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63화 (63/145)

# 63

S3 : 18화

“뭐...? 그럼 김칠선 동생?”

자신 앞에 있던 의문의 남자가 자기 부하의 동생이라는 걸 알자 긴장이 풀린 정도현이 뒤 걸음 치던 몸짓을 멈췄다.

“후유. 난 또 뭐라고. 이봐, 어려서 뭘 잘 모르나 본데...”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맨손으로 닦아 내는 정도현.

확실히 칠선으로부터 동생이 하나 있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아마 공무원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너 이런 짓 하다가 후회 해. 어? 뭘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 온 건진 모르겠지만. 사람이 자기가 감당 할 수 있는 일만 벌여야지. 아직 네가 세상을 모르나 본데....”

자연스럽게 훈계조 톤으로 말을 이어가던 정도현이 문 듯, 김칠성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잠깐, 너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콰악.

그때 칠성이 덤벼들어 정도현의 멱살을 틀어쥔 채 들어올린다.

“커억, 왜. 왜이래! 잠깐!”

훅!

칠성이 두 말 없이 정도현을 집어던진다.

콰당탕!

순식간에 거실을 가로지르며 날아간 정도현의 몸뚱이가 쇼파에 부딪힌다.

육중한 가죽 쇼파가 정도현의 몸뚱이에 흔들리며 넘어간다.

“아이고 나 죽네! 이 시키 너! 아이고!”

한손으로 허리를 쥐고 바닥에서 꿈틀대는 정도현.

“...그런데 좀 이상하더라고, 아니, 뻥을 치려면 바람을 안 피웠다고 뻥을 쳐야지.”

“크으윽...”

칠성이 그렇게 입을 떼며 정도현 쪽으로 걸어갔지만

정도현은 허리춤에 손을 집은 채 신음 할 뿐 이었다.

“왜 우리 누나를 끌어들여서, 바람을 피웠다고 하냐고? 이상하잖아.”

“그...그건.”

“우리 누나랑 바람을 피웠다고 소문이 나는 것 만으로도 당신도 여러모로 끝장 일 텐데 말이야. 왜 그랬을까? 그게 궁금해서 조사를 더 해봤지.”

들고 있던 서류봉투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지는 칠성.

허리의 고통에 자기도 모르게 굴욕적 자세로 바닥에 엎드려 있던 정도현의 코앞에 던져진 것은 몇장의 사진이다.

“이...이게 뭔데.”

올려다보는 정도현을 향해 사진을 뒤집어 확인하라는 듯 턱짓을 하는 김칠성.

눈치를 보며 서서히 사진을 확인하는 정도현의 눈동자가 떨린다.

“이...이건, 이건 어떻게... 이걸 언제....”

더듬거리며 사진들을 급한 손길로 확인하는 정도현.

“뭐, 자기 아내 친정 식구들을 사랑 하는 거야. 훌륭한 남편이지.”

“아니...아니 이거는 오해야. 어? 무슨 이런 말도 안 돼는...”

정도현이 미친 듯이 고개를 양쪽으로 저었다.

칠성이 한숨을 내뱉으며 서류 한 장을 더 꺼내든다.

“흐음...언니보다 내가 낫죠? 그럼. 네 언니는 너무 재미가 없어. 예쁘기도 네가 예쁘고. 정말 아깝다 형부가 총각일 때 알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난 지금이 더 좋은데?”

국어책 톤으로 누가 봐도 연애하는 남녀의 대화를 읽어주는 칠성.

“아, 아니야. 그건... 그건 그냥 흔히 할 수 있는 말 이잖아!”

“...형부는 그렇게 웃을때가 귀엽더라. 내 앞에서만 그렇게 웃어요. 나는 너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야. 술한잔 할래요?... 후유. 구구절절하게 감동 적이시네 아주. 더 읽어 줘?”

“아니, 되. 됐어.”

“아, 그리고 이건 얼마 안 된 문자. 형부 지금 집 비었죠?”

들고 읽던 종이를 구겨서 던진 뒤 어딘가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칠성.

“읍,음!”

칠성이 들고 오는 것 은 온 몸이 청테이프로 휘감겨 있는 여자다.

퉁!

“미, 미영이?!”

정도현이 칠성이 자기 앞에 던지듯이 내려놓은 여자에게 달려들어 살핀다.

“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나더러 어쩌라고!”

“...니들 쓰레기 짓 감추느라 죄 없는 우리 누나 피눈물 흘리게 만들었으니, 그냥 두 놈 년 다 확 갈아죽일까 싶어서.”

