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80화 (80/145)

# 80

S3 : 35화

놀이공원.

어린이들의 로망, 꿈과 희망의 놀이동산 인 만큼 주 고객 은 어린이들!

이여야 하 것만.

놀이공원에서 상당히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급식 먹는 학생들과 더불어-.

“방 잡아라!”

한손으론 눈을 가린 채,

손에 쥔 아이스크림을 뭉개며 분개하는 남자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 하고 소리 질렀다.

...더불어 이런 피해자들을 양성하고 다니는 주범들. 커플들이 있는 것 이다.

그리고 이 보기만 해도 눈꼴 신 커플들의 행렬에.

“에헤헤헤.”

“저거타요 저거!”

“꺄르륵”

지우혁과 하나경 커플도 끼어 있었다.

서로 꺄르륵 거리며 놀이기구를 가리키더니 뛰어가는 두 사람.

360도로 회전하는 구간이 있는 청룡열차를 탄 두 사람이 소리를 지른다.

“으악!”

“아하하하.”

정확히는 지우혁만.

이어지는 각종 놀이기구.

“끄아아악!!”

“킥킥킥킥...”

자이로 드롭도, 이-글 익스프레스도, 후르츠 라이드도 소리를 지르는 쪽은 지우혁, 하나경은 그 옆에서 그런 지우혁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웃기만 한다.

“후우! 살겠다.”

간신히 벤치에 앉아 숨을 돌리는 지우혁.

“무슨 남자가 그래요?”

하나경이 알록달록한 하늘색 음료가 들어찬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내민다.

“심지어 헌터잖아요 헌터!”

놀리듯이 싱글방글 웃는 하나경.

컵에 꽂혀있는 빨대로 음료를 한번 쭉 빤 지우혁.

“아니, 그건 거고! 이건 무섭다고요.”

“킥킥킥.”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키득대는 하나경.

그런 하나경의 눈에는 지우혁은 귀여울 따름이다.

그렇게 무서운 괴물들을 상대로도 당당하던 사람이, 고작 놀이기구에 떤다니.

하지만 그래서 더욱...

‘안 무서운 게... 아니었겠지.’

당연히도, 그때, 자신의 앞에 서 악마의 공격을 막아 준 지우혁에 대한 기억이 뭉클 해 지는 것 이다.

“밥 먹으러 갈래요? 내가 사 줄게요.”

“좋죠!”

하나경의 말에 옳다구나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지우혁.

놀이공원 근처의 식당.

“우혁씨.”

조심스럽게 부르는 하나경.

“네?”

입 안 가득 카레 오므라이스를 넣고 있던 지우혁이 우물거리며 대답한다.

“헌터 그만두면 안 돼요? 위험한 일 하는 거 못 보겠어요.”

무리한 말 인 건 하나경도 안다.

갑자기 남의 인생에 끼어들어 그가 수년째 해오는 일을 하지 마라, 해라, 하는 것도 웃기다.

하지만 하나경은 헌터의 실상을 두 눈으로 봤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진짜 괴물들과의 싸움을.

아마도 지우혁은 매번 해왔을 것 이고, 앞으로도 계속하게 될 것 이다.

헌터들의 사망자 통계를 뉴스 자료화면 같은 것으로 볼 땐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는 게 맞다.

하지만 이제 하나경은, 헌터 사망자 목록에서 지우혁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면,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제대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것이 외모만큼이나 솜사탕 같이 여린 그녀의 마음 때문이라 해도 말 이다.

가만히 하나경의 말을 곱씹던 지우혁.

씹는 속도가 느려진다.

사실은 좀 충격을 받았다.

헌터가 된 뒤로 자기 자신도, 그리고 자기를 보는 사람들도 자신을 헌터 이외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조금 과장이지만.

그리고 그것의 가장 큰 이유는.

“그럼 돈을 못 벌잖아요.”

그래서 지우혁의 심경은 무진장 복잡함에도 불구, 대답은 이토록 심플했던 것 이다.

“내가 먹여 살릴게요! 우혁씨 하나 정도야!”

그러면서 팔을 걷어 뽀빠이 같은 포즈를 취해 보이는 하나경.

그런 하나경을 잠시 보던 지우혁.

“풉.”

“응? 왜 웃어요.”

“큭큭큭큭....”

하나경이 물어도 대꾸가 없는 지우혁.

웃음이 멈추지가 않는다.

이제야 알겠다.

그냥 멍청한 건 자기 하나였다.

