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64화 (64/145)

# 64

S3 : 19화

그리하여 다음날.

덜컹-!

대 유리로 된 사무실의 문이 양편으로 열린다.

업무를 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집중된다.

삘릴리 울리던 전화도 서류를 챙기던 손길도 멈추고, 업무 내용을 떠들던 사람들도 일순간에 멈춘다.

“안녕들 하십니까~!”

유쾌하고 화사하게 경례를 던지며 등장하는 사람.

휴가지 차림의 칠성이었다.

노란 꽃이 새겨진 밝은 자주색의 하와이언 셔츠.

목에는 화사한 꽃들로 만든 화환까지 걸고 있다.

“저거 김칠성 아니야...?”

“김칠성이 누군데?”

“김칠성도 몰라요? 왜 그 헌특부 장관 있잖아요.

테러범 김규형 사건 때”

“아~~!”

갑작스러운 유명인의 등장에 술렁거리는 사무실 사람들.

“잠시만 시간들 좀 내 주세요! 자자!”

손뼉을 치며 사람들의 호응을 구하는 칠성.

문을 열어 제친 칠성의 양 옆으로 흰 옷에 푸른빛 조끼와 모자를 쓴 제복을 맞춰 입은 사람들,

그리고 비키니를 입은 모델들이 줄줄이 열을 맞추어 들어온다.

마치 이삿짐센터 직원 같은 차림의 사람들.

각자 무언가 박스나 짐 같은 것을 옮겨 들고 들어온다.

“자자, 십 분이면 되요 십분. 거기 자리 좀 내 주시고.”

통유리 창으로 된 창가 자리의 사람들을 향해 손짓하는 칠성.

“십 분 뒤에 고~대~로 원상복구 해 드릴게요.”

거짓말이 아닌 듯, 칠성을 따라온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사무실 모습을 사진을 찍는다.

창가 자리가 비워져 무대가 되고,

칠성과 함께 들어온 인력들로 인해 사무실 나머지 자리도 마치 그 무대를 감싸 안은 콜로세움의 관중석처럼 변한다.

그리고 그렇게 조성된 관중석 주변엔 출장 뷔페가 차려진다.

파란 모자를 쓰고 등장한 인력 중 몇 명이 요리사로 변신하고,

게중에 한명은 푸른 조끼를 벗고 검은 색 조끼를 챙겨입더니 칵테일 바 의 바텐더로 변신한다.

책상들로 만든 가장 높은 상석 위가 비어지고,

해변이나 수영장에서 볼 법 한 흰색 플라스틱 소재의, 눕기 용이한 의자인 썬 베드 두 개와 썬 베드 사이 둥근 테이블 하나가 올라간다.

“에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빈 사무실 의자를 밟고, 그 위에 위치한 썬 베드에 몸을 뉘이는 칠성.

다리를 척 꼬니 비키니를 입은 모델 한명이 방금 칵테일 바에서 만든 커다란 잔에 담긴, 작은 우산으로 장식된 마가리타 한 잔을 가져다준다.

꼽혀있는 빨대로 한 모금 쭉 들이킨다.

“캬~ 죽이네.”

뷔페 설치를 도운 제복 차림의 인력 중 몇 명이 짐 속에서 악기들을 꺼내들더니 뮤지션으로 변신한다.

사무실에 음악소리가 울려 퍼진다.

“야! 너... 너 뭐 하는 거야!”

“아하. 누나 왔어?”

칠성 근처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새 된 소리로 나무라는 건 칠성의 누나 칠선이다.

“자, 이리와.”

“뭐?”

칠성이 누나 쪽 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칠성이 데려온 남자들 중 몇 명이 움직였다.

“어, 어?”

칠선이 밟기 좋도록 의자를 배치하고, 양쪽에서 칠선의 팔을 들어 올려 준다.

얼결에 등 떠 밀려 올라온 칠선의 손이 칠성의 손을 잡는다.

칠선을 자신이 앉은 옆의 썬 베드에 앉히는 칠성.

“지금 뭐 하는 거냐고!”

“허허. 즐겨즐겨~.”

칠성이 손가락으로 사인을 보내자 비키니 차림의 모델이 칠선에게도 무지개빛으로 빛이 나는 칵테일을 가져다준다.

“이게, 이게 다 뭔데.”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눈치를 살피면서도 빨대로 얼어있는 칵테일의 표면을 콕콕 쑤시는 칠선.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무대에선 모델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어느새 제복을 입고 있던 남성 중 한명이 웃통을 벗더니 댄서로 변신하여 그 사이에 참전한다.

