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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집행 흑마법사-42화 (42/145)

# 42

S2 : 21화

* * *

서울시내 한 특급호텔,

김규형이 점거한 그곳의 옥상.

어두운 구름이 드리워 어두웠던 하늘이 어느새 구름의 흔적을 지우고 새파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끼익.

칠성이 그 옥상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셨군요!”

김규형이 반갑게 맞아준다.

마치 오래된 옛 친구라도 만난 듯한 반가운 미소다.

옥상에는 김규형을 제외하곤 딱히 눈에 띄는 인물은 없었다.

다른 사람이라곤 방송 장비들 옆에서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듯한 스텝 한명 밖에는.

누구도 없었다.

그가 가져다 둔 듯한 텔레비전, 다른 한편엔 김규형 쪽을 향해 세팅 되어있는 카메라, 카메라와 연결된 방송 장비들.

그 장비들을 만지고 있는 김규형의 부하가 하나.

그리고 장비를 담아둔 듯한 가방들이 전부였다.

“흥미롭지 않아요? 물론 짧은 시간이긴 했습니다만, 주저 없이 여자를 구하러 달려오다니! 낭만적이야.”

김규형이 툭툭, 한편에 있던 타이머를 두들기며 말 했다. 붉은 패널의 LED 타이머엔 이제 49초의 시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였다.

투구두구두구두구-

“김규형!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경찰을 태운 헬기가 옥상위를 한 바퀴 선회하더니 착륙했다.

“에이! 칫.”

김규형이 혀를 차고 방송장비 근처에 있던 커다란 서류가방 두 개를 꺼내 펼쳤다.

“김규형 너를 현행범으로....”

슈아악!

백 여 평은 되는 옥상,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경찰들 앞을 서류 가방에서 날듯이 튀어나간 모래로 만든 골렘들이 막아선다.

경찰들이 허둥지둥 하며 발이 묶인 사이.

김규형이 말을 이어간다.

“맥을 끊는군요! 눈치 없게.”

“하여간 어디 한번 보자고요! 사람들이 당신 선택의 결과를 좋아할지 어떨지!”

칠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 손을 주머니에 꼽고 관망할 뿐 이다.

“그래”

티비 화면 속에는 칠성이 구하러 가지 않은 시민 이백 여 명이, 늑대인간들을 가둬둔 철창의 타이머가 줄어 듬에 따라 철창과 최대한 먼 벽에 몸을 붙이며 불안에 떨며 울고 있다. 어두운 곳의 철창 너머로 야수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벽을 긁고 철창사이로 번뜩이는 늑대인간의 발톱들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짓을 왜 하냐?”

너무 번거롭고 잔인한 방법이다.

“네가 나를 죽였잖아! 사회적으로. 김규형이란 이름은 더럽혀졌다. 거의 다 됐는데... 네가 내 계획을 전부 망쳐놨어!”

“뭐, 사람들 뒤에서 조종해서 니가 맘에 드는 세상 만드는 계획? 그런 말도 안 되는 게...”

“웃기지마! 그게 진정 사람들에게 필요한 거란 걸 왜 몰라? 그리고 이게 처음인 줄 알아?”

“처음이... 아니라고?”

“그래! 내가 네놈에게 말할 필요는 없지만.”

“다른 세계에 갔었지? 십년 전 쯤에. 뭐 대충, 지구와 다르게 마법이 당연하다는 듯이 있는 세계? 대충 알고 있어. 다음?”

“...네놈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삐비빅! 삐비비빅!

거기까지 했을 때, 알림이 울렸다.

김규형이 설정해 둔 타이머가 다 된 것 이다.

“크크크큭! 자! 생중계 입니다! 이것이 김칠성이 선택한 결과!”

신이 난 김규형이 마치 어릿광대처럼 날뛴다.

덜컹!

티브이 화면 속의 철창의 잠금 장치가 해제된다. 화면 속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그런데 패닉에 빠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이어지던 것도 잠시. 오히려 서서히 비명소리가 잦아든다.

“뭐야?”

반 강제로 김규형의 방송을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화면을 보며 웅성댄다.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김규형도 의아한 표정이 된다.

“아니, 이럴 리가... 없는데?”

예정된 시간이 되었다.

타이머가 제대로 작동했고 철창문도 열렸다.

자신이 만든 시약이 잘못 되었을 리도 없다.

소년들은 분명히 늑대인간화가 완료된 것 이 틀림없다.

그 증거로 방금 전까지 울부짖는 짐승의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던가?

게다가 갓 늑대인간으로 새로 태어난 녀석들은 굶주림에 미쳐 날뛰어야 맞다.

모든 계산이 완벽한데. 왜?

도대체 왜?

완벽한 자신의 계획이 안 먹혔던 적 이라고는...

김규형이 무언가를 느끼고 김칠성을 노려본다.

완벽한 자신의 계획을 또다시 망쳐놓을 만한 놈.

씨익.

뚫어질 듯 노려보는 김규형과 눈이 마주친 칠성이 비웃는다.

