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36화 (36/145)

# 36

S2 : 15화

* * *

콰캉!

칠성이 다음 층에 발을 딛자마자 거대한 쇳덩이가 칠성을 덮쳤다.

기기잉- 지잉~

칠성에게 쇳덩이를 던진 것은 키 180cm 부근의 거대한 안드로이드, 기계덩어리었다.

둥근 철판 몸덩이를 움직이는 인간을 닮은 기계장치가 칠성을 압사시킨 쇳덩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지이이잉-.

뻗어진 안드로이드의 손끝에 공격적인 마나가 빛을 내며 모여들었다.

승-겅.

안드로이드가 그 공격을 하기 도 전에,

검은빛의 어둠의 칼날이 칠성을 덮친 쇳덩이를 절반으로 갈랐다.

치잉!

안드로이드의 얼굴을 스친 칼날을 안드로이드가 뒷걸음질 치며 피했다.

우수수수-.

칠성이 몸을 일으켰다.

“아이고 삭신이야...”

순식간에 칠성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어둠의 칼날들이 안드로이드를 덮쳤다.

“골렘?”

그런데 쏘아져나간 어둠의 칼날들이 마치 골렘을 고의적으로 피해가듯 휘어져 천장이며 바닥에 처박히는 것 이 아닌가.

간섭 코팅인가?

“그럼 마법 안 쓰면 되지.”

지잉-.

칠성을 향해 손바닥을 들이대는 골렘. 이내 손바닥에서 마나의 에너지탄이 쏘아져 나간다.

칠성이 슬쩍 몸을 비틀어 피하고 잽싸게 골렘의 코앞으로 접근한다.

콰앙! 칠성을 스쳐지나간 에너지탄이 저 멀리서 폭음을 일으키며 폭발한다.

콰드득.

칠성을 향해 내려친 골렘 손을 붙잡은 칠성.

그대로 골렘의 몸통을 향해 주먹을 뻗는다.

콰쾅!

정확하게 꼽혀 들어가는 칠성의 정권.

골렘의 몸통이 볼품없이 내부의 기계장치로 된 내장을 드러내며 뜯겨져 나간다.

툭.

치이잉---.

몸이 산산 조각나며 바닥에 떨어진 머리통에서 빛나던 골렘의 눈알이 서서히 빛을 잃고 잠든다.

칠성은 망설임 없이 걸음을 더욱 더 빨리 김규형이 있을 지하층으로 옮긴다.

무허가 헌터들의 아티펙트,

마법지뢰, 게다가 골렘까지.

이제야 김규형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았다.

덜컹.

지하층의 거대한 철문이 칠성의 손에 의해 열린다.

“연금술사...!”

칠성이 문을 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높이 2-3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붉은 구 형태의 아티펙트.

그리고 그 앞에 홀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김규형.

정적뿐인 공간 속.

분명히 공장을 방불케 하는, 종유석 동굴 사이사이 크레인 등의 기계장치 들이 즐비한 난장판의 풍경인데, 김규형은 마치 설원 위에 고독을 즐기는 낚시꾼 같은 평온한 뒷모습이다.

또 무슨 함정 같은 게 덮칠까 했더니,

너무나도 평온할 뿐인 김규형의 뒷모습에 공격적으로 문을 연 칠성이 잠시 .

타타탓!

칠성이 들어온 것 과 반대편의 문으로 도망치는 검사와 잔챙이들이 보인다.

“저시끼들...”

“당신이 볼일이 있는 건 저 아닙니까?”

칠성이 들어왔어도 하염없이 구체 형태의 아티펙트를 바라보고 있던 김규형이 칠성 방향으로 돌아선다.

잔챙이들을 눈으로 쫒던 칠성의 시선이 김규형을 향한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셨네요?”

김규형이 씨익 웃는다.

김규형의 태도에 칠성이 피식 웃는다.

“목은 잘 닦아 놨냐?”

* * *

종유석 동굴을 개조해서 만든 내부,

높은 천장과 환한 조명. 가운데는 마치 공연 무대처럼 우뚝 솟은 공간이 있고, 그 위에는 주변의 크레인과 연결된 거대한 구체의 붉은 아티펙트.

유리구슬 같은 겉 표면 너머, 시시때때로 짜릿한 백, 적색의 마나들이 번뜩이며 관통해, 마치 작은 항성을 보는듯한 감상에 빠지게 만드는 물건이다.

그 우뚝 솟은 공간 위에서 사람이 오건 말건 아티펙트의 겉면을 매만지고 있는 김규형.

“언론에서 칠성씨를 정의의 사도라고 하더라고요.”

씩.

