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47화 (47/145)

# 47

S3 : 2화

[수헌부의 특수범죄 전담팀의 활약이 뜨겁습니다.]

뉴스 아나운서의 멘트.

자료화면이 이어진다.

“이게 오늘 아침 뉴스인데요, 보시고 싶어 하실 거 같아서 제가 녹화 떠 놨죠.”

영상은 이내 한 어두운 실내공간을 비춘다.

언 듯 보아서 무슨 클럽 같은 곳의 룸 앞 같다.

수헌부 정복을 입은 경관이 룸의 문을 쾅쾅쾅 두들긴다.

“문 여십쇼. 수헌부 특수범죄 전담팀입니다.”

굵직한 목소리로 겁박하듯 문 너머를 향해 소리 지르는 남자.

“크크크크..”

영상을 보던 칠성은 재밌어서 죽을 지경이었다.

범인들을 제압하기 위한 경찰들 치곤 지나치게 정직 한 거 아닌가?

그러거나 말거나 수신호를 주고받은 경찰들이 문의 룸을 차 박살내며 들어간다.

방 안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한 눈에도 조직 폭력배 스러운 무리가 가득하다.

“에이 씨발 뭐야!”

룸 안의 중심에서 여자들을 끼고 술을 먹던, 전형적인 돈만 많은 양아치스러운 인상의 남자가 경찰들을 보고 욕지기를 뱉는다.

그와 동시에 검은 옷을 입고 있던 폭력배들이 품안에서 날이 번뜩이는 식칼을 꺼내든다.

그 뒤로 일어난 일은 순식간이었다.

수헌부 경찰 두 명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식칼을 든 폭력배들을 향해 튀어나가더니 칼을 집고 있는 놈들 전부를 곤죽으로 만들어버린다.

마치 액션 영화 속의 주인공 같은 대활약을 펼치는 경찰들 덕에

십 수 명의 조직원이 순식간에 제압된다.

“이 새끼들 뭐야!”보스처럼 보이던 녀석이 경찰들에게 제압당해 절규하는 모습이 화면 가득히 들어온다.

[수헌부 특수범죄 전담팀이 제압한 이모씨는 조직 ‘앙상블’파의 보스로. 이들은 각종 연예인에게 마약을 공급한 혐의와 불법 도박장....]

앵커의 멘트가 이어진다.

“이번에 수헌부 특채로 들어온 제압 전문 요원들입니다.”

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드 일선에 투입하기엔 애매모호한, 하지만 헌터 라이센스는 보유하고 있던 자들을 상대로 모집한 제압 전문요원.

아직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 은 아니었지만, 프로 헌터를 지망하던 사람들 중엔 꽤 뛰어난 실력을 보유한 이들이 많았고 그중 몇 명을 시험채용한 성과가 여기서 드러나고 있는 것 이었다.

“야~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냐?”

“아~ 뭐가 어때서요?”

칠성이 무엇이 문제인지 딱히 지적하지도 않았지만 벌써 알아들은 성진이 선수 쳐서 학을 땠다.

“아니 무슨 남들은 야구선수한테 불고기 들려놓고 두유노우 불고기 이런 포스터 만드는데도 돈 펑펑 써제 끼는데. 이게 어때서?”

방금 지나간 뉴스 영상은 누가보아도 헌특부, 아니 수헌부 홍보 영상이자 예고편 같은 것 이었다.

애초에 실제 범인 채포현장에 고화질의 카메라를 쥔 카메라맨이 따라 들어가는 것부터 이상하다.

무슨 흐릿한 CCTV도 아니고,

경찰들의 활약을 고화질 화면으로 뉴스에 띄우기 위한 책략임이 너무 눈에 보인다.

“헌특부는 이래서 안 돼~”

홍보 같은 게 너무 이렇게 대놓고다. 촌시럽게 시리.

“헌특부 아니고 수헌부요, 그리고 이런 게 먹힌다니까?”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사람들은 뻔하다 뻔하다 하면서도 뻔 한 거에 반응하니까.

“근데 쉐끼가 어디서 반말이야?”

“아, 아니 그게 아니고요...”

칠성이 한쪽 손날을 슬쩍 들자 성진이 고개를 수그린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효과가 좋은지는 저도 몰랐슴다. 그 친구가 무슨 세계 최고 탱커라면서요?”

“아~ 그거?”

첫 번째 K-이그저스트 탄환에는 멀쩡하던 제임스가 두 번째 탄환에는 신음과 함께 바닥을 굴렀다.

이건 헌터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더 충격적인 관경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크크크크크... 그 새끼 오바 한 거야”

간단하게 말 하면 이런 것 이다.

마나로 인해 신체가 충분히 강화된 사람은 어지간한 경우 다치는 일이 없다.

다른 말로 하면 고통을 느껴볼 일이 거의 없다는 소리다.

제임스의 방어력 등급은 트리플 에스(SSS).

정확히 산수처럼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짐작컨대 칠성보다는 조금 더 튼튼한 수준이 아닐까?

아마 상당한 수련을 한 무도가 정도는 되겠지.

“기껏해야 멍이나 들었을 거다.”

