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
S3 : 16화
군부대 인근 공터.
분지형태로 깎아 놓은 원형의 커다란 공터는 원래는 육군의 폭발물 처리장을 목적으로 지어진 곳 이었으나 사용되지 않는 빈 장소였다.
평소에는 비어있는 곳 이었으나 오늘은 곳곳에 자리 잡은 군 관계자들.
“그런데 오늘 하는 게 뭡니까?”
“... 글쎄다. 무슨 슈퍼 병사라는 거 같은데.”
일정 진행을 돕고 있던 인근 군부대 육군 병장과 이병의 대화가 이어진다.
“슈퍼 병사요? 오벤져스 같은 겁니까?”
“오벤져스는 무슨. 뭐 또 뻘~ 한 거 만들었겠지. 저번에 기계 병사 만든다고 재활용 쓰레기 무더기 만든 거 기억 안 나냐?”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전 기대되지 말입니다.”
“쯧쯧쯧, 그렇게 속고도...”
마치 로봇 만화를 기대하는 초등학생 같은 이등병의 기대에 찬 초롱초롱한 눈빛에 혀를 차는 병장.
현장에는 진행을 위한 인력을 제외하면 방위 산업청의 관계자.
이 홧김에 실행된 위험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지켜봤었던 몇몇의 장성들.
언론엔 공개하기 이전이지만, 기록을 위해 섭외한 촬영 기자 등 정도가 있었다.
방금 떠들던 이등병에게 다행힌 소식인건, 이번에 시연할 슈퍼 병사는 이름뿐인 쓰레기는 아니란 점이다.
“내 힘을 보여 달라고?”
메피스토 펠레스에게 힘을 보여 줄 수 있겠냐고 물어본 것은 며칠 전의 일이었다.
“예...옙.”
어찌되었든 슈퍼병사 프로젝트의 성과를 대내외 적으로 보여주고, 나아가서 자신들이 수헌부 보다 우수한 성과를 냈다는 것을 만 천하에 자랑해야 한다.
그런 목적으로 정명석을 대동한 장성들의 시연 요구.
“못 보여줄 것 없지.”
메피스토가 웃느라 드러낸 이빨은 마치 상어처럼 모든 치아가 송곳니 같이 삐죽 빼죽 하다.
“그대들의 최고의 전사를 준비하라.”
“예...? 예. 알겠습니다.”
메피스토와 대화를 나눈 뒤 뒤에서 자기들 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성들.
“전사라니... 뭘 말하는 거 일까요?”
“전사... 라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지금.
최고로 우수하단 평가를 받은 특전사 한명이 소총으로 무장을 하고 긴장된 채 공터 위에 서 있다.
까악 – 까악 – 까악 -.
머리위에서 까마귀가 날아 지나간다.
재수 없다던데.
지나가는 까마귀를 올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린 특전사.
그리고 그의 앞으로 서서히, 악마 그 자체 인 메피스토가 느린 발걸음으로 걸어온다.
세운 깃이 유달리 높은 검은 코트 차림의 메피스토.
“그대가 이곳 세계 인간 족 최고의 전사인가?”
그런 메피스토를 보고 긴장해 침을 삼키는 특전사.
“예? 예... 특전사입니다.”
“그렇군. 기대가 크다.”
고개를 주억인 메피스토펠레스.
“이제 마나를 드러내라 인간의 전사여.”
메피스토가 명령조로 말 했지만 멀뚱히 서 있는 특전사.
“무엇 하느냐? 그대의 본래 가진 힘을 드러내란 말 이다.”
재차 재촉해도 묵묵부답.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기에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만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는 특전사.
그 모습을 보고 눈을 가늘게 뜬 메피스토가 중얼거린다.
“이상하군.... 인간 족 최고의 전사인데 마나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니... 힘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란 말 인가? 그러한데 어찌 최고의 전사가 되었는지...”
흐음.
이상하다는 듯 특전사를 살피던 메피스토펠레스가 다시금 말한다.
“뭐가 되었던 좋다! 기회를 줄 테니 나를 공격 해 봐라.”
공격을 하라는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우물 쭈물하며 선 특전사.
“뭔 일일까요...?”
쌍안경으로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참모총장에게 박중령이 묻는다.
“모르지, 뭘 보여주려고 이러는 건지.”
“이거 뭐... 위험한 거 아닙니까?”