“오우~워!”

“이야~.”

사무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신나는 분위기가 넘실거린다.

풍족한 음식에 칵테일, 무대까지.

뜬금없는 상황의 연속이지만 입과 귀가 즐거우니 슬슬 다 까먹는다.

어찌되었던 즐기기 시작 한 것이다.

“아 저, 여러분 혹시 모르니까 폰은 걷을 게요. 이미 무언가 촬영하신 분 들은 여기 프로그래머 분이 지워 주실 거고요. 마음에 안 드시면 그냥 나가시면 되요.”

갑자기 남의 사무실에 쳐들어와 업무 마비를 시켜놓고, 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니 순 억지의 연속이었지만 누구도 토 달지 않았다.

하고 있던 일들도 있지만,

평생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것 도 아니고.

에라이, 어떻게 되던 어떠랴.

쿨 하게 핸드폰들을 투척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메인이벤트.

끌려오다 시피 한 두 사람은 칠선의 가슴에 칼을 박았던 정도현과 그의 처제이자 불륜의 대상인 미영이었다.

“...제가 이 자리에 나선 이유는 사과를 해야 할 일이 있어서입니다.”

인사를 꾸벅 올린 정도현 팀장이 말을 이어간다.

“저는... 그러면 안 되는데, 처자식... 가정이 있는데, 여기 미영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 갔습니다....”

더듬더듬, 손에 들린 꼬깃꼬깃한 A4 용지를 보며 읽어나간다.

“그리고 그 사실이 발각 될 위기에 처하자... 평소에 친하게 지낸 김칠선 씨를 제 알리바이에 이용했습니다...”

이제 무슨 상황인지 알게 된 칠선이 정도현을 노려본다.

칠선의 부리부리한 눈이 빛난다.

“결과적으로 김칠선 씨는 전혀 관련 없는 제 불륜의 주인공이 되었고... 그 상처는 씻기 힘이 들 것입니다.”

정도현이 눈을 질끈 감더니 마지막 줄을 줄줄 왼다.

“제가 김칠선씨를 이용한 이유는... 제 불륜상대의 미영씨가... 사실은 제 아내의 동생이기 때문입니다.”

사무실의 분위기가 매우 차갑게 가라앉는다.

그 누구도 입을 떼지 않는다.

“이...이에 진심으로...사과드립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옷을 스스로 하나씩 벗어 옆에 두는 정도현.

미영 역시 옷가지를 벗으며 분한 듯 눈물을 흘린다.

“아아, 거기까지. 눈 버리긴 싫으니까.”

속옷만 남은 정도현을 보며 손을 들어 말리는 칠성.

감사하다는 뜻으로 고개를 숙여 보이는 정도현.

속옷만 입은 두 사람이 칠선 쪽을 향해 큰 절을 한다.

“정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김칠선씨!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흠, 메인이벤트는 여기까지.

칠성은 속으로 혀를 찼다.

기껏 이런 쇼 까지 했지만, 이걸 한 다고 누나한테 득이 될 런지는 모르겠다.

우리나라 사회가 워낙 그따위지 않은가, 한번 구설수에 오른 사람은 취급이 이상해진다.

설사 그게 본인이 전혀 원하지 않은, 피해자인 입장 일 때도 말이다.

거기다 남의 일이라고 무관심 한 건 얼마나 무섭던가.

그런데 이 차가운 사무실 분위기를 깬 건 전혀 의외의 인물 이었다.

“저거 아주 미친 새끼 아니야?!”

씩씩 대며 팔을 걷어붙이는 건 칠선의 사무실 여 선배였다.

그리고 그 날카로운 목소리는 마치 강가의 살얼음을 깨는 송곳 같았다.

깨진 살얼음 밑에서 솟아오른 강물이 분수처럼 폭발했다.

“와~ 진짜 사람은 모른다더니...모른다 몰라.”

“실망입니다 진짜!”

“네가 사람이냐?”

“그럼 죄 없는 칠선 씨 걸고넘어진 거야?”

여기저기서 마치 마녀에 십자가를 매달려는 듯 뜨거운 반응들이 훅 치고 올라왔다.

사무실은 순식간에 열기 쟁쟁한 인민 재판장이 되었다.

당장 두 사람이 처형대에 매달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리고 그때 였다.

