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
S3 : 24화
조금전....
지우혁이 난입한 수호헌터부 제압 2팀과 악마군단의 격전이 펼쳐진 건 목동 근처의 양평동의 오목로 위 였다.
오목로는 오목교 위에 있는 것.
오목교는 안양천 위의 다리 이름이다.
일대 주민들에겐 유명해서, 나름 매 해 마라톤 행사등도 열리고 있는 안양천 위를 건너게 해주는 다리였다.
그 도로 위엔 넉 대의 버스가 여기저기 엄폐물이 되어 방호벽을 치듯 교차해 세로로 주차되어 있었고.
그 위로 60여명의 수헌부 요원들과 20여기의 소악마들이 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총알과 발톱과 혈흔이 날아다녔다.
타강!
“썩을!”
격전중 칼이 부러진 지우혁은 거의 반사적으로 후방 낙법으로 굴렀다.
“키에!”
그가 구른 자리에 날카로운 임프의 발톱이 아스팔트 도로 조각을 크게 덜어 공중에 흩뿌렸다.
턱!
낙법중이던 지우혁의 뒷꿈치 킥이 낙법의 회전력으로 임프의 가슴팍에 박혀 들어갔다.
파파팡!
임프와 지우혁의 거리가 벌어지기 무섭게 지우혁을 엄호하는 사격들이 이어졌고, 지우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빠르게 내뺐다.
“어, 어디!”
자신들이 구축해둔 저지선을 가볍게 너머 저 뒤로 도망가는 지우혁을 보며 누군가가 소리 질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지우혁은 재빠르게 내달렸다.
다 나름 생각해둔 바가 있는 행동이었다.
덜컹.
“씁... 이게....”
지우혁이 머리를 드리밀고 있는 것 은 자신의 차 뒷 트렁크였다.
그 구석에 잠들어있는 갈색의 천 주머니.
“후...”
안에서 나오는 것 은 죽어있는 초록빛의 쇳조각들이 기계적으로 붙어있는 글러브.
원래 과거에는 방 검의 목적으로 쓰였던 물건.
건틀릿이다.
일전에 칠성이 어디에선가 얻어다 줬었다.
아마도 안희운의 부하였던 조소장이 개발해낸 무허가 아티펙트 중 하나임이 분명할 물건.
신고를 하고 반환을 하는 것이 옳은 길 이였겠으나, 어차피 캐묻는 사람도 없겠다, 슬쩍 숨겨두고 잊고 있었다.
하여간에, 어떠한 도덕적 결함이 있던 없던 간에 이 물건을 쓴다면 지금이 옳은 순간 일 터 였다.
철커컥.
건틀릿에 손을 넣고 주먹을 쥐자 아니나 다를까 널널했던 건틀릿이 순식간에 제 자리를 잡아가며 지우혁의 손에 딱 맞는 크기로 조여들었다.
마나를 동력원으로 하는 기계장치가 되어있을 터 였다.
그건 안희운의 부하였던 조소장이 자랑하는 기술 중 하나 였으니까.
“좋았어.”
자신의 마나를 받아들여 은은히 형광빛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건틀릿을 보니 확신의 미소가 돈다.
해 보자.
달려가는 지우혁.
지우혁이 빠진 후방 전선은 흔들리고 있었다.
지우혁이 좀 전에 길거리에서 구했던 것은 2팀의 4조였다.
원래는 각 조 별로 최소 1명의 헌터가 배치되어 전선을 짜는 것이 수헌부의 목표였으나.
사람일 이란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 이었고,
2팀 4조에 배치되었던 헌터는 막상 사태가 벌어지자 감감 무소식 이었다.
다행히 천운으로 그 공백을 메워줄 지우혁이 등장했기 에 망정이지.
“키이이에에에엑!!!”
비틀거리다가 정신을 차린 임프가 고개를 이리저리 미친 사람처럼 흔들며 괴성을 질렀다!
흠칫!
그리고 자신을 향해 K-이그저스트를 쏘아대던 요원 한명과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물풍선 같은 몸을 가지고 있는 퉁퉁한 대원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임프가 그를 향해 덤벼들었다.
“으아아아아-!”
총을 쥔 그가 다급하게 뒷걸음질 치다 넘어진 그 순간.
퍼어엉!!!
“키릭?!?!?!?”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임프의 오른 쪽 팔부터 시작해, 쇄골 부분과 갈비, 복부와 골반 일부 까지 통째로 지우개로 지워지기라도 한 양 날아 가 버린다.
그리고 어느새 요원들이 구축한 전선도, 신체의 일부가 순식간에 날아간 임프도 한참 넘어서의 앞에 있는 것 은 정권 자세를 지르고 있는 지우혁이었다.
이마까지 튀어나온 핏줄, 튀어 나올듯한 팔 근육엔 잔핏줄이 가득하다.
“이야아아아!!”
“키엑!”
키 150cm이 채 안될 거 같은 소악마는 뒤따른 요원들에 의해 처리된다.
성수를 바른 중검이 악마의 머리를 짖이겨 놓는다.
