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
S2 : 16화
* * *
뉴스 화면,
여자 앵커가 멘트를 이어나간다. 긴장한 그녀가 평소와는 다르게 몇 번이나 주어진 대본을 다시금 몇 번 이나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뗀다.
“강남에서 일어난 속칭 ‘불기둥 테러 사건’ 에 대한 논란이 한창인 와중에,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선거를 앞둔 재보궐 후보 김규형 씨를 공개적으로 지목해 파문이 일어날 전망입니다.”
앵커의 멘트가 이어짐과 동시에 서서히 멀어지는 뉴스 방송 화면, 뉴스 화면이 담긴 스마트 패드는 승용차 보조석의 헤드레스트 뒷부분에 장착이 되어있다.
뒷좌석의 탑승자를 배려한 이런 시스템이 옵션으로 장착 되어서 나오는 고급 승용차다.
그리고 이 화면을 보고 있는 이는.
“말도 안 돼, 세상에...”
김주희였다.
입술을 씹으며 한 손으로 반사적으로 입을 가린 그녀의 눈동자가 떨렸다.
중국에서 열린 패션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중국을 누비는 중인 그녀였다.
그녀가 뉴스를 보고 경악하는 이유는 비단 평소 알고 지내던 김규형이 테러리스트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그것 자체도 충격적 이기야 했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뉴스 화면에 CG로 김칠성의 사진이 자료화면으로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사건 현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헬기에서 찍은 듯한 현장 화면엔,
멀쩡한 도시의 상업지구 한 복판에 흐릿한 연기를 내뿜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주변엔 열기를 진압하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모여 있는 수 십 명의 소방관, 경찰관들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두부를 송곳으로 쑤셔낸 듯한 기형적인 모습이었다.
끝도 없어 보이는 깊이의 거대한 구멍. 이런 수준의 공격이 가해 진 것 치곤 그 주변부는 지나치게 멀쩡했다. 지층 하나가 이정도 규모로 파였다면 주변 지역 역시 초토화가 되었어야 맞다. 도저히 현실감이 없는 풍경, 이것이 마법이었다.
그리고 이런 현장에 칠성이 있었다니!
바로 며칠 전에 테러리스트를 좇다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번엔 이다지도 끔찍한 테러 현장이라니.
뚜-두. 뚜-.
찰각.
“칠성씨?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예요!”
휴대 전화로 통화가 연결 되자마자 주희가 소리를 질렀다.
[아우! 깜짝이야! 무슨 여자가 목소리가 이렇게 커요?]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나 알아요?”
[아~ 내가 말 했잖아. 뉴스에 나와도 놀라지 말라고요.]
“무슨 기자회견 같은 건 줄 알았지. 이걸 보고 어떻게 안 놀라요?”
[크크크크... 걱정 하지 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장난기 어린 칠성의 웃음소리가 화답해 왔다.
“몸은 괜찮아요?”
[당연하죠. 매우 말짱!]
주희는 그 말을 믿었다.
자신과 처음 만날 그날 자신의 눈으로 직접 칠성이 보통사람은 아님을 확인 했으니까.
눈앞이 새카매질 정도로 걱정되던 칠성의 안위를 확인 했음에도 불구하고, 찝찝함은 가시지 않았다.
“규형 씨는...”
조심스러운 주희의 중얼거리는 듯 작은 목소리.
하지만 칠성은 그 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그 새끼는 내가 잡습니다.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아주 질이 나쁜 놈 이예요.]
“혹시 뭔가 오해가...”
[전혀! 주희씨 조차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놈의 능력이 무서운 겁니다.]
이 말은 믿기 힘들었다.
좋은 사람 같았는데.
말 그대로 학식과 인품을 겸비한 그였는데, 알고 보니 두 얼굴의 테러리스트였다니.
[주희씨는 지금 중국이죠?]
“네.”
[당분간 한국 들어오지 말아요. 알아들어요? 내가 괜찮다고 할 때 까지.]
주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칠성씨는 지금 어디 있어요?”
* * *
“나? 대한민국의 심장이랄까...?”
칠성의 발이 딛고 있는 곳, 대한민국 청와대.
칠성은 성진을 포함한 보좌진 몇몇을 대동하고 앞장서서 청와대 안을 무서운 걸음걸이로 돌파하고 있는 중 이었다. 예의 여자 경호원들도 함께였다.
“하간에 끊어요. 나중에 전화 할게요.”
쓱 웃은 칠성이 통화를 끊고 헌터폰을 주머니 속에 챙겨 넣었다.
“아니, 안 됩니다! 이러시면 안 돼요!”
칠성이 청와대를 활보하는 중 이라는 소식을 들은 비서실 사람들이 다급하게 칠성 일행의 앞을 막아섰다.
