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S3 : 14화
다시 김칠성과 김주희.
바에서 술 한 잔 하고 나서 주희를 집까지 데려다 준 칠성.
“우리 집 갔다 가요.”
“응?”
집 앞 까지 왔는데, 그런 말을 하는 주희.
“아니... 저 그게.”
뻘하게 대문을 훑어보는 칠성.
“아니 그냥, 와인이나 한 잔 하고 가라 구요. 웃기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물으며 짓궂게 웃는 주희.
“아~ 뭐 와인. 그래 좋지.”
칠성이지지 않고 받아친다.
그리하여 들어가게 된 주희의 집.
넓은 평수의 고급형 빌라다.
안에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가구와 장식품들.
‘어우, 이건 괜찮은데?’
이런 집 얼마나 하려나. 알아볼까?
집 욕심은 없었는데, 막상 좋은 집을 보니 혹 한다.
‘어차피 얼마 안 하겠지만.’
크크크. 돈이야 뭐.
“샤도네 괜찮죠?”
집 구경을 열심히 하고 있는 칠성에게 주희가 웃으며 잔을 내민다.
잔에는 화이트 와인이 채워지고.
짠.
이런 저런 대화가 오가다가,
칠성이 잠시 화장실에 간다.
쏴아-.
‘이야, 세면대도 좋아.’
손을 씻은 칠성이 거실로 나오는데.
“헙.”
순간 놀란 칠성이 숨을 들이킨다.
아니, 요즘 것 들은 말이야. 남자 무서운 줄을 모르고?
이런 현실 도피성 노인네 스러운 생각을 해 봐야
칠성 눈앞의 주희는 그대로 헐벗은 채였다.
“어떼요?”
싱글거리며 묻는 주희.
어떻냐니.
주희는 말 그대로 모델간이 길쭉하고 굴곡 있는 몸, 새하얀 피부 위로 붉은 색 란제리만 걸치고 있는 상태였다.
브레지어 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어?”
미처 칠성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코 앞 까지 다가온 주희.
“어떼요? 란제리 쪽 에도 사업을 확장 해 볼까 하는데.”
천연덕 스럽게 자신의 몸을 이리 저리 둘러 보여주며 웃는 주희.
“남자들 실제 반응이 궁금해서요.”
“아...그래?”
그렇지, 주희가 패션 계통의 사람이란 것을 잊고 있었다.
“뭐 이쁜....”
칠성의 대답을 채 듣지도 않고는 달려들어 칠성의 목에 팔을 감는 주희.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진다.
“아니 그게.”
칠성이 이리 저리 피해 봐도 그때마다 방향을 바꾸어 입을 맞추며 칠성을 어딘가로 밀어가는 주희.
‘어우 쒸, 뭐야 이 계집애?!’
요리조리 웃으면서 마치 양 몰이 개처럼 칠성을 몰아 교묘하게 빠져나갈 수 가 없게 만든다.
보통 단수가 아니다.
푹시인!
결국 침대에 반 강제로 눕혀진 칠성.
그 위로 잽싸게 덤벼들어 제압? 하는 주희.
“헤헤헤, 장관님은 가만히 계세요.”
칠성의 벨트를 더듬으며 입술을 핥는 주희.
아니 이.
“저리가라 요망한 요괴야!”
파앙!
“꺅!”
괴상한 대사를 뱉으며 주희를 침대에 업어친? 칠성.
순식간에 침대에 등부터 매다 꽂힌 주희가 비명을 지르며 매트리스에 튕겨 바닥으로 엎어진다.
“아 진짜! 뭐 하는 거예요?”
허리가 아픈지 쥐고서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와 엎어지는 주희.
“...후. 미안.”
팔짱을 낀 칠성. 최대한 차분하게 말한다.
젠장, 예전에 님프족, 라테일 에게 들었던 대사가 불현 듯 머릿속을 스친다.
‘네 놈은 고자냐?’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이건 좀 아닌 거 같다.”
칠성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표정이 구겨지는 주희.
“내가 그렇게 별로예요?!”
거의 버럭. 소리를 지르다 시피 한다.
어라. 눈물까지 좀 맺혀있다.
“그건 아니니까 걱정 마라. 지금 굉장히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말 하고 있는 거니까.”
사실이었다. 칠성의 이마의 핏줄까지 벌떡 서 있을 지경이었다.
“후우...네가 너무 좋은 애 라서 그래.”
“기막혀!”
“그러니까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못 하겠다는 거야. 너 한테 못 할 짓 인거 아니까.”
그러고는 주희를 지그시 바라보는 칠성.
열이 펄펄 끓는 주희가 잠시간 아무 말 도 못 한 것은,
칠성의 눈빛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진지했기 때문이다.
‘진심이구나?’
하지만 고요도 잠시, 이내 주희의 인상이 일그러진다.