같은 시각,

늑대인간들을 가둔 철창이 이미 열린 회색의, 페인트칠이 되어있지 않은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커다란 방 안. 김규형의 영상으로 중계되고 있는 바로 그곳의 현장.

“아...아.”

아까 전에 늑대인간이 되어가는 동생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팔을 할퀴어 크게 다친 그 고교생 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아직도 벽면에 옹기종기 붙어 웅크린 사람들의 무리 사이에서 스르륵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딜 가! 안 돼!”

소녀의 부모가 그런 소녀를 뜯어 말리지만, 소녀 역시 완강하다.

“성민이... 성민이 한 테 가야돼!”

부모의 손을 뿌리치고 성큼, 사람들의 무리로부터 벗어나 철창에 크게 다가간 소녀.

순간 방 안의 사람들의 시선도 소녀에게 집중된다.

더 이상, 무언가 말릴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비록 한 걸음 차이지만, 이곳과 저곳은 다른 세계이다.

소녀는 뒤돌아보기를 그만하고, 조용한 철창 을 향해 걸어 들어간다.

갸르릉 거리는 숨소리 들이 들린다.

끼이이익-.

조명이 어두운 곳, 어두운 철창 안 가는 조명 한줄기가 누군가를 내리쬐고 있다.

주변에 늑대인간들이 마치 겨울잠을 자듯 평온한 기운으로 잠들어 있는 가운데, 동생 성민을 자신의 무릎에 눕히고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으며 매만지고 있는 여자가 보인다.

“쉿.”

소녀, 성아가 철창을 열고 들어가자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붙여 보이며 웃어 보이는 여자.

“누구...누구세요?”

성아가 얼떨떨하게 묻는다.

풍만한 몸에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검은색 미니 드레스, 머리에 자그마한 뿔이 달려있지만.

어둠속에서 조용히 조명을 받으며 평온히 잠든 야수들 사이에 있는 모습은 여신과도 같다.

“나? 내 이름은 코코.”

소녀의 물음에 샐쭉하게 웃어 보이는 그녀.

서큐버스 코코다.

* * *

“왜....왜?!”

시간이 되고 인질들 가운데의 철창이 열려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자 김규형이 이상하다는 듯 모니터링 용 모니터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지금쯤 짐승들이 날뛰고 피가 흩뿌려지고 난리가 났어야 하는데....”

생일상을 기대했던 실망한 어린애 같은 표정으로 끔찍한 말들을 중얼거리는 김규형.

“비켜!”

김규형이 스텝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자신이 직접 설치해둔 카메라들을 조작해본다.

김규형이 상황을 파악 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게...뭐야?”

그가 조작하던 카메라 중 하나가 서큐버스 코코를 잡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비추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코코가 카메라 가까이로 다가온다.

곧 김규형이 만들어 강제로 내보내고 있는 전국 생방송 화면에 서큐버스 코코의 상반신이 가득 찬다.

“안녕~ 여러분? 내 이름은 코코에요!”

해당 세계의 전형적인 미인형을 반영하는 종족 특성 덕분에 지구에 소환된 코코는 바비인형 같은 백인 미녀의 모습이었다.

백옥 같은 탱글한 피부에 찰랑거리는 붉은빛이 감도는 머리칼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김칠성님 명령으로 어떤 멍청한 마법사가 변태 짓 하는 걸 막았는데, 나 쫌 괜찮죠?”

코코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등 뒤에 잠들어있는 늑대인간들을 가리키며 윙크 해 보인다.

“다들 무슨 귀신이라도 본 표정이네~”

마치 카메라 너머의 사람들을 보는 듯한 눈빛의 코코.

“글쎄요 나는 천사일까요... 아니면 악마?”

샐쭉하게 웃는 코코가 자신의 날렵한 꼬리를 핥는다.

“모두 내꿈꾸세요 여러분~★ 특히 김규형 당신은 특별히 한번 찾아갈게.”

몽마에 어울리는 협박?을 끝으로 카메라 연결이 끊어지며 화이트 노이즈가 화면을 채운다.

“서큐버스... 서큐버스?!”

자신에 대한 악담을 하는 화면을 넋 놓고 지켜본 김규형이 경악한다.

“어떻게 네가 나도 계약에 실패한 서큐버스를?!”

“새꺄, 내가 너보다 잘났으니까 지. 왜긴 왜야.”

“무슨! 너 같은....!”

“사람들 가지고 노는 잔재주 좀 안다고 네가 나보다 잘 났을 거란 가정 자체가 잘못된 거 아니냐?”

“웃기...웃기지마!”

“넌 상상도 못할 세월을 살아왔다. 자그마치 120년이야 120년!! 너 같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르겠는 애송이가...”

“600년이다 600년. 새꺄.”

“...뭐라고?”

칠성이 장황한 김규형의 푸념을 끊자. 김규형이 놀란 토끼눈 마냥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본다.

“...내가 고등학생 이던 때, 지구시간으로 십년 전 쯤에 전혀 생뚱맞은 세상으로 소환됐지. 차원을 넘어서. 세상을 지배할 대마왕이니... 뭐니 하면서.”