“대, 대통령 각하는 외국 귀빈과 접견중이라 부재중이시라니까요!”
대략 30대정도 되어 보이는 대통령 비서실 사람이 팔을 벌려 칠성의 앞을 막아서며 말 했다.
눈에 너무나도 뻔히 보이는 거짓말 이었다.
대꾸할 가치도 못 느꼈다.
본인이 어깃장을 부리고 칠성이 아무것도 못 하게 판 짜다가 막상 일이 진짜로 터지니 칠성을 피한다. 그것도 그럴싸하지도 않은 핑계를 대면서. 괘씸했다.
“비켜! 부재중이신지 내가 직접 확인 할 거니까.”
“아니 저기!”
“꺅!”
칠성이 힘으로 그들 사이를 비집고 뚫고 들어갔다.
“장관님! 이러시면 후회하실 겁니다!”
“후회는 무슨! 말조심 안 해요? 가십쇼 형님!”
순식간에 두 집단이 엉켰다. 칠성에게 달려들려는 비서실 사람들을 성진과 보좌관들이 몸으로 막아내는 것이었다.
칠성은 성진 무리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보내고 전진했다.
칠성의 발걸음이 향한 건 대통령 집무실.
하지만 몇 걸음 옮기지 않아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이쯤하시죠 장관님. 여기서 부턴 못 가십니다.”
“니들은 또 뭐야?”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칠성 주변을 둘러쌌다. 대통령 경호팀이었다.
십 수 명의 경호원들 사이에 세 명이 칠성의 정면에 자세를 잡고 섰다.
평범한 사람이 보면 그냥 조금 삐딱하게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언제든지 상대방에게 일격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 준비 자세였다.
“이 이상 접근 하시면 대통령 안위의 위협으로 파악하고 제압하겠습니다.”
“...참나, 니들이 정말로 내 상대가 된다고 생각 하냐?”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야 없었으나, 칠성은 비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저희 셋 모두 장관님과 같은 헌터입니다.”
이 말은 사실이었다.
셋 모두 상당한 양의 마나를 운용 할 수 있음을 검증 받은 이들 이였다.
물론 그렇다고
“알어.”
칠성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다음순간.
콰쾅!! 콰지직!
커다란 대통령 집무실의 문이 뜯어지고 부수어져 집무실 안으로 그 파편을 토해냈다.
“헉!”
집무실에서 서류를 검토 중이던 대통령이 화들짝 놀라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으아크!”
“크으으으....”
집무실의 문이 부수어진 이유는 간략했다.
칠성의 앞을 막아섰던 경호원들이 마구잡이로 마치 투포환처럼 집무실로 던져졌기 때문이다.
문을 부수는 탄환으로 쓰인 것 은 바로 몇 초 전 자신들이 헌터임을 자부한 삼인조 중 두 명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이 개...쉑....컥.”
칠성에게 멱살을 잡힌 채로 질질질 바닥에 끌려오다가 정신줄을 놓고 기절해 버렸다.
탁~탁~탁.
칠성이 양 손에 먼지라도 묻었다는 듯 손을 털어냈다.
“아이고~~ 얼굴보기 힘듭니다 각하?”
이제 칠성과 대통령 사이엔 아무것도 없었다.
칠성을 막을 것도, 대통령을 지켜줄 것 도.
끄응, 신음을 흘린 대통령이 은연중, 자신이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난 게 아니란 듯 은근 슬쩍 자리에 다시 앉았다.
“휴... 원하는 게 뭡니까?”
대충 칠성이 원하는 바는 집히긴 했다.
원하는 그림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는 주지 않고는 못 베길 상황이었으니까. 나름 납득하고 입을 뗀 것 이다.
“경찰권.”
하지만 칠성의 입에서 나온 말에 대통령은 귀를 의심했다.
“예?...수사권 말씀 하시는 거죠?”
아마 헷갈렸으리라.
“아니? 경찰권.”
칠성의 반문에 더욱 더 대화는 미궁속으로 빠져들었다. 대통령이 진심으로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가늘게 눈을 뜨고 물어보았다.
“글세,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대한민국 경찰들 다 내 놓으라 이 말입니다.”
...지금 진심인가?
대통령이 수락도 거절도 아닌, 진위 여부를 의심할 때. 칠성의 입엔 씨익 하는 미소가 걸렸다.
진심이었다.
* * *
“대한민국 경찰들이 한 게 뭡니까?”
“그~걸 또 그렇게 말씀 하시면 안 되죠.”
“헌특부에서 김규형 실체 파악하고, 수사하고, 테러리스트랑 목숨 걸며 싸울 때 경찰이 한 거 기껏해야 헌특부 요청에 사람들 대피시킨 거 밖에 더 있습니까? 그마저도 공습경보로 사람들 패닉에 빠뜨리고...”
