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74화 (74/145)

# 74

S3 : 29화

치치치치치칙-.

허공에서 저절로 작성된 어둠의 계약서가 칠성의 앞으로 유영하듯 허공을 미끌어져 왔다.

“흠.”

내용을 살피는 칠성.

간단한 내용의 계약서다.

1. 킹메이커 죠죠는 흑마법사 김칠성에게 주문 추적자(마왕의눈) 이식을 해 준다.

2. 킹메이커 죠죠는 이식 과정 중 흑마법사 김칠성에게 어떠한 위해도 끼치지 않는다.

3. 흑마법사 김칠성은 킹메이커 죠죠가 마계로 돌아갈 때까지 그의 신변을 보장한다.

4. 계약의 조건을 어길 경우 상대방에게 자신의 영혼을 양도한다.

지극히 일반적인 마계의 계약서. 하지만.

“야, 똑바로 안 써? 기간 안 써 기간, 새끼야?”

“아차, 이거 깜빡 했군....”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계약서를 되받은 죠죠의 눈동자가 심히 흔들렸다.

얄팍하게 한번 쳐 본 사기가 대번에 걸린 것 이다.

“흠.”

수정된 계약서를 훑어본 칠성이 자신의 엄지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 지장을 찍었다.

조조 역시 자신의 한쪽 손톱으로 다른 쪽 엄지를 그어 피를 낸 장을 박아 넣었다.

계약서가 시공이 일그러지듯 거대한 마법의 폭풍우와 함께 일그러져 하나의 구체가 되더니 양편으로 나누어 져 두 사람의 심장을 향해 부드럽게 쑥 들어갔다.

“좋아. 계약 성립이지.”

“그렇다. 계약대로 바로 시작하겠다.”

죠죠가 자신의 손톱으로 마왕의 눈을 짚어 들어올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칠성의 눈가로 가져갔다.

그냥 눈에 넣는 것 이 아니었다.

영혼병기 중 하나인 ‘주문 추적자’ 속칭 ‘마왕의 눈’은 영혼에 가까운 물질인 에테리얼로 만들어져 있었다.

죠죠는 그 에테리얼 물질을 칠성의 영혼에 덧씌우는 작업을 해 주는 중 이었다.

죠죠의 손톱이 칠성의 눈가 근처에서 거두어졌다.

칠성이 눈을 끔뻑였다.

징-.

잠깐 동안, 칠성의 양쪽 눈이 짙은 보랏빛으로 타오르다 잦아들었다.

“주문 추적자의 존재를 떠올리면서 충분한 흑마나를 끌어올리면 저절로 발동 될 걸세.”

“음, 그래.”

지금 당장은 성기사들이 심어둔 족쇄 덕분에 영혼병기를 만족시킬만한 흑마나를 끌어올리기 힘들지만, 차후에라도 유용하게 쓸 순간이 있을 것 이다.

애초에 주문추적자가 아니라도, 영혼병기라는 것 자체가 나라 하나를 주고서라도 못 얻어서 안달인 물건들 이었다.

녀석의 목숨 값으론 충분한 가치가 있다.

라고 생각한 칠성.

“아! 그런데, 이건 어떻게 안 되냐?”

그렇게 말하며 칠성은 자신의 팔목을 드밀었다.

죠죠는 영혼을 조작하는 기술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성기사들이 채워둔 족쇄도 어떻게 되지 않을까? 무식하게 터뜨리는 방법 말고도 말이다.

“으흠... 특이한 물건이군.”

“서비스로 해 줘. 서비스.”

죠죠는 유심히 칠성의 팔목 부근에 영혼에 심어져 있는 황금의 고리를 유심히 살폈다.

“흐으음....”

눈을 가늘게 뜬 죠죠가 자신의 손톱을 칠성의 손목으로 가져간 그때였다.

-치치치치칙!!!!!

“크읏!!”

죠죠가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손을 감싸 쥐었다.

죠죠가 성기사들의 황금의 고리를 조작하려는 순간, 고리가 황금의 물결로 타오르며 오히려 죠죠의 손가락을 불태워버렸다.

“이...이런, 보통 물건이 아니구만.”

죠죠의 왼손의 중지와 검지가 완전히 날아간 상태였다.

다급히 재생의 화염을 불러 일으켰지만 무언가 막히기라도 한 듯 재생은 한없이 더디기만 했다.

“흐음... 그렇단 말 이지. 알았다.”

칠성이 아쉬운 표정으로 손목을 비비는 사이, 죠죠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아니? 저 아이....”

죠죠가 보고 있는 것은 칠성과 계약한 서큐버스, 코코였다.

“너도냐~?”

칠성이 인상을 찌푸리거나 말거나, 죠죠는 코코에게 손짓했다.

“이리 와 보거라.”

“응?”

팔짱을 낀 채로 하이힐을 또각 거리며 다가온 코코.

“영감님은 내 스타일 아닌데~?”

“잔소리 말고, 여기.”

“어?! 아이 왜 이러는...!”

잽싸게 코코를 꿇어 앉혀, 뒷 머리칼을 들어 보이는 죠죠.