한손으론 아티펙트를 쓸어보며 천천히 걷던 김규형이 고개를 돌려 칠성을 돌아보며 웃는다.

양손을 재킷에 넣은 채, 그저 뚱한 눈으로 보는 칠성.

“너 내가 순식간에 너 찢어 죽일 수 있는 건 알고 있지?”

새키 여유도 이쯤 되면 중병이네.

“에이, 안 그럴 거면서.”

김규형이 웃으며 제단에서 펄쩍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한다.

“말로만 그러지 나 정작 김칠성 씨가 사람 찢어 죽이는 거... 본적이 없는데?”

저벅.

김규형의 구둣발 딛는 소리가 공간을 울린다.

“무슨 이유가 있는 건지... 정의관인가... 그것도 아니면...”

스산하게 갈 길 없이 이리저리 방황하던 김규형의 눈동자가 칠성의 눈을 향한다.

“여유?”

여유 있지.

나쁜 짓 하고 다니는 게 너 같은 밥들 밖에 없는데. 휴.

“죽는 놈 소원도 들어준대서 잠자코 들어주고 있었더니 안 되겠다.”

칠성이 입맛을 쩝 다시며 인상을 구겼다.

규형이 칠성과 마주친 눈을 떼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시선을 허공에 던지며 뚜벅 뚜벅, 주변을 걸으며 중얼거리듯 말 한다.

“그런데 그렇게 나쁜 놈들 이라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면서 뚜들겨 패고, 정의구현 했다고 동네방네 대서특필하고. 그러면 그게... 정의인가?”

갑갑한 소리 하네 자식.

“이게 무슨 만화냐? 일 터지니까 수습하는 거지 짜식이 내가 무슨 정의 사도... 아휴! 저건 또 뭔데?”

칠성이 턱짓으로 거대한 구체 형태의 붉은 아티펙트를 가리켰다.

“저거...? 완벽한 정의.”

“지랄하네, 세뇌장치 아니야? 적마법 최적화 아티펙트잖아.”

“통제. 통제되는 정의....”

“이 세상 너무 별로잖아요? 착한 놈들은 맨날 엿 먹고... 잘 나가는 건 언제나 늘 나쁜 놈들이고. 노력은 배신당하고 꼼수는 찬양받고. 아니, 상상해 봐요.”

김규형이 황홀하게 중얼거린다.

“제대로 된 세상 만들겠다는 건데. 노력이 보상받는 세상. 나쁜 놈들 벌 받는 세상.”

마치 저 너머에 세상을 바라보듯 양 팔을 벌린 김규형의 얼굴에 조명의 불빛이 쏟아진다.

저건 진짜로 미친놈이구나?

“네 손바닥 위에 사람들 꼭두각시처럼 조종해서?”

팔에 소름이 다 돋네.

미친 소리를 청산유수처럼 해대는데

저 새끼 저거 진심인거 같다.

“아니 어차피, 누군가의 조종을 받으며 살지 않나요 사람들?”

그럴싸한 개소리를 늘어놓던 김규형이 칠성 쪽을 보며 묻는다.

피잉!

칠성의 손짓에 따라 솟아난 보이드의 칼날이 거대한 아티펙트에 적중했으나 끄덕도 없다.

“에이, 그 정도로 허접하게 만들진 않았지 당연히. 얼마나 중요한 물건인데.”

김규형이 웃어보인다.

하여간에,

“완성은 못 한 거 같네.”

저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느껴지지가 않는걸 보니 다행히 완성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안타깝죠. 거의 다 됐는데. 무슨 놈의 미친 장관이 파토를 놓네.”

“미친 장관한테 개같이 처 맞아 본 적 있니?”

김규형이 대답은 안 하고 거대한 아티펙트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뭐, 이거야 다시 만들면 되니까.”

호오라. 이 새키...

“너 나 이길 자신 있냐?”

다시 만들긴 뭘 만들어, 여기서 네놈은 끝인데.

하지만 칠성의 물음에 김규형은 반문했다.

“이미 이겼는데?”

“뭐?”

김규형이 말을 이어간다.

“너 이 건물에 들어오는 거 보자마자 이미 세팅 끝났어. 네 녀석 뼛조각도 안 남을 마법으로... 체크 메이트.”

딱!

철커커컹—-.삑...삑...삑....

김규형이 손가락을 퉁기자 거대한 붉은빛의 아티펙트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내부의 기계장치들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이내 소용돌이치듯 꿈틀거리며 기괴한 빛을 내 뿜는다.

아티펙트가 자폭 패턴으로 들어간 것 이다.

“이 아티펙트... 자작인데, ‘정의의 심장’ 이라고 이름 붙인 거 거든... 공격 마법 뇌관으로 쓰면 신급 마법을 쓸 수 있지.”