이 대목에선 대통령이 찝찝~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곤 칠성을 본다.
헌특부가 아니라 너겠지 너.
라는 표정이다.
“공습경보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봅니다. 장관님께서도 정확한 범위가 아니라 강남 전체라고 말씀 하셨으니 까요.”
“...그건 그렇다 치고 이만 현실을 직시 하시죠. 현제 대한민국 경찰은 헌터 관련 범죄에 대응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후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만큼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나마 경찰이 채포된 헌터 범죄자들의 수감을 담당하고 있긴 한데, 그게 가능한 것도 헌특부에서 제공한 디스늄 장비들 덕분이 아닙니까.”
디스늄.
헌특부에서 개발한 강제 마나 증발 구속구에 붙은 이름이었다.
처음 연구진에게 개발을 주문해서 개발한 사람도 안희운, 가장 처음 디스늄 구속구로 구속당해 수감된 사람도 안희운인 비운의 물건.
그 형태가 반질반질, 능력자에게 채워두면 마나를 빨아들여 태우며 은은한 빛까지 나는 금속이라 마치 금속의 일종 같은 이름이 붙었으나 사실은 자연 부산물이 아닌, 던전 테크놀러지가 부여된 합성 금속이었다.
“...그건 사실입니다만 이런 특수한 사건이 계속 되리란 보장도 없고요.”
대통령이 한숨 섞인 말을 뱉으며 칠성의 눈길을 피했다.
확실히 현재 대한민국 경찰은 상식 안의 조직, 상식 밖의 범죄자들을 잡는 데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것 이다.
퉁!
칠성이 이를 악물더니 냅다 책상을 양 손으로 내리 쳤다.
커다란 책상이 그 바람에 흔들리고, 딴전 피우던 대통령이 놀란 토끼눈이 되어 칠성을 본다.
왜 이래 또?
“이게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칠성의 눈빛은 정말로 비장했다.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평소와 달리 장난기 한 톨 없는 얼굴이었다.
“무슨... 근거라도?”
“시작은 무허가 헌터들, 우선 그놈들이 쓰는 아티펙트는 김규형이 만들어 준 것 이었습니다.”
그것보다도 더 충격적인 사실은 따로 있었다.
바로 김규형이, 김칠성과 마찬가지로 10년 전 그 부근에 실종되었었다는 사실이다.
정말 우연히 발견하게 된 사실이지만 김규형은 10년 전 쯤 실종신고가 되었었다.
나이도 알고 보니 김칠성의 또래였다.
그리고 김규형이 다시 지구에 나타난 시기는 2년 전. 정계에 의욕을 보이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 한 것이 1년 전 무렵이었다.
“김규형이요? 그게 가능 합니까?”
“그놈은 연금술사거든요.”
꼴깍.
일순간 대통령의 눈이 역대 그 어느 순간보다도 빛이 난다.
하아...
“눈독들이실 것 없습니다. 그놈이 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사실이겠지만, 그놈이 활개 치는 세상이 온다면 돈 따위는 쓸모없을 겁니다.”
“그래요...”
대꾸 하면서도 짐짓 실망한 눈빛이다.
에휴.
물론 칠성은 고의적으로 김규형이 연금술사임과 동시에 적마법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빼 먹었다.
적마법에 관해 설명하기도 까다롭지만, 어떠한 형식이던 상대방의 정신을 조작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공포이기 때문이다.
‘뭐, 그리고 또...’
누군가 탐을 낼 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이 엮여 만들어가는 인간 사회에서, 여론 조작을 손쉽게 하는 마법 이란 것은 다른 의미에서 핵폭탄과도 같기 때문에.
“그리고 간략하게 말씀 드리면...”
아직까진 그저 우연의 일치일지 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절대로 단순한 우연은 아닐 것 이라는 감각이 있다.
그렇다면 안희운은 연습게임 이었다.
“저나 김규형 같은 급의 놈들이 앞으로 수도 없이 나타날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제가 뛰어 다니면서 짜잘한 범죄자들 까지 도저히 못 잡는 상황이 올 거라 이 말입니다.”
김규형 수사 밑 검거에 대한 적법적 절차를 밟는다.
라는 목적 외에 칠성이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서 경찰권 흡수... 입니까.”
“경찰 조직을 재편해 일반 범죄자부터 헌터 관련 범죄까지 일사천리인 만능 조직을 만든다. 기왕 그렇다면 아예 헌특부와 합쳐 기술과 전술공유에 한 치의 딜레이도 없게 만든다. 이게 최선책입니다.”
“흐음...”
대통령이 생각에 잠긴다.
칠성이 주장하는 바는 억지가 아니다.
