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57화 (57/145)

# 57

S3 : 12화

“그냥 먹으라고요?”

“어! 그만 좀 묻고 쳐 먹어. 암 걸리겠다.”

김칠성이 위협하는 의미로 인상을 구기며 이를 드러내 보였다.

아 짜식, 겁 겁나 많네.

장소는 수헌부 지하 연구실.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시뮬레이션 룸 안에 서 있는 김태홍.

그리고 시뮬레이션 룸 밖에서 김태홍을 관찰하고 있는 것 은 김칠성과 장영실 연구소장을 비롯한 연구 인력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시간 죽여 가며 바라보고 있는데.

김태홍은 김칠성이 준 엄지손가락 만 한 마석을 받아들곤 그냥 한참 바라보고나 있다.

“아니 그래도 이거....”

물론 김태홍의 상식선에선 말이 안 돼는 행동인 거야 맞다.

마석 이란 건 어디까지나 엘릭서 등의 재료라고만 배웠을 테니까.

다만 마석에도 레벨이 있고 클래스가 있는 법이다.

정말 잘 정제한 흑마석은 그냥 씹어먹어도 된다.

애초에 마석에 대한 관심과 연구 보다는 호흡법 위주로 마나를 쌓아가는 청마법사들에겐 불가능한 경지이지만.

“네가 처먹거나 내가 처먹이거나 둘 중 하나다.”

김칠성이 그르렁 거렸다.

“아, 알았다고요.”

드디어 입안에 마석을 처넣은 김태홍.

오독, 오도독.

“어라...? 이거 의외로...”

김태홍의 눈이 커진다.

“와! 이거 의외로 맛있는 데요? 꼭 청포도 사탕...”

김칠성에게 엄지를 들어보이던 김태홍. 그런데...

“어...어?!”

“컥!”

갑자기 복부를 감싸 안고 주저앉은 김태홍.

“야, 괜찮냐?”

김칠성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김태홍을 본다.

“이런, 역시 너무 무모했어요!”

“제세동기 준비해요!”

김태홍이 쓰러지자 장영실과 몇몇 연구원들이 득달같이 달려가 시뮬레이션 룸의 문을 열려고 한다.

장영실은 김태홍을 말리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괴물 같은 김칠성이야 모를까, 일반 헌터가 마석을 통째로 삼킨다는 것은 무리...

“소장님!”

“예?”

“호들갑 떨지 마시고. 잘 봐.”

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있던 장영실을 불러 세우는 김칠성.

“보라고.”

김칠성이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가 보면 쓰러졌던 김태홍이 스스로 꿈틀대는 좀비처럼 힘겹게 몸을 일으켜 새우고 있다.

“끄..끄으으윽....”

고통에 몸을 비틀던 김태홍, 그런데 순식간에.

“크...크흐..크흐흐흐흐흐!!!”

갑자기 김태홍의 전신에서 몰려오는 알 수 없는 힘!

번쩍!

김태홍이 시전 한 전격 속성의 마법. 라이트닝이 시뮬레이션 룸 안에 번쩍거린다.

쿠르르릉-.

천둥소리가 울린다.

“으하하하하!! 몸에 힘이 넘치는구나!”

어쩐지 말투마저 바뀌어 있는 김태홍.

김태홍은 지금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전혀 새로운 감각에 눈뜨고 있었다.

여태까지 자신은 너무나도 우물 같은 세상에 갇혀 있었다.

이제야 눈이 뜨인다.

몸에서 마나가 흘러넘친다.

이 세상 그 어떤 헌터도 이런 강렬한 힘을 가져본 일 없으리라.

콰쾅!

김태홍이 만들어낸 불꽃이 시뮬레이션 룸의 벽을 녹이고 있었다.

불꽃은 흑마나의 영향으로 검게 타오르고 있었다.

“미개한 인간들이여! 나를 받들라!!”

마나로 강화된 김태홍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시뮬레이션 룸과 연구실은 지진이라도 난 듯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꺄악!”

“이크”

장영실을 비롯한 연구실에 있던 연구 인력들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피했다.

이제 이 세상에 김태홍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 했다.

“크하하하하!! 내 앞을 막을 자!! 누구!!”

“나다 새꺄.”

툭.

그때였다.

순식간에 김태홍의 등 뒤에서 나타난 김칠성이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뱉으며 손날을 휘두르자 김태홍이 생일 케이크 위에 있다 바람을 불어 끈 촛불처럼 힘없이 피슉 쓰러졌다.

“참 나, 이렇게까지 오버하는 새끼는 또 처음보네.”

탁. 탁.