그보다도 이 여자는 왜 이렇게 귀엽냔 말이다.

“결혼 할래요?”불쑥 뱉은 지우혁.

“네에?”

벙찐 하나경.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키득거리며 웃는 두 사람.

꽃길만 걸었으면 싶은 두 커플이다.

* * *

“이예쓰!! 대박!”

박지민이 양 주먹을 쥐고 소리 질렀다.

“야 조용히 해 조용히!”

차량 안. 박인규의 잔소리에 무릎 사이에 고개를 처박은 박지민이 새된 소리를 낸다.

“대바아악-!”

“크크크. 좋냐?”

그들이 취재를 마치고 온 것은 해양 수산부 차관이었다.

“좋죠!”

지민이 벼르고 벼르던 일이다.

그동안 그렇게 부장에게 하게 해 달라고 했던 일.

막상 앞 뒤 안 가리고 들이닥쳐 보니,

수산부 차관은 너무나도 쉽게 취재에 응해 주었고.

[그것은 이제, 뭐 불법적인 접대다... 이런 것이 아니고 , 해당 업체 사장님, CEO 님이 장관님의 지인이셔요. 그러셔서...]

“와... 진짜 이게 이렇게 되네.”

함께 보고 있던 태완이 기가 막히다는 듯 입을 벌린다.

박인규가 카메라로 자신을 정면으로 찍지 않고, 슬며시 그저 테이블 위에 얹어 두자 방심해서 일까.

차관은 지민의 질문에 둘러대다 결정적인 실수까지 해 주었다.

“꺄아~”

카메라로 화면을 돌려보던 지민이 다시 좋아서 얼굴을 가리며 비명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숙원을 푼 지민.

“선배. 다음거도 같이해요.”

“뭔데?”

“선배가 좋아 할 거.”

“짜식, 나 비싼 몸이거든?”

“다음 거 철민 선배 하려고.”

이어진 지민의 말에, 벨트를 채우던 박인규의 손길이 느려진다.

찰각.

지민을 지긋이 쳐다보는 박인규.

“믿을 만한 제보가 있어요. 당연히 같이 해야죠?”

웃으며 올라가던 박인규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잽싸게 고개를 돌려 지민의 눈을 피해 눈물을 닦는다.

“진짜에요 누나?”

깜짝 놀라 되묻는 태완.

“하는 거죠 선배?”

“당연한 걸 뭘 물어.”

깔끔하게 대답한 뒤 자동차 기어를 넣는 박인규.

출발하는 자동차.

태완이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낸다.

자동차 좌석 바닥에 있던, 일전에 지민이 한 무더기 사다 주었던 캔커피다.

“누나도?”

운전석의 박인규에게 하나 건네고, 지민에게 하나 건네는 태완.

“응.”

캔 커피를 받아 든 지민이 커피를 홀짝거린다.

“어? 그러고 보니까 누나 커피 안 먹는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안 먹어.”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박지민.

캔커피를 마시는 지민.

그런 모습을 백미러를 통해 보고, 슬쩍 웃는 박인규.

편의점이나 자판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싸구려 커피는.

달고도 달았다.

보여주기 용 미소가 아닌,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가 지민의 얼굴을 채웠다.

* * *

그리고, 청와대.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하시리라 생각하십니까?”

“걱정 해 주시긴요, 이런 짓 안 해도 무사 못했었는데요.”

대통령을 향해 반 협박을 하고 있는 것 은 다름 아닌 칠성이었다.

칠성 뿐 만 아니었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한 청와대 곳곳을 점거하고 있는 것은 무장하고 있는 수헌부 직원들.

정확히는 대한민국 수호 헌터부 산하 레이드 팀에 소속 되어있는 헌터들.

그리고 헌터와 준 헌터들로 구성된 제압팀의 요원들 이었다.

청와대의 경호 인력, 그리고 비서실 인력은 이미 수헌부 사람들에게 제압된 지 오래였다.

“이해가 안 되신 겁니까? 제가 원하는 건 아주 간단 한 건데요.”

“그게 간단 하다고요?”

“예. 국방부를 해체 해 산하 기관들을 대한민국 수호*헌터부의 산하 기관들로 흡수시켜 달라. 뭐 복잡한 거 있습니까?”

“...별 미친 새끼가!”

칠성이 청산유수로 뱉어내는 뻔뻔한 요청에 대통령이 한치도 숨기지 않고 공격적인 욕설을 내뱉었다.