“이건 할 짓 이고?! 여자애가 이렇게 헐벗고. 유혹하면, 못 이기는 척. 매너 없어요?! 성격 왜 일캐 지랄 맞아?!”
칠성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불만을 토해내는 주희.
주저앉아서 징징 거리며 울기 시작한다.
“아, 그런 게 아니고 ~”그런 주희를 안아주려는 칠성.
“이뻐, 예쁘긴 정말로 예뻐.”
“됐어요. 나 이제 트라우마 생겨서 평생 아무 남자랑도 섹스 못 할 거니까.”
꿍얼 꿍얼,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던 주희.
“저리 꺼져!”
갑자기 칠성을 뿌리치며 빽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 기세에 물러나는 칠성.
하, 거 참.
생각해서 내린 결정인데, 자존심을 상하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다.
“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진 알겠는데....”
“가요!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다 끝장이야!”
“...휴, 알았어. 알았어.”
항복이라는 듯 양 손을 들어 보이며 뒷걸음 질 쳐 나가기 시작하는 칠성.
이럴 땐 그냥 꺼져주는 게 좋겠다.
슬금 슬금 집 밖으로 향하는데.
“나 내일 유럽으로 떠나요! 다시는 안 돌아올 거야!”
칠성의 등 뒤로 저주 같은 마지막 인사를 퍼붓는 주희.
문 앞, 돌아선 칠성.
담담한 말투로.
“잘 살어.”
삑, 문의 잠금장치를 풀고 열려는 순간.
정말 마지막이라고 여겨서 일까.
다시 입을 떼는 주희.
실컷 퍼부어서 일까,
이제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한 목소리다.
“...미안해요. 바보같이 굴어서.”
그 소리를 듣고 우두커니 멈춰 섰던 칠성.
천천히 돌아서서.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느낌으로 한쪽 눈썹을 치켜들어 보여 웃으며 어깨를 으쓱 한다.
달캉.
문이 닫힌다.
“으휴... 김칠성 고자새끼. 혼자 바르시다.”
나름 초강수를 뒀는데. 실패했네.
힘이 빠져 침대위에 뻗는 주희.
“잘 처먹고 잘 사시길....”
눈빛이 쓸쓸하다.
그런 눈을 팔로 덮는 주희.
‘나의 기사님.’
마지막 말은 그냥 속으로만 한다.
* * *
시간을 조금 거슬러, 정명석이 있는 속초 인근 군부대 근처, 슈퍼 병사를 위한 악마력 초환 의식이 벌어지고 있던 공터.
“좋아...좋아. 병사여!”
시커멓게 타오른 것 같이 보이는 상반신을 가지고 있는, 머리엔 뿔이 달린 인간들이 몇몇 보인다.
낙진이 거치자 드러난 것은 실험 실패의 결과로 처참한 몰골이 된 수십의 병사들.
그리고 그 가운데 서 있는 성공체로 추정되는 네 명의 악마.
이상하다.
정명석이 실행한 마법은 분명, 악마의 힘만을 빌려오는 것 일텐데. 법진 위에 우뚝 서 있는 네 개체는 마치 악마 그 자체처럼 보인다.
상관없다.
“내가 너의 주인이니. 내 명령에 복종하라. 병사여!”
정명석이 불러보지만 아직은 별 반응이 없다.
상관없다.
‘수십의 실패한 개체는 상관이 없어!’
단 네 개체.
충분하다.
“내가 너의 주인이다. 병사여.”
수족같이 움직이는 슈퍼 병사든지, 악마든지. 네 개체면 충분히....
손을 뻗은 채 네 명의 개체에게로 다가가던 정명석이 멈춘다.
아까까지 망부석 같이 굳어있던 악마들이 동시에,
정명석을 향해 돌아보며 씨익 소름끼치는 웃음을 짓는다.
‘젠장.’
무언가가 잘못 되었다.
정명석의 머릿속에 섬광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이 녀석 들은 모습만 악마 인 게 아니다.
도무지 어떻게 되먹은 일 인진 모르겠지만-.
“도망쳐!!”
정명석이 주변을 향해 소리 지른다.
하지만 아까 전 폭발의 충격에서 겨우 벗어나고 있던 주변의 병사들.
정명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채 알아듣기도 전에...
“키크크큭!”
쐐애애액!
악마들이 돌연 날뛰기 시작한다.
“끄악!!”
검은색 쇠사슬을 휘두른다.
휘두른 쇠사슬은 마치 올가미처럼 병사들의 목에 휘둘러진다.
“키리릭!”
목에 악마가 던진 쇠사슬이 감긴 병사들이 볼품없이, 마치 오토바이에 목줄이 매달린 개처럼 악마들의 완력에 끌려간다.
“제기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멋대로 날뛰는.
더군다나 악마 그 자체로 보이는 이상한 개체들.