목 뒤에는 여우가 태양을 삼키고 있는 모양새의 문신이 세겨져 있다.

“역시나....”

죠죠의 눈빛이 흔들린다.

“칫!!”

코코가 잽싸게 일어나며 죠죠를 밀친다.

“미쳤어 영감?!”

평소와는 전혀 다른 코코.

그저 도도하게 쏘아붙이는 것이 아니다.

“뭐하는 영감인진 몰라도 그렇게 멋대로!”

악에 받쳐서 소리를 지르는 코코의 얼굴은 벌게졌고,

어찌나 흥분하며 열을 냈는지 눈가엔 눈물까지 한 점 맺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감정은,

수치심.

너무나도 엄청난 치부를 들켜버리기라도 한 듯, 자신의 목 뒤를 두 손으로 감싸고 열을 내는 코코.

“뭐 보태 준 것 있어?!”

“얘야.”

그런 코코에게 조용히 다시 손짓하며 달래는 죠죠.

코코를 어르고 달래, 다시 문신을 보이게 한다.

치칙, 치치치칙-.

마치 스티커를 떼어내듯, 자신의 엄지손톱으로 문신을 조금씩조금씩 밀어내는 죠죠.

“아바타지만, 영혼에 있는 것을 제거하는 것 이니 본체로 돌아가도 깨끗이 없어질 거다.”

아바타. 마계는 저차원의 세계.

메피스토의 군단은 지구의 정복을 위해 이례적으로 본체들이 직접 차원을 뛰어넘어 왔지만,

고차원의 세계로 소환될 때 저차원의 세계에선 보통 본체가 오는 것이 아닌 영혼만이 소환된다.

그 소환된 영혼에 계약자의 마나로 영혼의 몸, 영체를 만들어 소환되는 형태가 아바타.

일종의 분신이다.

“네가 부끄러워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코코의 문신, 아니 인장을 묵묵히 지워주던 죠죠가 입을 땠다.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마계다.”

왈칵.

죠죠의 그 말에 코코의 눈에서 눈물이 솟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필사적으로 숨을 죽이는 코코.

코코의 목 뒤에 있는 인장.

한때 노예사냥으로 유명했던 조직.

태양의여우의 심벌이었다.

마계의 치안은 극악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다.

모든 게 예언 이후에 발발한 일 이었다.

질서를 유지할 제대로 된 마신은 존재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세기말 예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마신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혼전의 시대에 수도 없는 마족이 희생당하고 있었다.

수 없는 멀쩡한 마족이 노예로 팔려 다녔다.

목 뒤에는 인장이 찍힌 채로.

“쪽팔리게 진짜!”

코코의 영혼에 찍혀있던 노예의 낙인이 모두 벗겨져 나갔다.

코코가 괜한 성을 내며 벌떡 일어나 칠성의 뒤로 숨었다.

“김칠성 이라고 했던가.”

“어.”

이제, 또 다른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칠성을 바라보는 죠죠.

영혼에 노예의 낙인이 찍힌 노예가 저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 은 하나였다.

노예를 양도 받았던 주인이, 죽었다는 뜻 이다.

그리고 칠성이 죽인 것으로 소문난 유명한 망나니 마족은 죠죠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일곱 개의 별 이라....”

칠성의 이름의 뜻을 입에서 굴려보는 죠죠.

‘예언이 사실이라면.’

“둘은 제법 재밌는 인연이군....”

계약의 내용대로, 역소환을 시작하는 죠죠.

그의 발밑에 칠흙 같은 법진이 커다랗게 펼쳐진다.

“그보다 본체가 넘어오려면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된 거지?”칠성이 역소환을 준비하는 죠죠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린 땅 끝으로 추방된 뒤부터 오랜 준비를 했다. 다른 차원을 정벌할 기회가 있다면 우리의 기지로 삼을 준비를. 다만 네 말대로, 우리 힘만으로 넘어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너희 쪽 차원의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말이야.”

“누군가가 악마 소환의식을... 그것도 대규모로?”

“킬킬킬킬...어떡하겠나? 인간이 그리도 어리석은 것을!”

웃음을 던진 죠죠가 자신의 수하 소악마들과 법진 위에 올라, 역소환 마법을 펼친다.

“용서해라, 나도 내가 속한 세계의 모순을 바로잡고자 움직였던 것뿐이다. 물론 방법은 한참 잘못되었지만....”

죠죠의 말은 진심이었다.

마계의 정화를 이루고자 자신이 컨트롤이 가능한 망나니인 메피스토를 밀어주고 있었지만,

방금 코코와의 만남으로 인해 자신이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떠올렸다.

자신이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또 다른 생명체를 노예로 삼는다면 다를 바가 무엇인가.

돌아가면 다른 방법을 찾아 볼 셈 이었다.

죠죠를 향해 손을 흔드는 칠성.

그런 칠성의 뒤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떠나는 죠죠를 보는 코코.

지이이잉-.

서서히 법진의 마력이 올라와 조조의 형체를 덮어갈 즈음 이었다.

콰카카카카카카!!!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법진이 심하게 요동쳤고, 당황한 죠죠가 허둥댈 즘.

“이, 이건!”

