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46화 (46/145)

# 46

S3 ; 판도라 : 1화

프롤로그...

어두운 건물 실내, 한 방 안.

남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검은 후드를 눌러쓰고 검은 코트를 두른 사내가 들어온다.

테이블에 앉아 사내를 기다리던 중년 남자가 자신의 옆을 보좌하던 비서에게 묻는다.

“정말 이 사람이 해결 할 수 있다고?”

남자의 물음을 방금 들어온 검은 후드의 사내가 낚아채 대답한다.

“그럼요~ 맡겨만 주십시오.”

검은 후드 밑으로 빛나는 눈빛의 정체는 흑마술사 정명석이다.

“김칠성한테 이번에는 질 생각이 없으니까요.”

정명석의 올라간 입 꼬리 사이 드러난 치아가 번뜩인다.

-신들의 빛에 유혹되지 말지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회색으로 염색된 장발의 퍼머 머리 사이에 붉은 뿔이 돋아난 남자다.

붉은 색의 진하고 큰 아이라인, 목에는 나사 같은 것이 돌아가며 박혀있다.

마치 펑크 록 뮤지션 내지 아이돌 같은 모습이다.

“내 힘을 보여 달라고?”

그런 남자가 웃느라 드러낸 이빨, 마치 상어처럼 모든 치아가 송곳니 같이 삐죽 빼죽 하다.

“못 보여줄 것 없지.”

남자의 눈에서 불길이 타오른다.

-구원자는 거지의 복식으로 올 터이니-

“우습지도 않군. 네가 내 앞을 막겠다 이거냐?”

근육질의 상반신을 드러낸 사내.

푸른빛의 피부와 박쥐같은 날개.

그리고 그의 앞을 막아선 지우혁.

손에는 언젠가 김칠성이 주어다 주었던 아티펙트 건틀릿을 차고 있다.

꿀떡.

“너 취권이라고 들어는 봤냐?”

쨍강.

지우혁이 내버린 소주병이 와장창 깨진다.

“취권...?”

-고귀하게 태어난 자여-

전형적인 오피스 룩의 여자 기자와 함께 있는, 이제 청년에서 중년이 되어가는 남자 기자.

“이제 전부 말이 되는 거 같아요.”

여자기자가 아차 싶은 표정으로 말을 뱉고, 시선은 허공을 헤맨다.

여기자의 말을 받아 남기자가 말한다.

“그러니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데.

이번상대는 김칠성이다~ 이거 아니야.”

-이제 죽음의 시간이구나!-

“한마디로 니들 X됐다고.”

피식 웃은 칠성이 씹어내듯 뱉는다.

문자 그대로,

수도 없는 적에 둘러싸인 김칠성.

수도 없는 총구와 박격포, 중화기와 로켓들이 칠성을 향한다.

“시작하자 씹쌔들아.”

* 티베트 사자의 서 中 일부 발췌.

* * *

칠성이 김규형을 쓰러뜨린 지도 2달이지난 시점.

넓은 실내,

헌특부 사옥 지하의 연구소.

장연실 소장이 맡고 있는 연구소의 한편에는 커다랗게 제작된 대한민국의 태극기와 미국의 성조기가 함께 멋들어지게 걸려있다.

평소에는 연구와 관련된 인력이나 협조해 주는 헌터들, 그리고 아주 가끔 씩 이나 장관의 시찰.

매우 가끔 메스미디어나 정치인들의 방문이 있는, 크기에 비해선 한적한,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 인 넓은 그 공간에 오늘은 사람들이 가득 찼다.

그중에는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 연구소의 인력들, 대한민국 헌특부 사람들, 어디서 왔는지 모를 정장을 입은 백인들이 끼어있었다.

그리고 그 중 절반 이상은 군복을 차려입은 군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것도 우리나라 군인이 아니었다.

“/꼭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히어로님.”

디지털 프린트된 베이지색의 군복을 입은 중년의 백인이 칠성의 손을 잡았다.

옆에서는 백인과 함께 온 여자 통역사가 영어밖에 못 하는 백인 남자를 위해 칠성과 남자 사이에서 통역을 해주고 있었다.

“영웅은요 무슨. 반갑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칠성과 다르게 백인 남자의 눈빛은 진심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한 번에 고층 건물을 날려버리고, 메스미디어를 지배하고, 사람들을 조작하고, 목적을 위해서 사람들을 납치 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스타일 까지.

그야말로 만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테러범, 악당인 김규형.

흑마술을 위해 사람들의 납치를 주도했던 안희운은 질이 나쁜 범죄자 정도 취급 받았지만,

김규형의 존재는 처음엔 단순한 테러범정도로 평가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점차 그 대담한 수법과 능력들이 파헤쳐 지면서 세계 범죄사에 기록될만한 역대 급 범죄자로 알려지고 있었다.

미군역시 동일한 범죄자가 미국 내에 있었을 경우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산출해 보며 혀를 내둘렀다. 높은 확률로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김규형의 범죄 집단에 전복될 가능성이 점쳐진 것 이다.