“...그거 심하게 익숙한 이야기로군.”

칠성이 하는 말을 들으며 도리어 차분해진 김규형이 군침이 도는 듯 칠성의 이야기를 재촉한다.

“죽을 고비를 수십 번 넘긴 끝에 불노에 반불사 신체를 얻고...”

“계속 해 봐.”

“마법도 배우고... 뭐도 하고... 하다가 뭔가를 계기로 지구로 돌아오게 되었다 짠.”

칠성이 양 손을 마술사처럼 펼쳐 보인다.

그런 칠성을 유심히 보던 김규형.

“불노 불사는 지랄, 누가 봐도 그냥 20대 중후반이구만.”

김규형이 김칠성의 몸을 아래위로 흘겼다.

“너도 느꼈냐? 120년 이던...”

아리까리한 표정으로 묻는 칠성의 말을 김규형이 끊는다.

“600년 이던 간에, 실제로 흐른 시간은 10년으로 느껴진단 거지? 마치 엄청나게 긴 악몽처럼.”

칠성의 말을 김규형이 받아치자 칠성이 어깨를 으쓱 해 보인다.

“...뭐, 서로 비슷한 처지라니. 담소를 길게 나누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뭐...?”

김규형이 돌연 옥상의 난간 위로 펄쩍 뛰어오른다.

“내 복수 계획이 고작 이 정도에서 끝이리라고는 생각 안 했겠지?”

아슬아슬한 난간 위에서 양쪽으로 팔을 펼쳐 보이는 김규형.

“자! 친애하는 시청자 여러분! 마지막 게임입니다.”

김규형의 얼굴 위에 미소가 번진다.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알려드리죠! 지금 여러분이 계시는 각종 학교, 병원, 쇼핑몰, 고층 건물. 기타 등등 사람들이 많이 모일만한 장소-에.”

장소들을 말하며 손가락을 꼽아 보인다.

“제가 깜짝 선물을 준비 해 놨습니다! 쉽게 말하면 폭탄? 건물이 순식간에 사라질 정도의 폭탄이죠. 개수는 30개! 어디 있는지는 비밀! 남은 시간은....”

마치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듯 이리저리 손을 놀리던 김규형.

“3분입니다.”

손가락을 세 개 펼쳐 보인다.

“그리고 유일하게 폭발을 막을 방법은... 여기!”

김규형이 자신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들인다.

“내 심장위에 새겨놓은 마법진을 파괴하는 것!”

자신의 얼굴 만면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운 김규형이 김칠성을 향해 외친다.

“어떠냐 김칠성! 네놈은 선량한 목적을 위해서라도 나쁜 수단은 안 된다고 했었지!”

광기로 물든 그의 두 눈이 진동하듯 떨린다.

“하지만 네가 테러를 막을 수단은 오로지 살인 뿐이다!”

그러더니 다시 카메라를 처다보고 말을 뱉는다.

“보십시요 국민여러분! 여러분이 사랑하는 김칠성의 선택을! 과연 정의란...”

하지만 광기에 가득 도취된 표정으로 말마디를 이어나가던 김규형의 일장 연설은 수도꼭지를 비틀 듯 뚝 멈췄다.

말문이 닫힌 김규형의 시선이 서서히 자신의 가슴팔을 향해 아래로 향한다.

김규형의 심장부근, 그곳에는 어느새 차가운 검신이 깊게 뿌리박은 나무처럼 서 있었다.

가슴에 꼽혀있는 일렉트라자 에서부터 시작된 혈흔이 몸 전체를 물들일 기세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게...왜?”

김규형이 한 움큼의 피를 머금은 입으로 중얼거리며 뒷걸음쳤다.

그런 김규형을 향해 칠성의 신랄한 독설이 이어진다.

“새꺄, 번지 수 존나 잘못 찾았어. 정의란 무엇인가는 어디 하버드 교수 이런 사람한테 가서 떠들고....”

칠성이 엄지를 하나 세워 보인다.

”넌 지금 그냥 뒈져라.”

말의 끝에 세운 엄지를 자신의 목에 그어 보이는 동작을 하는 칠성.

“제기...랄.”

넘어가는 숨소리로 뱉는 일갈의 욕지기와 함께 극심한 고통으로 눈이 뒤집어지는 김규형.

의식이 희미해지는 김규형이 뒷걸음치다 건물 옥상의 난간을 헛딛는다.

지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아주 천천히. 허공을 나는 듯한 경험을 하는 김규형.

“그래도... 내가 옳다... 멍청한 새끼들.”

마지막 욕지기를 남기고 뒷걸음친 김규형의 모습이 순식간에 게 눈 감추듯 시야에서 사라졌다.

“휘유~”

김규형이 사라진 곳을 잠시간 바라보다가 유난히도 새파란 하늘로 시선을 옮긴다.

“아... 날씨, 존나게 맑다.”

이제 바닷가 가면 여자들이 비키니 입고 다니겠구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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