담담하게 저 먼 허공을 보며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한편으로 던지는 칠성.

와이셔츠의 팔목 부분 단추를 풀어 걷어 올린다.

그 모습을 보고 마치 밑에 구멍을 뚫어 물을 빼 낸 어항처럼 얼굴에 핏기가 쑥 빠져 내려가는 정도현.

“노...농담이지?”

순간 야구배트처럼 김밥 같이 촘촘히 썰어지는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농담이지. 그래서 뭐 하겠어? 그냥 내가 원하는 건 아주 상식적인거야.”

“뭐, 뭔데.”

어라? 대화가 안 통하는 상대인 줄 알았더니 대화가 통할 것 같다.

정도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칠성을 올려다 본다.

“사람이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아주 당연한 거잖아?”

“그...그래. 그렇지.”

사과 정도야.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골백번이라도 해 줄 수 있다.

“그래. 그렇지 당연히. 방법은 당연히 우리 누나 망신 준 방법이랑 똑같이 해야겠지? 회사 사무실 안에서, 사람들 다 보게 불러 모아 놓고. 고대로. 처제랑 바람피웠다는 사실도 낱낱이 밝히고 말야.”

“그...그건 좀. 나...나도 사회생활이란 게...”

“그런 거 해 봐야 워낙 면이 두꺼워서 부끄러운 줄 모를 거니까. 발가벗고.”

“이...이봐 억지도 그런 억지가!”

“두 놈 년 다.”

“크윽....”

반박하던 정규현이 이를 으드드득 간다.

칠선에게 미안한 마음이 아주 없는 것 이야 아니었지만, 그거야 칠선 사정이고.

개별적으로 만나서야 골백번 고개를 못 숙여 줄 것 없지만 칠성 말대로 그런 짓들을 했다간 도대체 무슨 꼴이 되란 말인가.

“너...너, 날 너무 우습게 봤어. 내가 그런 짓 할 거 같아? 뭐 때문에? 그런 짓을 했다간 난 이미 사회적으로 끝장인데?”

“그렇게 나올 줄 알았지.”

“뭐라고?”

정도현은 싫다고 거절 한 건데 칠성은 오히려 계획대로 되어 간다는 듯 피식 입꼬리가 올라갔다.

“뭐 그런 짓을 했다간 회사도 짤릴 확률이 높고, 마누라 귀에 들어갔다간 이혼이라도 당할 테니 찝찝할 거야.”

구구절절 맞는 말 이다.

그런걸 아는 놈이 왜 이러는 거지?

정도현이 의문을 가질 찰나.

“그런데 유감인데, 그거보다 못 한 인생 살게 해 줄 수 있거든?”

칠성이 이를 으드득 간다.

“넌 씨발 죄를 지었잖아. 죗값을 치러야지? 죄 값은 어떻게든 받아야 하는 거고, 내가 옵션을 주는 거라니까?”

“혀...협박은! 네가 뭔데!”

기껏 법대로 해봐야 간통죄는 폐지 되었다.

티브이에 나오는 유명인 이란 건 알지만, 지까짓 게 뭐라고?

“뭐, 나야 별 거 아니지. 이런 사람에 비하면 말이야.”

칠성은 묵묵히, 정도현의 말에 반박조차 하지 않은 뒤

그렇게 말하고 핸드폰을 꺼내든다.

몇 번의 신호음, 그리고 이어지는 통화.

“네 대통령님. 실례지만 혹시 화상통화 잠시 가능 하시겠습니까?”

뭐? 정도현의 게슴츠레 떴던 눈이 개구리처럼 땡그래 진다.

대통령?

무슨 헛 소리를 하는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정도현이 침을 꿀꺽 삼키는데, 칠성이 정도현 거실 한켠의 커대란 대형 티브이를 조작한다.

그리고 이내 밝아 지는 화면.

칠성의 휴대폰과 연결된 티브이 액정이다.

[네 안녕 하십니까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무...무슨 말이 안 되는...”

정도현은 자기 스스로 중얼거리며 부정 해 보았지만 티브이 화면 속에 살아 움직이는 남성은 각종 뉴스 채널 등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제 서야 칠성이 누군지 기억났다.

장관. 헌특부 장관!

하지만 장관이란게 이렇게 대통령과 막 연결되고 그런 지위였나?

“대통령님. 여기 이 남자분, 그리고 여자 보이시죠?”

마치 친근한 친구를 대하듯 대통령에게 말을 거는 칠성.

[예, 아주 잘 보입니다.]

칠성이 핸드폰 카메라를 바닥에 널 부러진 남녀 둘 에게 비춰준다.