짝!

“자! 자자~ 여러분!”

칠성이 손뼉을 치며 주위를 환기했다.

“여러분의 성난 분노.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폭력만이 우리 사회의 해결책 일까요?”

갑자기 공익 광고 캠페인 같은 어색한 말투를 내뱉는 칠성.

분위기 때문에 불안에 떨던 정도현은 그런 칠성의 말에 고마움과 반가움을 느꼈다.

하마터면 미소 지을 뻔 했다.

“그래서 제가 준비했습니다.”

짝.

칠성이 손뼉을 한번 더 치자 예의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처음에 가져왔던 흰색 커다란 아이스박스들을 사무실 사람들 앞에 놓아준다.

달칵. 달칵.

여기저기서 열린 커다란 아이스박스 속에는 탐스럽고 달큰 해 보이는 주먹보다 큰 붉은 색 토마토 들이 가득 담겨있다.

“다들 뭐 만화나 영화 같은 거 많이 보셔서 아시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칠성.

앞줄에 있던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하나 둘 토마토를 손에 들고 만지작 거린다.

칠성이 마치 교회의 목사님처럼 양 손을 양 편으로 쫙 펼쳐보이며 자애로운 미소로 말 한다.

“토마토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뇌졸중과 심근경색 예방이 되고 혈당과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요.”

뭐...뭐라고?

정도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다음순간.

“이야잇!”

슝~ 퍽!

“어악!”

예의 선배의 분노가 담긴 풀스윙 토마토가 정도현의 머리에 직격한다.

그걸로 시작 되 동시에 여기저기서 토마토들이 날아든다.

“먹어라!”

“짐승만도 못 한 것들!”

“꺼져라 꺼져!”

이리저리 몸을 피해 봐도 옴짝 달싹 없이 토마토 폭탄이 날아든다.

순식간에 수 십 개의 토마토 폭격에 초토화 되어 버린 정도현과 미영.

“아이고, 여러분. 이러시면 안 됩니다. 토마토는 먹어야 효능이 있는 거예요.”

능청을 떠는 칠성.

자기가 던지도록 모든 상황을 조성 해 놓고 시치미 떼는 모습에 정도현이 치를 떤다.

칠성, 슬쩍 옆의 칠선을 돌아본다.

정도현 쪽을 보며 윗입술을 악물고 코 평수를 넓히며 바들바들 떨고 있는 칠선.

“자.”

칠성이 칠선의 손에 유난히 과육이 단단한 토마토를 쥐어준다.

칠선, 토마토를 받아들더니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칠선이 일어나자 신나게 토마토를 던지던 사무실 사람들이 행동을 멈추고 조용히 칠선 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칠선과 정도현 사이에 무리 지었던 관중들이 칠선이 지나가고도 남을 널찍한 길을 터 준다.

“저... 선배 존경했었거든요.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나도 선배 같은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했었는데...이제는 그래요....”

조용히 입을 떼는 칠선.

칠선의 말에, 여기저기서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칠선...칠선 씨....”

할 말을 잃은 정도현이 중얼거린다.

벗겨 놓으니 곳곳에 군살이 들어찬 몸, 삼각의 흰 팬티와 휘어진 듯 절반쯤 이상하게 걸쳐져 있는 반태 안경. 그리고 여기저기 물 든 토마토와 머리에 붙은 토마토 껍질까지.

처참한 몰골이다.

“...선배 같은 쓰레기로만 살지 말자하고.”

“...어?”

감성적으로 이어지던 칠선의 말이 폭언으로 끝이 나자 어리둥절한 정도현.

하지만 어리둥절해 할 시간도 없이 칠선의 팔이 휘둘러진다.

“죽어!”

피유우웅-

콰창!!

“꺅!”

“뭐, 뭐야?!”

“세상에!”

순간, 칠선의 손을 벗어 난 토마토가 허공을 엄청난 속도로 가르고 날아가 정도현의 얼굴에 폭발 한 것 이다.

정도현은 마치 토마토가 아니라 투포환에라도 맞은 듯 액션영화 엑스트라처럼 대자로 뻗으며 허공에서 360도 돌고는 떨어져 바닥에 널 부러 진다.

“호오....”

그 순간 칠성의 눈엔 갑자기 확 올라가는 칠선의 마나가 보였다.

‘우리 누나 헌터 라이센스 따야겠네...?’

괜히 구레나룻을 긁적이는 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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