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45화 (45/145)

# 45

S2 : 24화

“...뭐, 그게 마지막 이었죠.”

다시 현재,

헌특부 사옥의 한 구석. 환풍기가 돌아가고 있는 외부 공간.

“흠....”

태홍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칠성은 한숨을 뱉었다.

늘 거만하고, 몸 사리고, 얌채 같은 느낌의 김태홍에게 이런 과거가 있을 줄은 몰랐다.

태홍의 동생이 그렇게 된 까닭 중 하나는 마나샘 폭주가 한 몫 했을 것 이다.

당시에는 잘 몰랐겠지만.

마나는 육체와 하나 되려는 성격이 있기에, 대부분의 경우 안정적으로 정착하지만.

일부 마나 이용자들은 각성하면서 무언가 잘못 되어 마나 폭주상태에 들어가기도 한다.

자신의 육체 한계를 넘나드는 마나의 사용은 몸을 축내고, 잘못하면 사망에 이르게 한다.

아마 몬스터의 독이 아니더라도 당시 상황이었으면 오래 버티기는 힘들었으리라.

“그 때 생각했어요. 동생을 묻고 나서. 아, 내가 조금만...”

태홍이 칠성 방향을 돌아본다.

“조금만 강했더라면....”

칠성은 말없이 태홍을 물끄러미 봤다.

절로 한숨이 났다.

강해지는 것이, 정답은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하는 칠성의 머릿속에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스쳤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자네는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이 세계의 위협이네.”

오래된 불쾌한 기억 속에서 뚫고나온 목소리였다.

강하다는 것이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차라리 힘이 없었으면.

싶은 순간도 있는 것 이다.

“다시는 그런 일 겪고 싶지 않아서... 훈련도 하고, 영어 공부도 겁나하고 해서 헌터 스쿨 들어갔죠.”

그리고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그래왔듯, 갑자기 칠성에게 넙죽 절을 하는 태홍.

“부탁드립니다! 절 강하게 만들어 주십쇼!”

여태까지 수십 번 가볍게 거절해왔던 태홍의 절.

하지만 지금의 절은 여태까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겹쳐져 보였다.

누군가의 할머니, 방황하던 어린 시절의 태홍.

강해지기 위해 이를 악물고 되지 않는 공부에 책상에 머리를 처박고, 더 강해지겠단 일념으로 엘리트들만 모아둔 헌터 스쿨에서도 수석으로 청마법 수련을 모두 받아냈을 청년이.

희미한 미소로 웃고 있는 태홍의 동생이.

엎드려 있는 태홍의 등 뒤로 보이는 듯 했다.

...환장 하겠네.

“...안 해.”

“네?!”

숙이고 있던 태홍이 고개를 바딱 들었다.

칠성이 담배꽁초를 구둣발로 비벼 끈다.

“나는 대충은 안 해. 각오해라.”

그 말을 들은 태홍의 만면에 반달 같은 미소가 걸린다.

“옙!!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벌떡 일어나 연거푸 90도로 고개를 꾸벅인다.

하아... 골치 아픈 거 맡았네.

칠성은 귀 뒤를 긁적였다.

바빠 지겠구만.

어려울 일이야 아니다.

무슨 족집게 과외도 아니고, 결국 자기가 해야 하는 거지 방향만 알려 줄 뿐.

다만 좀 신경이 쓰일 뿐 이다.

제자라니?

이세계라면 모를까 지구에 돌아와서 이런 성가신 게 생길 줄이야 몰랐다.

“못한다고 하는 건 없다.”

칠성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목을 뚜둑 풀었다.

“내 제자는 강해야 한다. 그것도 존나게.”

약한 제자는 스승 얼굴에 먹칠인 격 이다.

“예?”

“알아들었나?!”

“옙!!”

명령조의 칠성의 목소리에 태홍이 급하게 차렷 자세로 경례를 붙이며 답한다.

“흐음, 그럼 내일부터 시작이다. 그렇게 알고 있도록!”

“넵!”

대답은 잘 해서 좋군.

뭐, 이 녀석 문제는 그렇고...

“야, 그런데 내가 뭐 한솜이 한테 잘못 한 거 있냐?”

“예?”

“아니 거, 이상하잖아. 무슨 회식 한 번 하자는데 냉랭하게 그게 뭐야. 나한테 삐진 거 아니냐?”

칠성의 물음에 태홍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한동안 고민했다.

“글쎄요, 저도 잘...”

“흠, 너도 잘 몰라?”

“뭐 한솜이 팀장님이 틀린 소릴 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스승님은 이제 딱 3팀 소속이라기엔 무리가 있기도 하고요.”은근슬쩍 벌써부터 스승님이란 칭호를 입에 달며 싱글거렸다.

“짜식! 아니 그냥, 찝찝해서 말야.”