어찌해서 유독 한국에만 이런 역대급 범죄자들이 속출하는 지는 둘째 치고, 그들이 주목했던 것 은 대한민국 헌특부와 김칠성의 존재였다.

그리고 미 군부 HQ 내에서 만큼은 그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데 중심점이었던 칠성의 지략과 능력은 이미 넬슨제독에 비견되고 있었고, 세계사적 영웅이 될 것임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가 칠성에게 한국의 히어로라고 칭한 것 은 단순히 마법을 쓰고 날아다니는 칠성을 슈퍼맨 같은 히어로물의 주인공에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역사적 의미에서 영웅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 이었다.

“/오늘 보여주실 것 도 기대가 큽니다. 이것도 칠성님의 공로가 컸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미군은 김규형을 제압하는 도중에 창설되었다는 헌특부 제압팀에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수 십 명의 인원이 마법 기구로 범죄자 무허가 헌터들을 소탕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분명히 탐나는 기술이었고, 사실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그들의 손에 넣어야 할 기술이기도 했다.

미국역시 던전 테크놀러지에 높은 잠재가치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세계 어떤 나라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많은 돈을 퍼붓고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이었다.

칠성의 손을 잡고 악수와 덕담을 나눈 이 중년의 백인남자가 미국의 국방부 차관이란 점이 그들이 얼마나 절박한 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기술시연을 대한민국 헌특부에 요청하고, 허가가 떨어지니 자신들이 직접 여기까지 달려 온 것 이다.

“아뇨, 저야 뭐 한 게 없죠.”

“/그래서 어떤... 기술 인 겁니까?”

마나의 무력화를 총 같은 형태의 발사체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그들이 들은 K-이그저스트 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말 만 들어서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뭐, 백 번 입 아프게 설명 할 것 있나.

“직접 보시죠.”

한번 보여주는 게 낫지.

칠성이 손짓 하는 곳 에는 이미 준비가 한창이었다.

방호 유리벽이 쳐져있는 공간, 둥근 유리벽을 감싼 인원들.

일전에 칠성이 직접 들어가기도 했던 시뮬레이션 룸 이었다.

유리벽 공간 안에는 군복을 대~충 걸쳐 입은, 키가 훌쩍 크고 삐쩍 마른 백인 남자가 수줍게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

“오늘 시연은 제임스님이 도와주시겠습니다.”

한편에 마련된 작은 단상에서 장영실 소장이 마이크에 대고 말 했다.

“제임스님에 대한 설명을 미국 헌터 포스 부의 캘리대장님이 해주시겠습니다.”

영실이 그렇게 말하고 단상 밑의 여성과 자리를 바꾸었다.

“/감사합니다.”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군복을 입고, 군복과 한 세트처럼 보이는 챙 모자를 눌러쓴 20대의 백인 여성이 영실에게 감사를 표하며 단상위로 올라왔다.

단상 아래에선 통역이 또 다른 마이크를 들고 캘리의 말을 통역해주고 있었다.

“/제임스는 굉장한 훌륭한 대원입니다. 방어 측정에서 트리플 에스(SSS) 등급을 받은 탱커로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튼튼한 헌터 중 한명입니다.”

호오... 저놈이?

칠성뿐만 아니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모두 변했다.

제임스가 자신에 대한 소개를 듣고 웃으며 양쪽 엄지를 들어보였다.

이어서 시범이 이어졌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정장을 입은 백인이 제임스를 향해 권총을 겨눴다.

타-앙!

격발음이 울렸다.

그리고 제임스는

탱 그렁렁..

가볍게 몸을 숙여 바닥을 구르는 총알을 집어 들었다.

자신의 몸에 부딪힌 총알을 주워들고 씨익 웃어 보이는 제임스.

다음은 대한민국 헌특부의 헌터가 입장했다.

손에는 K-이그저스트가 들려있었다.

자신만만하게 가슴팍을 펴는 제임스.

탕!

격발된 탄환이 제임스의 가슴팍에서 피어오르면서 마나를 한 움큼 집어갔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표정의 제임스가 가슴팍을 쓸어본다.

하지만 이내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건재함을 과시하듯 한쪽 팔을 까 보디빌더 같은 자세를 취해 보이며 떨어진 탄환을 주워들고는 웃어 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소용 없는 것 아닙니까?”

“/한국 헌특부가 과장을 했는가 보군요.”

“/우리 측 헌터가 워낙 대단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내심,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고 있던 이들이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 이었다.

인종 차별이 없어졌다고?

웃기지 말라고 해라.

어디까지나 이 세계의 대장은 미국.

영웅이니 뭐니 치켜세워 주기는 해도,

한국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쏟아 부은 자신들도 못 해낸 걸 한국이 해냈다고 하니 거짓말 일 것이란 색안경부터 끼고 있는 것 이다.

