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67화 (67/145)

# 67

S3 : 22화

엇비슷한 시각,

메피스토의 메시지는 서울 안에서만 전달되고 있는 것 이 아니었다.

서울 근교와 주변의 수도권에서 역시 똑같은 화면과 메시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여러분은 모두 내 노예가 된다.>

그리고 칼칼 거리는 웃음소리를 끝으로 사라지는 영상.

구름위에 떠 있던 악마의 모습은 마치 신의 그것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저거야.”

막국수집 주차장에서 박지민이 중얼거린다.

“네? 뭐라고 했어요?”

“키!”

태완이 되묻기가 무섭게 대답도 안 한 지민은 태완 에게서 차키를 낚아 채 차에 뛰어오른다.

“뭐, 뭐야 누나 뭐예요!”

얼결에 지민을 따라 뛴 태완이 차 뒷자리에 들어온다.

“태완아 내려.”

“네?”

“내리라고.”

다짜고짜 차에서 내리라는 지민.

“뭐, 뭔데요 지금. 누나 설마 지금...”

“나 서울 간다고!”

놀라서 코평수가 벌어지는 태완.

“누나 미쳤어요? 방금 저거 못 봤어?”

“알어. 그래서 가야되는 거라니까?”

“이, 이거 큰일 날 누나네!”

“김태완! 내리라고!”

흥분해서 서로에게 소리치는 두 사람.

덜컹.

그때 보조석의 문이 열린다.

스윽 아무렇지도 않게 타는 것은 중년의 촬영기자 박인규다.

“서울 갈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막국수 집의 100원짜리 서비스 자판기 커피를 호록 거리며 묻는다.

그런 박인규를 물끄러미 보던 지민이 입을 뗀다.

“...네. 태완이 좀 데리고 내려주세요.”

“가지마. 지금 갔다가 뒈지면 괜히 개죽음밖에 더 되나?”

박인규가 눈썹을 모로 올리며 묻는다.

“왜 가려는데?”

“...나도 모르겠는데, 이게 마지막 기회일 거 같단 말 이예요.”

흥분해서 가쁜 숨.

하지만 분명 할 정도로 여느 때 보다 불타는 눈빛.

어느때보다 진중한 목소리.

박인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 하는 지민.

“나 저기 가야돼 선배.”

그런 지민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던 박인규.

끄덕.

“가 그럼.”

달칵.

그러면서 자기가 앉은 보조석의 벨트를 매어 잠근다.

“선배?”

“나도 간다. 같이.”

“아! 모르겠다. 나도 가!”

뒷좌석의 태완도 등 뒤로 뻗으며 소리친다.

“왜들 이래 진짜! 진짜 위험하다니까요?”

“카메라도 제대로 잡을 줄 모르면서 혼자 어쩌려고?”

“그거는 제가 그냥...”

“오디오, 오디오도.”

“너까지 왜 그래 진짜?”

한참이나 티격태격 실갱이를 주고받던 세 사람.

“갈려면 지금 당장 출발해야 한단 말이 예요. 좀 있으면 통제 강해지면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

“아 그러니까 출발 하라고. 준비 다 됐으니까.”

벨트를 툭툭 건들이며 말 하는 박인규.

“아! 진짜 몰라 두 사람 다.”

기어를 변경하는 지민.

“나중에 괜히 따라 왔다고 원망이나 하지 말아요!”

“걱정 붙들어 매십쇼~!”

“진즉 그럴 것 이지.”

끌끌 대며 웃는 박인규와 태완.

세 사람을 태운 차 가 서울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 * *

“이게 다음 세대 검 이란 말이지?”

“정확히는 검 형상을 흉내낸 아티펙트죠.”

칠성의 물음에 영실이 답변 한다.

그들이 있는 곳은 대한민국 수호*헌터부 지하의 연구실.

연구실은 평소와 다르게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2,30의 백의의 연구원들, 그리고 그보다 많은 수헌부의 서포트 팀과 헌터들이 수레단위로 무기와 장비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인산인해 속.

“...누가 봐도 칼 이것만 왜 매번 검 형상을 흉내낸~을 붙이는 거야?”

연한 베이지색의 검신으로 빛나는 검을 조명에 비추어 보며 칠성이 되물었다.

“그게... 법제상 도검으로 부류가 안 돼 있거든요.”

눈치를 보던 영실이 칠성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런 이유였냐!

“해서 모델 이름은?”

“정식 명칭은 엑셀러레이터. 별명은 캡틴플래닛입니다.”