우-웅.

칠성의 핸드폰이 울린다.

“어, 주희씨네...”

그런 중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을 조작하던 칠성, 칠성은 처리할 업무가 있어 먼저 가보겠다며 자리를 떴다.

“가보십쇼!”

“어-!”

탕. 문이 닫혔다.

“...음.”

문 뒤로 사라지는 칠성의 뒷모습을 보며 태홍은 칠성 앞에서 한참을 나올까 말까했던 말을 씹어 삼켰다.

“그냥 말 안 하는 게 나았겠지?”

그리고는 보이지도 않는 누군가를 문 너머에서 보기라도 하는 듯 문 저편을 보며 중얼거린다.

“그 누나도 참 어려운 길 간다.”

태홍은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상기 해 보며 씁쓸한 미소와 함께 한숨을 뱉었다.

* * *

다시, 시간을 조금 되돌려 김칠성과 김규형의 일전이 벌어지고 있던 서울시내 한 특급호텔.

1층 로비는 그야말로 지옥도, 아수라장 이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귀빈을 모시는 데만 쓰였을 세련된 디자인들과 명화들, 이지적인 공기를 지닌 공간은 어느 전쟁통에서도 맡기 힘들었을 시체 썩은 내가 진동했다.

김칠성이 어디선가 끌고 온 시체들의 군대가 김규형의 부하들과 격돌하고 있었다.

김규형이 제조한 마법의 무기들이 섬광을 뿜었고 시체들이 아가리를 벌리고 사람들에게 덤벼들었다.

누군가가 굶주린 시체에게 팔을 물리면 다른 이가 시체 하나를 양도일단 하는 모습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당도한 헌특부 소속 헌터들로 이루어 진 제압팀 인원들.

다급히 추려왔지만 30여명은 되는, 최신 장비와 무력화 소총 K-이그저스트로 무장한 특공대는 눈앞의 관경에 아연실색했다.

“이, 이걸 어떻게 하죠?!”

한솜이보다 한 발짝 앞서던 지우혁은 생전 처음 보는 관경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미 도착한 헌터들은 김규형의 부하들,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시체들을 향해 무차별 적으로 무력화 탄의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역시 자세한 사항은 듣지 못 하고 일단 출동한 한솜이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한솜이의 눈에 보인 것이 있었다.

새로 충원되듯 어디선가 뛰어들어 밀려오는 시체들이, 어마어마한 공격성으로 김규형의 부하들에게 뛰어 듬에도 불구하고 헌터들은 털 끝 하나 건들지 않고 지나간단 것 이다.

구울.

흑마법의 대처를 위해 받았던 수업 중 배운 내용이 머릿속에 맴돈다. 삶에 대한 미련을 가진 시체를 일으켜 병사로 삼는 사악한 흑마법. 그리고 김칠성은 흑마법사.

사악한. 이란 문구를 머리를 도리도리 저어 흔들어 내는 한솜이.

“사격 중지! 시체들을 향한 사격 중지합니다!”

한솜이의 무전이 헌터들 사이에 퍼져나간다.

“믿던 안 믿던 시체는 우리 편입니다.”

한솜이 자신도 이런 내용의 무전을 자기가 할 날이 오게 되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시체들을 위해 엄호사격 합니다!”

“저게 무슨 소리야?”

“말이 되는 거야?”

이곳저곳에서 한솜이가 내린 황당한 명령 하달에 불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 까라면 까!”

육성으로 마치 확성기 같은 화통한 목소리를 내지르며 김규형의 일당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 은 칠성에게 당한지 고작 몇 시간 만에 벌떡 일어난 김철수 팀장이다.

‘아까는 실례를 했으니!’

비록 적에게 당한 것 이지만.

아니 적에게 당했기 때문에 더욱 수치스러운.

상사를 몬스터로 오인해서 공격했다니.

더군다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상황은 김칠성이 아니었으면 자칫 큰 일이 날 뻔 했다.

“제대로 갚아 드리죠!”

좌현의 무리를 지휘하며 선봉에 서는 김철수 헌특부 제2팀 백호팀 팀장.

그리고 우현에는 3팀의 팀장이 한솜이가 이끄는 무리가 있었다.

“어, 어라 저기!”

착실하게 푸른색의 제복을 입은 무리를 향해 엄호사격을 하던 지우혁이 무언가 발견했는지 호들갑을 떨었다.

탕!

챙강.

또 다른 김규형의 부하가 시체들을 향해 던지기 위해 당겨 올리던 신성 수류탄을 탄환으로 맞추어 깨뜨린 한솜이가 지우혁이 가리킨 곳을 돌아보았다.

그곳엔 십수명의 검객과 쾌전을 벌이고 있는 김칠성이 보였다.

흡사 로마 투기장의 검투사라도 된 듯한 모습이었다.