손을 터는 김칠성.

평생 경험이 없던 사람에게 갑자기 많은 마나가 주입되면 이런저런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꼭 이렇게 중2병 스러운 방법으로 부작용이 나오리란 법은 없지만 말 이다.

뭐 어찌됐던 마석 흡수법까지 완료.

진도는 착착 뺐다.

이렇게 훌륭한 스승이 또 어디 있겠는가?

“어떻게... 해야 될까요?”

어느새 도망갔다가 상황이 진정되자 잽싸게 돌아 온 장영실이 물었다.

“뭐 적당히 눕혀 놔. 좀 자고 나면 괜찮을 거야.”

난 가야할 데가 있거덩.

* * *

그리고 그 가야할 곳.

“그럼요! 유명한 감독님들도 많이 오시는걸요?”

칠성의 팔짱을 낀 채 신나서 깨방정을 떠는 김주희.

그들이 향하는 곳은, 번화가 지역의 회원제로 운영되는 한 고급 카페테리아.

예의 영화인의 밤 행사 마지막 날에 참여하는 것 이다.

“영화는 뭐 틀어줘요?”

액션? 로맨스? 어떤 쪽 이지?

“아마 보면 좋아할 거예요.”

그리고 잠시 뒤,

“칠성씨.”

드렁.

“예, 예?”

자기도 모르게 졸았던 칠성이 주희가 부르는 소리에 깼다.

“아...이거.”

괜히 민망해진 칠성이 뒤통수를 긁었다.

“많이 피곤 했나봐요.”

김주희가 소근 거렸다.

“음...”

뭐 그런 것도 있기야 한데,

이게 도대체 무슨 영화인질 모르겠다.

앞쪽에 설치되어 있는 스크린에선 아직도 푸른 드래스를 입은 여자가 푸른 배경의 도시를 뛰어다니는 중 이었다.

뭐가 재미있다고 이걸 저렇게 흥미롭게들 보는 건지...

하여간 그렇게 영화 상영이 끝나고.

“재밌게들 보셨습니까?”

영화가 끝나고 마이크를 잡은 남자가 영화에 관에 이것저것 설명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말하는 것을 보아 방금까지 틀어준 알지 못 할 영화를 찍은 감독인 것 같았다.

칠성을 제외한 사람들은 그 남자의 말을 알아듣는 듯 고개를 끄덕이거나. 자기 의견을 이야기 하는 등 짧은 토의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 또 특별한 손님이 와 계시죠. 김칠성 장관님!”

주희 때문에 앉아 있긴 하는데, 지루해서 눈이 돌아갈 지경일 즈음에 갑자기 이름이 불린 칠성.

“저요?”

“네 장관님.”

“하하하하.”

깜짝 놀라 자신을 가리켜 보이는 칠성의 행동에 웃음이 터진 사람들.

“장관님의 소감 한번 안 들어볼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마이크를 든 감독의 말과 함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홍응을 보냈다.

“아...”

아니 방금 뭐를 본 건지도 모르겠는데. 소감?

하지만 칠성의 옆에선 주희도 웃으면서 칠성을 보고 있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에 하는 수 없이 마이크를 건네어 받은 칠성.

“음 뭐... 재밌게 봤고요.”사람들의 기대어린 시선이 칠성에게 모아진다.

“그런데 저는 좀 이게 뭐라고 해야 하나... 이게 장르가 뭡니까?”

칠성이 무언가 재미난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닌데, 여기저기서 웃음 짓는 사람들.

“뭐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전 이런거 보다 좀 깨부시고, 싸우고. 이런 영화가 더 재미있긴 하네요. 이건 솔직히 말해서 뭐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뭐 전문가들 분들이니까 보는 눈이 좀 다르시기야 할 텐데....”

살짝 싸 해진 분위기. 그런데

“아 그럼요! 김감독 이거 너무 지루해.”

누군가가 외친 그 한마디에 파하하 하는 웃음이 터진 사람들.

그리고 자기 편 들어주는 사람이 있자 기세를 잡고 신이 난 칠성.

“솔직히 이거 스토리도 뭔지를 모르겠고요. 무슨 여자가 한 시간 동안 뛰어 댕기는데...”

이제는 칠성이 뭘 말하던 하하 껄껄 웃는 분위기다.

종국엔 감독도.

“맞습니다. 제가 다음엔 좀 더 신경을 써서 찍어 보는걸로 하겠습니다.”

웃음이 떠나지 않는 행사장.

이런 저런 코너가 끝나가는 가운데 행사장을 나온 칠성과 주희.

화기애애한 두 사람.