“멍이요?”

“아마 그것도 살짝?”

딱 그 정도였을 것 이다.

일반인 이라면 어디가다 잘못 부딪혀서 드는 흐릿한 멍 정도?

다만 제임스의 방어력이라면, 어디가다 잘못 부딪히긴 커녕, 어지간한 중화기로 갈겨도 그 정도 상처가 나지 않을 것 이란 게 문제다.

헌터로 훈련이 완료된 이후로 어지간한 상황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 하던 그가, 순식간에 마치 일반인이라도 된 양 K-이그저스트 탄환이 정타로 들어오니 당황한 것.

소스라치게 놀라며 바닥을 구른 것은 육체적 아픔이 아니라 정신적 패닉 때문인 것 이다.

애초에 일반인에 대고 쏴도 골절 정도에 그치는 탄환이 그를 타격으로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 하다.

실전 상황이었다면 대여섯 발 더 맞기 전 까진 그대로 돌격했을 것 이다.

그리고 K-이그저스트의 발사 속도를 고려 해 보면 대여섯 발이 들어오기도 전에 그걸 쏘고 있는 헌터를 몇 조각으로 찢어놨겠지.

하지만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제임스가 느낀 충격 그대로였다.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 너머의 존재인 트리플 에스급 헌터를 일순간이지만 조금 튼튼한 일반인처럼 만들어 버리는 능력, 이제 슈퍼맨은 없다.

띠디딕. 전화가 왔다.

슬쩍 보니 판춘봉이다.

“흐음~”

아마 금괴 얘기 할라고 전화 한 거겠지?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다.

[야!!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매 마르고 갈라진 판춘봉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크크크크.

“뭐가?”

칠성은 일부러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1억?! 장난쳐 지금?]

“이야~ 지금 1억 받았다고 승질 내는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너한테 알려주지도...!]

“야야, 오바하지 마.”

[오바가 아니고, 뭐 하자는 건데 지금!]

“앞으로 매달 1억씩 입금 될 거야.”

판춘봉의 앞으로 떼어 줄 몫에 대해서 잠시 고민했었는데, 이게 최선이란 판단이 들었다.

“너는 돈 개념이 너무 없어!”

[씨..씨이. 네가 뭔데! 그..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야 네가 나한테 말 했잖아. 일 안해도 에어콘 나오는 편한 집에서 신작 게임, 피규어 나오는 데로 사고. 회며 피자며 치킨이며 돈 걱정 없이 원 없이 먹는 삶이면 소원이 없겠다고.”

판춘봉이 실제로 말 했었던 소원 목록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게 진정한 행복일 수 있다.

경험상, 갑작스레 큰 힘을 얻은 사람들은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신의 인생을 파괴하는 경우가 많았다.

돈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마치 마력이나 군사력 같은 실질적인 힘이다.

춘봉에게 돌아갈 몫의 돈은 약 200억.

이걸, 컴퓨터에 있어서야 누구 못지않은 전문가 이지만 제대로 된 사회생활 한번 안 해 본 판춘봉에게 통째로 주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몇 년 안에 순식간에 허비하고 거지꼴로 돌아갈지, 그래서 또다시 범죄의 문턱을 오갈지 모르는 것 이다.

“마, 한 달에 일억이면 하루에 300만원씩 써도 남아. 대체 그거보다 더 있어서 어디다 쓰게?”

[어? 뭐 차를 산다던지...]

“대체 얼마짜릴 사게.”[아니면 뭐 집을 산다던지...]

“몇 달 모아서 사라. 그거 설정 해둔 거 쉽게 못 바꿔.”

그리고 정말인지 칠성은 춘봉을 챙겨 줄 생각 이었다.

“매년 한 달에 받는 돈이 천만원씩 늘어날 거야. 물가가 있으니까.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네 몫은 20년 정도지만. 내 재산 수익에서 떼서 네가 죽을 때 까지 지급 될 거고.”

[아니 뭐, 그런 건 고맙긴 한데...]

화만 내던 판춘봉이 칠성의 말을 곱씹어 보더니 기세가 좀 수그러들었다.

[그래서 네 몫은 얼마 받았는데?]

“나? 크크크크....”

시간을 조금 되돌려 거의 2달 전 무렵.

판춘봉이 찾아낸 김규형과 관련된 유령 회사의 지하층.

“이, 이게 그럼 전부....?”

너른 방 매우 가지런히 정렬되어 쌓여있는 금덩이들 사이에서 입을 쩍 벌리고 할 말을 잃은 이는 대한민국 대통령 이었다.

“네. 전부 김규형이 숨겨둔 겁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처리를 상담하기 전에 반쯤 납치하듯 대통령을 보좌관도 없이 이곳으로 빼내 온 것 이다.

“엄청나군요...”

좀 숨길법도 한데, 금괴들을 쓰다듬어 보는 대통령의 표정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도저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모양 이였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달라는...?”

“처리 해 주십시오. 현금, 현물로.”“흠...”

“대충 조사 해 보니 2000억 조금 넘는 정도겠더군요.”

“음... 약간의 수수료가...”

칠성의 말에 눈을 굴리는 대통령.