대통령이 잘 안 보이는지 미간에 힘을 주고 눈을 가늘게 뜬다.

“이분들이 더러운 짓거리를 해서 우리 누나가 피눈물을 흘렸거든요. 어떻게, 이런 인간쓰레기들 처리 안 됩니까? 대한민국 법이 더러워서 엿을 못 맥이네.”

[허허허, 우리 장관님 누이분께 민폐를 끼쳤으면 제가 손수 엿 먹여 드려야죠.]

웃으며 말하는 대통령.

그제서야 불안한 기색으로 떨기 시작하는 정도현.

“어떻습니까? 어떤 식으로요?”

[뭐 당장 생각나는 시나리오는 이런 거네요, 우선 남자분을 성범죄자로 등록해 전자발찌 하나 선물 해 드리고요.]

정도현이 퍼뜩 놀라서 화면과 김칠성의 얼굴을 번갈아 본다.

설마, 설마?

그런게 가능하리라고 생각이야 안 하지만.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어쩐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이 상황자체가 말이 안 되는게 아닌가.

“그리고요?”

[아 그런데, 우리나라 공무원들 하는 일이 워낙 시원찮잖아요? 실수로 하필이면 저분의 범죄 정보만 사진과 함께 공개가 되는 거죠. 그리고 우리가 딱히 의도한 건 아닌데, 초록창으로 유명한 사이트 배너 광고게임이 저분의 범죄 정보 페이지랑 잘못 연결이 되 버리고요.]

“아이고, 그거 아주 전 국민이 다 보겠군요? 그리고요?”

칠성이 정도현 쪽을 슬쩍 보며 쯧쯧 혀를 찼다.

마치 ‘젊은 사람이 어쩌다가...’ 하는 노인의 혀 참 같은 느낌이었다.

[저분, 저분의 아내, 친척, 친인척이 하는 사업이 죄다 망할 수 도 있지요. 요즘 경기가 워낙 나쁘지 않습니까?]

“저런, 저런. 큰일이네요. 우리나라 경기가 하루빨리 좋아져야 할 텐데 말이죠. 여기 여자분은 어떻게 될까요? 듣기론 무슨 국내의 명문 대학을 다닌다든 데요.”

능청스럽게 국가 경제까지 걱정하는 두 사람.

자기 이야기가 나오자 흠칫 놀라는 미영이라는 여자.

[아이고, 그래요? 이게 대학이라는 게. 요즘은 너무 취업교육기관 같이 쓰이고 있어요. 안타까운 부분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구구절절히 옳으신 말씀에 칠성이 고개를 주억인다.

[교육 기관 이란 건 사람의 인성도 교육을 해 줘야 하는 것이거든요. 교수님들이 사람 인성이 제대로 안 된 학생에게 점수를 줄 리가 없죠.]

“저런... 그럼 잘리겠군요?”

[아, 뭐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교수님들이 알아서 잘 하시겠죠.]

그리고는 하하껄걸 웃음을 나누는 두 사람.

“다른 건요?”

“그, 그만!”

칠성의 물음을 도중에 자른 것은 다급하게 손을 뻗은 정도현 이었다.

“그만해,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이미 양손을 파리처럼 베베 비비며 꿇은 무릎으로 기어서 칠성에게 다가오고 있다.

흐음, 그 꼴을 본 칠성이 가볍게 한숨을 쉬곤 대통령에게 말 한다.

“감사 합니다 대통령님. 이쯤하면 될 거 같습니다.”

[얼마든지요.]

손가락 두 개로 작은 경례를 하며 눈을 찡긋 해 보이는 대통령.

통화가 종료된다.

“뭐 억울하면 인터넷에 수헌부 장관이 네놈 집에 한밤중에 침입해서, 대통령이랑 화상 통화를 연결 해 주었더니 대통령이 직접 화상통화로 너 협박까지 하더라고 글이라도 올려 보던가.”

정도현 자신이 직접 겪고 있는 일이지만 정도현이 듣기에도 말이 안 되는 일 이었다.

마치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자동차에 오줌을 쌌다는 거랑 비슷한 격이 아닌가.

“아님 경찰에 신고를 하든지, 누가 믿어 줄런 진 모르겠지만.”

“크으....”

정도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것이 후회의 눈물인지, 하필이면 칠성같은 사람에게 걸린게 억울해서 분해서 흘리는 눈물인지야 정도현 만이 알 것 일테 지만.

이게 바로 인간사회에선 마력보다도 더욱 위대한,

권력의 힘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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