“그럴 리가 있나. 이제 우리 편 인데. 정명석 말 못 들었어? 우리 덕분에 소환 되서 우리 명령을 들어야 한다잖아.”
묘한 위기감을 감지한 박중령의 징징거림을 묵살하는 참모총장.
절반 쯤 사실과 다르게 알고 있었지만 확신에 찬 참모총장의 말투에 박중령도 조용히 입을 다문 그 순간.
쌍안경으로 지켜보던 특전사의 총구가 메피스토를 향해 올라간다.
“어, 어라... 저거...”
박중령의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사격.
타탕탕!
특전사가 든 총구가 격발음과 함께 흔들리고.
“흐음....”
투둑.
마치 철벽에 붙은 고무공처럼, 자신의 코트에 박혀있는 탄환들을 털어 내 버리는 메피스토.
그중 찌그러진 총알 하나를 길쭉한 두 손톱으로 쥐고 관찰한다.
“이것이 이쪽 세계 인간들의 무기... 기묘하구나.”
그리고 메피스토의 시선이 옮겨 간 곳.
“으..윽..으....”
메피스토가 재촉하고, 결정적으로 상관의 사격 명령이 있었기에 일단 질렀으나.
정말로 괴물같이 총을 맞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메피스토에게 질려 버린 특전사.
스윽-.
“인간의 전사는....”
그런 특전사에게로 향한 메피스토의 시선엔 살기가 담겨있었다.
이제 턱에서 딱딱 소리가 날 정도로 온 몸을 부들부들 떠는 특전사.
“쓰레기구나.”
“힉!”
눈이 순간 부릅 떠 진 특전사.
촤-악.
그 이후엔 순식간이었다.
순간 마치 몸안에 화약을 심어두기라도 한 양 특전사의 몸체가 지뢰라도 밟은 것처럼 크게 튀어 오르며 폭발했다.
커다란 스프레이처럼 몸속의 피가 온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저...저게 무슨...!”
정확힌 몸이 폭발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보였을 뿐.
사실은 몸속의 모든 혈액이 바깥으로 튀어나왔을 뿐 이다.
메피스토가 갈고리처럼 만들어 쥔 손의 움직임에 따라 튀어나온 특전사의 피는 허공에서 구체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피의 군주라고 불리는 메피스토펠레스의 힘 이었다.
“흐..끅...”
체내의 모든 피를 빼앗긴 특전사는 마치 미라 같은 몰골이었다.
남색으로 빛바랜 피부에 눈이 뒤집어져 있다.
비명 같은 무엇과 함께 이내 풀썩 쓰러지는 병사.
경악하는 군인들.
기대 속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등병도 할 말을 잃고 멍청하게 입만 멍 하니 벌리고 있을 뿐 이다.
이 모든 관경을 지켜본 박중령.
“통제실! 통제실!!”
불길한 자신의 예감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하자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흠.”
촤악,
메피스토가 갈고리 모양으로 쥐고있던 손을 털자 구체 형태로 모여있던 특전사의 혈액 덩어리가 터진 물풍선의 물처럼 바닥을 수 놓는다.
메피스토는 흥미를 잃은 듯 돌아서서 자신의 악마 군사들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탄으로 얼어있던 현장 주변의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쓰러진 특전사에게로 달려가는 군인들.
“정신 차려! 김상병 이 새끼야!”
메피스토에게 당해 쓰러진 특전사.
김상병을 살피며 뺨을 때리는 병장.
하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지 오래다.
“이게 뭐야 씨발...”
“쇼크...쇼크사 한 것 같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판단을 전하는 군의관.
더군다나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처참한 몰골의 시체.
“저 개 같은...새끼.”
천천히 멀어지는 메피스토의 뒤통수를 보며 이를 가는 박병장.
“개새끼야!!”
쓰려진 김상병의 소총을 둘러맨 박병장.
“안 됩니다 큰 일 납니다!”
타탕! 탕.
펄썩.
메피스토를 향해 총을 발사하려던 병장.
하지만 다행히 주변의 장정들이 그런 병장을 덮쳐 쓰러뜨렸기에 총알은 전혀 엉뚱한 곳들로 날아간다.
“씨발! 놔!”
박병장이 악을 쓴다.
자신의 뒤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던 간에 무관심 하게 걸어간 메피스토.
그를 기다리고 있는 악마군단.