여기서도 잔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다.

“예상 했습니다. 문제없게 깔끔하게 처리만 해 주십시오.”

“걱정 마십시오! 누구 부탁인데요. 우리 장관님 부탁이 아닙니까.”

수수료라는 단어에 쿨한 칠성의 대답에 활짝 얼굴이 핀 대통령.

이내 허허 껄껄 웃는 분위기 속에 악수가 오간다.

그리고 그 결과로 얻게 된 것이 칠성이 지금도 들여다 보고 있는 서류 속 건물이었다.

“기가 막히단 말이야.”

다시 봐도 깔끔하다.

판춘봉의 거한 생활비는 스위스 비밀 계좌에서 조금씩 빠져 나간다,

그리고 칠성의 수중에 떨어진 것은 이것.

거래가 1000억 정도의 이 대형 건물.

이 건물의 명의를 칠성의 앞으로 되어있었다.

놀라운 것은 명의 변경이 지금 이루어 진 것이 아니란 것 이다.

“기가 막히지.”

칠성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건물의 소유는 10년 전 칠성의 앞으로 돌려진 것으로 되어 있었다. 적어도 서류상에는.

더군다나 그 이전엔 칠성의 할아버지 명의였던 것으로 되어있다.

즉 칠성의 할아버지가 10년 전에 칠성의 앞으로 이 대형 건물을 돌려준 것 이다.

서류상에는.

이런 식의 서류 조작이 가능하다면야 정말 못 할 게 없어 보였다.

황당하기야 하지만 법을 잘 모르는 칠성이 보기에도 이정도 처리라면 위험할 일은 없겠거니 싶었다.

애초에 대통령을 낀 것 자체가 적게라도 안전하게 먹자는 목적이었으니,

대통령이 중간에 얼마나 챙겼는 지야 모르겠지만 칠성 입장에선 1000억원 가까운 수수료를 문 게 그다지 아깝지 않았다.

“힉! 형님 건물 있어요??”

옆에서 칠성의 서류를 몰래 훔쳐 본 성진이 기겁하며 물었다.

“신경 꺼라 마.”

탁.

칠성이 서류를 동글게 말아 성진의 머리를 툭 친다.

“얼마나 남았어?”

“이제 다 와 감다.”

“흠 그래?”

“왜 그러심까?”

“아니 통화 한통만 하게.”

칠성이 휴대폰 주소록에서 유일하게 즐겨찾기 되어 있는 이름을 누른다.

김주희다.

휴대폰 주소록 따위야 어떻게 되어도 하등 관심 없는 칠성.

그런 칠성의 휴대폰을 뺐어서 날름 즐겨찾기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건 주희였다.

몇 번의 발신음 뒤에 전화가 연결됐다.

[아! 칠성씨?]

“통화 괜찮아요?”[응! 그럼요.]

“취임식 들어가기 전에 한통 해 봤어요.”

[아! 오늘 취임식이죠...?]

어쩐지 김주희의 말꼬리가 흐리다.

[아 오늘 같이 밥 먹기로 했던 거 있잖아요...]

그거 때문이구나.

“괜찮아요, 편하게 말해요.”

칠성이 작은 한숨을 내쉰다.

[정말 미안해요. 일본에서 급하게 손님이 오셔서....]

이 뒤에는 미안하네 마네 하는 말들과,

그렇게까지 형식적이진 않은 인사가 오가고,

그렇게 대충 통화가 마무리 되었다.

“주희씨랑은 잘 되고 계세요?”

은연중 옆에서 다 지켜보던 성진이 묻는다.

“흠, 뭐 바빠서 자주 못 보긴 하는데.”

“엥? 그런데 왜요. 뭐 걸리는 거라도 있어요?”

칠성의 꺼림 직한 표정을 보고 성진이 묻는다.

“아니 뭐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막 불타는 게 없다고 해야 하나?”

“참나, 형 애 에요? 애간장 녹는 운명적인 사랑?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냥 뭐 그렇다고. 주희씨 좋지.”

“뭐 같이 있으면 좋잖아요? 그러면 된 거죠.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막고 뭐 그런 거 아니겠어요? 마음에 걸리는 사람 없으면 대충 그렇게 가는 거지.”

성진이 마치 모든 것에 통달한 사람이라도 된 양 선의의 훈수를 이어갔다.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라...”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며 창밖을 바라보던 칠성,

길거리에서 백금 색 단발의 여성을 발견한다.

저쪽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오피스 룩의 여성.

“어라?”

칠성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왜요? 아는 분이라도 있어요?”

칠성의 행동에 함께 창문 밖을 살피는 성진.

그러나 길을 찾는지, 방향을 바꾸어 뒤돌아 선 여자는 전혀 모르는 얼굴의 사람이다.

“아... 아니.”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 앉는 칠성.

이내 차에서 내린 칠성,

얼마가지 않아 칠성을 위해 깔려있는 레드카펫 위에 섰다.

주변에는 이미 기자단이 진을 치고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다.

“쇼타임.”

그렇게 중얼거린 칠성은 자신감 있는 표정과 행동으로 슥슥 레드카펫 위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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