“다음!!”
지우혁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나가면서 외친다.
이건 먹힌다!
지우혁이 날뛰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 인진 자신조차 확신 할 수 없었다.
펀치의 위력 뿐 만 아니라, 신체의 기능까지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마치, 자기가 원하는 만큼 전투력을 끌어올려 주는 것 같았다!
도무지 어찌 된 영문인질 알 수 없었다.
다만 딱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
지금 자신은 생애 최고로 강하다!!!
이제는 축제용 광선처럼 환하게 형광 빛을 내뿜는 글러브.
지우혁의 펀치에 날개가 찢어지고, 머리가 날아가고,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악마들.
지우혁의 대 활약으로 교착 상태에 있던 전선이 점차 2팀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좋았어!! 이대로 끝낸다!!”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제압 2팀의 팀원들도 마치 장군을 따라 전선으로 뛰어드는 병사들처럼 사기가 충천해 함성을 지르며 악마들을 제압해 나갔다.
“이야아아아아!!!!”
“죽여라!!!!!”
소극적으로 견제 수준만 펼치던 팀원들이 순식간에 우악스러운 공격태세가 되자, 지우혁이 두드려 패는 악마들 외에도 하나하나 인간들에게 제압되기 시작했다.
이 전투의 승리는 명백했다.
승리의 여신의 미소가 빛나고 있었다.
“꽤액! 키르르륶!! 뀌에에엑!!!!”
악마들은 패닉에 빠져 이상한 괴성을 질러댔다.
허공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흡사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단체로 우는 개들의 하울링 현상처럼 번져나가, 머리가 터져나가는 녀석도. 저 멀리서 거리만 재는 녀석도 마구잡이로 울기 시작했다.
“예쓰!!”
2팀에게 그것은 일종의 항복의 비명처럼 느껴졌다.
...아니었다.
쿠웅!!
콰드득-!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흡사 말라 죽은 매미 시체를 밟는 소리 같기도,
어린이용 시리얼이 그릇에서 부서지는 소리 같기도 했다.
“진수야!!!”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하늘에서 마치 검은 유성 같은 것이 떨어지더니, 자신 옆에 서 있던 동료를 짓이겨 버린 것 이다.
검은 유성.
방금 전 까지 한 사람이었던, 이제는 부숴진 한 사람의 시체 더미를 밟고 움츠렸던 고개를 펴는 것은 발스락스.
메피스토의 오른팔로 알려진 마계의 권왕.
“왜 이렇게 시끄럽게 부르나 했더니-.”
전신이 근육으로 이루어졌음을 믿어 의심치 않을 수 있는 거구.
키 190이 훌쩍 넘을 거구에 상반신을 그대로 드러낸 악마의 피부는 겨울눈처럼 창백했고, 은은한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박쥐같은 검은 날개와 이마의 푸른 뿔은 그가 의심의 여지없는 마족임을 보여주었다.
“이정도도 너희 선에서 처리 못 하는 것 이냐? 쓰레기들아.”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 하얗게 빛나는 발스락스의 눈매가 주변을 훑자, 그를 호출한 임프들이 발이 저린 듯 바들 떨었다.
퍼각!
그 뒤로 상황은 다시 반전되었다.
동료의 이름을 부르며 총구를 발스락스에게 들이민 요원의 총이 발스락스의 주먹에 부수어졌다.
퉁!
연이어 휘두른 발스락스의 팔에 발스락스를 조준했던 요원은 차에 치인 장난감처럼 휘날려갔다.
파파파팡!
“흠!”
자신을 향해 날아든 총탄들을 날개를 펼쳐 막아내며 인상을 쓴 발스락스.
“커억!”
연이어 발스락스가 요원들이 구축한 전선위로 펄쩍 뛰어올라 킥을 날리자 요원이 볼링공처럼 나자빠지고, 또다시 주먹을 휘두르자 또다른 요원이 의식을 잃고 바닥에 처박힌다.
“에이, 에이씨!”
그 꼴을 본 지우혁은 인상을 구기며 자신의 방어복의 어깨 끈을 매만진다.
스르르륵-!
방어구가 더욱 조여든다.
“젠장!”
지우혁이 전력으로 발스락스를 향해 달려든다.
“먹어!”
콰콰아앙!!
지우혁의 전력을 다한 정권이 발스락스를 향한다.
하지만 발스락스는 왼손만을 이용해 지우혁의 정권을 잡아낸다.
“흠...”
손가락 네 개와 손바닥이 날아가 버린 자신의 왼손을 내려다보는 발스락스.
퍼버벅!
하지만 전투력의 차이는 명백했다.
이내 전열을 가다듬은 발스락스와 고작 몇 합을 나누지도 못 하고, 지우혁은 거구의 발스락스에게 한손으로 멱살을 잡혀 들어올려졌다.
“크...크읏...”
제기랄.
지우혁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려 왼쪽 눈을 적셨다.
양 손으론 자신을 들어올린 발스락스의 손을 잡은 채 매달려, 흘러내린 피 덕에 반사적으로 찡그린 눈으로 발스락스를 노려보는 지우혁.
