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66화 (66/145)

# 66

S3 : 21화 <3권끝>

툭.

“젠장.”

칠성이 쯧. 혀를 찼다.

헌터폰을 통해서 수헌부 직통 라인에 연결 해 보려고 했으나 무슨 일 인지 폰이 먹통이었다.

“누나. 핸드폰 줘봐.”

“어? 어.”

칠선이 건네준 핸드폰을 조작해 봤으나 마찬가지다.

기지국의 전파 상태를 표시하는 바가 1개와 4개 사이를 제 멋대로 춤추듯이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왜 그래? 신고하라니까.”

“이상해요! 전화가 먹통이에요.”

“뭐? 상호씨는.”

“제것도요.”

사무실 사람들도 여기저기서 불만을 터뜨렸다.

“흐음....”

어차피 상황은 다 비슷 한 거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명백한 비상사태.

의문의 폭음과 충격 덕에 금이 간 창들 사이 악마가 쳐들어와 깨진 창문으로 고개를 내민 칠성.

유난히 어두워 보이는 보랏빛의 하늘.

이게 정상일 리가 없다.

밑으로 내려다 보면 이미 엉망이 된 차선들이 보인다.

차가 뒤집혀지고 서로 뒤얽혀 충돌 해 있는 사고현장.

어느새 도망쳤는지 길거리는 유령도시처럼 비어있다.

“끼에-”

저 멀리 건물 사이로 날아가는 것은 또 다른 임프가 분명하다.

“젠장.”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칠성은 욕지기를 읊조리며 다시 사무실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되요! 됩니다!”

그때, 칠성이 한쪽 벽으로 쌓아 올리고, 사람들이 빠져 나오느라 무너뜨려 엉망이 된 사무실 집기 속에서 한 배불뚝이 남자가 유선전화의 몸통을 집어 들고, 다른 손으론 수화기를 들고 외친다.

“저리 비켜!”

“어어.어”

칠성이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가 배불뚝이 남자의 손에서 전화기를 빼앗는다.

칠성의 박력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길을 알아서 터 준다.

몇 번의 다이얼을 누르고 드디어 연결되는 전화.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수호 헌특....]

안내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체없이 멘트를 잘라먹는 칠성.

“장관 전용회선.”

삐-익.

즉시 연결되는 회선,

[비밀 코드를...]

“13N957”

[확인 되셨습니다. 환영합니다. 김칠성 장관님.]

비상사태에 대비해 준비해둔 시스템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지금 현시각 부로 비상사태를 선언한다. 대응 체계 즉시 가동하도록.”

마치 미리 연습이라도 한 양 줄줄줄 대사를 뱉는 칠성.

[비상사태의 단계는요?]

수호헌터부의 비상사태 대응은 헌특부가 아니면 막을 수 없는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그 코드는 위험 순에 따라 무지개 색으로 정열이 되어있었다.

빨, 주, 노, 초, 파, 남... 그리고.

“퍼플 데이.”

총력.

수헌부가 막지 않으면 나라의 존망이 위협당하는 상황.

보라색의 퍼플 데이가 말 하는 것은 수헌부의 모든 자원을 쏟아 붓는 총력전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현시각부로 수호헌특부 비상사태 퍼플 데이를 설정 하겠습니다.]

여성의 안내멘트가 이어지고.

“던전테크놀러지팀 장영실 소장 연결해.”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삐-

소리가 끝나고 연결되는 장영실.

[무슨 일 이십니까 장관님? 지금 이건 무슨 소란이고요?]

어리둥절하게 물어오는 장영실.

“그건 네가 알아내야지. 그건 그렇고. 저번에 말 한 프로토타입. 준비 됐어?”

[아...그거 말씀이십니까? 아....그게. 왜요? 설마 지금...]

뭔가 껄끄러운 듯 되묻는 영실.

“당장 준비 해 줘.”

[아니, 안됩니다! 저번에도 말씀 드렸잖아요. 그거 잘못 사용하셨다가는....]

“사태 얼마나 심각해질지 몰라. 무조건 준비시켜.”

단호하게 말을 끊는 칠성.

[지금 설계 에러 수정할 시간이 없잖아요.]

“상관없어. 무조건 조립해. 몇 시간 필요해?”

징징거리는 장영실을 다그친다.