신급 마법.

마법은 신의 힘을 흉내 내는 것 이란 말이 있다.

신급이란 것은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란 말.

한마디로 무지막지하게 세다 이거다.

“너고, 이 물건이고. 이 장소고. 깨끗하게 지도에서 지우고 다시 시작할 거야. 그러면 돼.”

김규형의 눈매가 광기로 희번득 거렸다.

이거 뭔가... 이상한데.

칠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놈이 저럴 리가 없는데.

대규모의 자폭, 진짜 녀석의 말 대로 신급 마법이 이 현장에 펼쳐진다면 놈도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터 인데.

타탓.

칠성이 규형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몸을 날려 덤벼들어 김규형의 멱살을 잡는다.

가까이서 보니 확실하다.

콰직! 트드드득...

멀뚱히 보는 김규형의 얼굴을 칠성의 손이 파고든다.

피부를 뚫고 들어간 손가락이 김규형의 한쪽 눈 주변 부위를 뜯어낸다. 각종 기계장치에 연결된, 김규형의 눈처럼 보이던 카메라가 칠성의 손에 딸려 나온다. 김규형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람처럼 보이는 골렘, 아바타다.

“이 개새끼가!”

칠성이 카메라에 대고 욕지기를 내 뱉었다.

“걱정 하지 마. 공간마법은 찢어지고 현실로 불꽃이 치솟겠지만 주변에 피해는 없을 거야. 사람들 다치면, 큰일이잖아?”

마치 음질이 안 좋은 무전기처럼, 반쯤 망가진 김규형의 입이 괴기스럽게 움직이며 음성을 토해낸다.

김칠성이 부릅뜬 눈을 부라린다.

“너... 정체가 뭐야.”

끼이이이이잉---.

마치 조리가 완료된 밥솥처럼 높은 C단조의 고음을 내지르며 주황색 빛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같은 시각,

한 고층건물.

백색의 안대를 쓰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인상착의는 김규형 같지만 훨씬 젊어 보이는 인상. 20대 초 중반 정도 외모. 염색한 은발.

마법이 부여된 듯한 안대는 시시때때로 마나의 흐름으로 번뜩이고 있다.

“네가... 절대로... 못 이길 사람!”

붉은 눈빛을 번뜩이는 김규형이 웃는 낯으로 어금니를 악물며 대답한다.

쓰고 있던 빛나는 안대를 벗은 김규형이 테이블 위에 안대를 둔다.

김규형이 한편에 준비되어 있던 샹그리아 잔을 든다.

탁 트인 시야, 창문너머 저 멀리서 불꽃이 치솟아 오르는 것이 보인다.

“지옥에서 봅시다. 김칠성...”

불꽃을 향해 건배를 하며,

아련하게 중얼거린다.

* * *

강남과 주변 일대.

“아니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거예요?!”

강남의 중심가로 진입하려는 사람들 앞을 경찰들이 막아섰다. 출입 통제가 걸린 것 이다.

그리고 출입 통제는커녕 오히려 중심가에 있던 사람들조차 외부로 줄지어 쫓겨나고 있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무언가 또 고위 정치인 쯤 되는 사람이 지나가느라 거리를 통제하는가 보다 하고 있었다.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한참 전부터 허가 받은 행사라고요!”

온갖 분장을 한 이 퍼레이드 행렬의 사람들 역시 불만이 가득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요, 긴급 대피중입니다 지금!”

위이이이이이----이-.

도심 속을 향하는 퍼레이드 행렬을 막아 선 경찰이 목소리를 높임과 동시에 어디에서 부턴가 비상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높고 날카로운, 기계의 비명소리 같은 사이렌은 이내 여기저기의 스피커에서 쏟아졌고, 경찰들의 갑작스러운 통제에 불만을 터뜨리던 사람들은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정적 속에 빠져들었다.

기묘한 긴장감이 알록달록한 분장을 하고 커다란 북을 들쳐 업은 등의 사람들 사이에 흘렀다.

누군가가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떨어졌다.

[국민 여러분, 여기는 중앙 경보통제소입니다. 실제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현재시각 서울 강남지역 전역에 실제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경찰 공무원의 지시에 따라 신속히 대피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빠르고 높은 어조의 아나운서의 안내 멘트가 사이렌 소리 사이를 뚫고 울려 퍼졌다.

그것은 차라리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공포에 저항하기라도 하듯 직후에 오히려 정적이었던 군중들이 전에 없이 목소리를 높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 이예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통제 중이던 경찰에게 닿았다.

“저희도 자세한 사항은 모릅니다! 헌특부의 요청이란 것 밖에요.”