검을 휘두르고 손에 잡히는 적의 발목을 당겨 내려치고, 눈앞의 적은 박치기로 받아버린다.

하지만 그런 김칠성의 뒤를 누군가가 노리고 있었다. 동작만 보아도 김칠성이 쓰러뜨리는 녀석들과 달리 상당히 노련한 검사 같았다.

잘 보이지도 않는 동작으로 순식간에 김칠성의 뒤를 잡는 검사.

타타탕!

한솜이가 칼을 치켜든 검사를 향해 망설임 없이 한발 스텝을 앞서가며 방아쇠를 당겼고, 그녀 옆에 있던 지우혁과 또 다른 헌터도 방아쇠를 당겼다.

순식간에 마력 증발 탄환 세 개가 등판에 박힌 검사는 기절하듯 쓰러졌고, 그제 서야 뒤를 돌아본 칠성이 멋진 한 마디를 뱉었다.

“응?”

“......”

뭔가, 기대했던 반응이 아닌데.

이쪽은 등 뒤의 자객을 잡아줬는데,

반응은 마치 파리를 잡아줘서 고맙다는 거 같은 표정이다.

하기야 저 사람이 칼에 좀 베인다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것 같지도 않다.

“여기는 우리한테 맡기세요!”

알게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쉰 한솜이가 외쳤다.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위층으로 향하는 칠성.

그 뒤에 김규형의 부하들은 순조롭게 정리되었다.

놀라운 점은 구울 들이었다.

김규형 일당에 대한 사격을 다른 대원들에게 맡겨두고,

아마 어딘가에 있을, 김규형이 인질쯤으로 사로잡고 있을 일반인들을 찾던 한솜이와 지우혁에게 마치 집사처럼 꾸민 옷을 입은 구울이 다가왔다.

고개를 꾸벅 하며 정중하게 인사를 올린 구울은 한솜이에게 따라오라는 듯 손짓했다.

집사 구울을 따라 간 곳에 있는 것은 로비 한편에 쌓여있는 시체들의 무더기. 그런데 시체 무더기의 한 쪽 면이 마치 문이라도 된 양 열리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드러난 관경엔 경악 할 수밖에 없었다.

인질로 잡혀있었을 법한 일반인들이 시체들의 벽으로 된 방 안에 삼삼오오 모여 달달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체들은 마치 스스로의 몸을 블록 재료삼아 사람들을 보호할 방벽을 짓고 있었던 것 이다.

너무나도 이상한 각도로 꺾이고 펼쳐진 시체들의 관절과 몸통들이 완벽한 보호 기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다만 그들을 보호할 목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체들 이었던 지라 정작 보호를 받은 사람들은 경기를 일으키기 직전이었다. 심장발작을 일으킨 이가 없는 게 용한 지경이었다.

“이제 걱정 마세요!”

“한솜이다!”

“한솜이씨가 오셨어!”

“정말 한솜이에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실추될 대로 실추된 헌특부의 이미지였지만. 오래도록 사람들을 구하는 히어로로 매스미디어에 소개된 덕인지 아직도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덕분에 불안해하던 사람들이 안심했으니 그 점은 그녀로서도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사람들의 신변을 확보하고 나서 김규형의 부하들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처음엔 시체들을 엄호해 김규형의 부하들을 쏘았지만, 나중엔 김규형의 부하들이 너무나도 무참히 밀렸기에 시체들을 쏘아 해체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끝도없는 시체들의 인해전술에 김규형의 부하들은 밀리기 시작했고, 살아있는 시체들은 이성적인 인간과 달리 공격 대상에 대한 자비가 없는 듯 했다.

아무리 범죄자 들 이라곤 해도 시체들이 사람의 목을 물어뜯는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소위 공격조로 편성된 듯한 시체들을 쏠 수밖에 없었던 것 이다.

무력화 탄에 마력을 고갈당한 시체들은 고이 바닥에 몸을 뉘였다. 애초에 제대로 된 생명체가 아닌 것 이다.

결국 김규형의 부하들을 정리하던 작업은 구울을 정리하는 작업으로 막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작업이 마무리 되어 갈 때 쯤.

“우혁씨, 전 위로 가볼게요.”

“옙!”

“김철수 팀장님, 윗층 상황 보고 오겠습니다.”

[옙, 그러십쇼.]

무슨 일 인지 망가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한솜이.

“가, 같이가!”

뒤늦게 합류한 마법사, 김태홍도 함께였다.

“으이구, 남자새끼가 간도 작아가지고.”

한손에는 수정구, 한손에는 마력 증폭 아티펙트를 들고도 시체들을 보며 달달 떨기만 하던 김태홍.

“아! 저건 너무하잖아. 비주얼이!”

진저리를 친다.

* * *

비슷한 시각, 옥상.