김칠성과의 신경전을 넘어, 나라를 위해서 해야 될 일이다. 라는 각이 섰다.
“하지만 지금 당장 장관님 말 대로 할 수 는 없을 겁니다. 법치 국가가 아닙니까?”
대통령의 눈빛은 한층 진지해 져 있었다.
칠성과의 자존심 싸움으로 살짝 얼룩졌지만, 그는 진심으로 대통령 인 것 이다.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보죠.”
삑-.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 위 전화기의 단축 다이얼을 눌렀다.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온 것은 이명준 특별 보좌관과 법률 자문 위원이었다.
자문에 따라 우선적으로 이번 사태에는 헌특부 내부 인원을 특별 제압팀으로 재구성, 김규형 일당 소탕에 앞장서게 만들기로 했다.
정작 주요 업무인 던전 관리는 최소 인력으로 유지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수사권이 부여되었고 김규형과 일당은 테러조직으로 분류됐다.
특별 제압팀으로 구성된 헌터들에겐 대 헌터 탈진 소총, K-이그저스트(Exhaust) 가 지급되었다.
칠성이 지하 연구실에서 보았던, 마력을 주입하면 마나 번 탄환을 내뿜는 그 물건이었다.
헌특부의 헌터들이라면 마나 운용과 몸을 쓰는 데는 토가 튼 자들이니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격 이었다.
더군다나 K-이그저스트의 탄환은, 헌터가 아닌 일반인에게 조차 기껏 적중 시켜야 멍이 들거나 심하면 뼈에 금이 가는 수준, 인간을 상대로 몬스터 사살용 무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대원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었다.
여기에 치트키 하나 더.
대내외적으로 알리지 않고, 판충봉이 만든 인공지능 탐정단, 익명의 사자들이 김규형 잔당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들은 언제나 빠르고 영민했다. 다만 오로지 자신의 아바타만 불꽃 속에 남겨놓고 사라진 김규형의 위치를 찾아내는 것에만 애를 먹고 있었다.
그리하여 대통령의 승인이 떨어진 지 채 몇 시간 되지 않아 상황은 이렇게 되었다.
“꺄악!”
“한 걸음! 한 걸음이라도 더 와 봐!”
영등포 타임스퀘어, 청동의 남자들이 서로의 눈을 가린 채 어깨에 올라 탄 형태의 기묘한 돔 형 설치 조형 위, 적포도주 빛으로 빛이 나는 마우스 피스 형태의 아티펙트를 입에 문 남자가 자신이 끌고 올라간 여자의 목 근처에 자신의 이빨을 들이민 채 그르렁 거렸다.
특별 제압팀에게 쫓겨 궁지에 몰린 사내가 인질을 잡은 것 이다.
네 명의 K-이그저스트를 든 제압팀이 사방에서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인질을 잡은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김규형을 뒤따라 판춘봉의 친구의 시체를 ‘먹어서’ 없애버렸던 바로 그 남자다.
크릉!
남자의 이가 빛났다.
파스스슷
“꺄악!”
마치 여자의 피부가 그에 반응하듯 딱딱히 굳어가는 게 보였다.
타타타타탕!
순식간이었다.
남자의 입이 벌어짐과 거의 동시에 발사된 탄환들이 남자를 사정없이 두드려 팼다. 남자는 별 반항도 해보지 못 하고 비틀거리더니 이내 눈을 까 뒤집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꺅!”
탁.
“괜찮아요?”
“네. 네...”
균형을 잃고 떨어진 인질을 제압팀 인원이 받아낸다.
또 다른 곳.
“알겠습니다. 잡아 가시죠.”
예의 ‘빠른 발’ 남자가 체념한 듯 어깨를 으쓱 하며 양 팔을 내밀었다.
“흠.”
특별 제압팀 인원들은 순순한 남자의 태도에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어깨를 으쓱 해 보이더니 디스늄 수갑을 준비해 남자에게 접근한다.
타탁!
“케헤! 그걸 믿냐?!”
아니나 다를까, 대원들이 제압총의 총구를 내리고 접근하자마자 남자가 순식간에 2, 3m 가량 높이 도약하더니 등 뒤의 벽을 차고 몸을 날려 달리기 시작한다.
“칫!”
타타탕!
“크윽....”
순식간에 격발된 탄환들이 남자의 등짝을 때린다.
비틀거린 남자에게 추가적인 탄환 세례가 쏟아지자, 남자의 뛰는 행색은 점차 슬로우모션이되어 이내 바닥에 들러붙는다.
“아이씨...젠장...”
온 몸에 힘이 빠진 남자의 눈앞에 제압팀의 군홧발이 보인다.
곳곳에서 이런 식의 소탕이 진행되었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