콰캉!!!

법진으로 부터, 불안정한 마력이 수직으로 튀어올랐다.

순식간에, 죠죠의 몸이 법진에서부터 솟아오른 피의 창에 꽤뚫렸다.

퍼펑!!!!

순식간에 피의 창에 꽤 뚫린 죠죠가 안에서부터 폭탄이 터지기라도 한 듯 피죽이 되어버렸다.

그의 피와 가죽, 살덩이가 가루가 되어 스프레이같이 주변으로 흩뿌려졌다.

“꺄악!!!”

“칫...!!”

칠성을 포함한 사람들이 경악했다.

그때였다.

법진이 폭발한 이후로 마치 시체처럼 선 채로 축 고개가 늘어져 있던 임프 중 하나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 눈은 무언가에 씌이기라도 한 듯, 등대와도 같은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처음부터...크륵.... 역소환진 따윈... 준비해두지 않았다... 크륵....배신자는...용서하지...않는다....”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그건 임프가 하고 있는 말이 아니었다.

목소리부터가 너무나도 달랐다.

마치 세 개의 서로 다른 목소리가 섞여있는 듯한 괴기한 목소리였다.

“...메피스토?”

칠성이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네가 누구든... 찾아와라. 크르르륵....”

그때 였다.

주변에 남아있던 십 수기의 임프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키에에에엑!!!”

“끼에에엑!!”

“카칵! 카카카칵!!!”

고통에 울부짖는 소악마들.

끔찍한 지옥도 같은 아수라장이었다.

순식간에 임프들의 몸에는 마치 용암의 그것 같은 붉은 빛의 방울들이 몸체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살아남을 수 있다면 말이다!!”

메피스토의 말을 전하던 임프역시 온몸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감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냥 두면 큰일이 난 다.

더군다나 주변엔 칠성 뿐 만 아니라 수헌부의 요원들까지 잔뜩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

쉬이이이이이이이....

순식간이었다.

칠성이 임프들의 더미로 뛰어든 것은.

칠성은 캡틴플래닛을 바닥에 박아 넣고,

자신을 중심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얼려버렸다.

자신을 포함해서.

“헉, 무..무슨일이.”

정말 죽었다고 생각 한 순간.

각자 바닥에서 솟아난 그림자 손길에 의해서 현장 밖으로 끌어당겨진 수헌부 요원들이 정신을 차렸다.

천천히 현장으로 다가가는 요원들.

마치 잘 조각된 얼음 동상들 같이, 고통에 울부짖는 임프들의 그 모습 그대로 얼어 서 있었고.

그 사이엔 바닥에 칼을 박아

넣은 자새 그대로 얼음 동상이 되어있는 칠성이 있었다.

“죽었...어?”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생명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공간으로 탈변 해 있었다.

얼어있는 대지 위에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입에서 입김이 나왔다.

그리고 그런 요원들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사람.

“비켜봐요!!”

한솜이 였다.

“아....읏....”

한솜이의 떨리는 손이 얼음 동상이 되어버린 칠성의 뺨에 닿는다.

“어떻해... 어떻해...”

손끝에선 실낫 같은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점차 울상이 되는 한솜이.

주변에 지켜보던 이 들도 숙연해 진다.

누가보아도, 칠성은 즉사했다.

모두를 지키기 위한 선택, 하지만 자기 자신은 구하지 못 한 것 이다.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한솜이였다.

얼어붙은 정인의 시체.

“뭐라도, 뭐라도 좀 가져와 봐요!!”

시체가 되어버린 칠성이 너무도 추울까봐,

자신의 체온으로 칠성을 껴안는 한솜이의 안타까운 몸짓. 보다 못한 누군가가 모포를 가져다준다.

마침내, 칠성을 껴안고 울기 시작하는 한솜이.

“왜 그랬어, 왜 그랬어 바보야....”

그 모습을 보고 수헌부의 요원들 역시 몰래 눈물을 훔친다.

히끅 거리며 우는 한솜이가 침이며 콧물을 흘리기 시작할 즈음.

“우냐?”

투둑.

와르륵!

순식간에 얼어있던 몸을 풀어 제치는 칠성.

곳곳에 덮혀 있던 얼음 조각이 떨어져 내린다.

“아...아! 진짜 못됐어!!”

얼굴은 눈물범벅인 채, 한솜이가 버럭 화를 내며 칠성의 명치를 주먹으로 친다.

“아이고! 죽는다!”

“아 괜, 괜찮아? 봐봐”

가슴팍을 문지르며 엄살을 부리는 칠성에게 보자며 가슴팍으로 파고드는 한솜이.

“낄낄낄. 추워 죽겠다!”

그대로 와락 한솜이를 껴안아 버리는 칠성.

내친김에 이마에 뽀뽀도 해 준다.

“아! 사람들 보는데.”

“뭐, 보라지.”

요원들이 모피를 덮어주고, 방온 장비를 가져다 주는 사이에도 계속되는 애정행각.

“이야! 우리 장관님 남자다 남자!”

누군가가 소리 지르고,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등.

심각한 전쟁 속, 시시껄렁한 애정다툼에 잠시 웃음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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