“휘유~”

칠성은 손을 탁 탁 털며 특급호텔의 높이 덕에 탁 트인 시야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맑은 하늘이었다.

“아... 날씨, 존나게 맑다.”

한국, 나아가서 지구를 집어 삼키려던. 이계에서 날아온 마왕을 방금 처리 한 사람치곤 여유로운 대사였다.

“거기!”

칠성이 옥상 구석탱이에 찡박혀 있던 형사들에게 손짓했다.

‘나?’

하는 듯한 동작으로 경찰이 자기를 가리키자 고개를 끄덕인 칠성이 김규형이 부리고 있던, 김규형의 방송을 내보내는데 일조하고 있던 부하들을 가리킨다.

상식을 뛰어넘는 능력자들의 대립에 잔뜩 쫄아 있던 형사가 이것만큼은 자신에게 맡기라는 듯 씨익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변호사를 선임을 할 수 있고...!”

“히끅!”

순식간에 무장한 경찰 여럿에게 둘러싸이게 된 김규형의 부하가 양 손을 들어 올리며 딸꾹질을 했다.

수갑을 빛내며 범죄자에게 다가가는 경찰들을 내버려 둔 채 김칠성은 여유롭게 옥상 문을 나섰다.

그리고 도착한 밑층 라운지.

널따란 둥근 공간. 고급 마감재와 붉은 빛의 바닥재, 전체적으로 붉은 빛의 인테리어와 흰빛 식탁보의 테이블들이 눈에 띈다. 저쯤에 여전히 시체같이 쓰러져 있는 김규형의 부하인 투핸드 소드의 검사.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칠성을 바라보고 있는, 구겨진 옷가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빛나는 김주희.

“다 끝났어요. 이제 안심해요.”

떨고 있는 주희의 어깨를 토닥토닥 매만지는 칠성.

“나는....”

칠성은 위로를 하려고 한 것 인데, 오히려 흐느끼기 시작하는 김주희.

“나는 안 되나 봐요. 또 짐만 됐어. 이번엔 내가 도와주려고 했던 건데... 그런 사람이나 소개 시켜주고, 칠성씨 까지 위험하게 만들었어요.”

으휴.

“자, 봐.”

칠성이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하는 주희의 턱선에 손을 대고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가 눈을 맞추었다.

“그....”

쪽.

어라?

아주 짧게 입술이 부딪혔고.

다음순간 두 사람 모두 굳었다.

“아, 그....”

서로 사인을 전혀 잘못 읽은 것 이다.

칠성은 진심이란 뜻으로 눈을 마주치기 위해 주희의 숨결이 닿는 거리까지 다가갔고, 마음의 준비(?)를 마친 주희의 입술이 다가 온 것이다.

칠성이 무언가 말을 하려고 입을 뗀 순간 부딪힌 입술.

직후에 자기가 사인을 완전히 잘못 읽었음을 알아챈 주희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아 제가 실수....”

하지만 칠성이 그랬듯 주희도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주희의 제대로 된 사인!을 읽은 칠성이 다가갔기 때문이다.

마치 사랑에 빠진 잉꼬처럼 서로의 부리를 탐하는 두 사람.

* * *

그리고 같은 순간.

끼-익.

계단을 걸어올라, 마지막 층의 문을 연 한솜이.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칠성과 주희 두 사람의 모습. 한솜이의 눈동자가 떨린다.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다른게 아니었다.

‘머리 괜히 했다.’

한솜이는 과감하게 바꾸었던 머리를 다시 바꾸어 금백색의 단발로 돌아와 있었다.

칠성이 잘 어울린다고 했던.

‘쪽팔리게 시리...’

짜증 나.

다 큰 처녀였지만 어렸을 땐 유학을, 그것도 성기사 집단에서 생활했으니 연애를 많이 해 볼 기회는 없었다. 자신이 헛물을 켯다는 것을.

“응? 왜 갑자기 멈...”

뒤 따라 오던 태홍이 갑자기 멈춰 선 한솜이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따라서 보곤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아... 누나, 그...”

무언가 말을 건네 보려는 태홍.

“흠. 마지막 층, 클리어입니다.”

혀 옆에서 쓴 쇠 맛이 도는 것 같았다.

잠긴 목을 풀고는 무뚝뚝하게, 무전을 한 한솜이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휴.”

타는 듯한 긴장감이 물러가고,

한숨을 내쉰 김태홍이 김칠성 쪽을 향해 시선을 한번 더 던지곤 한솜이를 따라 나간다.

“잘 안 돼지 그게.”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칠성과 주희는 아직까지도, 그리고 마치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처럼, 마치 서로 무슨 이야기라도 이어가듯 키스를 이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등 뒤로 커다란 창, 새파란 하늘의 역광이 비추었다.

/S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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