[크으으으... 좋아요. 아무것도 안하고 조립만 한다 치고.... 8시간... 8시간 정도?]

고민 끝에 답변을 내놓는 영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골치 아프다며 이마를 매만지는 장영실의 모습이 그려진다.

“4시간 줄게. 그 안에 끝내.”

[아니 말이 안 돼는...]

“4시간 안에 못 끝내면 대한민국 망한다고 생각 해.”

칠성의 단호한 말투에 수화기 너머에서 푹푹 쉬는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는가.

씨익 웃는 칠성.

“끝나면 월급 올려줄게.”

[아 정말!]

“수고.”

뚝,

전화를 끊은 칠성.

칠성의 주변엔 칠성을 둥글게 둘러싸고 칠성을 긴장된 시선으로 지켜보는 사무실 사람들.

“여러분 모두 가까운 방공호로 대피해야 됩니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칠성의 말과 거의 동시에 저 멀리서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한다.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가시면 되요. 그럼 전 이만!”

칠성이 손인사를 던진다.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사이렌은 마치 흔히 민방위 훈련을 할 때 같은 그런 소리였다.

수헌부의 비상사태 대응이 시작 된 것 이다.

살면서 몇 번 쯤은 흔하게 들어봤을 법 한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눈에 띄게 동요하며 긴장했다.

“앗!”

“누나는 이리와.”

아랑곳 않고 그 사이에서 누나인 칠선의 손목을 잡아 끌고 나서는 칠성.

가장 안전한 곳에 데려다 둘 계획이다.

“어디, 어디가는거야.”

“안전한 곳.”

“회사, 회사사람들은?”

“수헌부 시스템을 믿어. 안전 할 거야.”

이변이 없다면 말이다.

사람일이 모르니까, 100% 확신이야 못 하겠지만.

그 사람들 까지 챙겨 줄 정신없다.

칠성이 누나의 손목을 잡고 빠르게 회사를 질주한다.

“엄마아빠 언제 들어오신다 그랬지?”

“그게...”

손으로 꼽아보는 칠선.

“모레?”

“다행이네.”

퇴직한 칠성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곳 잘 여행을 다니곤 하셨는데, 이번에는 중국에 잠깐 가신다고 했었다.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야 잘 안 되지만 지금은 외국에 있는 게 나을 수 도 있다.

행여 라도 오늘이 돌아오시는 날 이었다면 공항으로 달려갈 생각 이었다.

그럼 서울엔 더 챙길 사람 없고.

전속력으로 수헌부로 향한다.

그런데 그 때 였다.

쿠구구구구구구구-.

번들거리는 보랏빛으로 물들었던 하늘에 이변의 징조가 보였다.

마치 하늘이 거대한 스크린이라도 된 듯.

빛의 무리가 형태를 이루더니 어떠한 화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안녕하신가... >

흐릿했던 빛의 무리가 점차 분명하게 드러낸 형태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거대하게 구성된 모습 덕분에 마치 엄청난 크기의 거인이 말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이는 고작 스무살 될까 말까 싶었고.

검은 코트에 눈에는 붉은 아이라인, 여기저기 피어싱이 되어있는 얼굴.

언 듯 보기엔 마치 펑크 록커로 오해 할만한 차림새였다.

인간이라기엔 너무나 창백한 피부와,

뾰족한 귀와 이마에 자라난 한 쌍의 뿔과,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공허한 눈빛을 제외하면 말 이다.

<친애하는 대한민국 백성 여러분.>

마치 빈 통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텅텅 울리는 목소리.

하지만 칠성은 즉시 그것이 육성이 아닌 텔레파시로 남자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직접 말하고 있는 것 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거대한 형상에 신비로운 방식으로 전달되는 목소리.

마치 신이 직접 인간들에게 말 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 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길거리를 달려 다급하게 수헌부의 방공호들로 대피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저게 뭐 하는....”

칠성이 눈을 가늘게 떴다.

거대한 형상으로 하늘 위에 그려져 있는 남자 옆에는 어떤 남자가 포박 당한 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인질이라도 잡힌 듯한 모습이었다.

<친애하는 대한민국 백성 여러분.... 나는 메피스토펠레스라고 한다....>

메피스토펠레스...