발스락스를 한 대라도 차 보려고 허공에서 바둥거리는 지우혁의 발.
“흐음....”
그런 지우혁을 아래위로 훑던 발스락스.
“이름을 물어볼 정도는 아니군.”
콰악.
더욱 조여 들어가는 발스락스의 손아귀.
“끄..끄윽...”
멱살을 잡힌 지우혁의 몸에서 힘이 빠진다.
이내 축 늘어지는 지우혁.
발스락스와의 전투 덕에 온 몸은 곳곳이 피범벅이다.
그의 손톱에 찢겨지고 걷어차져 만신창이가 된 몸.
휙!
발스락스가 흥미를 잃었다는 듯 지우혁을 던져버린다.
“지우혁씨!!”
지우혁에게 성수 앰플을 건네고, 함께 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던 4조의 요원이 비명 같은 소리로 지우혁을 불렀으나 소용없었다.
풍덩!
던져진 지우혁의 몸이 포물선을 그리며 오목교 위를 넘어 안양천으로 떨어진다.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며 빠진 지우혁의 시체가 흐르는 강물을 따라 저 멀리 멀어진다.
“크, 크읏.”
그런 지우혁을 눈으로 좇던 요원이 마음을 굳게 먹고 돌아선다.
지금은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있다.
* * *
비슷한 시각 다른 곳....
“어머 오빠들! 어디가요?”
“키륵?!”
수 십명의 소악마, 임프 군대의 이목을 끈 것은 다름 아닌 정말 그림 속에서라도 튀어 나온 듯한 매혹적 몸매를 얇고 노출도 있는 가죽 드레스로 유감없이 드러낸 유혹의 몽마.
“마계의 아이돌 코코★등장~.”
윙크를 날려 보이는 코코였다.
네모난 반석의 돌 위에 올라가 한껏 섹시한 포즈로 어필하는 코코.
“키르르륵...”
순식간에 반사적으로 임프들의 시선을 강탈 해 갔다.
신조차도 군침을 흘리게 만들 그녀의 매력은 정신 차리고 정기를 빼앗길 인간은 물론,
그녀가 입버릇처럼 말 하는 것처럼 마계에서도 손꼽힐 만 한 절세미인이었다.
말 그대로 마계의 아이돌.
“크...크륵..코코.,..코코...”
“코코...크륵..”
마치 형광등에 몰려 든 파리 떼처럼 정신없이 몰려들어 침을 흘리는 임프 중 에도 그녀의 이름을 들어 본 적 있는 녀석들이 있을 정도.
구지 지금처럼 현혹 마법을 흩뿌려 대지 않아도 정신없이 달려들 녀석들 투성이인 것 이다.
“츄.”
게 중 눈이 마주친 한 녀석에게 허공에 키스를 날려 보내는 코코.
“크아앙!”
이내 녀석이 날뛰며 무작정 코코에게 담벼 든다.
“어머, 이 오빠는 매너가 영 ~ 매력 없어!”
콰당탕!
코코가 몸을 틀어 살짝 피하자 전력으로 덤벼든 임프가 제풀에 넘어져 바닥에 코를 박는다.
“낄낄낄낄”
여기저기서 비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화 둥둥 내 사랑아.
눈에 하트가 박힌 악마들이 헤롱거리며 코코에게 너나 할 것 없이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려고 담벼들기를 몇 번 째.
이미 처음의 임프들 뿐 만 아니라, 어디선가 소문을 듣고 날아온 녀석들 까지 그 숫자가 어마어마해 진 임프의 군단이 코코 하나를 원형으로 둘러 싼 형태였다.
헤롱헤롱 휘청휘청 한 악마들.
“아이 안돼요~!”
코코는 재기발랄한 몸짓으로 악마들의 손끝에도 닿지 않는다. 마치 코앞의 무지개처럼.
우당탕!
푹신.
“크히힛!!”
저들끼리 얽히고 섥히고 넘어지기 바쁘던 와중.
한 임프의 손이 우연히 코코의 젖가슴을 푹 쥐고 파고들었다.
“더러운 손 안 치워?!”
쫘악!
동시에 눈빛이 희번득 해진 코코의 매서운 손이 허공을 갈랐다.
“끼룩.”
뺨을 맞은 임프는 허공에서 한 바퀴 돌고 저 멀리 처박힌다.
“아, 씨발. 김칠성 새꺄! 내가 언제까지 이 짓해야 돼!”
코코가 양 주먹을 허리에 올리고 씩씩거린다.
그런 코코의 기세에 차갑게 가라앉은 임프들의 분위기.
코코가 노려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는 임프들.
코코의 독설이 휘날리자 저 멀리 처박힌 임프를 발로 툭 차고 등장하는 남자.
“아니 근데 저년이 주인님을 뭘 로 보고...”
수십 수백의 군대와 함께,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빠진 지도 모른 채 코코에게 홀려있던 백여 마리의 임프를 둘러 싼 군대와 함께 등장한 칠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