벌써 5, 60에 가깝게 소환되어 있는 숫자는 모두 육군의 협조로 가능 한 것 이었다.
장병들의 마나를 재료로 한 소환 의식으로 불러온 메피스토의 부하들 이었다.
대부분의 숫자를 차지하는 것 은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는, 평균 키 140cm 정도 되 보이는 임프들.
그리고 마계의 땅 끝에 봉인 되어있던 메피스토의 군단 중 에서도 직속으로 불리는, 진정 메피스토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세 명의 악마.
창백한 피부와 전신의 근육이 인상적인 마계의 권왕 발스락스.
젊은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채찍의 이마노프.
킹메이커. 칙칙한 피부의 노인. 조르바.
그들의 앞에서 입을 떼는 메피스토.
“이 세계의 인간 최고의 전사가 고작 이정도 피라미라면... 더 두고 볼 것도 없다.”
찢어질 듯 올라가는 메피스토의 입꼬리.
“생각보다 마나의 생동이 가득한 세계이기에... 이들의 수준이 어떤지 짐작이 되지 않아 내 힘이 모두 돌아올 때 까지 몸을 사렸으나...”
마나의 생동이 가득한 세계 일수록 그들의 먹잇감도 많다. 하지만 동시에 마나를 다루는 실력자들도 더욱 더 많아지는 게 필연이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당도한 이곳에는 마나의 생동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전사라는 것이 저런 한심한 수준의 전력.
그렇다면 이것은 엄청난 기회다.
“더 이상 기다릴 것 없다. 지금 이 시각 부로 이 세계의 정벌을 시작하자!”
포부를 밝히며 손을 치켜 든 메피스토.
“워! 워! 워! 워!”
“후! 후! 후! 후!”
그리고 그런 그의 손끝이 올라감에 따라 더욱 더 커지는 악마들의 웃음소리와 함성.
마치 전쟁을 나가기 전 병사들처럼 올라가는 사기.
메피스토가 뒤 돌아 자신의 처소로 향하자 풀어진 악마 군사들이 축제같은 분위기에 휩쌓인다.
“사냥이다! 사냥!”
“키헤헤헤!!”
악마들의 웃음소리를 동반한 불길한 전조가 공간을 압도한다.
* * *
“아~ 그러면 학생들이 이번년도 대입에 대비해서 준비해야 할 건 무엇일까요?”
비슷한 시각,
여기자 박지민, 정년이 5년 남은 촬영 기자 박인규.
그리고 오디오 태완의 사회부 팀은 바뀐 대입 정책에 관해 모 대학의 교수와 인터뷰 중 이었다.
“그래서 이번 년도에는 정시에도 면접을 도입 하는 대학들이 많아질 것이거든요. 학생들이 수능에만 매몰 되지 말고, 면접에 관한 준비도 착실히 해야 겠고요.....”
대답을 이어가던 교수가 질문을 던졌던 지민 쪽을 바라보자, 질문을 던져놓고는 딴 생각에 빠져 있었던 지민이 얼른 교수를 바라보며 다시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이제 면접 과정이 생기는 만큼, 공부 말고 다른 여타 사회 경험도 충분히 하는 편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지루한 인터뷰가 촬영 분을 만들고 차량에 짐을 싣는 팀.
“에휴.”
인터뷰에 응한 교수가 있던 곳은 서울시내 밖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교이기에, 팀을 실은 차가 서울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얼른 편집해서 넘기면 한 꼭지 마무리.
“휴우... 대입이 사회부 기사야? 기사거리나 돼...?”
“아이 누나 왜 그래.크크.”
운전대를 잡은 태완이 웃으며 대꾸한다.
술집에서의 일을 알기에 박인규의 눈치를 보는 태완.
“아니 그냥 뭐 그렇다는 거지...”
태완의 의도를 알아채고 꼬리를 내리는 지민.
괜히 창밖을 보며 혼잣말을 하듯 대답한다.
그때는 술에 취해 있었기에 없던 용기가 샘솟았고, 뒷 일 생각 안 하고 마구 질러댄 것 이지.
아무데서나 분란을 만들 정도로 철없진 않았다.
오히려 자기가 그 정도 지랄을 했는데 그냥 넘어가 준 선배에 대해 죄스러운 마음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살짝 흘렀던 긴장감은 그대로 지나가는 것 같았다.
박인규가 입을 떼기 전 까지는.
“꼴값 떤다 계집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