“너무 창피해 하지 말아요 칠성씨.”

본의 아니게 창피를 당하게 된 칠성을 위로하는 주희.

영화 좀 모르면 어떤가.

칠성의 그런 면마저 귀여워 보이는 주희.

그런데.

“...저기요 주희씨.”

멈춰서는 칠성.

“네?”

“주희씨는 아까 내가 창피했어요?”

“네?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어라, 자존심이 상했나?

자신이 실수했다 싶어 열심히 눈을 굴리던 주희.

“모르면 배우면 되죠! 그게 무슨 상관 이예요.”

“안 배우면요?”

“네?”

칠성은 대꾸도 않고 앞쪽만 노려보고 있다.

“역시 때리고 부숴야 하는데.”

중얼거리는 칠성.

“영화요?”

물어보는 주희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앞쪽만 노려보는 칠성.

그런 칠성의 시야에 갈래진 골목 양편에서 한놈씩, 그리고 주희와 칠성의 뒤에도 한 놈.

척 보기에도 수상한 놈들이 등장한다.

“그것도 그렇고, 이런 놈들이요!”

“어이, 가진 거...컥!”

주희의 팔목을 잡은 칠성.

칼을 빼어든 불량배의 대사가 끝나기도 전에 칠성이 앞차기로 내지른 발뒤꿈치가 불량배의 명치에 꼽혀 들어간다.

“뭐야 이 새끼, 돌았어?”

쓰러진 동료를 보고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위협하는 불량배 엑스트라 B.

“너 이런 전계 처음 보냐?”

“뭐라는 거야 새끼가!”

덤벼드는 칠성을 향해 칼을 휘두르던 엑스트라B.

깡!

하지만 오히려 칠성을 향해 휘두르던 식칼이 칠성의 발차기에 허공을 가른다.

허공을 휘날리는 자신의 칼을 멍하니 바라보던 엑스트라B.

“끄윽! 뭐하는...”

어느새 칠성의 한쪽 발은 엑스트라 B의 신발을 짓이겨 놓고 있다.

다급하게 주먹을 휘두르려는 엑스트라 B.

“모르면 배워 새꺄.”

꾸두둑!

하지만 주먹을 채 다 뻗기도 전에 칠성의 구둣발이 엑스트라B 의 갈비뼈 한 대를 가래떡처럼 휘어놓는다.

“끄아악!!”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엑스트라B.

“에, 에잇!”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더러운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칠성이 주희의 팔목을 잡고 돌려, 그 탄력으로 마치 사교댄스를 하듯 주희가 360도 회전하며 칠성과 위치를 바꾼다.

퍼각!

그리고 그와 동시에 회전력을 얻은 칠성의 킥이 그들 등 뒤에 있던 엑스트라C의 안면에 격중 한다.

투둑.

쓰러지는 엑스트라C.

“끄으윽... 젠장..”

기절해서 뻗어있는 A, 꿈틀거리며 살길을 찾아 골목길을 기어가고 있는 B. 피가 나는 코를 쥐고 신음하는 C.

“이 새끼들은... 진짜.”

한심하다는 듯. 한숨 섞인 말을 뱉는 칠성.

근처 쓰레기봉투에 묶여있던 노끈으로 대충 불량배 엑스트라 A, B, C를 묶었다.

“흐끄아아악!”

마나를 주입한 노끈이 강철이라도 된 양 탱탱하게 쪼그라들어 놈들의 사지를 묶어놓았다.

“이 새끼들은 진짜 뉴스도 안 보고 사나?”

대한민국 땅에 나를 강도질 할 정도로 멍청한 놈들이 있다니...

쩝.

양 손을 허리춤에 댄 채 입맛을 다시는 칠성.

멀었다 멀었어.

간만에 스트레스 해소는 폭풍같이 했네.

“괜찮아요? 많이 놀랬죠? 어디 다친 덴 없어요?”

갑작스럽게 눈앞에서 펼쳐진 액션 영화에 벙 쪄 있는 김주희를 챙기는 칠성.

“자주 있어요... 이런 일?”

너무나도 태연하게 대처하는 칠성을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보는 주희.

“뭐, 가끔씩?”

어깨를 으쓱 해 보이는 칠성.

“하...하하하.”

얼떨떨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주희.

이 남자가 왜 액션영화를 좋아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주희였다.

인생이 훨씬 더 액션인데.

“춤은 잘 추시겠던데요?”

“뭐라고요? 참나.”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 도 없이 웃는 두 사람.

강도를 당한 소감이 춤은 잘 추겠다니.

별난 여자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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