칠성이 이름을 되뇌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세세한 정보는 기억 안 난다.

다만 마계에서도 반란을 일으켰다 땅 끝에 봉인된, 일종의 범죄자 집단의 수장이고.

흔히 불리는 칭호로는....

<피의 군주라고도 불리는 이 몸은... 여러분의 나라. 대한민국을 시작으로 여러분 인간들의 세상을 정벌할 계획이다.>

피의 군주라고도 불리는 녀석.

“젠장...”

칠성이 욕지기를 뱉었다.

하필 걸려도 또라이가 걸렸다.

특유의 정복욕으로 마계에서 까지 배척을 당했던 녀석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구로 넘어와서도 똑같은 짓을 하려는 모양이다.

마계에 있는 녀석이 몽땅 또라이 인 건 아니지만,

이 녀석은 또라이 중 또라이다.

<여러분은 내 계획의 시발점으로... 아주 많은 협조가 필요하다 하겠다.>

이 녀석은 진심 일 것 이다.

도대체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세계 정복의 전초기지로 한국을 점 찍었다.

<그러한 이유로, 여러분이 혹시나 나에게 협조하지 않고 싶어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들었다....>

하늘에서 뜬금없이 튀어나온 악마의 메시지를 보느라 길거리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방금 전 메피스토가 뱉은 말 때문에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여기저기서 서로 떠들며, 주저앉아 울거나 무작정 어딘가로 달려 나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있으면 빠르게 뿌리 뽑아야겠다고 생각했지...>

칠성이 마른 침을 삼켰다.

뿌리를 뽑겠다는 것.

자칫하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따를지 몰랐다.

다행히도 녀석은 자신의 계획을 만천하에 떠들어대고 있었다.

아니, 이 모든 일종의 ‘쇼’ 는.

지구를, 최소한 대한민국을 엄청나게 우습게 보고 있다는 소리였다.

자신보다 한참 떨어지는 종족을 지배할 때나 쓰이는 공포정치의 일환이었다.

그렇다면 녀석은 적어도 녀석에게 대응 가능한 능력자들의 집단이나, 수헌부나. 아니면 최소한-

‘내 존재를 모르고 있다.’

김칠성의 존재를 모른단 소리였다.

그것만으로 이쪽에게 기회가 생긴다.

허를 찌를 기회가!

<우선 우리는, 여러분의 왕도인 서울을 접수하겠다. 불만이 있는 자는 지금 즉시 칼을 빼 들고 내게 도전하라. 비열한 방법이 아닌, 정정 당당히 도전하는 자 라면 누구든지 환영이다.>

그 말을 들은 칠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쳐다봤다.

“역시...”

이상하다 싶더니, 일종의 결계가 쳐져 있는 것 같다.

저 멀리 하늘 전체에,

그러니까 서울 시내 전체를 돔 같은 결계가 덮고 있는 모양세 같았다.

출입을 통제하는 용도 보다는

마법 요격에 대비한 결계다.

‘비열한 방법’ 이란 건 원거리 마법 요격을 의미한 거겠지.

전파가 불안정 해 전화가 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듯 했다.

<시간은 24시간... 그 이후에도 여러분의 칼이 내 심장에 닿지 않는다면.>

그러면서 옆에 앉아있던,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자의 뒤통수를 잡아채는 메피스토펠레스.

뒤통수를 잡아 채여진 남자가 신음한다.

<이 나라의 왕을 죽이겠다.>

“에먼...”

칠성의 눈이 크게 떠졌다.

고개가 강제로 들려진 남자의 얼굴.

다름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나는 여러분에게 24시간의 시간을 준다. 여러분은 그 안에 내 심장에 칼을 꽂거나. 영원히 침묵하면 된다. 24시간 뒤에 여러분의 왕은 죽으며.>

해 볼 테면 해 봐라,

마지막 희망까지 꺽어주겠다.

이런 방식이란 소리다.

그리고 이어지는 메피스토의 말.

<여러분은 모두 내 노예가 된다.>

메피스토의 입 꼬리가 정말로 귀 부근까지 찢어져 올라갔다.

인간으로선 지을 수 없는 살인미소.

상어같이 삐죽 빼죽한 이빨이 번들번들 빛이 난다.

재수 없는 칼칼 대는 웃음소리가 온 서울 하늘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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