학 기술에 의해 칠성의 영혼의 경계 속 숨어있던 거대한 골렘 거신병기.

어둠의 거인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트드드득----.

서서히 물리적인 세계로 진입하는 어둠의 거인.

성기사들의 거신병기 보다도 더 큰 35M 정도 크기.

“마...말도 안 돼.”

“왜 저렇게 크냐고...?”

그 실체가 드러남과 동시에 서서히, 적들의 눈에는 어둠의 거인이 해를 집어 삼키는 것처럼.

청명했던 하늘을 어둠으로 가리고 그림자를 드리우게 만든 것처럼 보이는 때.

쿵!

어둠의 거인의 두 발이 대지를 울렸다.

“니들 상대는 이쪽이야!!”

칠성의 일갈.

“크읏!”

자신들은 백여명, 비장의 무기인 성기사단의 거신 병기까지 세대를 동원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천왕과 마왕, 아니 이종족 전체는커녕.

고작 김칠성이라는 존재 하나에 목숨의 위협까지 느껴지다니!

그 분함에 으득 이를 갈며 모든 전력을 칠성을 향해 조준하는 인간군.

“뭣들 하느냐!! 발포하라!”

“발포하라!!”

“와아아!!”

기기기긱-!

단 한발 만으로도 성벽을 날려버릴 수 있는 페젤론 국 비장의 화포 수 십 대가 칠성을 향해 장전한다.

“*소울콜렉터*”

칠성이 어둠의 거인이 만들어 낸 그림자를 향해 손을 뻗으며 시동어를 읊는다.

파칙!파칙! 파지지직-!

그러자, 너무 높은 밀도의 흑마법이 시전 될 때만 일어나는 특유의 붉은 스파크와 함께 어둠속에서 검은 검신의 검이 불쑥 솟아난다.

소울콜렉터를 그림자로부터 뽑아든 칠성.

“덤벼!!”

콰카카캉!

칠성의 말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수 십 개의 대포가 불을 뿜는다.

* * *

어둠속의 어딘가.

희미한 조명 아래로, 원탁을 중심으로 앉은 두 남자.

“우리는 이제 대륙의 패권을 우리 손으로 되찾아 오려고 합니다.”

달그락.

따듯한 술잔이 오간다.

“그러시군요.”

그의 앞에는 압도적으로 큰 덩치의 남자가 그의 말을 경청해 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대상은 누가 뭐래도 대마왕 김칠성. 그리고 사천왕이겠지요.”

“옳으신 결정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준비를 했다곤 쳐도, 쓸데없는 희생을 최대한 줄이는 게 가장 좋으니까요.”

“걱정 하실 것 없습니다. 그들을 가장 잘 아는 건 저니까요.”

술잔을 받아들었던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술잔을 원탁위에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먼저 타락한 영웅 이라고 불리는 엘프 검사 길카터....”

자신들의 앞을 막아선 성기사들의 골렘과, 페젤론의 군단을 칠성에게 맡겨두고 왕성으로 들어온 사천왕.

이상하게, 평소엔 그럴 리가 없것만, 평소완 다르게 조명 한 점 없이 어둠속에 빠져있는 왕성.

꿈틀.

바로 그때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사천왕의 등 뒤에서 움직이는 무언가.

흠칫!

“핫!”

길카터가 순간 그것의 기척을 감지하고 반사적으로 검을 휘두른다.

성겅!

《길카터의 엄청난 반사 신경과, 망설임 없는 반격은 그를 수 백대 일의 전장에서도 승리하는 검신으로 만들어 주었고, 수 도 없는 세월동안 그의 목숨을 무수히 구해 주었습니다만...》

길카터가 잘라낸 것은 칼을 든 인간족의 검사...

가 아니다.

꿀렁 꿀렁.

촤악!

인간 형태로 뭉쳐져 있던 슬라임이 길카터의 검격에 분열하며 진액을 길카터에게 쏟아 붓곤 죽어버린다.

“길카터!”

비명을 지르는 엘시아.

반짝 반짝 반짝...

무언가 반짝거리는 자그마한 돌덩이들을 품고 있는 슬라임의 진액이 길카터의 몸 곳곳으로 스며들어간다.

“크윽! 이게 도대체....”

피슉! 피슈슉!

눈 깜짝 할 사이에, 슬라임의 진액이 품고 있던 자그마한 돌덩이들이 살아있는 생물이라도 된 양 길카터의 몸 곳곳을 찔러 들어간다.

“커헉!”

순식간에 쓰러져버리는 길카터.

《이번에도 과연 그의 목숨을 지켜줄 수 있을까요?》

“이, 이런! 맹독이야!”

님프족 어둠의사제, 라테일이 길카터의 맥을 짚어보며 말했다.

손톱만한 맹독 벌레들을 품고 있던 합성 슬라임.

함정이다.

《다음은 나이트 엘프, 암살자로 유명한 엘시아. 달빛같이 빛나는 그녀의 단검은 모든 것을 베어냅니다.》

“칫!”

엘시아가 혀를 차고는 잽싸게 전방에 나타난 적들을 향해 달려든다.

스윽.

하지만, 진즉 적의 목을 베어내었어야 할 그녀의 단검이 허공에서, 정확히는 적의 목에 약간의 상처를 낸 지점에서 멈추어버린다.

“어떻게....”

《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병사들은 베어내지 못 할 겁니다. 》

“왜... 어떻게... 너희는...?”

충격으로 물드는 엘시아의 눈망을.

그녀의 칼끝에 제국의 갑옷을 입고 있는 적들은.

다름 아닌 나이트엘프 청년들이다.