물론 뭐, 헌특부 테크놀러지 발전에 김칠성이 한 몫 하긴 했다고 해도 말이다.

분위기가 맘에 안 들었던 칠성은 벌떡 일어나.

손짓으로 어서 속행하라는 사인을 시뮬레이션 룸 안의 한국 헌터에게 보냈다.

순간 분위기에 압도되어 멍 떼고 있던 헌터는 칠성의 사인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 해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K-이그저스트 한발이 더 발사되었다.

연이어서 똑같이 제임스의 가슴팍에 박힌 탄환.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웁스!”

제임스가 소리를 지르며 가슴팍을 쥐고 바닥을 굴렀다.

다급하게 총을 쏜 헌터와 요원이 달려가고 방호벽이 열렸다. 혹시나 해서 대기 중이던 의료진이 달려갔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쌓아둔 폭죽에 횟불을 던진 듯 사방으로 경탄과 놀라움, 광기에 가까운 반응들이 폭발했다.

이곳이 양국의 장성들이 모인 점잖은 시연장 이라는 것도 모두 잊은 느낌이었다.

당장이라도 이 놀라운 사실을 트위터에라도 올리고 싶은 표정 들이었다.

물론 내일이면 누구든지 알게 될 거다.

몇 년 전 만 해도 전투기 몇 대 팔아달라고 징징거리던 약소국이 미국을 뛰어넘었다고.

트위터가 아닌 뉴욕 타임즈에 게시되겠지.

“이게 김치 맛 이란 거다.”

칠성은 내심, 군고구마에 김치라도 얹어 먹은 듯 시원하게 막혔던 무언가가 내려가는 걸 느꼈다.

“두유노우 김치?”

그래서 옆에 앉아있던 미국 국방부 차관에게 뜬금없이 물었다.

“...예..예스...?”

얼떨떨하게 자신의 구렛나루를 긁으며 대답하는 차관이었다.

* * *

쿵!

김칠성 전용 리무진의 문이 닫혔다.

“캬~”

“크흐흐흐흐.”

기술 시연은 의외의 쾌감으로 끝이 났다.

칠성에 이어 리무진에 탄 성진 역시 웃음이 멈추지 않는 눈치였다.

“그 놈들 표정 보셨슴까?”

“우릴 앤간~히 우습게 본 거지, 이제 우리가 갑이다!”

K-이그저스트에 이어 마나 디스펠러시연이 이어졌으나 K-이그저스트 시연으로 타오른 분위기 덕에 디스펠러 역시 감탄만이 가득한 무대였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지야 헌특부 독단이 아닌 국가적 결정 사항으로 남겨 둘 계획이었다.

딱히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는 부서들에 비해 순식간에 세계적 명성을 거머쥔 헌특부는 정부 내에서도 효자부서가 되어가고 있었다.

백날 김치의 세계화에 돈을 퍼부어도 소용없던 것이, 던전 테크놀로지 종주국으로서의 깃발이 서자 꿈에나 그리던 구도의 그림이 나오기 시작 한 것 이다.

한국 땅을 제외한 곳 에도 헌터 관련 범죄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물론 김규형처럼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그리고 훈련되고 위력적인 조직을 운영한 사례는 없지만 그간 곳곳에서 일어난 무허가 헌터 범죄는 상당히 무식한 방법으로 처리되었다.

헌터 범죄자가 총알을 써서 제압이 안 되면 박격포로 제압하고, 박격포로 제압이 안 되면 탱크로 제압하는 식 이었던 것 이다.

이런 문제 많은 방식을 K-이그저스트의 탄환 몇 발로 잠재울 수 있다니,

강대국들도 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설설 기게 될 수 밖에 없는 것 이다.

“야 근데 우리 어디 간다고?”

칠성이 리무진이 나가는 방향을 이리저리 살피며 물었다.

“아, 기억 좀 하십쇼! 수헌부 장관 취임식이라니까요.”

“아~ 수헌부. 거 참나 귀찮게 뭐하는 짓거리 인지 몰라.”

“아이, 무슨 소리십니까! 이제 수헌부 장관이 될 분이.”

“아니 그니까~ 그게 이름만 바뀌는 거지 무슨 의미가 있냐고.”

수헌부.

헌특부에 경찰권이 흡수되면서 조직이 재개편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명칭이 필요했다.

대한민국 수호*헌터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겸사겸사 헌터들도 관리한다는 느낌의 이름.

개념상은 헌특부에 경찰권이 흡수된다는 느낌이었고,

헌특부 산하의 경찰 조직은 대부분 형체가 유지 되는 데다가 장관은 결국 칠성으로 결정됐으나, 절차상은 조직의 해체*재개편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조직의 수장으로 새로운 취임이 필요했다.

“아! 맞다. 이거 보십쇼.”

성진이 칠성의 앞쪽 헤드레스트에 장착 되어 있는 스마트 패드를 조작하자 동영상 하나가 재생된다.

“뭔데?”

영상 속에선 여자 아나운서가 헤드라인을 설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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