말이 안 되는 짓을 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법도가 없다.

“제대로만 굴러 가면, 제가 이런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하지만 칠성 입장에선 당연하다면 당연한 요청이었다.

“말이 안 되는 짓을 한 건 국방부죠. 물론 뭐 주도야 육군이 한 겁니다만 그렇다 쳐도요.”

칠성은 담배를 하나 불붙여 꼬나물고, 양손을 주머니에 꼽은 채 대통령 집무실의 책상에 낼름 올라가 앉으며 말을 이었다.

“수헌부 견제하고 악마군단을 소환해. 이거부터가 말이 안 되죠. 막말로 제가 없었으면 대한민국은커녕 지구가 위험했던 상황입니다. 감이 잡히세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천만 다행의 행운으로 대한민국에 지금 칠성이 있기에망정이지, 만약 칠성이란 존재. 대체할 사람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이어 지구 전체는 순식간에 메피스토의 군단의 손아귀에 넘어갔을 터 였다.

“그렇다고 해서- ”

“거기까지도 그렇다고 칩시다. 정말 천만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쳐요. 잘 모를 수 도 있으니까.”

대통령의 말을 칠성이 가로챈다.

“그러고 나서 일 잘 안 풀리니까, 증거 지우겠다고 서울을 폭격하려고 하질 않나. 남한테 누명을 씌우질 않나....”

“...그래요, 그건 유감입니다.”

계속되는 칠성의 푸념에 대통령도 씁쓸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주억인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 모양이다.

“그럼 제 말대로 되도록 추진 해 주시는 겁니다?”

“왜요, 기왕 이렇게 된 것 쿠데타라도 일으키셔서 독제라도 하시지요?”

대통령의 얼굴에 자조적인 미소가 올라갔다.

이런 식 이라면 자신은 그저 칠성의 허수아비, 그 이상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저 독대를 청해도 될 것을 이렇게 손쉽게 소수 인력으로 청와대를 무력화 시킨 것은, 그것 자체로도 일종의 협박이다.

언제든지 자신의 안위는 칠성의 손바닥 위라는 것을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

설사 그게 사실이라 해도 대통령 입장에선 자존심에 심각한 손상이었다.

“당연히 그럴 계획이죠. 대통령님께서 ok 안 하시면요.”

“그렇습니까....”

발을 뺄 줄 알았던 칠성은 그러나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 해 보이며 대답했다.

“안 그럼 제가 미쳤습니까? 괜히 청와대 점거까지 하게요.”

“후...”

“어쨌든 저 권력욕 없는 것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해 주실 거죠?”

자신의 허수아비가 되어달란 말 이다.

그리고, 칠성도 알고, 대통령도 알고 있듯 대통령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물론입니다.”

마지못해 떨떠름한 고개를 주억여 보이는 대통령.

국회는 그의 오른팔들이 휘두르고 있고, 사실상 국민들의 국가,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극단적인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그의 정당은 그로 하여금 사실상 독재자와 같은 권력을 휘두르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가 추진하면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일 이라도 가능하다.

그것을 알기에 칠성은 마치 도깨비 방망이처럼 대통령을 휘두르는 것 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칠성이 대통령의 어깨를 툭툭 친다.

자리를 뜨는 칠성.

“연임캠프에 제가 폼으로 있는건 아니죠. 전 다음 대통령도 대통령님 밀어드릴 생각이니까요. 아무 생각 마시고 제가 시키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대통령님께서 말 하셨듯, 시대의 영웅. 김칠성 아닙니까?”

“후...”

“머리 비우시고.”

칠성의 담배가 허공을 가르고, 대통령 뒤편에 있던 대통령의 책장으로 향한다.

화르르륵!

순식간에 담뱃불이 옮겨 붙은 책장이 마법처럼 확 타오른다.

놀란 대통령이 책장을 돌아본다.

마치 마법같이 책장에서만 머물며 화려하게 타오르는 불꽃.

그 불꽃을 배경으로 한솜이를 비롯한 헌터들이 발길을 떠나는 칠성의 등 뒤를 따른다.

칠성의 행보가 계속되고, 청와대 밖으로 이어지고, 길을 걸어갈수록 주변에 대기 중 이던 수많은 헌터들과, 요원들이 뒤 따라 붙어 거대한 행렬을 이루었다.

그들의 등 뒤로 뜬금없이 청와대 잔디밭에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시대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S3 / 마침.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