“...캡틴플래닛?”

1세대 일렉트라자에 이은 수헌부 개발 2세대 마법검.

캡틴 플래닛은 검신의 끝부터 손잡이의 끝까지 전체가 마법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시피 한 기묘한 물건이었다.

특이한 것은 중앙 가드 부위에 박혀있는 변환장치.

손잡이를 잡으면 엄지가 걸쳐지는 부분의 버튼을 당겨 속성 부분을 변경하고,

나머지 손가락이 감아쥔, 마치 주유소의 그것 같은 레버를 당기면 마나의 흡수와 마법의 발동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형태였다.

“네. 땅, 불, 바람대신 벼락, 물 대신 얼음. 그리고...”

영실이 칠성쪽으로 다가와 칠성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가장 중요한 속성은 역시. 마음이죠.”

“...지랄을 한다 지랄을 해.”

딱.

칠성이 캡틴플래닛의 검신을 눕혀 영실의 머리를 한 대 때렸다.

“아코코.”

영실이 머리를 쥐고,

그 모습에 칠성이 피식 미소 지었다.

정말 이상한 일 이었다.

최근에는 마치 칠성이 또라이들을 끌어들이는 자석이라도 되는 양, 주변에 멀쩡했던 것 같은 사람들마저도 이런 식의 되도 않는 개그를 치거나 친한 척을 하곤 했다.

사실은 이것 자체가, 수헌부가 일반적인 직장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전선과 전선을 넘으며.

이들은 일종의 전우가 된 것 이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준비 하라고.”

“네. 방금 조립 들어갔습니다.”

“상황은 너도 아까 봐서 대충 알지? 조금 있다 내가 올 때 까지 무조건 되어 있어야 해.”

영실 역시 메피스토의 메시지는 보았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끄덕여 보이는 영실.

긴장 한 듯 목옆의 땀을 닦아낸다.

“대테러 대응 팀 준비 됐습니다!”

그때 한 헌터가 칠성을 불렀다.

“그럼. 다녀온다.”

영실의 어깨를 한번 툭 치고 길을 나서는 칠성.

대테러 대응 팀.

주요 무장은 새로운 버전의 K-이그저스트다.

마나 무력화 탄환을 발사하는 K-이그저스트는 김규형 전 이후로 개발을 가속해 이제는 분당 12발의 연사가 가능 해 졌다.

일반적인 총기와 비교했을 때 초당도 아닌 분당 12발은 연사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수준이지만 말이다.

이조차도 상당한 진전이었음은 물론, 기기가 분당 12발을 지원 한 다는 소리지.

실제로 제대로 된 탄환을 분당 12발을 쏘아 낼 수 있는 헌터조차 별로 없었다.

한 발 한 발에 수동으로 마나를 주입해야 하는 특이 한 형태였기 때문에 집중력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레이드에 쓰이는 무장들.

이것들을 다 해 봐야 이들이 큰 도움이 되리란 보장이 없었다.

사실상 이것만 보면 김규형 전에 비해 수헌부에 큰 폭의 전력 상승이 있다고 보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결국 김칠성이 원맨쇼를 해야 하는가?

눈앞에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언덕이.

그리고 언덕 너머 저 멀리 수호헌터부의 건물이 보이는 곳.

사람들이 갈 길을 알려주던 신호등은 꺾여있고, 비어있는 상가 앞에는 누군가 버린 신문지만 휘날린다.

한편엔 사고를 당한 듯 길가에 앞 유리창이 모두 부서져 있고, 프레임이 찌그러져 있는 차의 오디오에서 주인이 틀어두고 간 듯 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대 없는 나날들이 그 얼마나 외로웠나]

[멀리 있는 그대 생각 이 밤 따라 길어지네]

공허하게 폐허 같은 거리에 울려 퍼지는 노랫말.

그때 저 멀리 언덕 위로 서서히 올라오는 누군가의 머리.

여전히 하와이언 셔츠에 반바지 차림,

거기에 수헌부에서 만든 방어구를 섞어 입은 모양새.

베이지색 검신의 양날 마법 검 캡틴플래닛을 어깨에 둘러맨 칠성이 슬로우 모션으로 언덕을 걸어 올라온다.

[하얀 얼굴 그리울 때 내 마음에 그려보며]

[우리 다시 만날 날을 손꼽으며 기다렸네]

그리고 칠성의 뒤를 따라 비장한 표정으로 올라오는, 완전 무장한, 한솜이를 포함한 대여섯의 헌터들.