헌특부. 헌특부래.

군중들 사이에 웅성거림의 주어는 헌특부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들의 머릿속엔 여의도에 있던 헌특부 구 사옥의 폭파 사건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아직 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마법이라는 것에 대한 공포.

잠시간의 정적 뒤, 정적은 놀라울 정도의 혼돈이 되어 일대에 울려퍼졌다.

“빨리빨리 움직여요!”

“아 뭐 하는 거예요!”

“밀지 맙시다!”

분위기는 마치 불이 붙은 뇌관과도 같았다.

경찰의 통제를 아니꼬워하던 분위기 대신 목숨을 위협하는 공포로부터의 패닉.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지나가던 버스는 순식간에 들어찼으며, 사람들이 좀비 영화 속 좀비들처럼 몰려들자 버스기사는 채 문을 닫지도 못하고 출발시켰다.

미처 타지 못 한 사람들 중 누군가를 시작으로 그 버스의 벽에 매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도로는 곳곳에서 뛰쳐나온 사람들로 마비되었다.

더 이상 경찰의 통제도, 대피 안내도 무능했다.

주변 일대의 도로는 순식간에 밀려나온 차들과 사람들 덕에 마비되어 버렸다. 다급한 운전 덕 분에 곳곳에서 추돌사고가 일어나 도로상황은 더욱 답이 없어졌다.

막힌 사이사이를 질주하는 몇몇 오토바이를 제외하곤 방법은 없어 보였다.

결국 자신의 승용차로 강남을 벗어나기 위해 달리던 이 남자도, 수많은 차량들 덕 분에 청담대교 위에서 완전히 멈추어버린 자신의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빠빠- 빵---.

“후....”

온갖 차들이 뒤섞이고 얽혀, 경적을 울려대고. 일부 사람들은 차를 버리고 비명을 지르며 북단을 향해 달려 도망치는 아수라장 같은 다리 위의 풍경과는 별개로.

탁 트인 강가 위의 시야와 뿌옇지만 파란 하늘, 강의 외곽 도로의 라인을 따라 성냥갑처럼 촘촘히 들어찬 건물들.

강남의 모습은 평온해 보이기만 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쉬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이이잉----!

마치, 라고 묘사하기엔 너무나도 실제로.

끔찍한 소음과 함께,

남자가 바라보던 하늘이 조각조각 부수어져, 강남 어딘가 저 멀리 하나의 점으로 모여들었다.

실제로는 주변 일대의 빛의 양자들이 그 점을 향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듯 모인 것 이다.

먼지처럼 무너져 내린 빛의 양자들이 하나의 점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상황.

일반적인, 아니 그 어떤 인간이라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경험할 리가 없는 현상이었다.

일대는 순식간에, 그야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완전한 어둠에 휩싸였다.

그리고 다음순간 나타난 것 은 아주 오래전 인류의 조상들이 경험했던 마법 중 하나였다.

콰카카카카카우우우----.

강남,

날개모양 로고가 인상적인 한 대형 신발 브랜드 ‘스밴’ 본사 건물. 수 백 여 평의 건물, 앞면의 일, 이층은 통유리 쇼윈도우를 포함한 오픈형 매장.

대충 이런 건물이 있던 자리.

바로 그 자리에, 믿을 수 없는 관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저 먼 땅에서부터 저 먼 하늘 위를 향해 뻗어 올라가는 거대한 불꽃의 회오리.

하지만 어딘가에 휩쓸리지도, 움직임도 없이 그저 제자리에서 서서히 자전하는 정갈한 그 불꽃의 회오리는, 마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할 법한 모습.

성서속의 ‘불기둥’을 빼어다 박은 모습이었다.

다만 그저, 신의 손길의 상징으로 쓰이던 그 모습이 아니라. 이 불기둥은 실제로 수 천 톤의 금속이라도 순식간에 녹여버릴 태양 같은 파괴력을 품고 있었다.

이 위력적인 불기둥의 등장에 주변지역은 어둠에 잠긴 것처럼 보였고, 불기둥의 주변 지역의 지반은 조금씩 녹아내려 스밴 본사건물이 있던 지점으로 기우뚱 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생명조차 불살라 버릴 듯한 불꽃의 회오리 사이로, 마치 잿더미처럼 보이는 사람의 신형이 나타났다.

불꽃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불타는 몸을 털어내며 한발 한발 전진하는 칠성이었다.

“으이씨!”

녹아내려 진흙같이 발에 들러붙는 시멘트를 차서 털어내며 칠성이 욕지기를 뱉었다.

“니새끼는 잡히면 면상 시멘트에 꼭 갈아버린다.”

따다닥.

칠성이 손마디를 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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