멸망한 왕국으로부터 도망친 나이트 엘프는 고작 열댓명.

그 뒤 수 백년이 흘러 30여명으로 늘어났지만.

그 뒤에 태어난 아이들은 아직 한참은 꼬마.

이 청년들은 도대체...

“당신은 우리들을 버리고 도망쳤지!”

악에 받쳐서 울부짖는 나이트 엘프 청년.

“아...아니야...”

엘시아의 떨리는 손이, 나이트 엘프 청년이 찔러 넣은.

그리고 자신의 복부를 관통하고 있는 창을 붙잡는다.

“우리..우리는 그런 게, 우리는 너희가...몰랐.”

“변명하지. 마!!”

엘시아의 복부를 더욱더 파고드는 창.

엘시아를 찌른 나이트엘프 청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들 사이엔 약간의 오해가 있지만, 우리가 풀어줄 필요야 없지요.》

“네 이놈들!!”

길카터에 이어 엘시아가 쓰러지자 분개한 라테일.

그녀의 소매 안에서 튀어나온 정육면체의 상자 두개가 순식간에 사람 크기 만한 전투형 골렘이 된다.

빼쭉한 다리와 팔을 가지고 있는 전투형 골렘들이 페젤론국 병사들을 향해서 덤벼든다.

《님프족들은 조심성이 너무 많아요, 골렘은 틀림없이 강력한 병기이지만.》

투타타탁!

인간 병사들을 향해 덤벼드는 골렘,

방패를 치켜올리며 잔뜩 위축된 병사들.

그사이로 손을 뻗어 올린 인간 마법사가 무언가 주문 같은 것을 외친다.

“*△※▶@§★☆*!”

와장창!!

순식간에, 마치 몸을 고정하고 있던 나사가 전부 풀려버린 로봇처럼 수십 수 백개의 부품으로 스스로 분해되어 바닥에 흩뿌려지는 두 개의 전투형 골렘.

《조심성이 많은 님프족 덕분에, 무인 골렘엔 해체를 명령하는 고유코드가 있답니다. 적의 손에 들어갔을 때를 방지하기 위함이죠. 아, 물론 라테일이 쓰는 무인 골렘의 비밀코드는 제가 알고 있고요.》

“너...너희가 그걸 어떻게!”

분함에 얼굴이 일그러지는 라테일.

《라테일 본인은 그렇게 걱정하실 것 도 없습니다. 길카터의 경우엔 워낙 오래 사는 엘프족이기에, 겉모습은 노인이래도 아직 한참 수명이 남았습니다만... 님프족은 수명이 그렇게까지 길진 않죠, 인간으로 치면 라테일은 90살이 넘은 중노인... 걷고 숨을 쉬는 것도 무리일 겁니다.》

인간 군대와의 혈투.

오열하며 무릎을 꿇는 라테일.

“네 이놈드으을..!!”

* * *

덜컹!

끼이익-.

슈우우우우우....

“......뭐야.”

동료들을 미리 보낸 뒤, 대군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왕성으로 들어온 칠성이 나무문을 부수고 들어와 본 것은, 생각과는 전혀 다른 참혹한 관경이었다.

쓰러진 동료들.

“뭐야! 무슨 일 이야!”

칠성이 쓰러져있는 길카터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길카터는 아슬아슬한 숨을 내 쉬고 있을 뿐.

칠성의 말에 대답조차 하지 못 했다.

“길카터!!”

툭.

칠성이 들어 올렸던 길카터의 몸이 힘없이 늘어져버린다.

“젠장! 뭐야, 뭐에 당한거야 도대체!”

이럴 리가 없다.

이다지도 간단하게 당할 녀석들이 아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믿고 한시라도 란돌프를 빨리 구하라고 보낸 것 인데...

“엘시아!”

엘시아 역시 이미 숨이 끊어진 이후였다.

“칠성...”

미약한 음성이 뒤에서 들려왔다.

흠칫 놀란 칠성.

“라테일.”

라테일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아보였다.

라테일의 손을 부여잡은 칠성.

“칠성아....”

“말 하지마! 상처가 심해.”

안타까운 응급처치를 계속하는 칠성의 손을 포개 잡은 라테일.

“미안하다... 칠성아. 누구보다 마음이 약한 너 인데...괜히 우리 싸움에 너를 끌어들여서.”

“한 마디만 더 해 봐! 죽여 버릴 테니까!”

칠성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누구보다 오래 살아가야할 너인데...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게 이런 모습이라... 미안해.”

“닥쳐!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살어, 살아서....”

라테일의 손이 칠성의 턱선을 감싸 안는다.

“사람을 미워하면 안 돼 칠성아.”

칠성이 가지고 있는 힘을 알고 있기에, 그리고 그들의 죽음이 칠성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 인지를 알고 있기에 걱정하는 라테일.

그런 라테일의 손이, 칠성의 볼에서 힘없이 떨어진다.

“라테일!!!”

절규하는 칠성.

부들부들 떨리는 양손으로, 라테일의 시신을 수습 해 두고.

서서히 일어난다.

“사람은 안 미워해....”

그리고는 말없이, 저 먼 기둥 뒤를 노려보는 칠성.

때가 되었다는 듯,

기둥 뒤에 숨어있던 거대한 덩치의 남자가 슬쩍 모습을 드러낸다.

근육질의 사내, 바슈족의 리더이자 칠성의 과거 동료였던 란돌프가 자신 만만한 모습으로, 팔짱을 낀 채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엔 인간의 군사들이 란돌프를 호위하듯 그 주변을 둘러싼다.

“니 새끼가 사람이냐?”

칠성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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