한솜이의 검 끝에서 황금색 빛을 내는 성법 마나.

[우~ 우~~ 풍문으로 들었소]

[그대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그 말을]

고조되는 노래.

그리고 그들의 뒤를 따라 언덕을 가득 메우며 모습을 드러내는, 그 행렬의 끝이 안 보이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무장한 수헌부 제복을 입은 사람들.

마치 전쟁터로 향하는 군인들 같은 느낌.

하나같이 비장한 분위기.

저벅. 저벅.

그들이 대지를 딛는 소리가 울린다.

김규형전 대비,

수헌부 요원 개개인의 큰 전력 상승은 없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생물.

개개인이 약하다면 조직으로 밀어붙인다.

그리고 이것이 경찰력을 흡수 한,

기존 헌특부 레이드 전담 헌터들 뿐 만 아니라

헌터 라이센스 소지자들의 대거 채용으로 충원한,

대한민국 수호*헌터부의 제압팀 이자 대테러 대응팀의 전력이었다.

누나인 칠선은 수헌부 건물 지하 방공호에 남겨두기로 했다.

그곳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 한 곳 이니까.

지-잉

언덕 너머로 보이는 수헌부 건물 전채가 푸른빛 결계의 마법진으로 휩싸였다.

칠성이 저 먼 곳을 향해 캡틴 플래닛을 뻗으며, 마치 전쟁 통 속의 장군처럼 외친다.

라디오에서 들은 음악이 연상시키는 영화 탓 일까.

써본 적 없는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마. 가자!”

“이야야아아!!”

대테러 대응팀이 함성과 함께 돌격하기 시작한다.

* * *

박지민과 박인규, 그리고 김태완.

세 명이 탄 차량은 이제 한남대교에 진입하고 있었다.

간간히 남단으로 빠져나가는 차량은 있을 지언정 북단을 향하는 차량은 오직 그들 뿐 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청와대!

대통령이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사로잡혀 있을 그곳!

“어, 어, 어?! 저..저거 뭐예요.”

뒷자리에서 태완이 안달복달 하며 소리 지른다.

“왜! 왜! 뭔데 그래?”

그리고 지민의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쿠웅!!

저 멀리 왼편에서, 엄청난 폭음과 함께.

반포대교 남단이 쪼개져 추락해 거대한 물보라와 함께 침몰하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세...세상에!!”

지민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왼편과 앞쪽 도로를 번갈아서 보느라 바빠 죽을 지경 이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쿵!~ 쿠르르륵!!

마치 장난감처럼, 남단쪽이 붕괴되기 시작 한 반포대교는 힘을 잃은 레고처럼 한단씩 스르르륵 도미노처럼 남단에서부터 북단쪽을 향해 하나하나 무너져 내려 떨어져 수장되었다.

“어우 어떡해 저기 사람들! 어떡해!”

지민이 핸들을 잡은 손을 안절부절 하지 못 하며 안달 복달했다.

분명히 반포대교 위를 지나고 있던 사람들도 있을 것 이다.

“누나, 누나!!”

거기에 대고 태완이 지민을 부르며 비명을 질렀다.

태완이 손으로 가리킨 그곳.

저 멀리 반포대교 부근에서부터.

무언가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검은 새?

아니, 그러기엔 너무나도 컸다!

“악마...?”

악마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이미지.

20여 마리의 악마가 하늘을 날아 서서히 그들이 위에 있는 한남대교 남단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아무리 학습능력이 부족 한 사람이라도 이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뻔하게 알 수밖에 없었다.

“지미럴. 내가 뭐라 그랬어. 개죽음 당한다 했지?!”

흥분한 박인규가 앞뒤 없이 욕설을 내뱉었다.

악마들이 한남대교 남단을 향한지 얼마 되지 않아.

콰카앙!!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차채가 크게 흔들렸다.

“엄마! 엄마 어떡해!”

지민은 운전대를 붙잡은 채 울고 있었다.

입에 침이 늘어져 추한 모습이었다.

백미러로 무너지는 한남대교의 남단이 떨어져 내려 일으킨 거대한 물보라가 치솟는 것이 보였다.

“밟아요!”“밟아!!!”

“으아아아아아앙!!”

태완과 박인규의 재촉에 지민이 울음을 터뜨리며 풀 엑셀을 밟는다.

“괜히 따라왔어!!”

태완이 소리 지른다.

“나 죽는다!”

“으아아앙!!!”

세 사람의 비명소리와 함께 차가 필사적인 속도로 대교 위를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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