마치 기다란 촉수처럼 악마들이 휘두르는, 순식간에 수십 미터나 뻗어나갔다가 돌아오는 쇠사슬의 향연에 순식간에 대 여섯 명의 인간 병사가 끌려들어 간다.
“키륵?”
“키루루룩!”
그리고 대화를 나누던 네 마리의 악마.
20여명의 사로잡은 병사들을 자신들의 가운데에 몰아두고 무언가 자신들끼리 의식을 치루는 듯하더니.
“안 돼, 막아야 해!!”
이제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드는 장성들을 향해 달려가며 악마들을 막아야 한다고 소리 지르는 정명석.
“사살, 사살하라!”
“사살하라!!”
어떤 장성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퍼지고, 순식간에 누군가의 권총이 격발된다.
타-앙! 탕! 탕!
악마들을 향해 날아가는 총알.
하지만.
스르르르륵-.
게중 하나의 악마가 검지와 엄지 손가락 만으로 총알을 잡아내 보인다.
섬짓.
마치 상어같이 모든 치아가 뾰족 하게 날이 선 채 빛이 나는 악마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 한 순간.
“끄아악!!”
권총을 발포한 장성의 목에 순식간에 쇠사슬이 휘감긴다.
그대로 끌려간 장성은 이미 모아져 있던 병사들 위에 엎어진다.
그리고 다음순간, 쓰러져 있던 병사들의 품에서 뺏어든 은빛의 단검을 치켜드는 악마들.
“안 돼...안 돼...안 돼!”
그들이 무슨 일을 할지 짐작이나 하는 정명석은 패닉에 빠져 고개를 양쪽으로 젓는다.
푸쉭! 푸푹!
비명소리들과 함께.
흩날리는 어린양의 피.
“메에에에에....”
스산한 바람이 불고.
악마들이 완성해 낸 법진에서 부글부글 끓으며 일어나는 검붉은 피죽.
쿠르르르륵-.
그 피거품 사이에서, 검은색 관이 하나 솟아오른다.
악마들은 그 관 주변으로 예를 갖추듯, 한 쪽 다리를 꿇는다.
“아...아?”
상상으로만 그려보던,
마도서 속의 일이 현실화 되는 순간.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후회만 할 뿐.
정명석은 아무런 말도 이을 수 없었다.
끼-익.
피 무더기에서 솟아오른 검은 관같이 생긴 것의 뚜껑을 열고 나오는 존재.
피의 군주, 메피스토 펠레스다.
회색장발의 구불구불 한 머리 사이에 붉은 뿔이 돋아났고, 붉은 색의 진하고 큰 아이라인, 목에는 나사 같은 것이 돌아가며 박혀있다.
마치 펑크 록 뮤지션 내지 아이돌 같은 모습이다.
‘제기랄.’
정명석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최고의 사병을 얻으려다가 전설속의 최악의 존재를 불러내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번뜩.
정명석의 눈이 떠졌다.
상대가 피의 군주라면 김칠성이 문제가 아니라, 이 세상이 위험하다.
하지만, 다른 세계로 이동한 자 들은 일순간 힘을 잃게된다.
특히나 지옥과 현계처럼 차원이 다른 경우엔!
말인 즉,
‘지금이라면 해볼 만 할 수도...!’
으득.
이를 악물며 지팡이를 바로 쥐는 정명석.
그런데.
“흐음, 그대가 우리를 초환한 자로구나?”
정명석에게 부드럽고 우아한 몸동작으로 다가오는 메피스토 펠레스.
어라?
“내 그대를 나의 제사장으로 임명한다.”
제사장!
순식간에 메피스토 펠레스의 손이 뻗어진다.
정명석이 눈을 부릅뜨고, 아직 사태파악을 제대로 하지도 못 한 사이에, 메피스토 펠레스의 손끝에서 나온 피의 줄기가 정명석을 한 바퀴 휘감더니 사라진다.
제사장 이라는 것은 대리인.
그렇다는 것은....
“이자는 이제부터 나의 제사장이다. 모두들 절대 복종하도록.”
제사장에 임명됨과 동시에,
정명석 쪽을 바라보던 악마들의 시선 자체가 바뀐다.
그러곤 존경의 의미로, 한 마리씩 바닥을 기어 다가와 정명석의 발 등에 키스를 하는 것 이 아닌가.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
“핫....하하하!!”
알 수 없는 희열이 정명석의 발치에서 부터 머리 끝 까지 올라왔다.
정말 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
운명은 얄궂다.
“제사장 정명석. 신명을 다 해 모시겠습니다!”
메피스토 펠레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예를 올리는 정명석.
흐뭇하게, 짐승의 미소를 지어보이는 메피스토 펠레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됐다... 되었어...
“크크크크...”
‘김칠성 네 녀석은... 내 발끝에도 미치지 못 한다!’
“크크크큭!!”
웃음이 멈추지가 않는 정명석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